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네 복음성자
입력 2022.09.06.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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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약성서 중 예수의 생애를 기록한 네 권의 책, 즉 마태오, 마르코, 요한, 루가 복음서의 라틴어 번역을 678면 전체에 걸쳐 정교한 문양 및 삽화와 함께 써넣은 ‘켈스의 책’은 가장 아름다운 중세 유럽 서적으로 꼽힌다. 그중 27페이지 뒷면에는 세밀한 장식을 그려 넣은 네모반듯한 틀이 있고, 이 틀은 다시 넷으로 나뉘어 그 각각의 칸에는 날개를 달고 후광을 두른 신비로운 존재들이 자리 잡았다. 이들은 당시 보편적인 서적 형식에 따라 삽입한 저자의 초상화, 즉 네 복음성자의 상징이다.
왼쪽 위, 사람 모습을 한 천사는 마태오의 상징으로, 하나님의 아들 예수가 인간으로 육화(肉化)했음을 나타낸다. 그 오른쪽 구불구불한 갈기를 휘날리는 사자는 마르코의 상징으로 부활을 가리킨다. 사자가 태어나 사흘 밤낮 잠만 자다 아비의 포효를 듣고 깨어난다는 전설에서 왔다. 그 아래 독수리는 요한의 상징이자 예수 승천을 가리킨다. 왼쪽 아래의 황소는 루가의 상징으로 고대로부터 황소가 희생제에 바쳐졌던 만큼 예수의 희생과 인류의 구원을 나타낸다. 이처럼 네 복음 성자의 상징은 인간의 몸으로 십자가형을 당한 뒤 부활하여 승천한 예수의 생애를 요약하지만, 다른 한편으로는 동서남북의 네 방위, 춘하추동의 사계절, 우주의 기본 요소인 공기, 물, 불, 흙의 사대 원소를 드러내기도 한다. 과연 위 칸의 둘은 안을 보고, 아래 칸의 둘은 바깥을 바라보는 등, 조형적으로도 어느 한쪽으로 치우치지 않고 안정적인 네 존재는 예수와 함께 도래한 평화롭고 질서정연한 세계를 보여준다.
이처럼 서구 세계에서 숫자 4는 조화를 뜻하는 길한 숫자다. 오늘 자 칼럼 ‘444호’를 보고 혹 놀라셨을 독자들께 이 글을 바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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