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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말라야
그리고
킬리만자로(히말라야)의 눈표범
오늘은 얼마전에 구르자히말산 베이스 캠프에서
돌풍과 눈사태로 인하여 사망한 대한의 5명의 산악인들과
네팔의 4명의 산악인들의 죽음을 애도하면서 글을 남기고 싶었다.
대한민국의 산악사는 일종의 비극사이기도 하다.
그동안 수많은 클라이머들과 알파인이스트들이 히말라야를 찾았다.
그중에 몇 십명이 히말라야의 고봉들의 정상을 올랐지만,
역사상 90명의 희생자를 낳았다.
히말라야는 사람들의 범접을 싫어하는 것일까?
높은 히말라야의 산들은 마치 신들의 산들과 같다.
그래서 그 산에 오르는 것은 신선이 되는 것처럼 여겨졌다.
수많은 사람들의 희생이 있었지만 여전히 그 산봉우리를 오르려고
오르려고 오늘도 수많은 사람들이 줄을 짓고 있다.
이들은 왜 자신들의 목숨이 위험하고, 언제 죽을지 모르는데도
자꾸만 자꾸만 산에 오르는 것일까?
수많은 사람들이 죽었지만, 그런 산에서 인생의 마지막을 보내고 싶은 것일까?
때론 나도 더 늙기 전에 히말라야의 중턱이라도 오르고 싶은 충동이 일어난다.
히말라야는 산스크리트어로 '눈'이라는 뜻인 '히마'와
'집'을 의미하는 '알리야'가 합쳐진 말이라고 한다.
즉 [눈의 집이나 눈이 사는 곳]이라고 할 수 있다.
김창호 산악대장과 여러 동료들은 그 눈의 집에서 비운의 죽음을 맞이하였다.
다행히 시신은 수습을 했다고 한다. 히말라야와 살고, 히말라야와 죽음을 같이 한
이들을 보면서 너무나 안타까운 심정을 금할 수 없다.
김창호 산악대장은 자신의 구호가 있었다. "집에서 집으로 from home to home"
그는 산이 곧 집이요, 집이 곧 산이었다.
한편으로 나는 그들 산악대원들이 '킬라민자로의 눈표범들'로 보였다. 아니면 '히말라야의 눈표범'으로 보였다.
이들은 세속의 삶이 주는 단조로움의 무의미함을 진정 산을 통해서 알았을 것이다. 짐승의 썩은 고기나 주워 먹는 하이에나같은 삶보다는 산장위에 올라가서 눈과 함께 죽음을 맞이하는 눈표범들의 삶을 희구하였는지도 모른다.
결국 그들은 산과 함께 자신의 몸을 던진 것이다.
19세기 영국의 산악인인 프랜시스 영허즈번드 경은,
수많은 산악인들이 왜 목숨을 걸고 다시 산으로 향하는 이유를 말한다.
"산과 싸운 사람들에게, 산은 노력하지 않은 사람들에게는 보여주지
않는 아름다움을 보여준다. 그것이 산이 주는 보상이다.
산을 사랑하고 산으로 다시 돌아가는 것은
산이 너무 아낌없이 주기 때문이다."
"산이 아낌없이 주기 때문에 산에 간다"는 말을 생각해보면,
공자의 [인자요산]이 떠오른다. 이 말은 "어진 사람은 산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들 산악인들은 어진 사람들이다. 산의 인자함과 관대함을 닮은 사람들이다.
산이 아낌없이 주는 것은 사람도 아낌없이 산에 주어야 함을 말한다.
그래서 이들은 목숨을 걸고 산에 오른 것이다.
한국은 아시아에서 가장 많이 히말라야를 오른 산악인들을 두고 있는 나라이다.
왜 그들이 산에 오른지는, 그 대답이 바로 자신의 목숨을 걸 정도로 산을 사랑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산이 거기 있기 때문이다. 그 대답을 구하려고 그들은 자신들의 목숨을 걸고 한발 한발 정상을 향하여 오른 것이다.
철학은 인식론(현상론)과 존재론(본질론)으로 나눈다.
이들이 산이 좋아서 간다면 현상론이요, 산이 있어서 간다면 존재론이다.
이들은 산에 대해서 모두 철학자들이다. 현상과 본질을 둘다 추구한 멋진 생의
철학자들이다. 온 몸으로 산에 대한 사랑을 바친 이들에게 헌화한다.
눈표범처럼 눈의 집에서 산화한 이들에게 명예를 드린다.
삼가 고인의 명복을 빕니다.<2018년 10월 15일 작성>
다시 산으로 돌아간 영웅을 기리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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