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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과 미학, 인문학적 가치추구

충분한 정도, 키스 페인의 [부러진 사다리 Broken Ladder]

by 코리안랍비 2022. 12. 2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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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분한 정도

키스 페인의 [부러진 사다리 Broken Ladder]



사다리가 무엇인지 모르는 사람은 아무도 없다.
사다리는 낮은 곳에서 높은 곳으로 오르는데 이용되는 도구이다.
사다리는 당연히 오름용으로 만들어졌다. 볼일을 보고 난 후엔 내려오는 것이 정상이다. 시골에서 사다리를 이용할 때는 지붕에 있는 호박을 따는 것이나, 어떤 물건을 올리고 내리거나, 처마를 수선할 때 사용하였다.


성경을 읽어보면 [야곱의 사다리]가 나온다. 이 사다리는 천국과 지상을 연결해 주는 도구이다. 에릭 샤갈의 작품에도 야곱의 사다리가 등장한다.


그러나 일단 올라간 후엔 내려오고 싶지 않은 사다리가 있다.
부(富)와 권력과 명예의 사다리다. 한 번 오르고 난 후엔 죽어도 내려오고 싶지 않다. 책의 제목은 우울하다. 「부러진 사다리」다. 올라갈 사람이 꼭대기까지 다다른 뒤, 나도 한번 올라가볼까 하는데 사다리가 부러져있다. 아니면 그 사다리를 걷어 차기도 한다. 그래서 아예 올라갈 엄두조차 일어나지 않게 한다.



「부러진 사다리」의 ‘사다리’는 이 책에서 불평등의 은유로 사용된다. 사다리를 올라갈수록 더 나은 지위와 소득, 건강, 안전, 미래를 누릴 수 있다. 사다리의 아래쪽에 있다면 삶은 물론이거니와 죽음조차 불평등하다.

지은이 키스 페인은 노스캐롤라이나 대학 심리학과 교수로 재직 중이다. 불평등과 차별이 인간의 마음을 형성하는 원리에 관한 연구를 선도하고 있다. 미국 심리학계의 차세대 리더라는 호칭을 받고 있다. 켄터키에서 궁핍한 유, 소년시절을 보낸 지은이는 성인이 된 후 사회적 지위와 스트레스, 소득 불평등, 기대 수명간의 연관성을 연구함으로써 새로운 ‘불평등 과학’을 만들어내는데 일조하고 있다. 지은이의 주요 연구주제는 “왜 불평등이 심할수록 자멸적인 의사결정을 내리는가?” “왜 가난하다는 느낌이 실제 가난만큼이나 강력한 영향을 미치는가?”등이다.


저자는 그의 논지를 펼치기 위해 자신의 이야기를 공개하는데도 주저하지 않는다. 그의 친형은 내일이 보이지 않는, 희망이 없는 일상 속에서 큰돈을 만져보기 위해 마약 밀매를 감행하다가 결국 그의 형은 교도소에 갇혔다는 이야기도 나눈다.


토마 피케티는 [21세기 자본]에서 경제적 불평등을 논했다.
노암 촘스키는 [불평등의 이유]라는 책에서 불평등의 이유를 6가지 정도로 나누고 있다. 조지포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에서 분열된 사회가 왜 위험한지 밝히고 있고, 필립 코틀러는 [다른 자본주의[에서 불평등을 다루고 있다.


이미 수많은 책들이 경제적 불평등의 원인을 다루면서, 과학기술의 발전과 무역의 세계화와 같은 광범위한 역사적 동향이나, 세금 징수나 예산지출 우선순위 정책들에 초점을 맞췄다. 이런 류의 불평등에 대해서는 전국가적인 대책수립으로 가지만, 개인들과 사회에서 일어나는 불평등에 대해서는 처방이나 분석이 오히려 용이하지 않다.


이 책에선 그런 분석을 하지 않는다. 그보다는 불평등이 우리에게 끼치는 폐해에 초점을 맞춘다. 불평등과 가난이 동의어는 아니다. 그러나 불평등이 심해지면 가난하지 않은 사람들까지 빈곤감을 느끼고 가난한 사람처럼 행동하게 된다. 소득의 불평등뿐만 아니라 이념적, 인종적 불평등도 우리를 분열시켜 서로를 불신하게 한다. 스트레스를 유발해서 건강과 행복까지 해친다. “자신이 사다리의 아래층에 있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은 우울증과 불안감, 만성 통증에 시달릴 확률이 높다.

이에 합당한 처방은 없을까? 지은이의 처방이 맞춤형은 아닌 듯하지만, 도움이 된다. 타인과 현명한 비교를 하려면 자신의 목표를 명확히 인지하고 있어야 한다고 조언한다. 예를 들어, 학력을 높이거나 전문 분야에서 확실히 입지를 다지고 싶다면, 선택적인 상향 비교가 유익하다는 이야기다. 관심 분야의 탁월한 인물들과 자신을 비교하는 방법을 권유한다. 반면, 먹고 사는 데는 아무런 문제가 없는데 여전히 뭔가 채워지지 않은 듯 허전한 기분이 든다면 하향비교가 도움이 된다고 한다. 또 다른 방법은 다른 사람이 아니라 자신의 과거를 비교 대상으로 삼는 것이다. “살면서 중요한 문제들을 극복한 경험이 있는 사람은 현재의 자신과 과거의 자신을 비교하면 상향비교와 하향비교를 동시에 할 수 있어서 좋다.” 현재 ‘나 자신에게 진정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를 차분하게 돌아보는 시간이 절대적으로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책에서 나온 가장 좋은 명문장을 소개한다.
"자산이 얼마나 버는지는 누구나 알고 있지만, 충분히 벌고 있는지 알고 있는 사람은 거의 없다. 충분히가 어느 정도인지 판단하는 유일한 방법은 자신을 남들과 비교하는 것이기 때문이다."

갑질논란으로 곤욕을 치르는 한진그룹을 보라.
자신들이 운영하는 대학병원 앞 약국을 차명으로 운영했다는 혐의부터 시작해서, 대학병원과 사옥의 1층에 커피숍도 자식들이 점주로 들어 있다.
도대체 이들은 얼마를 벌어야 하는 것일까? 몇조를 가지고 있어도, 몇백을 더 벌려고 하는 이들은 괴물집단이다.

이들이 보인 안하무인과 탐욕은 심한 자기애로 설명할 수 있다.
이들은 타인을 자율적인 인간으로 보는 것이 아니라, 오직 자신의 욕구를 충족하고 귀한 수단이나 수동적 존재로만 인식한다. 그러니 타인들이 자신을 조금 무시한다고 여기는 순간 지나치게 공격적으로 반응한다. 예의와 범절은 없는 사람들이다. 이런 사람들을 위해 왜 발을 닦아주고, 종을 치며 살아야 하는지 전혀 이해가 가지 않는다. 그래서 이런 사람들에게, "염병하네" 라는 소리를 치는 것이다.


끝모를 탐욕과 더 높은 곳을 오르려는
성공의 자기애나 공격성의 증가는

'이 정도면 충분해' 라는 말을 되뇌이면서,
해결의 실마리나 단서를 찾을 수 있다.


충분하다고 여기고, 타인과의 합당한 비교를 통해 감사와 섬김의 마음이 생겨나야 한다. 비교라는 것은 바보들의 장난이지만, 그러나 마음에 잠금장치를 만들고 '이 정도면 충분해' 하면서 타인들의 삶과 자신의 삶을 서로 공유하면서 살면 얼마나 좋을까?


내가 가진 부나 명예가 사실상 노력의 산물이 아니라, 정말로 행운의 산물이요, 이를 위해 수고한 사람들의 산물임을 잊지 말아야 한다.

<어느 신문기사의 기사를 일부 인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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