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비들의 평생공부법
저자 김병완
나이가 44세의 젊은 김병완 작가가 놀라운 책을 지었다.
바로 조선시대 공부의 신으로 불리운 14인의 공부 비결을 담았다.
그는 어려서부터 책을 많이 읽고 자란 세대이다.
가난하고 어려운 시절에 책은 그의 벗이요 기쁨이었다.
그가 1만권 독서를 하고 나서는 글이 술술 써지게 되었다고 한다.
현대에 와서 책은 정말 홀대를 받고 있다.
그런데 아주 오래전도 아닌 선비들은 정말로 서책을 가까이 하고
그 서책을 평생의 즐거움으로 삼았다.
공신 - 공부의 신
저자가 뽑은 사람들은 우리가 익히 아는 이들이다.
다산 정약용, 율곡 이이, 퇴계 이황, 남명 조식, 연암 박지원, 화담 서경덕,
거기에 청장관 이덕무를 소개하고 있다. 나는 이 공부의 신들을 어려서부터 접해 왔다. 조선의 왕들은 기억하지 않아도, 조선의 대학자들과 선비들은 기억한다.
그 연유가 바로 아버지의 [독서편력]에서 왔고, 나의 사부요 스승인 [독서왕 목사님]으로부터 왔다. 나의 옆구리에는 늘 책이 있었고, 지방대 학생이었지만 가장 많은 책을 읽은 청년이었다.
충청지역에서 한학을 하신 아버지는 율곡 이이 선생을 좋아하셨다.
율곡 이이 선생은 구도장원공이 될 정도로 9번 과거급제를 장원으로 한 사람이다.
천재가 아닐 수 없다. 그는 한번 본 책은 잊어버리지 않을 정도로
뛰어난 두뇌의 소유자였다. 그리하여 그는 충청지역의 기호학파의
거두가 될 수 있었다. 율곡 이이 선생은 50을 넘기지 못하였다.
너무 공부만 하고 높은 관직생활을 하면서 많은 스트레스와 트라우마에 시달렸을 것이다. 천재는 단명한다. 다재다병이라고 하였다.
나는 이들 중에서 누구를 제일로 꼽을 수 있을까?
아마도 최고는 다산 정약용 선생일 것이다.
그는 유배지에서 18년동안 약 500여권의 책을 저술하였다.
그의 500여권의 책은 [여유당전서]로 남아 있다.
이것은 사람으로서는 도저히 할 수 없는 기적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다산의 공부법은 '백독백습'이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책을 읽으면서 동시에 손을 움직여서 필기를 하고 필사를 하였다. 책을 읽으면서 필사를 하였다는 것은 그가 뛰어난 두뇌회전과 더불어서 기억력이 대단하였음을 보여준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인문학을 강조하였는데, 인문인은 반드시 책을 읽을 것과 더불어 반드시 글을 써야 균형이 잡힌 인문인으로서 자리매김을 할 것이라고 강조하였다. 예산에 [추사고택]을 방문하거나 과천의 [괴지초당]에 가면 추사 김정희 선생의 정신세계를 만날 수 있다.
하지만 이 14명 중에서 단연 독서의 대가
간서치 하면 바로 이덕무 선생을 꼽을 것이다.
나는 간서치 이덕무 선생의 책을 읽다가 그만 놀라서 자빠질 뻔했다.
그의 글은 간결하면서도 우아하고
우아하면서도 올곧고
올곧으면서도 가볍지 않다.
그는 남성적인 글과 여성적인 글을 다 쓸 수 있는
천하 제일의 문장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는 평생에 읽은 책이 2만권이 넘었다.
평소 독서력을 자랑하는 나 자신은 1만권 독서의 사람이다.
1만권 독서를 하려면 하루 종일 책을 붙잡고 살아야 한다.
이덕무 선생을 존경하는 이유는 바로 그가 규칙적으로 많은 책을 읽었을 뿐만 아니라 많이 쓰는 것으로 유명하다. 그의 독서법은 5번 독서였다.
그는 자신에게 들어온 책을 5번을 읽고 되뇌이면서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그의 공부법은 다산과도 흡사하다. 다사만큼 많은 저술을 하지 않았으나
가장 많은 책을 읽은이는 단연 이덕무 선생이 제일이다.
그는 정해진 시간에 정해진 횟수만큼 시간관리를 하면서 책을 읽었다.
사람이 시간을 정해서 읽는다는 것은 보통 정신력이 아니다.
그는 몸이 아파 책을 읽을 수 없을 때가 아니면 절대적으로 자신이 정한 규칙을 깨지 않았다.
청장관 이덕무는 어려서부터 가난하고 힘들게 살았다.
그는 정통이 아닌 서자로 태어나 스스로 스승도 없이 혼자서 공부에 전념하였다.
그는 하루도 빠짐없이 책을 읽고, 당대의 유명한 사람들과 교류를 하였다.
실학자였던 박제가, 성대중, 오정근, 유득공, 홍대용 등이 그와 교류한 인물이다.
추사 김정희 선생은 그를 가장 존경한 인물이다.
정조가 가장 아낀 이가 다산과 더불어서 이덕무였다.
그가 남긴 [청장관전서]는 한국의 규장각에 비치가 되어 있다.
그리고 지금은 사람들에게 공개되어서 읽을 수 있도록 편찬이 되었다.
이전의 선비들은 자신의 이름을 얻기 위해서 공부를 하지 않았다.
독서를 하여도,
공부를 하여도,
그들은
그 독서 그 자체
그 공부 그 자체를 즐겼던 인물이다.
유배지에서도 탐독에 탐독을 하고, 탐학에 탐학을 했던 것이다.
지금의 세대는 어떠한가?
책도 읽지 않는다.
생각도 하지 않는다.
원시인들보다
자신의 부모세대들 보다 머리는 아둔하다.
인터넷과 유투브에 푹 빠져서 '스크린 바보'로 전락하고 있다.
이들이 만든 컨텐츠를 보면 차라리 쓰레기통에 버리고 싶다.
출판사에서 만드는 책들도 거의 기획되어서 나오고
명작은 이제 찾아볼 수 없다.
그저 있다면 고전만 남은 것이다.
선비들의 공부법이나 독서법을 다룬 김병완 선생의 책은 그래서
귀하고 좋은 책이다.
공부하고 책을 읽는다는 것은 어떤 방법론은 필요 없다.
공부하다보면 책을 읽다보면 방법이 생긴다.
그 방법들은 자신에게 맞는 방법들이다.
탈무드에 이런 말이 있다.
"사람은 방법을 찾고 신은 인간을 찾는다"
공부하고 독서하는 사람은 외롭지 않다.
공부와 독서에서 인생의 길을 찾고, 즐거움을 찾고,
삶의 원동력을 거기서 얻은 것이다.
나 자신도 어려서부터 누가 알아주든 알아주지 않든
책과 씨름하며 지내왔다. 세월이 지나서 이제는 책도 쓰는 작가가 되었다.
마음속에 몇 천권의 책이 있으니 이제는 글이 흘러 나온다.
선비들의 공부법이나 독서법을 아는 것도 중요하지만
나는 나만의 공부법이나 독서법이 있다. 그것은 오랫동안 쌓아온
내공에서 비롯되는 것이다.
나도 '책만 읽는 바보'로 지냈다.
세상 물정도 잘 모르지만
세상 자랑도 할 줄도 모르지만
적어도 책에 대해서는 자타가 공인하는 사람으로 남고 싶다.
작년까지 나는 5000권 정도의 책을 기증하였다.
조만간 연말에는 2-3000권의 책을 대학 도서관에 기증을 한다.
책이 없어서 못 읽는 것이 아니라
책이 있어도 안 읽는 현실이 개탄스럽다.
가난해도 책을 읽을 수 있는 여유와 미덕이 있어야 한다.
나는 책을 읽지 않는 사람을 이제는 만나지 않기로 하였다.
책을 읽지 않고, 교양과 인문을 다룰 수 없다.
삶의 깊이와 넓이와 높이를 갖출 수 없다.
나는 나 스스로가 바보가 되어서
평생의 친구인 책과 더불어 계속해서 살려한다.
그리고 책을 쓰고, 이덕무처럼 가난한 날의 행복을 즐길 것이다.
오랫만에 좋은 책을 만나서 기분이 좋다.
이러한 날에는 하루 종일 밥을 굶어도 배부르다.
나보다 젊은 후배의 책이지만
불치하문의 자세로 다시 한번 읽어보련다.
추운 겨울 호모 부커스(Homo Bookers)가 되어 보라.
호모 부커스는 책을 읽는 인간이다.
책을 읽는 인간은 지금 시대와는 어울리지 않을 지 모른다.
그러나 책을 읽지 않는 인간은 지금 시대의 무덤에 갇힐 것이다.
나이가 드니 서서히 내가 할 일이 생긴다.
바로 책을 읽으며, 책을 쓰는 일이다.
앞으로 쓸 책들이 참으로 많다.
21세기 간서치가 되고, 선비가 되어서 명작 하나는 남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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