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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과 고전 이야기

명길묻50, 김인환의 [타인의 자유] 인문학적 성찰일기

by 코리안랍비 2022. 9. 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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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김인환 교수의 산문집은 정말 탁월하다.
    구글출처 이미지



‘독서의 실학적 가치’
명산문 <타인의 자유>를 읽고

"그러나 경험이 독서보다 반드시 삶에 더 유효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데에 독서의 신비가 있다.”- 김인환 <타인의 자유> 中에서


가끔 서점에 가서 책을 주문한다. 책을 주문하는데 남들이 찾지 않는 책들을 주문한다.

서점 주인은 “원장님, 이미 절판되었습니다.”

나는 아쉬움이 탄식을 한다. "아, 저런, 안타깝네요"

“원장님은 정말 구하기 힘든 책만 구하십니다. 그 이유가 무엇입니까?”

“예, 원래 좋은 책이나 대단한 책들이 주로 읽지 않는 책들입니다. 일반인들은 그저 읽기 쉽고 금새 공감이 오는 책들을 구하지요. 사실 ‘공감’이라는 미명아래 ‘사색’은 전혀 없지요. 그래서 저는 사색이나 성찰이 담긴 책들을 구합니다. ”

다행히 오늘 소개할 김인환 교수의 [타인의 자유]라는 산문집은 구할 수 있었다. 고려대 고 황현산 교수와는 절친이신 분인데 평생의 학문지기였던 두분이다. 세월이 지나면서 나에게도 ‘산문집’이 좋아진다. 산문집은 사색과 더불어서 성찰이 담겨 있어서 좋다.

김인환 교수의 [타인이 자유]를 펼치면서 나는 새로운 ‘경험’을 한다. 읽기가 무슨 경험인가? 읽기는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을 경험하게 해준다. 독서이론을 보면 ‘독서는 간접경험이고, 여행은 직접경험이다’ 라고 한다. 하지만 김인환 교수는 그런 주장을 뒤집는다. 이 책이 주는 가치가 바로 여기에 있다.

사람들은 이론보다 경험을 중시여긴다. 사람들은 판단보다 실천을 중시여긴다. 그런데 김인환 교수는 반대의 입장이다.

바로 [독서의 가치]라는 부분에서 이를 밝힌다. 이론보다 경험을 중시여기는 사람들의 특징은 이론을 무시하고, 주관적인 경험을 중시여기는 저급한 태도에서 나온다.

한때 탈무드를 어떤 저명한 교수로부터 배울 때 나는 몇가지 궁금한 질문을 던졌다. “탈무드에서 가장 탈무드에 가까운 사람은 누구입니까?” 이 질문에 “실천보다 이론에 충실한 사람”이다. 그 순간 나의 고정관념이 깨어지는 경험을 하였다. 당장은 ‘경험이 우선이 되고 실천이 우선이 될 것 같은데 반대로 이론과 바른 지식에 충실한 사람을 가장 우선으로 삼는다’ 라는 것이다.



나는 그 순간 생각을 바꾸기로 하였다. 그래서 책을 읽는 것을 통해서 나는 내가 해보지 못한 것과 가보지 못한 곳, 그리고 만나보지 못한 사람을 만날 수 있다는 ‘놀라운 장점과 가치’를 발견하였다.

단언하건데, 인간은 모든 것을 경험할 수 없다.
그래서 이론이나 관습이 존재한다. 이론과 관습은 경험과 책을 통해서 형성되고 축적되는 정립되어진 제도라고 할 수 있다. 이에 대해서 ‘아리스토탈레스’를 거론하고 싶다. 또한 다산 ‘정약용’선생을 거론하고 싶다. 이 분들은 ‘경험주의자’들이 아니다. 이들은 ‘이론가’들이다. 하지만 이들의 말과 이론이 수많은 사람들을 움직이고 경험주의자들로 만들었다. 지금도 그들을 따라서 움직이는 추종자들(followers)이 많다. 나도 그 사람들중에 하나이다.

이들은 사실 [탈무드적 인간들]이다. 하지만 이들은 단순한 이론가들이 아니다. 이들은 허학이 아닌 실학을 추구한 사람들이다.그래서 우리 인간들은 책을 통해서 지식을 습득하고 그렇게 습득된 지식을 현실에서 적용할 수 밖에 없는 유한한 존재인 것이 바로 인간이다.

모든 책은 비현실적인 개념장치로 현실적 자료들을 해석하려는 시도이다” - 21p.

그렇다면 독서는 반드시 해야 할 행위인 것이다.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은 자신의 몸의 감각을 믿는 것이다. 경험에서 얻은 지혜를 삶의 원동력으로 삼으려고 하는 것이고, [독서무용론]에 젖어 있는 것이다. 저자 김인환은 독서는 허학이 아닌 실학이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허풍치고 자랑하기를 좋아하나 하는 짓이 보잘것없는 사람을 소인이라고 부른다. 허학은 소인들에게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이다. 우리의 독서는 마땅히 실학이어야 한다.” - 24p.

[독서는 실학이다]

이론과 지식이 담긴 책들을 읽지 않고 경험만을 의지하는 사람들은 경험만을 통해 삶을 이해하고 인생을 제대로 영위할 수 있다는 ‘대단한 착각’을 갖고 있다. 이들은 자신의 경험과는 다른 경험을 가진 사람들에 대해서 ‘공감능력’이 현저하게 떨어진다. 자신의 경험과 비슷한 경험을 한 사람에게서만 공감을 느낄 뿐인데, 이런 경험을 공유하고 나눌 수 있는 사람이 과연 얼마나 될까...

그래서 저자는 ‘독서의 신비’가 바로 내가 경험하지 못한 것도 경험하게 하고, 상상하게 해주는 능력을 갖게 한다. 공감능력이나 상상력을 높이는 것은 경험보다는 독서를 통해서 길러진다.

"그러나 경험이 독서보다 반드시 삶에 더 유효하다고 단언할 수 없다는 데에 독서의 신비가 있다.”

저자의 ‘그러나’로 이어지는 부분을 3번 읽고 다음 나의 글을 읽어보라.
그렇다면 우리는 책을 어떻게 읽을 것인가?

궁금할 것이다. 이 글을 쓰는 필자도 [독서전략서나 방법서]를 약 30여권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느 한 책도 나에게 제대로 된 체화된 독서방법을 가르쳐주지는 않는다. 나는 그저 천천히 제대로 읽을 뿐이다.천천히 읽지 않아도 되는 책은 읽을 가치가 없는 책이다.

책은 우리가 시간을 들인 만큼 그만한 가치로 보답한다. 우리에게 무엇인가 소중한 것을 알려주는 것이다. 그러나 우리에게 중요한 것은 [책을 읽을 시간에 대한 확보]이다. 공부하면서 책을 읽는 것은 그리 어렵지 않으나, 일하면서 책을 읽는 것은 쉽지 않다. 자녀들을 양육하며 사업을 영위하며 책을 옆구리에 끼고 읽는 것은 어렵다. 하지만 책을 읽는 시간이 없다면 [토막시간]을 이용해야 한다. ‘급할수록 천천히’ 가는 지혜를 가지면 된다.

나에게도 서재가 있다. 약 만여권의 책들이 있는데 이 책들을 앉아서 3-4시간을 앉아서 읽을 수 있다면 나는 독서만 해도 되는 사람이다. 먹고 사는 문제에서 여유가 있는 사람이다. 과연 그러한 사람이 몇 명이나 되는가? 은퇴자이거나 실업자일 것이다. 그런데 이런 사람들을 위해서 책이 존재하는 것이 아니다. 정말 바쁘고 분주한 삶의 사이클에서도 토막시간을 내어서 책을 읽어나가는 1%의 용기만 있으면 된다.

필자도 토막시간을 이용해서 책을 읽는다. 천천히 읽는 ‘슬로우 리딩’을 하지는 않는데 저자의 말처럼 ‘허학에 빠진 소인배가 아니라 실학을 추구하는 대인배’가 되는 독서를 해야 함을 배운다.


저자 김인환 교수가 강조하는 독서는 [맥락의 독서]라고 한다. 책과 책은 서로 맥을 이루고 있다고 주장한다. 책과 책은 서로 연결되어 있다는 것이다. 인문학이 그렇다. 문학책은 역사책과도 연결되어 있고, 철학책과 법학책도 연결되어 있고, 음악책과 미술책도 연결되어 있다. 물리학과 수학이 연결되고, 어학과도 연결이 된다. 다양한 장르의 책을 읽는다고 해서 서로 단편적인 것이 아니라 서로 연결되어 있는 것이다. 영국의 계관시인인 존 던이 말한대로, “우리는 섬이 아니라 대륙의 일부”라는 말처럼 독서는 ‘대륙적’이다.

요즘 인터넷이 발달하고 정보의 홍수가 넘실대는 시대에 과연 ‘독서는 필요한가’라는 의문도 든다.그런데 저자는 말한다.

“사람들이 인터넷을 핑계로 하여 독서를 하지 않는 것은 ‘속물과 같은 존재’로 우왕좌왕하며 홍수에 허우적 거리게 된다”고 말한다.


독서는 우리가 현대의 속물이 되는 것을 막아주는 것이며,
우리의 현실보다 더 큰 현실임을 직시해야 한다.
상상력과 창조적 직관을 함양하는데 기여하는 독서 !!
자유로우면서 창조적인 독서!! 는 우리를 정직하고 관대한 사람으로 만든다.

농사짓는 농부가 물고기를 낚는 어부들이 책을 읽으면 이는 ‘취미’이다. 하지만 배우는 학생들이나 일하는 직장인들에게 책은 취미가 아니다. 거의 본업처럼 이루어져야 할 ‘창조의 힘과 개척의 정신’을 기르는 최고의 도구이다. ‘공감능력과 상상력’을 높이는 위대한 인류의 발명품이다.


“나는 읽는다. 고로 존재한다.”ㆍ

  • 구글출처 이미지 - 책은 숲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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