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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벨상 이야기

노길묻3, 칠레 가브리엘라 미스트랄 [장미뿌리] 중에서

by 코리안랍비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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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ife is the gold and sweetness of wheat,
hate is brief and love immense."
<삶은 밀처럼 귀하고 달콤하며, 미움은 짧고 사랑은 광대하다>
- 그녀의 시 [평온한 말 palabras serenas] 의 일부중에서


장미뿌리

칠레 >> 미스트랄 Mistral

책속의 한 페이지가 주는 감동이 커서
여기에 나의 사색을 담아 올려봅니다.

칠레의 노벨문학상(1945년) 작가 가브리엘라 미스트랄이
지은 [장미뿌리] 라는 글의 일부입니다.


땅위에나 땅속이나 생명이 있습니다.
사랑과 증오를 느끼는 생명이 땅속에서도 자라고 있습니다.

땅속에는 벌레들이 꿈틀거리며 기어다니고 있고
검은 밧줄 같은 나무뿌리가 있으며,
가느다란 지하수 줄기도 흐르고 있습니다.

어느 날, 지하수가 나무뿌리를 만나 말을 건넵니다.
"나는 지금까지 너처럼 이렇게 못생긴 걸 본 적이 없어.
원숭이가 장난삼아 꼬리를 땅속에 넣었다가 우연히 너를 보게 되더라도
못 본 척 그냥 가버릴 것 같다. 너는 지렁이인 척이라도 하고 싶겠지만
지렁이처럼 윤기도 없고 또 움직일 수도 없잖아.
네가 할 수 있는 건 고작 내 맑은 물을 마시는 것 뿐이구나.
재수 없게 너를 만나 내 물이 반이나 없어졌어.
야 ! 이 못생긴 녀석아, 도대체 네 정체가 뭐니?"

뿌리는 겸손하게 대답합니다.
"그래 네 말이 맞아. 지금 네 눈에는 길쭉하기만 하고
흙 범벅인 내가 하찮게만 보이겠지. 어쩌면 너무 피곤해 보여 노동자의 축쳐진
어깨처럼 보일 수도 있겠다. 그래 맞아, 나도 일종의 노동자야.
나는 내 몸을 대신해 햇빛이 비치지 않는 여기에서 일을 하고 있지.
나는 이곳에서 너를 흡수해 내 몸 곳곳에 보내주어야 해.
그래야 내 몸이 더욱 신선해지고 아름다워지거든. 만약 네가 떠나면
나는 또다시 생명을 유지해 줄 다른 물을 찾아 먼 여행을 떠나야하지.
네가 언젠가 햇빛이 밝게 비치는 곳에 가게 되면 땅 위의 내 모습이
얼마나 아름다운지 알게 될 거야"

지하수는 뿌리의 말을 믿지 않았어요.
그러나 겉으로는 내색하지 않은 채 속으로 "나중에 두고 보자" 라고
마음먹었습니다.

지하수 줄기는 계속해서 흐르고 흘러 땅 위의 세상이 보이는 곳까지
이르렀습니다. 그는 얼른 땅 위에 있는 나무뿌리의 색다른 모습을 보고 싶었습니다.

세상에 !! 그는 무엇을 보았을까요?
아름다운 봄 햇살이 비추이는 곳에 있는 나무뿌리의 또 다른 모습은
바로 너무나도 아름다운 장미꽃이었어요.

나뭇가지 위에 굵직한 꽃봉오리가 피어나고
공기 중에는 향긋한 장미향이 퍼져나갔어요.

한편, 지하수 줄기는 큰 도랑이 되어 아름다운 꽃이 활짝 핀 초원으로
계속해서 흘러갔어요.

"세상에, 이 못생긴 뿌리가 정말 아름다운 면을 가지고 있다니..... "
하면서 말이죠.


과연 못생긴 것은 결코 잘못이 아닙니다.
우리는 꽃의 아름다움을 찬양하지만
그 꽃의 뿌리의 추함은 경멸합니다.
그 뿌리가 물을 공급해주지 않았더라면
장미나 수선화가 아름답게 피어나지 않았을 것입니다.

신은 공평하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못생긴 외모를 가진 자에게는 그 가슴에 고귀한 아름다움을 숨기셨습니다.
<노트르담의 꼽추 Notre Dame de Paris>를 보면 종지기인 콰지모도가 나옵니다.
그는 매우 못생겼지만 어느 누구도 그를 경멸하지 않습니다.

사람이든 사물이든 곁모습이 아닌 내면의 아름다움으로 평가되어야 합니다.


집근처에 장미넝쿨들이 많습니다. 그 넝쿨이 다 같이 꽃을 피울때는 그 작은 정원이 정말 화사하고 빛납니다. 그런데 그 꽃들이 다 지고 나면 사람들은 곧 눈길조차 주지 않습니다. 꽃의 화려함은 잠시이지만, 이 잠시의 화려함을 위하여 꽃을 피어나는 것입니다. 그 꽃의 화려함도 결국은 나무뿌리가 준 수분과 양분을 먹고 나온 것입니다. 아름다운 꽃, 못생긴 뿌리 - 이 이중의 만남이 식물속에, 동물속에, 인간들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자연속에 담겨져 있습니다.

사람들은 겉에 보이는 예쁜 것, 예쁜 사람에 당장 끌립니다.
그런데 그 내면마져 예쁘다면 정말 여왕처럼, 공주처럼 여깁니다.
하지만 예쁜 외모에, 추한 내면을 같고 있다면
그는 사실 사람들로부터 버림받습니다. 외면받습니다.
겉모습이 예쁘고 화사해 보이는 사람은 세상에 많습니다.
겉만 가꾸고 속은 가꾸지 않으면 잠시의 아름다움의 꽃처럼
피어났다가 지게 될 것입니다.

외모를 떠나서 다른 사람을 우해서 수고하고 봉사하는 사람이
존경받고 사랑받고 칭찬받아야 마땅합니다.

  • 펜의 힘은 칼의 힘보다 강하다.
    펜의 힘을 믿습니다. - 구글출처 이미지
  • 다음 출처 이미지 - 이 노벨상 시인은 정말 우아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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