갈대꽃,
여공(與恭)과 민자건(閔子騫) 이야기
사모곡 思母曲
어머니를 그리며(지은이 송말 여공 선사)
서리에 스러진 갈대꽃을 보노라니
눈물이 옷깃을 적신다
사립문에 기대 선 백발 어머니를
더 이상 뵈올 수 없게 되나니
작년 오월 장맛비에 한창이던 때였지
가사를 전당 잡히고 쌀팔아 비집에 돌아왔는데.
어버이날을 맞이하여 다시 孝를 생각하는 시간을 가졌습니다.
효는 ‘백행지근본’입니다. 사람은 많은 생각과 행동을 합니다.
그런데 수많은 행동중에 가장 근본이 孝입니다.
사람들은 자신을 낳아준 부모에 대한 은혜를 기억하면서 효를 행합니다.
은혜는 하늘로부터 오면 신의 은혜요, 부모로부터 오면 부모의 은혜입니다.
이 은혜를 기억하면서 하늘의 신께서 주신 것이 십계명입니다.
효는 그 글자가 노인(老)이라는 글자에 아들(子)이라는 글자가 결합이 되어서 만들어졌습니다. 바로 효는 올려드리는 것이며, 그리고 내려온 은혜에 대한 보답인 것입니다.
또한 사랑도 내려온 것이기에 그 사랑에 반응하는 것이 또한 효입니다.
그래서 ‘내리 사랑, 올리 효도’라는 말을 사용합니다.
우리는 부모님의 은혜를 마치 [당연지사]라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엄마, 아빠가 나에게 해 준 것이 뭐 있어?” 라면 항변하는
못난 자식들도 많이 봅니다. 그러나 절대 당연하지 않습니다.
낳아주시고 길러주신 은혜는 어찌 갚을 수 있는 것이 아닙니다.
또한 부모에게 잘못 하는 사람이 어찌 다른 사람들에게 잘할 수 있습니까?
오늘 저 한시는 ‘여공’이라는 송말의 승려의 시입니다.
서리를 맞아 황량한 갈대숲을 바라보며 어머니를 여윈 한 승려가 눈물을 쏟으며
애타는 감정을 잘 보여주는 한시입니다.
승려가 되어 삼가 부처에게 귀가한 아들이지만
그를 낳아준 어머니는 사립문에 기대어 허구헌날 아들을 기다립니다.
기다려도 기다려도 아들은 오지 않습니다.
세속의 인연을 끊고 출가한 아들은 승려가 되어서도 어머니를 생각합니다.
가난하고 빈궁한 승려의 생활이건만 어머니를 잊지 못하는 여공은 어머니를 찾아가기로 합니다.
아마도 지금의 5월 봄이었을 것입니다. 5월 춘궁기에 식사라도 잘 하시고 계실지 모를 어머니를 찾아 나섭니다. 자신이 가진 승복을 전당 잡히고 쌀을 팔아 집으로 집으로 갑니다. 여공이 집에 왔건만 이미 어머니는 저 세상 사람이 되었습니다. 어머니를 향한 사무치는 그리움은 그저 씁쓸한 그림자일 뿐...
어머니 없는 세상은 아무것도 없는 세상처럼 다가왔습니다.
아들은 어머니를 잃으면 다 잃은 것 같습니다.
그런 시인의 사모곡은 갈대밭을 휘돌아 돌며 눈물로 옷깃을 적십니다.
시인이 갈대를 마주하고 애절한 사모곡으로 가슴에 터질듯한 그리움을 쏟아냅니다.
갈대꽃을 보면서 여공은 아마도 효자인 민자건(閔子騫)을 떠올립니다.
사마천의 사기 [중니제자열전]에 나오는 유명한 효인 민자건(閔子騫)의 이야기를 떠올립니다. (논어 옹야편)
민자건은 공자의 제자였습니다. 그에게는 어려서 한 명의 동생이 있었습니다. 그런데 두 형제가 어려서 어머니가 일찍 돌아가시자 아버지는 재혼을 하였고 배다른 이복동생(異服同生)들이 생겼습니다. 계모는 자기 뱃속으로 낳은 자식은 끔찍이도 챙겼습니다. 그러나 민자건은 박대를 당하기 일쑤였습니다. 그래도 자신의 박대 받는 것을 아버지에게 일르지를 않았습니다.
어느 추운 겨울날 아버지는 수레를 끌 사람이 없어서 아들인 민자건에게 수레를 끌도록 하였습니다. 민자건이 추위에 벌벌 떨고 있기에 이를 이상하게 여긴 아버지가 상황을 살펴보니 계모가 친자식에게는 솜털을 넣어주고, 민자건에게는 늦가을 갈대꽃을 넣은 옷을 입게 하였습니다. 당시에는 갈대꽃이 털이 수북하여 옷속에 넣어주는 일이 많았습니다. 민자건의 아버지는 과도히 화가 나서 계모를 내어 쫓으려고 하였습니다. 그러자 민자건이 아버지의 바지가랑이를 잡고 말합니다.
“아버지, 어머님이 계시면 저 혼자 춥지만, 어머님이 안 계시면 저의 4형제 모두 추워집니다.” 민자건의 집안이 계모의 사랑과 함께 다시 화목을 되찾았음은 물론입니다. 갈대꽃은 이렇게 모성애와 깊은 인연을 맺고 있습니다.
이 민자건의 갈대꽃에 대한 사연은 스승 공자에게도 알려졌습니다.
“효성스럽구나, 민자건은! 남들은 그의 부모형제가 한 말에 끼어들지 못하니”
어린 아이였지만 아버지가 계모를 몰아내려고 할 때 그를 고소하게 생각하지 않고
아버지를 말리는 그 태도에서 민자건 선생의 사람됨을 알 수 있습니다. 남이 자기에게 이상한 시선만 주어도 사람들은 속이 뒤집히는 경우가 많습니다. 약간의 홀대나 소외감만 느껴도 서로 원수지간으로 번지는 것이 인간세상의 모습입니다. 이러니 세상은 투쟁이 그칠 리가 없습니다. 관대하게 포용하면 사람들은 감화를 받아 자기 잘못을 뉘우치고 착한 길로 갑니다.
요즘 세상 관인대도(寬仁大度) 한 성품을 가진이를 만나기가 힘듭니다.
너그럽고 어질어 도량이 큰 사람을 만나기는 하늘의 별따기만큼 어렵습니다.
여공의 시에 나온 갈대꽃
민자건의 이야기에 나온 갈대꽃
이 글을 쓰면서도 마음이 넓어집니다.
어머니, 하나밖에 없으신 어머니,
다른 누구와도 바꿀 수 없는 어머니
이 어머니란 단어, 엄마 라는 이름은 눈물없이는 부르지 못할 이름입니다.
국어학자 양주동 선생의 [어머니의 마음]을 남깁니다.
어머니마음 / 양주동
낳실 제 괴로움 다 잊으시고
기를 제 밤낮으로 애쓰는 마음
진 자리 마른 자리 갈아 뉘시며
손발이 다 닳도록 고생하시네
하늘 아래 그 무엇이 넓다 하리오
어머님의 희생은 가이없어라
어려선 안고 업고 얼려 주시고
자라선 문 기대어 기다리는 맘
앓을사 그릇될사 자식 생각에
고우시던 이마 위에 주름이 가득
땅 위에 그 무엇이 높다 하리오
어머님의 정성은 지극하여라
사람의 마음 속엔 온가지 소원
어머님의 마음 속엔 오직 한 가지
아낌없이 일생을 자식 위하여
살과 뼈를 깎아서 바치는 마음
이 땅에 그 무엇이 거룩하리오
어머님의 사랑은 그지 없어라
그냥 어머니, 엄마라는 단어속에 담긴
그 풍부함과 리치함에 다른 말을 넣을 수 없습니다.
천하일등인충효
세상에 제일 가는 것이 나라에 충성이요 부모에 효도라
- 추사 김정희
행여나 갈대밭을 지나기시면
반드시 여공과 민자건 두분의 이름을 기억해주십시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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