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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과 고전 이야기

명길묻44, 수전 손탁 [해석에 반대하다]의 인문학적 읽기

by 코리안랍비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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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전 손텍 Susan Sontag

얼마 전에 누군가 ‘수전 손텍’에 대해서 아느냐고 물어 보았다. 지역사회에서는 ‘걸어 다니는 사전(walking dictionary’인 나이지만 불쑥 훅 하고 들어오는 질문에 난감할 때가 있다. 그래도 “‘수전 손텍’을 모르지는 않지만 아는 것도 없다”라고 답해 주었다.

수전 손텍에 대해서라면 [해석에 반대한다. Against Interpretation]라는 책이 마침 서가에 있다. 한국에서는 아마 그녀를 아는 이들이 거의 없을 것이다. 철학교수들이나 조금 알법한 사람인데, [한나 아렌트]라는 걸출한 여성철학자와 견주는 철학자이이며, 특히 그녀의 철학은 [예술 철학]이다.

그녀는 1933년에 시카고에서 태어난 유대인이었다.
그 당시의 유대인들은 대체적으로 학문과 비즈니스에 최고봉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였듯이 수전 손텍도 시카고대학에서 공부하고, 하버드대학에서 철학박사를 받은 걸출한 여성학자가 되었다. 그녀는 프랑스 파리대와 소르본느 그리고 영국의 옥스퍼드에서도 수학을 하면서 자신만의 철학세계를 펼쳐 나갔다. 천재는 천재를 알아본다고 한다. 그래서 그녀는 천재급 작가들이나 예술가,장인들의 삶에 매료된다. 그래서 나중에는 비평가로 거듭나게 된다. 그 당시가 1960년대이니 지금으로 말하면 60년이나 지난 일이다.



그녀는 훤칠한 키와 미모를 가진 여성이지만 날카로운 지성과 폭넓은 학문정신을 가진 지성인이었다.[지성계의 패션 스타] [스타 지성인]이라는 닉네임을 가진 그녀는 패션잡지에도 자주 등장하는 슈퍼 지성인 모델이었다. 그녀는 철학박사가 되어서 명문대학에서 나름대로 인정받고 편안한 삶을 살 수 있었다. 하지만 옥스퍼드에 가서는 얼마후 보헤미안적 삶을 동경하고 [자유로운 영혼]으로 거듭난다.

그 이전에 그녀는 16살에 대학에 들어가, 17살에 결혼을 하고, 19에 엄마가 된다.그리고 25살에 이혼하여 자유로운 영혼으로 이성과 동성을 가리지 않고 사랑했던 자유분방함을 가졌다. 매혹적인 글솜씨와 우울한 기질, 그런데 유방암이라는 병마에 거의 30년간 시달린다. 그녀는 2004년 우리 곁을 떠날 때까지 엄청난 저작들을 쓰고, 연극연출을 하고, 잡지를 제작하고, 영화까지도 등장한다.

그녀의 삶의 일대기를 살펴보려면 다니엘 슈라이버가 지은 [수전 손텍, 영혼과 매혹, 글항아리]이라는 책이 번역되어 나와 있다. 이 책을 보면서 여성으로서 커리어 우먼을 넘어서 슈퍼 우먼으로 살았던 그녀의 일대기가 투명하게 그려진다.

그런데 며칠 전에 유력 일간지에 그녀의 사진이 다시 등장하였다. 수전 손텍에 대한 기사를 가위로 오려서 다시 밑줄을 치면서 읽었다. 그런데 그녀의 글이 유독 눈에 보이는 게 있다.

요즘 미국에서는 코로나 패닉으로 인하여서 난리통이다. 미국 대통령과 영부인까지 코로나에 걸리고, 백악관은 업무마비가 오고, 선거를 앞두고 비상시국이다. 수많은 소셜 미디어에서는 그녀가 말한 경구를 소개하고 공개하였다.

이럴 때 수전 손텍이 지은 [은유로서의 질병, 1978]이라는 책이 소개되었다. 그녀는 자신이 유방암에 걸려서 고생한 것에 대한 자신의 소신을 밝힌 책이다.

“사람들은 모두 건강의 왕국과 질병의 왕국,
이 두 왕국의 시민권을 갖고 태어나는 법,
아무리 좋은 쪽의 여권만을 사용하고 싶을지라도
결국 우리는 한 명 한 명 차례대로 ,
우리가 다른 영역의 시민이기도 하다는 점을
곧 깨달을 수밖에 없다.”

자유로운 영혼도 결국에는 질병에 걸리고,
학자가 되고, 부유한 사람이 되어도 질병에 걸린다는 것
그녀는 자신의 유방암을 겪으면서 생긴 깨달음을 자신의 책에 투영시켜 놓았다.

내가 얼마 전에 보았던 내용과 비슷하다.
일본의 지구물리학자인 [다케우치 히토시]의 말이 있다.
"여행을 하는 것과 병에 걸리는 것의 공통점이 있다.
그 공통점은 바로 자기 자신을 돌아보게 해 준다는 것이다.”
사람들은 건강하다가도 금새 질병에 걸리고,
그리고 자신이 왔던 곳으로 다시 돌아가야 한다는 것도 금새 깨닫게 된다.
여행과 질병에서 사람들은 상당수 귀중한 가치나 진리를 발견한다.
거기에 하나가 더 있다면 바로 책일 것이다.

수전 소텍은 중국에서 사업을 하던 아버지로 인하여서 어려서부터 외롭고 영민한 소녀로 지냈다. 그녀의 롤 모델은 유대인으로서 폴란드 출신의 퀴리 부인이었고, [작은 아씨들]에 나오는 [조Joe]와 자신을 동일시하였고, 어려서 수많은 책들을 탐독하면서 외국어에도 능통함을 보였다.

남성중심의 시대에서 여성이 철학자로서의 길을 걷는다는 것은 쉬운 것이 아닌데, 그녀는 도리어 남성을 능가하는 실력과 지성으로 맞섰다. 특히 문학과 예술 분야에 대한 미학적이고 심미적인 분석, 아방가르드 같은 탐미적이고 복잡한 분석은 압권이었다. 그래서 그녀는 여성 지성계의 [아이콘 ICON]이었다.

그녀는 오랫동안 “지식인으로부터 예술인을 보호하라”고 주장하면서, 예술을 분석하고 비평하는 지식인들에 대하여 혐오적인 입장을 주장하였다. 그녀는 “해석학 대신에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바로 예술에 대한 에로틱스(Erotics 성애학]이다”라고 주장하였다.

“예술을 무엇인가로 정의할 수 있다면 예술은 모든 것이다. 예술은 그 자체로 자기 완결적이며, 그 너머에는 아무것도 있을 수 없다.”

그녀는 니체의 [비극의 탄생]을 인용한다.

“예술은 자연의 모방이 아니라 자연을 형이상학으로 보충하려는 것, 그리고 자연 곁에서 자라나되 그를 능가하려 드는 것이다.” <해석에 반대한다 중(中)>

  • 구글출처 이미지 - 수전 손탁의 [해석에 반대하다]

 



가끔 [미학]에 대해서 생각한다. 미학이라고 하면 사실 그리스 철학을 등장시키지 않으면 안된다. 플라톤이나 아리스토텔레스의 [미학]에 대한 입장을 자세히 살펴보지 않으면 안된다. 물론 한국에서도 여러 미학자가 있지만, 미학은 아무나 하는 그런 학문이 아니라는 것도 발견한다.

미학을 하려면 적어도 7개 분야의 학문에 정통해야 한다고 한다. 일단 문학, 역사학, 종교신화학, 언어학, 인류학, 철학, 예술학 등이 필요하다고 한다. 그런 7개 분야에 정통한 사람으로는 아마도 [수전 손텍] 정도만 뽑는다고 한다. 한명이 더 있다면 [한나 아렌트] 정도만 뽑을 수 있을 것이다.

수전 손텍은 [반전주의자]였다. 베트남 전쟁도 반대하였지만, 나중에 아프카니스탄에 파병하고, 그리고 이라크를 점령하는 미국의 행위에 상당히 반대하던 인물이었다. 아마 여성으로서는 유대인인 ‘촘스키 스타일’이라고 볼 수 이는 인물이다.
9.11 사태이후 부시 행정부의 전쟁 선동을 그녀는 비판한다. “다 같이 슬퍼하자. 그러나 다 같이 바보가 되지는 말자”라는 유명한 말을 남겼다. 전쟁이라는 집단적 광기에 휩쓸리는 사람들에게 이성적인 판단력을 요구하였다.

수전 손텍의 책들은 너무나 어렵고 현란해서 아무나 읽지 못하는 측면이 있다. 다만 그녀의 [평전]은 읽어볼 만 하다.

아니면 최근에 번역된 책이 하나가 더 있는데 바로 [타인의 고통]이다. <타인의 고통>에서는 전쟁과 테러로 점철되고 있는 지구촌에서 끝 모를 잔혹함을 보이는 인간들로 인하여서 연민이라는 알리바이를 페르소나로 하여 타인의 고통을 무덤덤하게 받아들이는 '우리 인간들'이 더 문제라고 지적하고 있다. 이 책의 전쟁의 무서움과 광기를 보여주면서, 인간에 대한 염증이나 염세적인 입장을 사진으로서 보여준다. 전쟁은 멈추지 않는다는 것 - 인간은 서로에 대한 증오가 멈추지 않는한 전쟁은 계속되고 휴전하고 전쟁하는 악순환이 거듭난다고 밝혔다.

토론하고 싶은 책이라면 [타인의 고통]을 권한다.

  • 구글 출처 이미지




그녀의 책 몇권을 보면 귀중한 아포리즘이나 명언 몇 개는 건질 것 같다.
그녀는 “예술의 궁극적 목표는 ‘쾌락을 얻는 것’에서 있다”고 말했다. 나도 독서를 하는 것이 그런 미묘하지만 유쾌한 경험을 얻고 싶어서 하는 것이다.

수전 손텍에 대한 글을 나의 글을 읽는 [여성분]들이 주로 읽었으면 한다.
책 읽기를 죽도록 싫어하는 세대에 살고 있다.
나는 그런데 여기에 반항한다.
책 읽기를 죽도록 좋아하고 있으니 말이다....
나라도 책을 읽는다. 세태에 반대로 사는게 나의 특기니까...

  • 구글출처 이미지 - 나의 서재도 이러기를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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