잊는 것과 잊혀지는 것
호모 메모리즈
사람들은 나에게 가끔씩 말하기를 '기억력이 너무나 좋습니다."
어려서부터 공부한 것이나 읽은 내용들을 잊지 않는 속성이 다른 친구들보다 강하였다. 그것은 '무엇인가 기억하고자 하는 욕구가 남들보다 강한 탓'이었다.
그래서 그런지 머리가 좋은 것보다 기억력이 좋은 것이 때로는 나에게 성가시런 것이었다. 좋은 기억만 있는 것이 아니라 나쁜 기억을 너무 오랫동안안 붙잡는 버릇이 생긴 것이다. 좋지 않은 기억은 평생을 간다. 그 기억이라는 것이 자칫 나에게는 '트라우마'로 다가온다.
좋은 기억과 나쁜 기억은 큰 차이가 있다.
좋은 기억이라는 것은 자주 생각나지 않은 기억이다.
좋은 기억이라는 것은 나에게 그냥 간편기억이다
하지만 좋지 않은 경험이나 상처는 정말 오래간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기억이다.
그 좋지 않은 기억은 평생에 영향을 미치기도 하지만
내가 몸을 담고 있는 가정과 회사에서도 영향을 미친다.
그리하여 그 사람을 만들어간다.
사람은 누군가에게 무엇으로 남고 싶어 한다.
누군가에게 기억되고 싶은 욕구가 있다.
하지만 망각하고 싶은 욕구도 있다.
그래서 나는 사람을 동물과 구별할 때
'기억'이나 '망각'이라는 것으로
판단한다. 물론 파스칼은 인간과 동물을 구별할 때, '생각하는 기능'으로 구별하였지만 나는 반대로 '기억과 망각'이라는 단어로 구별하고 싶다. 그것도 사람을 구별하는 것도 '기억과 망각'으로 구별한다.
사람은 누군가를 기억하면서 살아간다.
좋은 기억이든 나쁜 기억이든 사람은 기억의 존재이다.
그런데 때로는 잊혀지기 원하는 사람은 찾기 힘들다.
인간은 다른 인간과 어울리며 살아야 한다.
그래서 사람은 자신들이 기억하는 사람만 기억하려고 한다.
그러면서 자신은 익혀지지 않는 존재로 남기를 염원한다.
내가 무엇인가와 누군가를 잊어버린다면 나의 전 존재의 의미는
크게 손상한다. 자존감은 추락하고, 서서히 사람의 관계는 느슨해지고 결국 끊어지게 된다.
심지어 죽음으로 이어진다.
잊혀지는 것은 곧 버려지는 것이다.
버려진다는 것은 고통이다.
버림받은 고통은 정말 큰 고통이다.
내가 지도한 학생중에 진호라는 학생이 있다.
그 친구는 정말 머리가 좋고 비상한 학생은 아니었다.
초등학교 3학년 시절 부모로부터 버림을 받아 시설아동이 되었다.그 아이를 초등학교 6학년때 받았는데 그 아이에게 물어 보았다.
부모에 대한 기억부터 시작해서
그 어린 마음에 상처
그리고 버림 받은 고통에 대해서 나누었다.
십자가에 달린 예수께서는
"아바 아버지여 어찌하여 나를 버리시나이까?" 하면서 말했다.
성자도 버림받은 고통이 얼마나 큰지 아셨다.
하지만 진호는 그 고통을 안고 오로지 자신이 할 수 있는 것은
열심히 공부하는 것이었다. 평소 친구들과도 어울리지 않는 성격이 생겼고 오로지 책과 공부하는 것에서 위안을 얻은 친구였다. 중학교를 마칠 때는 전교 2등으로 마쳤고, 마이스터고 3년 장학생이 되었다.(2020년도이 글이다. 지금 진호는 충남 내포에서 공무원으로 근무한다. 공무원 시험에 수석으로 합격하여 최초의 학생최고점수로 공무원이 되었다.)
나는 그 아이에게 "성공하는 것이 최고의 복수다" 라고 하였다.
반드시 이 말을 기억하며 성공하여 최고의 복수를 하여라.
다만 부모들보다 더 나은 인간이 되도록 부탁하였다.
그 아이에게 나는 자존감을 심어 주었다.
그 아이가 마음을 바꾸고 생각을 바꾸면서 더 나은 사람이 되도록 노력하였다.바로 다른 이들에게 잊혀지지 않는 사람이 되기 위해서 노력하는 것이다
살면서 많은 사람들을 만나다.
하지만 금새 잊혀지는 존재도 많다.
out of sight, out of mind
눈에서 멀어지면 마음에서도 멀어진다.
하지만 눈에서 멀어진다고 해서 마음에서도 멀어지지 않는
각별하고 특별한 사람들이 있다. 그러한 사람을 나는 '친구'라고 부른다.
하지만 자존감이 떨어진 사람
자존심은 여전히 남아 있지만 스스로에 대한 존중감이 많이 떨어진 사람은
그 자존감을 회복하지 않으면 안된다.
가끔씩 심리학서를 보면서 떨어진 자존감을 회복하는 방법을 찾고자 하여도
그리 뾰족한 방법이 그리 없다. 교육학서를 보아도 마찬가지다.
오랫동안 독서를 하고 많은 책을 소장한 장서가이지만
여전히 '심리학이나 교육학서'가 나의 근본적인 변화를 이끌었다는
내적 증거는 없다. 자존심이나 자존감을 높이는데 그러한 서적들이
결정적인 역할을 하지 않는다. 결국 나를 만드는 것은 나 자신이다.
다만 내가 깊이 고민하고 생각했던 것들은
정말 나의 존재를 밝히는 등불이 되었다.
우리는 스스로 다른 사람에게 잊혀지지 않는 존재가 되려고 애를 쓴다.
그리하여 여기저기 사람들을 만나는 것을 즐겨한다.
하지만 새로운 사람을 만난다고 해서 그의 기억하고 싶고 기억받고 싶은
의식이라는 것이 그리 평안을 주지는 못한다.
잊혀짐에 과도하게 민감한 반응을 보이는 사람은 정치인이고 연예인이다.
이들은 인기를 먹고 사는 사람들이다. 정치인이나 연예인이 사람들로부터
잊혀진다면 그의 정치생명이나 배우생명에 치명적이기게 된다.
나 자신도 이 글을 쓰면서 돌아본다.
먼저 나 자신의 자존감이 수치가 그리 높지 않더라는 것이다.
이상하게도 남들 눈에는 자존감이 높을 것 같지만 근거없이 자존감만 강하지
도리어 열등감이 내 속에 너무나 많다는 것을 발견한다.
나 스스로에게 위로하고 격려하기 보다
다른 사람들의 위로와 격려를 받으려고 무던히도 애를 쓰는 모습을 보았다.
자존감이나 자신감이 약해질수록 내 자신이 남들에게 잊혀지지 않은 존재가 된다는 것은 감당하기 힘든 고통이었다. 그래서 수시로 잊혀질만 하면 전화를 하고 연락을 하였다. 그저 그립다는 말로, 보고 싶다는 말로 표현하지만 결국 내 속으로는 '나를 기억해 달라'는 메세지를 계속해서 보내고 있는 것이다.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것은 결국 남이 아닌 나 자신이 잊혀지는 것이다.
남이 아닌 나 자신이 잊혀진다는 것
그것은 치매보다 더 고통스러운 것일지도 모른다.
소크라테스는 '너 자신을 알라'고 하였다.
그 말을 이 글을 쓰면서 다시 생각해 보고 생각해 보았다.
그것은 바로 '나'란 존재를 정말 잘 아는가? 라는 것이다.
나는 누구일까?
나는 과연 누구일까?
내 속에 있는 또다른 나는 누구일까?
나란 존재는 고착된 존재가 아니다.
나란 존재는 다른 이들과 연결되어 있는 존재이다.
나란 존재는 끊임없이 생성되어지는 존재이다.
때로는 현재의 상황을 잊고 새로운 미래를 맞이하고 싶어하는 존재이다.
사람은 '기억과 망각'을 수시로 일삼지만
잊고 싶어도 잊지 못하는 것이 많다.
잊고 싶지 않아도 잊어지는 것도 있다.
자꾸만 잊혀져가는 사람이 되어 가는 것은 슬픈 일이다.
하지만 더 슬픈 것은 바로 잊혀지는 고통보다 바로 마음을 잃어버리는 것이다.
마음을 잃어버린 사람은 그 마음을 찾기 전까지는 외로움과 고통속에서 괴로워한다.
어느 시인의 말이 생각난다.
"인간은 결국 혼자이다.혼자왔다가 혼자 가는 것이다."
인간은 혼자이지만 그러나 잊혀지지 않으려고 하기에 더불어 사는 존재이다.
외로운 사람끼리 가슴을 부비며 살아가는 존재이다.
우리가 잊혀지지 않는 존재로 살아가려면 많은 노력을 해야 한다.
남과 관계를 맺으며 살아가는 것은 곧 잊혀지지 않는 즐거움을 가져다 준다.
로널드 페어베언은 "우리가 남과 관계를 맺는 것은 남에게서 나를 발견하기 때문이다." 라고 하였다.
남에게서 나를 발견한다. 는 것은 곧 잊혀지지 않고 기억되는 존재임을 말한다.
우리는 축복속에서 기억하는 이름이 되어야 한다. 그래서 남을 대할 때 나 자신을 사랑하듯 대해야 한다. 혼자 사는 즐거움과 자유는 곧 좋지 않다. 남들로부터 잊혀지는 고통을 수반하기 때문이다.
잊을 것은 잊어야 하지만
잊혀지지 않는 사람으로 남으려면
우리는 현재에 충실하면서
미래를 창조하는 노력을 같이 해야 한다.
마음은 절대 잃어버리지 말아야 한다.
스스로에게 친절하고 관대한 마음을 갖고
다른 이들에게 따뜻한 인상을 주어야 하고
친절하고 배려하는 마음을 갖추어야 한다.
나도 다른 이들에게 기억되는 존재
잊혀지지 않는 존재로 남고 싶다.
그래서 오늘도 이렇게 마음을 들여서 글을 쓰는 것이다.
또한 사람들과 소통하는 것이다
나에게 소통은 숨통이다.
호흡하며 내가 살아갈 이유를 준다.
잊혀지지 않으려는 마음의 언어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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