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의 생은 짧다.
자신만의 유언을 남겨라.
시인 장석주의 글을 읽다가
[묘비명에 "애쓰지 마라" 라고 쓴 찰스 부코스키]에 대한 글이 나왔습니다.
재미있는 글이어서 다각도로 그와 관련된 글을 찾아보게 되었습니다.
유언들을 보면 그 사람의 생애가 담겨 있습니다.
미켈란젤로의 묘비유언이 기억이 납니다.
"재산은 아들에게, 육신은 땅에게, 영혼은 하나님께 드린다"
버나드 쇼의 묘비유언도 기억이 납니다.
"우물쭈물 거리다가 그럴 줄 알았어" 재미있는 묘비명입니다.
오늘은 찰스 부코스키라는 대단한 인물,
그 사람의 글을 여기에 남깁니다.
묘비에 '애쓰지 마라(Don't Try)'라는 말을 남겼다면 그가 어떤 사람인지 알고 싶은 궁금증을 불러일으킵니다.
평생 밑바닥 삶을 전전하며 작품을 써서 '빈민가의 계관시인'이라는 호칭을 얻은 찰스 부코스키(Charles Bukowski)가 주인공입니다.
그는 1920년 8월 16일 독일 안더나흐에서 태어나 세 살 때 미국 로스앤젤레스로 이주했습니다. 열네 살 때 D H 로런스, 도스토옙스키, 투르게네프, 고리키, 헉슬리, 싱클레어 루이스 등의 책을 도서관에서 빌려다 밤새워 읽었다고 합니다.
노동자 아버지는 아들에게 "불 꺼!"라고 소리 질렀습니다. 침대 시트 속에 전등을 넣고 책을 읽다가 시트에 불이 붙어 연기가 솟은 적도 있었다고 합니다.
부코스키는 대학을 중퇴하고 스물다섯 살 때 첫 단편을 발표했으나 반응이 신통치 않았습니다.
술에 빠져 중독자로 날품팔이 잡역부, 철도 노동자, 트럭 운전사, 경마꾼, 주유소 직원, 우편 집배원 같은 일을 전전하며 살았습니다. 어둠 속을 헤쳐 나가듯 고단한 세월을 견디며 얼마나 술을 마셔댔던지 어느 날 입과 항문으로 피를 분수처럼 쏟아냈습니다. 군 종합병원 자선병동에 실려가 치료를 받았습니다.
의사는 술을 더 마시면 죽는다고 경고했지만 술을 끊지 않았습니다. 쉰 살 때 돌연 "우체국 의자에 앉아 죽고 싶지 않아!"라며 우체국에 사표를 던지고 타자기를 구해서 글을 썼습니다. 1971년, 14년 동안 일한 경험을 바탕으로 '우체국'이라는 자전 소설을 쓰고, '사랑은 지옥에서 온 개' 같은 시집을 잇달아 내놓았습니다.
“일주일 동안 글을 쓰지 않으면 몸이 아픕니다.
나는 타자를 쳐야 해요. 누가 내 손을 잘라버리면
나는 발로 타자를 칠 겁니다.”
_ 찰스 부코스키
미국 문단의 가장 거칠고 이색적인 작가이자 전 세계 열혈 독자층을 만들어내며 전설이 된 찰스 부코스키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테마 에세이 삼부작 시리즈’ 《고양이에 대하여》 《글쓰기에 대하여》 《사랑에 대하여》. 부코스키의 삶에서 떼려야 뗄 수 없는 세 가지 ‘고양이’ ‘글쓰기’ ‘사랑’에 대한 글들을 엮은 가장 최근의 작품집으로, 작가 부코스키의 인생과 인간 부코스키의 속내가 유쾌하면서도 뭉클하게 다가옵니다.
‘위대한 아웃사이더’로 불리는 작가 찰스 부코스키의 모든 것을 만날 수 있는 보기 드문 기회일 뿐 아니라, 그의 묘비에 적혀 있는 “애쓰지 마라(Don't Try)”는 말처럼 어떠한 치장이나 가식 없이 단순하고 솔직하게 쓰인 문장은 독자의 마음을 뒤흔들기에 충분합니다.
말 그대로 ‘진짜 자신의 삶’을 살아낸 ‘타고난 작가’만이 전할 수 있는 울림입니다.
부코스키는 대공황과 전쟁을 겪고 술과 노동으로 생을 이어갔다. 그는 거친 삶을 가식 없는 문체로 써내 독자의 마음을 흔들었다. 열혈 독자층도 생겼습니다.
1994년 3월 3일, 백혈병으로 죽을 때까지 서른 권이 넘는 시집, 장편소설 여섯 권, 산문집 열 권을 남겼습니다. "단 한 사람이라도 구할 수 있는 자가 세상을 구하는 법이다. 그 외에는 허풍쟁이 낭만주의자 혹은 정치가다"라는 말은 두고두고 새겨볼 만합니다.
그건 어쩔 수 없어 (No help for that)
- 찰스 부코스키
가슴속에 결코 채워지지
않는 자리가 있다
어떤 공간
그래서
최고의 순간에도
그리고
가장 좋은
시절에도
우리는 알게 되지
우리는 알게 되지
어느 때보다 또렷이
가슴속에 결코 채워지지
않는 자리가 있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리고
또
기다리지
그 공간에서.
*
There is a place in the heart that
will never be filled
a space
and even during the
best moments
and
the greatest times
times
we will know it
we will know it
more than
ever
there is a place in the heart that
will never be filled
and
we will wait
and
wait
in that space.
아우구스티누스는 [고백록]에서
"우리의 마음속에는 그 무엇으로도 채울 수 없는 공간이 있다." 라고 하였습니다.
맞습니다. 우리는 그 공간이 있다는 것을 인지합니다. 찰스 부코스키는 그 공간을 잘 알고 있는 것 같습니다. 시인의 눈은 예리합니다.
누구에게도 채워지지 않는 갈증이나 목마름이 있습니다. 인생의 최고의 순간에도 그 공간이 생깁니다. 우리가 살아오면서 그 공간을 우리는 안고 갑니다. 그래서 우리는 기다리고 기다리는 것입니다.
사무엘 베켓의 [고도를 기다리며]라는 희곡도 뭔가 알듯 말듯한 그 공간을 가지고 있는 두 사람이 올지 안올지도 모르는 고도를 기다립니다. 우리는 기다리는 존재입니다.
독일태생의 미국인인 찰스 부코스키는 늦게 핀 작가입니다.
35살까지 여러 출판사들을 전전했으나 어느 출판사도 그의 글을 인정해주지 않았습니다. 접시닦이, 트럭 운전사, 주유소 직원, 주차요원, 우체국에서 일하며 틈틈이 시를 썼습니다. 폭력과 섹스가 난무하는 대도시의 밑바닥을 경험한 시인이 아니고는 쓸 수 없는 구체적인 이미지와 생생한 언어, 그의 작품에 배어 있는 독한 술 냄새와 처절한 절망을 통해 미합중국이라는 거대한 환상, 그 환상을 먹고사는 하루살이 인생들의 ‘뒤집힌 아메리칸 드림’을 읽어 낼 수 있습니다.
그를 잘 모르는 분들은 거침없는 그의 표현을 보면 알 수도 있습니다.
“지식인은 쉬운 것을 어렵게 말하고, 예술가는 어려운 것을 쉽게 말한다.” “신중한 사람들이 너무 많다. 그들은 연구하고, 가르치고, 그러곤 망친다”
그는 촌철살인의 대가입니다. 그는 술을 좋아하여, 74세에 알콜중독자로 생을 마칩니다. 시집과 소설, 에세이, 서간집을 포함해 45권이 넘는 책을 세상에 내놓았다니.
채워지지 않은 마음의 면적이 여의도보다 넓었나봅니다.
찰스 부코스키는 미국을 대표하는 시인으로 자리를 잡은 인물입니다. 오늘 그를 만나 보기를 바랍니다.
내일은 지갑을 열어서 [찰스 부코스키]를 사십시오.
후회 안합니다.!! 그렇다고 유언을 미리 준비하지는 마십시오. 아직은 때가 아닙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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