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중에서 건져올린 아름다운 글
<<자연의 품에서 살아가다>>
루소라는 사람은 보면 볼수록 매력(attractiveness)을 느끼게 한다.
대학시절에 루소의 책 [에밀]을 읽다가, 이 두꺼운 책을 어떻게 저술을 했는지도 궁금했지만, 읽으면서도 그의 지성과 천재성에 놀라곤 하였다. 다른 사람들은 그 책이 있어도 읽지 않고 그저 꽂아만 두었다면 나는 수시로 그의 책 [에밀]을 읽곤 하였다. 그리고 누군가가 갖다 놓은 교회도서관에 있는 그의 [참회록]도 읽게 되었다. 오래전에 읽어서 그런지 잘 기억이 나지 않는다. 다만 루소를 왕성한 저술활동을 하면서 펜을 놓지 않았다는 것에서 위대한 사상가이다.
루소는 정말 가정일에 대해서는 문외한이고, 가장노릇을 제대로 하지 못하였다. 자식들을 고아원에 보냈고, 부인마저 떠나버리고 일찍 사별한 사람이다. 본인은 프랑스에서 이단아이며 여기 저기를 떠도는 부랑자같은 신세였다. 말년에는 스위스에 은거하면서 펜으로 무력시위가 아닌 문력시위를 했던 사람이다. 그런 그의 젊은 시절은 사실 이해하고 용서하기 힘든 면이 많다. 하지만 그의 노년과 말년에는 정말 루소다운 삶을 살아간다. 그는 걸으며 사색하는 걷기의 철학자가 되어 갔으며 자연을 닮은 사람이 되고자 순수의 경지속으로 들어간 사람이 되었다. 마치 네덜란드의 화가 렘브란트를 보는 것과 같다. 오늘은 그의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의 일부를 옮겨 본다.
이 글을 읽으면 마치 소로의 [월든]에 온 것 같기도 하고, 스위스의 자연속으로 온 것 같은 기분을 자아낼 것이다. 글이 참 맑고 투명해서 몇번이나 읽게 된다.
"자연으로 돌아가라 " - 루소
나는 매일 아침마다 일출을 보고자 일찌감치 일어난다.
특히 날씨가 맑은 날에는 제발 편지나 손님이 찾아와 이 고요한 아침을 방해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오전 시간 동안 나는 급하지 않은 잡다한 일들을 즐거운 마음으로 처리한다.
그런 다음 불청객도 피하고 나 혼자만의 오후 시간도 즐길 겸 눈 감추듯 빨리 밥을 먹어 치운다.
아주 무더운 날에도 오전 11시 전에 강아지를 데리고 산책하러 나간다.
나는 불청객이 길을 막지는 않을까 걱정하며 걸음을 재촉한다.
일단 모퉁이를 돌면 그제야 한숨을 돌리고 신나게 걸어가며 혼잣말을 한다.
"아! 오늘도 마음껏 혼자만의 오후를 즐길 수 있게 되었구나!"
그리고 나는 발걸음을 늦추며 숲으로 들어가 들판 구석구석을 돌아다닌다.
인적이 드문, 지배와 억압의 흔적이 전혀 없는 들판을 찾아 나선다.
나만이 찾을 수 있는 고요한 들판으로 가면 이제 어느 누구도 나와 자연사이에 끼어들 수 없다. 나는 자연이 나를 위해 펼쳐 놓은 화려한 경치를 마음껏 감상한다.
황금색 땔감과 자주색 돌의 아름다움이 내 눈속으로 빨려들어 가 내 머릿속을 드나들면 나에게 기쁨을 선물한다. 내 머리 위에 커다란 나무, 주변의 키 작은 나무, 그리고 발아래의 조그마한 풀들까지... 내 눈을 어지럽히는 이 현란한 아름다움을 어떻게 감당해야 할지 모르겠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답다는 솔로몬Solomon 제도(islets)와 비교해도 절대로 뒤지지 않는 이 아름다움에 어떤 찬사를 보내야 할 지 모르겠다. 서로 경쟁하듯 나를 잡아 당기는 이 자연의 아름다움에 취해 나는 걸음을 멈춘다. 습관이 되어버린 게으름과 공상이 어쩌면 여기서부터 비롯된 것이 아닌가 싶다.
나는 이 아름다운 땅을 생각하면서 국민을 위해 뭔가를 해야겠다는 소망을 품게 되었다. 나는 여론과 편견, 거짓된 감정을 멀리 몰아내고, 사라들을 이 아름다운 자연의 낙원으로 데리고 와야겠다고 생각했다. 사람들이 자연과 함께하는 사회를 만들 수만 있다면 나 혼자만 즐기던 이곳을 흔쾌히 양보할 수 있다. 나는 내 기호에 맞추어 또 다른 환금시대를 만들면 되니까 말이다. 나는 마음으로 동경하던 아름다운 생활을 즐길 수 있는 공간을 만들 것이다. 나는 아름답고 깨끗하며 멀리 있는 사람들에게까지 기쁨을 전할 수 있는 그런 세상을 만들고 싶다. 그래서 나는 날마다 이런 환상을 꿈꾼다. 하지만 만약 지금 이 순간이 어지러운 바깥세상과 연결된다면, 직업적인 작가의 허영심이 지금 이 순간의 깊은 사색을 어지럽힌다면 나는 이 공간을 가차없이 버릴 것이다.
나는 순수하게 자연의 아름다움에 도취되고 싶다. 나는 나만의 환상에 사로잡혀 마음껏 눈물으 흘리고 싶다.하지만 내 꿈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나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고 또 다른 세상을 동경할테니 말이다. 내 가슴 속에 자리 잡은 알 수 없는 공허함을 느끼고는 또 다른 즐거움을 찾아 나서게 될 테니 말이다. 사실 목적지에 도착하는 것보다 기쁨을 찾아나서는 그 길이 진정한 기쁨일 것이다. 그 길에서 나는 절대로 포기할 수 없는 낭만을 찾게 될 것이다.
나는 이제 사색을 마치고 다시 주변의 생명들을 바라보고 하늘을 올려다본다. 나는 정신을 잃고 끝업이 펼쳐진 자연의 세계로 빠져들어 철학적 생각을 멈춘 채 우주의 무게만을 느끼며 즐거움을 만끽한다. 나는 머릿속에 떠오르는 상상의 세계로 마음껏 달려간다. 나는 내 생명의 영혼을 이 좁은 공간에 가두어둔다. 답답해 숨을 쉴 수 없을지라도 상상 속 무한한 세계로 뛰어든다.
만약 내게 대자연의 비밀을 파헤칠 능력이 있었다면 이런 놀라운 경험을 할 수 없었을 것이며, 이렇게 달콤한 순간을 맛볼 수 없었을 것이다.
나는 지금 신의 경지에 이른 평화로운 마음으로 크게 외친다.
"아, 하늘이시여 ! 나의 하늘이시여 !"
그저 이 말 말고는 더 이상 그 어떤 말도 나오지 않는다.
<<루소, 고독한 산책자의 몽상 중에서>>
내가 고른 아주 멋진 명문장
"내 꿈이 현실이 된다고 해도 나는 만족하지 못할 것이다. 그때가 되면 나는 다시 새로운 꿈과 희망을 품고 또 다른 세상을 동경할테니 말이다."
'예술과 미학, 인문학적 가치추구' 카테고리의 다른 글
충분한 정도, 키스 페인의 [부러진 사다리 Broken Ladder] (3) | 2022.12.28 |
---|---|
건강한 장수 비결 10가지 방법 - 영국 가디언지 참조 (0) | 2022.12.15 |
리차드 바크, 갈매기의 꿈 그리고 위인들의 호연지기 (3) | 2022.10.27 |
사이먼 앤 가펑클, bridge over troubled water, 가수 소향 (1) | 2022.10.27 |
노벨상시인, 비스와바 심보르스카 [읽거나 말거나] (0) | 2022.10.26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