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7년 10월 11일 수요일 날씨 차가움
[아인이의 유치원 일기 제 14탄]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뛰네
오늘 제목은 [무지개]를 중심으로 아인이의 유치원 일기를 나누고 싶다.
아인이는 오늘 소풍을 맞았다. 소풍장소는 백제문화유적지구이다.
그곳에서도 [국립부여박물관]이다.
아인이는 이미 추석시즌에 부여박물관을 갔다 온 적이 있다. 그래서 자신이
가본 곳이라 또 간다고 하니 즐거운 표정을 지었다.
이른 아침 아인이 엄마는 열심히 도시락을 준비한다.
오늘의 도시락은 유부초밥이다. 상큼한 유부초밥을 만들어서 아인이의 도시락에 넣어주고, 그리고 남은 것은 가족들의 아침식사대용으로 먹게 되었다.
오후가 되어서 아인이를 데려오려는데,
아인이의 유치원에서 유치원 선생님과 만났다.
"아인이가 이미 부여를 다녀 와서 그런가 더 열심히 배우는 시간이 되었어요"
아인이는 일주일 사이에 두번을 갔다 오니 나름대로 좋은 인상을 받은 것 같았다.
아이들에게 어린 시절의 기억은 나중에 성인이 되어보면 거의 기억을 하지 못한다. 기억나는 사건들은 주로 충격적이거나 중요한 사건이 아니면 기억을 하지 못한다. 그래서 아인이에게는 여러번 반복적으로 중요한 곳을 가보는 것이 좋은 기억과 경험을 만들어 줄 것이라고 본다.
"아인아, 가서 무엇을 배웠니?"
"응, 많은 옛날 물건들이 있었어요. 그런데 박물관이 좁았어요"
"거기는 박물관이 클 텐데... 왜 좁아 보이니?"
"물건들이 마치 아파트처럼 보였어요"
그만큼 많은 문화재가 있지만, 아인이의 눈에는 다닥 다닥 붙어 있는 아파트처럼 천편일률적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라가 좁으니 그런 문화공간도 좁다는 생각이 들었다. 너무나 많은 유물과 유적들을 담고 있는 박물관이라, 아이들이 보기에는 너무 많은 것도 문제이다. 우리나라 박물관의 특징이 바로 물건들은 많으면서, 그 물건들을 위한 공간이 너무 비좁다는 것이다. 겔러리의 기본은 스페이스의 넓이가 중요하다. 물건들이 다닥 다닥 붙어 있으니, 사람들이 관찰할 시간도 없이 지나가는 것이다. 아인이의 생각대로 한다면 앞으로 박물관의 물건은 10분의 1로 줄여서 관람하게 해야 한다. 세상의 어느 박물관을 가봐도 한국처럼 비좁게 구성한 곳은 거의 없다. 여유를 두고 천천히 볼 수 있게 한다.
아인이의 그런 표현을 보면서 더 넓은 세상을 보여 주겠다는 생각이 든다.
차에서 아인이를 집으로 데려오면서, 아인이가 물어본다.
"아빠, 세상에서 제일 밝은 색이 무엇인지 아세요?"
"글쎄, 아빠는 노란색이 제일 밝은 색 같아?"
"노란색은 어린이집이나 유치원차의 색깔이라서, 잘 보이니까 제일 밝아 보여"
그런데 아인이는 말한다. "아빠, 세상에서 제일 밝은 색은 빨간색이예요"
"왜, 너는 빨간색이 제일 밝은 색이라고 생각하니?"
"아빠는 그것도 몰라요. 무지개를 보면 알아요. 빨주노초파남보로 이루어져 있잖아요. 그중에서도 빨간색이 제일 먼저 오는 1등색이니 제일 밝은 색이죠"
그러면서 스스로를 칭찬한다. "아빠, 나 똑똑하죠?"
그래 "너는 무척 똑똑하구나"
순간 아인이의 유치한 궤변에 놀라기도 했지만, 다음 말이 궁금했다.
"아빠, 나는 빨간 사과나 주황색 살구가 참 밝아 보여요"
"주황색 살구가 햇빛에 비치면 얼마나 밝고 예쁜지 몰라요"
아인이가 왜 그런 생각을 하게 되었는지는 나는 잘 알고 있다.
맹인들이 걸어가는 노란색 타일바닥을 보고 나서 그런 생각을 한 것 같다.
노란색 타일바닥은 맹인들이 걷는데, 정작 맹인들은 색을 볼 수 없다.
아인이는 사람들이 색깔을 구분하고 사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지 배우게 된 것이다.
괴테는 "색채는 빛의 고통이다"라고 하였는데,
그런 색체를 보지 못한다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것인가.
색을 상상해서 구성해야만 하는 맹인들의 삶이다.
그런데 아인이는 말한다.
"아빠, 맹인들은 그럼 감각으로만 알아요?"
"그래 감감중에서도 촉각으로 아는 것이란다"
"그럼, 노란색 타일이 없는 곳은 어떻게 가요?"
"응, 그때는 맹인용 막대기나 스틱이 있단다. 그 막대기로 두들겨 가면서 걸어가는거야.
맹인들은 그래서 아무리 어두워도 잘 걸어갈 수 있단다"
아인이가 그런 색깔에 대한 생각을 하면서, 무지개를 좋아하게 되었던 것이다.
시인 윌리엄 워즈워드는 "하늘의 무지개를 볼 때마다 내 가슴은 뛰네"라고 하였다.
아인이에게는 빨간색이나 주황색이 아이의 가슴을 뛰게 하나보다.
사람들마다 가장 좋아하는 색깔이 있다.
나는 '파란색'을 제일 좋아한다. 옷도 파란색을 자주 즐겨입는다.
학원간판이나 연구소간판도 파란색이다. 그래서 파란 하늘도 좋아한다.
파란색을 보면 마음이 편해진다. 좋아하는 것은 사람을 편안하게 만든다.
아인이를 통해서 많이 배운다. 어린아인의 말을 잘 귀담아 들어야 한다.
어린 왕자가 말한 말들이 아직도 깊은 울림을 주듯이...
아인이의 말에도 깊은 울림을 준다. 앞으로 1년 2년 3년 지나면 아인이가
더욱 영민해지고, 총명해 질 것 같다. 이런 늦둥이를 둔 나는 행복한 아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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