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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강연 이야기

쇼펜하우어로 철학하기, 이기적 유전자와 이타적 유전자

by 코리안랍비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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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단전재 절대금지> <어느 작가의 글 인용>


이기주의자에 대한 역발상

모든 끔찍한 집단 범죄들은 이타주의에 열광한 나머지 자신들의 이기심을 잊은 민족 끼리끼리 집단에 의해서 저질러졌다. '의식적이고 철저하게 이기주의자로 살아라'

"교통신호를 잘 지켜야 한다"고 말은 하지만 실제생활에서는 그렇게 하지 않는 사람들에게 사실 '이기주의자로 살아라'라는 표현은 철 지난 아주 싱거운 말로 느껴질 것이다. 굳이 그렇게 말하지 않아도 모두들 이기주의를 너무나 잘 실천하며 살아가고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또 한편으로는 '의식적이고 철저하게 이기주의자로 살아라'는 요구는 많은 사람들에게 충격적으로 들릴지도 모른다.

사람들은 물을 것이다. 모두가 사회의 통제를 받거나 예속되기를 거부하는 이기주의자라면 이 세상이 어떻게 되겠느냐고. 그러나 상식과는 달리 인류사의 가장 끔찍한 집단 범죄들은 광기어린 신념에 열광한 나머지 인간의 본성인 자신들의 이기심을 잊은 집단에 의해서 저질러졌다. 이기적 인간은 사회가 부과한 의무에 끌려 다니지 않고 자기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람이다. 그래서 모든 전쟁에서 가장 먼저 공격받는 것은 언제나 개인주의와 이기주의다. 종교적•정치적 박해는 언제나 다른 사회 또는 사회 내의 개인들을 없애거나 힘으로 제압하려는 공동체에서 나온다. 서구사회와 이슬람세계의 끔찍한 대립을 보라. 폭력이 지배하는 가족, 증오를 부추기는 그룹, 공격적인 성향의 집단이 그들이다. 반면에 이기주의자들은 툭하면 정의를 부르짖는 표리부동한 사람들도 아니다. 그들은 진짜 평화주의자에 속한다. 사람을 없애 버리고 나면 그에게서 이익을 얻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진짜 이기주의자는 장사꾼처럼 피부 색깔이나 종교에는 상관치 않고 모든 사람에게서 이익을 얻으려고 한다.

대개 큰소리로 개인의 희생을 강요하는 이타주의의 설교자들은 자신보다는 남을 희생시키는 존재다. 역사를 놓고 봐도 공공연히 이기주의자임을 자처한 사람들은 세상의 모든 사회사상가와 이상주의자들에게 언제나 도전의 대상이 되었다. 사실 다른 사람에게 의존하지 않는 '히피'같은 이기주의자들과는 자본주의의 효율성을 논하기는커녕 국가를 만들 수도 없다. 원칙적으로 세상의 더 높은 가치보다 개인의 행복을 더 중히 여기고 자신만을 사랑하는 사람들은 모든 독재 체제에는 위험한 존재다. 양심적인 병역거부자 같은 이기주의자는 자신에게 주어진 모든 기회를 이용하여 도망병이 될 것이다. 그는 국가의 위대한 목적을 위해 적을 사살할 생각도 소중한 자신의 머리를 바칠 생각도 없기 때문이다.

60년대 서구사회에서 진짜 문화혁명을 만들어낸 주체들은 대학내의 좌파 집단이 아니고 과격하고 개인주의적인 '히피' 집단이었다. 또 스탈린 장벽체제를 무너뜨린 사람들은 자유사상가나 민권운동가들이 아니라 개인적인 행복을 갈구한 동독 시민들이었다. 물론 그 동독탈출의 영웅들은 모든 시대의 이기주의 형제 자매들과 마찬가지로 고귀한 도덕가들의 찬양을 받지는 못했다.

결국 원하는 것을 이루려면 남들의 이익을 위해 힘을 쏟지 말고 나 자신을 위해 모든 역량을 집중시켜야만 한다. 객관주의 철학에 따르면 궁극적으로 인간은 모두가 자기 자신으로 끝난다고 본다. 각 개인은 자신을 위해 살고, 남을 위해 자신을 희생하거나 자신을 위해 남을 희생시켜서는 안 된다. 이기주의 철학은 사랑 조차 이기적인 행동으로 규정한다. 인간은 자신의 삶을 풍요롭게 만들고 기쁨의 원천이 되기 때문에 타인을 사랑한다. 타인을 향한 사랑은 사랑하는 사람과의 교류에서 얻는 행복감에서 비롯된다.

하여튼 진짜 이기적 인간은 모든 주어진 가능성을 통해 자신의 이익을 도모한다. 이기적 행위에 집중하는 동안에는 다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조차 알아 차리지 못한다. 그들은 모든 사람들의 사랑을 필요로 하지 않을뿐더러 자신의 행동 하나 하나에 대해 모든 사람들이 인정해주었으면 하는 희망도 품지 않는다. 그것은 도덕적으로 바람직하지는 않지만 개인에게 도움이 되고 사회 전체에도 유익한 것이다. 사실 모든 사람들이 자기 자신의 이기주의에 충실하면 충실할수록 세상은 더 평화로워질 것이다.


우리 주변에는 이 세상 모든 사람들에게 좋은 평을 듣는 것을 최고의 낙으로 삼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어쨌든 "그 사람은 법이 없어도 살 착한 사람이야. 누구나 좋아할 정도로 적이 없어."라는 소리를 듣는 것이 형식적이나마 최고의 찬사가 된 것은 사실이다. '누구에게나 친절하다', '남을 잘 도와준다', '상냥하다'라는 말들도 마찬가지다. 그런 특성들이 주위 사람에게 인정을 받는 것은 어쩌면 당연하다고 볼 수 있다. 그러나 우리가 필요할 때면 언제 어디서나 홀연히 나타나 우리를 돕는 영화 속 '홍반장' 같은 그런 사람들은 남에게 조종당하기가 쉽다. 또한 우리가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는 희생자 유형이다. 그들은 남들의 마음에 들기 위해 자기 영역을 지키는 대신 차라리 양보하는 편을 택한다. 그런데 왜 무엇 때문에 갖은 희생을 감수하는 것일까? 그것은 자신의 보호와 안전을 남들에게서 구하려 하기 때문이다.
이타적이고 외부 지향적인 사람은 모든 사람의 마음에 들고 또 모든 사람의 비위를 맞추려고 한다. 그런 사람은 정작 자기 자신에게서는 만족을 느끼지 못할 것이다. 자기를 이용하는 소수의 사람들에게 이들은 존엄한 개체로서가 아니라 언제나 희생을 대신 할 수호천사로 비친다. 이들에게는 자신의 희생만 있을 뿐, 자신만의 인생관이나 자기 영역은 없다.

원래 인간은 선한지도 모른다. 그러나 착한 인간들에게 대부분의 사람들은 악으로 보답한다. 대부분의 인간들은 천성적으로 배은망덕하기 일쑤고, 변덕이 죽 끓듯 하고, 위험을 피하고 싶어하고, 재산에 눈이 먼 속물이기 때문이다. 그들은 자기의 이해가 얽히게 되면 서슴없이 인간관계마저 끊어버리는 속물이다. 그들이 당신과 함께 하는 것은 위험이 멀리 있을 때 뿐이며 위험이 닥치게 되면 그들은 금방 당신에게서 등을 돌린다. 정치인들은 말을 바꾸기가 일쑤고, 정부는 늘 말뿐인 혜택을 내세우지만 세금을 걷어가기 바쁘며, 회사는 언제든 우리를 헌신짝처럼 버릴 준비가 되어 있다. 가족에겐 늘 사랑이란 이름으로 헌신을 강요 당하고 절친한 친구들에겐 우정이란 이름으로 나의 개인생활을 내줘야 한다. 다른 사람에게 배려한답시고 마음에도 없는 소릴 해야 하고, 내키지 않는 호의를 베풀다가 오히려 화를 부르기도 한다.

어떤 경우에는 대가 없는 동정을 베풀거나 선행을 하면 할수록 더 많이 줘야 한다는 압박에 시달리게 된다. 세상에는 매사 받는 것이 당연한 권리인 것처럼 생각하는 사람들도 많다. 그래서 착한 사람들은 단지 친절하려고만 했을 뿐인데 자신을 공격에 노출하는 꼴이 되고 말 수도 있다.

그래서 우리는 때로 더욱 철저히 이기주의자로 살 필요가 있다. 당신이 자수성가한지 얼마 되지않는 경우에는 우선 재산을 지키는데 주력해야 한다. 자비롭고 후하다는 평판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후한 것만큼 자기 소모적인 것은 없다. 후하게 행동하면 할수록 점점 더 후하게 행동할 수 없게 된다. 결국 빈곤해져 멸시 받거나 빈곤을 면하기 위해 노력하다가 탐욕스러워져 미움을 받게 될 것이기 때문이다. 부자는 무엇보다도 사람들에게 멸시나 미움을 받는 것을 피해야 하는데, 후한 인심은 이 두 가지 결과를 모두 초래하고 만다. 그러므로 후하지 못하다는 평판을 듣는 것이 더욱 현명하다. 인색하다는 평판을 들을지라도 증오를 불러일으키지는 않을 것이다. 이것이 후하다는 평판을 얻으려다 결국 탐욕스럽다는 평판을 듣게 되는 것보다 훨씬 낫다. 주위 모든 사람들에게서 이익을 얻으려는 탐욕스러움은 악평은 물론 증오심까지 불러 일으키기 때문이다.

어쨌든 사회적으로 지탄받는 이기주의자 유형이 없다면 불황이 온 세상을 지배할 것이다. 이기주의나 허영심에 근거한 개인들 사이의 경쟁이 산업의 발달을 촉진하고 그 결과 초래되는 생산력의 증대가 모두에게 커다란 혜택을 준다는 사실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실제로 자본주의 사회에서는 개인과 집단, 국가 모두가 이익을 추구한다. 비영리단체들도 수입이 없으면 문을 닫을 수 밖에 없다.
우리 사회는 이건희나 정몽구가 사재를 털어 기부를 하는 것보다는 그들이 삼성과 현대라는 기업제국을 운영하고 있다는 사실에서 훨씬 더 큰 이익을 얻고 있다. 기업이익의 사회환원이라는 숭고한 뜻보다는 순전히 자신들의 이기적 의도에서 출발했다고 하더라도 그것이 우리에게 무슨 상관이겠는가?



대부분의 사람들은 철저히 주관적이어서, 그들 자신 외에는 사실 아무런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 누가 무슨 말을 해도 늘 자신의 상황만 생각한다. 그러나 약간이라도 자신에게 영향을 주는 이야기만 나오면 모든 관심을 기울인다. 《쇼펜하우어 1788~186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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