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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와 코칭 & 멘토링

하브루타 키즈, "아빠, 우리 집은 행복한 가정인가요?"?

by 코리안랍비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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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8년 06월 25일 더움
아인이의 유치원 일기 ㅡ제 23탄


행복한 가정


8월 아주 더운 토요일날 밤이었다.
아인이가 "아빠, 우리는 행복한 가정인가요?" 라고 대뜸 말한다.
(*아인이라는 이름의 뜻은 히브리어로, [은총] 혹은 [눈] 이라는 뜻입니다.
이 아이는 저가 43에 저의 안사람이 놀랍게 낳은 아이입니다. )

여기서 행복한 가정이라고 표현한 것은,
내가 만든 '캘리그라피 액자'에
예쁘게 써있는 글씨를 보고 말한 것이다.
벽에 [행복한 가정]이라는 액자를 걸어 놓은 것은
그 글씨를 보고서 가족들이 행복증진에 힘쓰자는 뜻이었다.

아인이의 그 말에,
"우리집은 행복한 가정이지"

그러자 "아빠, 조금은 행복한데, 정말 크게 행복한 것 같지는 않아요"

"아인아, 너가 행복을 알아?"
"예, 알아요. 행복한 것은 가족들이 늘 맛있는 것을 먹는 거예요."
"그래? 그것을 누가 가르쳐 주었니?"
"아빠가요, 부자는 날마다 맛있는 것을 먹는 집이라고 했잖아요"

이 말은 원래 [탈무드]에 나오는 한 구절이다.
부자는 맛있는 것을 날마다 먹는 사람이다 라는 랍비의 말이 들어 있다.

"그렇지, 부자는 날마다 맛있는 거 먹는 집이지"
"그런데, 부자라고 행복한 것이 아니잖아?"

그러자 아인이의 대답이 신기하다.
"맛있는 것을 혼자 먹으니까 행복하지 않죠"

난 그 말에 눈이 크게 떠졌다.
그런데 부자가 다른 사람들과 같이 즐겁게 식사하는 집이 바로
행복한 집이라는 것을 아인이는 생각한 모양이다.

6살짜리 아이가 말하는 것이 [꼬마 철학자]가 말하는 것 같다.
미카엘 엔데의 소설에 나오는 [모모]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맞는 말이다.

달리 생각하면 아인이의 눈에 우리 집이 아직도 크게 행복한 가정이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나 보다. 나름 행복한 가정이라고 여겼던 것이
나의 착각이었는지도 모른다. 어린아이의 말도 귀담아 들어야 한다.

우리 가정은 서로 바쁘다는 핑계로 같이 식탁공동체를 제대로
이루어보지를 못했다. 밥상머리 교육은 사실상 제로상태였다.

우리는 정말 일주일에 한번내지 두번만 같이 식사를 한다.
같이 식사를 제대로 해 본적이 거의 없다.
같이 식사를 하는 경우는 외식하는 날이다.
가끔 외식을 가면 아이들이 그렇게 좋아한다.
일단 밥다운 밥을 먹고, 반찬다운 반찬들을 시식한다.
평소 먹고 싶은 것을 먹으니 신나는 것도 당연하다.

고은 시인이 살면서 가장 행복한 장면을,
[부부가 서로 마주보면서 맛있게 식사를 하는 장면이
가장 행복한 장면중에 하나다]라고 했다.

처음에는 별로라고 생각했던 말인데, 시간이 지나면서
우리는 평생 먹는 일을 하는 사람들이며,
먹지 않고는 살 수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 혼자 먹는 게 아니라, 같이 먹으면서 대화하는 사람들이다.

혼자 먹는 사람은 웬지 불행한 것이다.
친구가 없거나 가족이 없어서 혼자 먹는게 아닐 것이다.
누구에게는 친구도 있고, 가족도 있다.
그런데 혼식을 하고 혼술을 한다. 심지어 혼행도 한다.
내가 가장 힘들어 하는 식사는 '혼자 먹는 식사'다.

아인이의 말을 들으면서,
[가족끼리 둘러 앉아 덕담을 나누며,
음식을 나눠 먹는 모습이 행복한 가정의 기초다]
라는 것을 생각하게 된다.

6살 아이의 말을 들으며, 식사를 되도록이면 같이 하려고 하게 되었다.
아이들이 맛있는 것을 더 먹고 싶으면 즉석요리도 해 주었다.
그러면서 아이들의 학교생활도 챙기고, 교우관계도 챙기고,
집사람의 근황도 챙기게 된다. 내가 가족들을 위해서 준비해야 할 것은 무엇인지도 생각하게 된다.

밥은 중요하다.
그런데 맛있게 먹어야 한다.
그러려면 사랑하는 사람들과 먹어야 한다.
그들과 같이 먹는 밥이야 말로 꿀맛인 것이다.
입안에서 주는 먹는 즐거움은 행복의 기초이다.
아이들이 밥을 잘 먹고 잘 자라는 것은 참 흐믓한 것이다.
일로 인해 지친 아빠와 엄마가 같이 힘을 얻는 시간이다.
새로운 에너지가 생겨나며, 우울해지지 않는다. 속은 활력이 생긴다.

아인이가 말한, "혼자 밥을 먹으면 부자라도 행복하지 않아요"라는 말이
지난달부터 지금까지 잔상으로 남아 있다.
가난하고 부족해도, "같이 밥을 먹으면 가난하더라도 행복한 것이다"라는 말로 대칭하고 싶다.
이제는 먹고 사는 문제는 넘어 선 것 같은데,
아직도 우리나라가 행복지수가 낮은 것은 바로
"같이 식사하고 덕담을 나누는 밥상공동체로서의 가정을 상실 한 것"이 원인이 아닐까?

사랑이라는 것은 실은 안부를 물어 보는 것이다.
잘 지내는지, 밥은 먹고 다니는지 물어 보는 것이다.

손문이라는 중국의 지도자가 말한데로 "행복의 기초가 잘 먹고, 잘 자고, 잘 배설하는데 있다고 한다. "

 

톨스토이의 말대로 "행복한 가정은 저마다 행복의 의유들이 있고, 행복하지 않은 가정은 이런 저런 이유로 불행하다." 고 한다.

우리 집의 행복지킴이는 바로 [아인]이다. 어리지만 나를 깨우쳐 주는 늦둥이가 있어서 나는 행복한 아빠다. 그리고 나의 아내는 행복한 엄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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