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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브루타와 코칭 & 멘토링

하브루타 키즈, "아빠, 나무들이 걸어가요?"

by 코리안랍비 2022. 9. 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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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인이의 유치원 일기 9탄 2017년 09월 17일]

"아빠, 나무들이 걸어가요"

오늘은 아침 일찍부터 아인이가 서두른다.
피곤해도 일어나서, 아인이를 데려다주기 위하여 서두른다.
아인이는 가을옷을 입고 싶어서, 엄마가 홈쇼핑으로 사준 옷을 입자고
보챈다.
그래서 아래 위를 [코코몽] 옷으로 입혔다. 그러자 해바라기 같은 미소로 말한다.
"아빠, 옷이 참 예뻐요, 맘에 들어요"

그리고 나서 시원한 보릿차를 마시고, 유치원으로 향한다.
차를 타고 가면서 아인이가 말한다.

"아빠, 나무들이 걸어가요"
"그래, 나무들이 걸어가다니? 무슨 말이야?"

"아빠차가 달려가니까 나무들이 같이 걸어가는 것 같아요"
아인이는 병설유치원으로 향하는 작은 언덕의 숲을 본 모양이다.
달리는 차창 너머로 언덕빼기를 보니, 정말 대열을 지어서 나무들이 걸어가는 것처럼 보인다. 큰 나무와 작은 나무들이 서로 한발자욱씩 거리를 두고 걸어가는 것처럼 보였다. 마치 반지의 제왕에 나오는 [오크들]을 보는 듯하다.

"그래, 그러면 나무들이 어디로 걸어가는데?"
"음... 나무들이 숲으로 걸어가요"
"숲으로 걸어가? 왜 나무들이 숲으로 걸어가지?"
"음... 숲은 공기가 무척 좋으니까 나무들이 숲으로 가는 거예요"

"그러면 숲으로 안가는 나무들도 있잖아? 가로수들"
"그런 나무들은 숲으로 걸어가지 않아요. 그냥 그 자리에 서 있어요"
"혼자 있는 나무들은 슬프고 외로워요"

아인이의 생각주머니(머리)에서 나온 말이 신기하기만 하다.
혼자 있는 나무들은 슬프고 외롭다고 한다.
도시의 매연을 마시면서 자신은 온전히 헌신하는 나무들이 가로수이다.
아인이의 말을 들으니 이상하게 가로수들이 처량하게 여겨진다. 그냥 단순한 생명을 지닌 나무들, 그냥 심으면 심은데로, 자르면 자르는데로 가만히 있는 나무들, 그 나무들이 가로수로 자리를 잡아서 사람들에게 신선한 공기를 주려고 무진 애를 쓰는 것이다.

6살짜리 아인이가 생각하는 말은 상당히 상상적이다.
그래서 그 아인이의 코드를 맞추어서 말하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을 배운다.

"아빠, 그런데 가로수들은 숲이 아니예요. 가로수들은 멈춰 있기 때문에 숲이 아니예요. 숲은 나무들이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곳이예요. 좋은 공기를 마실려고 함께 걸어가요"

마치 동시처럼 말하는 아인이의 말에 나는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숲은 나무들이 함께 손잡고 걸어가는 곳] 이라는 6살 아인이의 숲에 대한 정의다.
날마다 아인이가 말하는 것들을 기록하는 즐거움이 나에게 있어서 무척 감사한 아빠중에 하나다. 꼬마시인이나 꼬마철학자 같은 아인이의 말을 놓치지 않으려고 이렇게 글을 남기는 것이다. 언젠가는 책자로 엮어서 아빠의 선물로 주려고 한다.

아인이의 상상적인 말속에서, 나는 숲이라는 것을 생각한다.
도심지에 공원이나 가로수들을 많이 심었다고 해서 숲이 아니다.
대단위 아파트 단지에 많은 나무들을 심고, 꽃을 심는다고 해서 숲이 아니다.
길거리에다 여러 나무 종류들을 심어 놓고, 꽃밭을 조성하고, 들풀을 키운다고 해서 숲이 아니다.

어떤 빌딩은 복도와 옥상을 숲처럼 꾸며 놓은 곳도 있다.
하지만 그것은 숲이 아니다. [그린 빌딩 이라고 부르지만, 전혀 그린하지 않다.
아인이의 말대로 그저 가만히 있는 가짜 숲인 것이다.

인간이 인공적으로 꾸며놓은 숲도 있지만, 자연이 만든 숲에 비하면
정말 형편이 없다. 나무들이 함께 걸어가는 곳이 숲이다.

고 성공회대 교수 신영복 선생은
"나무들이 함께 어깨동무하며 있는 곳은 아무리 작아도 숲이다."
[나무야, 나무야 ]라는 책에서 말했다.

도시에 살면 자연이 주는 아름다움을 잘 헤아리지 못한다.
도시에 살면 그래서 서서히 외로와지고, 각박해진다.

아인이의 말대로, 우리는 각자 일정한 거리를 두고 살아가는 가로수 같다는 생각을 해 본다. 가로수는 살아 있지만, 외롭게 혼자 서 있다. 도시의 좋지 않은 공기를 마시면서 외로이 서 있다. 인간이 가로수 같다는 생각은 오늘 아인이를 통해서 처음 해 본다.

오늘은 아인이가 말한 것을 동시로 옮겨보고 싶다.
영특한 아인이의 말에 코드를 맞추어서 대화를 하고 들어주면
마음에 작은 위안과 힐링이 온다.
꼬마 철학자이며 꼬마 시인이 되어가는 아인이 덕분에
나는 매일 조금의 행복을 누리며 산다.
아이들을 키우는 재미가 이런 것이 아닐까?

요즘 결혼도 기피하지만, 출산도 기피하는 부부들이 많다.
아이를 낳아도 한명만 낳고 더 이상 낳지 않는 부부들도 많다.
그런데 한명은 마치 아이를 가로수처럼 키우는 것과 같다고 본다.
외롭고 그러면서 이기적인 아이로 자라는 것이 당연하다.
(꼭, 이 말을 일반화하고 싶지는 않지만.... 지나친 일반화는 아닐 것이다.)

두.세명의 자녀는 있어야 한다. 그래서 함께 사랑으로 걸어가면
작아도 숲이 되는 가족이 되는 것이다. 가족은 같이 숨쉬고, 같이 어깨동무하는 작은 숲이다. 그 숲에 큰나무 아빠, 어여뿐 꽃나무 엄마, 아직은 화분속에 있는 것은 어린 묘목같은 아이들이 있다.

그래서 소파 방정환은 아이들을 '꿈나무'라고 부른 모양이다.
여러 나무들이 모여서 숲을 이루면, 더욱 좋고 맑은 공기를 만들어 낸다.
서로 희생하면서 헌신하면서 더 좋은 숲으로 발전하게 된다.

이제 숲을 가면서 나무들이 함께 손을 잡고 걸어가는지 확인해야겠다.
그리고 그 숲이 주는 고마움을 충분히 누리며, 나의 가족들을 작고 아담한 숲처럼 가꾸고 보듬고 사랑하는 일을 멈추지 말아야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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