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 민들레의 세계사
4월 봄날 아침에, 담벼락 아래에서 노오랗게 피어난 민들레를 보았다. 민들레들이 줄지어서 자신을 자랑하듯 피어나 있는데 세상에 어떤 화원에 있는 장미보다도 더 아름답게 다가왔다. 담벼락 아래에 피어난 민들레는 언제 뽑힐지도 모르는데 겁도 없이 자신의 노란 꽃잎을 피워서 소박한 자태를 뽐내고 있는 것이다.
옛날 조상들은 어려운 환경과 시대속에서도 꿋꿋이 자신의 꽃잎과 꽃씨를 만드는 민들레를 보고서 자신들을 '민초'라고 불렀습니다. 그것은 민들레라는 말에서 나왔다. 민들레 풀과 같다는 것이다. 그 민들레가 곧 서민의 정신을 대변하는 풀꽃이 된 것이다.
어린 시절에는 민들레 가지를 꺽어서 민들레 홀씨(풀씨)를 ‘훅’하고 불면 날라가곤 하였다. 나이가 들어서도 여전히 민들레 홀씨를 바람에 날린다. 이 글을 쓰는 오늘도 막내에게 민들레 대궁을 꺽어서 불어 보라고 하였다.‘훅’하고 부니 날라가는 홀씨들을 보면서 마냥 천진난만하게 웃는 모습이 어린 시절의 내 모습을 보는 것 같다.
민들레 홀씨가 진짜 홀씨는 아니라고 하지만 그 솜털같은 것이 날아가는 것에서 ‘유체역학’을 발견한 과학자도 있다고 하는데 그리 본고에서는 교감이 되지는 않는다. 나사에서는 인공위성의 날아가고 착륙하는 기술을 ‘민들레의 풀씨’를 가지고 연구한다고 한다.
[야생화 편지]를 쓴 황대권 선생은 오랜 투옥생활을 하면서 "민들레는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다" 라며 야생화를 통해서 비교하지 않는 것이 행복의 지름길임을 발견한다. 그래서 나의 글 제목도 ‘장미를 부러워하지 않는 민들레’라고 정한 것이다.
<민들레의 세계적 영토>
소제목이 무척 거창하다.
김파라는 연변 조선족 시인이 있다.
그가 쓴 <<민들레>>를 보면 민들레의 세계적 영토를 볼 수 있다.
제땅에서 다 살고 나면
그 고운 백발버리 흩날려
낙하산으로 탈바꿈하였는가.
바람을 타고 훨훨
물위에 떠서 둥둥
산지사방 타향살이 떠나
한 알이 백배 천배로
후대 번식에 열을 올려
온 지구를 덮어버릴 잡도리
동방 천리강산 민들레
인류의 민들레, 배달의 씨앗.
민들레의 별명이 있다고 한다. 바로 ‘앉은뱅이’라는 별명인데, 낮은 곳에서 아마 피우는 풀꽃이어서 그런 별명이 붙는 것으로 보인다. 민들레는 4,5월 봄과 9,10월 가을에 핀다. 그래서 봄가을로 피는 풀꽃이어서 사람들의 사랑을 많이 받는다. 민들레는 낮에만 피고 밤에는 지는 꽃이다. 꽃말은 ‘사랑의 신탁’이다. 그 이유는 바로 하늘로 자신의 풀씨를 날리기 때문이다. 꿈이 가장 높은 풀이 바로 민들레이다.(한국동식물도감 참조>
유럽에서는 민들레를 보면 강인한 동물을 떠올린다.
그래서 민들레를 영어로 ‘dandelion' 덴델라이언이라고 한다. 민들레의 삐죽한 잎이 사자이빨을 닮았다고 해서 지은 것이다. 이는 프랑스의 'dent de lion'에서 유래했다.
그리스어로는 ‘타라신’이라고 하며 ‘혼란’을 뜻한다고 한다. 페르시아에서는 ‘맛이 쓴 삶아 먹는 채소’라고 하여 그 당시 사람들도 민들레를 즐겨 먹었다고 보아야 한다.
토종 민들레와 서양 민들레는 차이가 있다. 토종 민들레는 모양이 꽃모양(총포)이 위로 향하지만, 100여년전 구한말에 들어온 서양 민들레는 옆으로 퍼져 아래로 처지는 특징이 있다. 서양 민들레에 밀려 토종 민들레가 사라져간다고 한다. 네잎 클로버보다 찾아보기 힘들다고 한다. 그렇다고 토종 민들레만 고집해서도 안된다. 이제는 서양 민들레도 우리 땅의 민들레로 보아야 한다.
민들레는 동서양을 막론하고 오래전부터 약재로 사용되었다. 대개 잎은 식용으로 쓰고, 뿌리는 약용으로 사용한다. 술을 좋아하는 사람들은 민들레의 뿌리로 ‘민들레 약주’를 담기도 한다. 한약명은 동의보감에서 ‘포공영’이라고 하며, 성질은 차고 독성은 없다. 민들레가 간해독에 참 좋다고 하니 자주 섭취하는 것도 바람직하다. 포자는 부드럽다는 뜻이고, 공자는 평평하다는 뜻이며, 영자는 꽃봉오리를 말한다. 그 이름이 아주 예쁘다. (다른 말로 ‘구덕초’라고도 부른다.)
민들레에게 한마디 하고 싶다. “민들레야, 몰라봐서 미안해”
<포공영은 원래 사람이름이다?>
이 글을 쓰면서 ‘포공영’이 정말 궁금했다. 왜 민들레의 이름이 포공영이냐는 것이다. 그래서 ‘궁금하면 못 참는 성격’으로 포공영의 기록을 찾아 보았다.
옛날 어느 부자집 딸이 가슴에 종양이 생겼으니 남자 한의원에게 보일수도 없어서 전전긍긍하던 차에, 어머니로부터 “너가 외갓남자를 사귀어 그렇게 되었다”며 야단을 맞자, 너무나 상심하여 그 길로 그만 물로 뛰어 들고 말았다. 하지만 마침 배를 타고 그곳을 지나는 어부가 딸과 함께 그 아가씨를 구하게 되었고 옷을 갈아 입히려다가 그녀 가슴에 커다란 종양이 있는 것을 보고 어부의 딸이 평소 그 효과를 알고 있는 산야초를 뽑아다 갈아서 그곳에 붙이고, 또 달여서 먹이자, 시간이 지나면서 점차 종양이 낫게 되었다. 그때부터 이 하얀 꽃의 약초는 ‘포공영’이란 이름이 붙었는데, 바로 그 어부의 딸의 이름이 ‘포공영’이었다.
민들레는 동서양 어디서나 잘 자라는 것으로서 세계적 영토를 가지고 있다. 이는 이혜인 수녀의 [민들레의 영토]라는 시집에서 연유했다.
<일편단심( 一片丹心) 민들레야>
가수 나훈아의 <잡초>에는, “한송이 꽃이라면 향기라도 있을 텐데 이것 저것 아무 것도 없는 잡초라네” 라는 가사가 있다. 민들레도 물론 잡초인데 이 민들레는 자체의 아름다움과 식용과 약용으로도 좋고, 향기도 물론 좋다.
그런데 가왕 조용필은 <일편단심 민들레>라는 노래를 불렀다. 왜 그는 민들레를 ’일편단심‘이라고 불렀을까?
민들레는 아무나 받아들이지 않고 토종만 고집하는 특성이 있다. 토종 민들레는 토종 민들레 꽃가루만 받아들인다고 한다. 그래서 절대 토종 신랑이 오기를 일편단심 기다린다. 결국 오지 않으면 ‘처녀생식’을 한다고 한다. 봄바람에 날리는 꽃가라는 발아가 되지 않은 무정란이라고 보면 된다. 그래서 토종 민들레의 개체수가 줄어드는 것이다. 청양 칠갑산에서 ‘토종 민들레’의 증식이 성공했다고 한다. 칠갑산 올라 갈 때 토종 민들레도 살펴보았으면 좋겠다.
또한 민들레는 일편단심인 것은 뿌리를 반드시 굵고 곧게 뻗는다고 한다. 중심뿌리 하나만 두고 오로지 한 길로만 절개를 지킨다고 하여 ‘일편단심 민들레’라고 하는 것이다. 그래서 아무리 밟아도 민들레가 죽지 않는 것은 바로 뿌리를 깊이 한방향으로 내리기 때문이다. 잔디밭에서도 제초제를 뿌려도 잠시 후 다시 나오는 것은 민들레라고 한다. 때문에 서민들의 힘든 삶에 비유되기도 한 것이다. <식물백과>
그래서 본 필자는 ‘일편단심’ 민들레의 이야기를 또 찾았다.
물론 포은 정몽주의 [단심가]에 등장하는 사자성어이기도 한데, 정몽주도 일편단심, 사군이충을 한 위인이 아니다.
<옛날 경주에서 내려오는 민들레 전설>이다.
옛날 경주에 한 노인이 민들레란 소녀와 살았다. 아마도 민씨가 아닌가 생각된다. 성은 민씨요, 이름이 들레다. 칠십 넘은 노인의 손녀딸을 ‘덕’이란 총각이 애타게 사모하고 있었다. 그러던 어느 날 장마로 인해 집이 떠내려갈 처지에 있던 노인과 민들레가 덕이네 집으로 피난을 왔다. 여기서 아마도 민들레와 덕이는 서로 썸을 타게 되었다.
한집에서 살게 된 덕이는 민들레와 넘지 말아야 할 선을 넘게 되었다. 어느 날, 나라에서 중국에 바칠 예쁜 처녀를 선발하는데 민들레도 뽑혀가게 되었다. 민들레는 가지 않으려고 발버둥을 쳤으나 뜻대로 되지 않아 자신의 품속에 있는 비수를 꺼내서 자결하고 말았다. 그 곳에서 한 꽃 송이가 피어났는데 사람들은 사랑을 못 다하고 죽은 민들레의 넋이 꽃으로 피었다고 ‘민들레꽃’이라고 불렀다고 한다. 이렇게 한 남자를 위하여 사랑하고 정조와 순결을 지키기 위해 자결한 민들레는 ‘일편단심 민들레’가 된 것이다. 가왕 조용필이 그냥 이 노래를 부른 것이 아니다.
<민들레 이야기>
어느 길가에 민들레 홀씨가 떨어져서 꿈을 키우고 있었다.
봄이 와서 민들레가 막 꽃잎을 여러 송이 내밀었을 때 참새가 날아와서 떡잎 3개중에 2개를 쪼아먹어 버렸다. 민들레는 떡잎 하나만으로 간신히 속잎들을 펴냈다. 하나 남은 떡잎에 희망을 걸면서 간신히 다른 노란 잎들을 펴내기 시작하였다.
봄비가 보슬 보슬 내리는 날이었지만, 아직은 빗기운에 겨울의 냉기가 남아 있었다. 그러다가 지나가던 개에 잠시 여러군데 밟히고 말았다.민들레는 다시 일어나는데 며칠이 걸렸는지 모른다. 드디어 꽃망울이 부풀어 오르고 여러 꽃송이들이 피어나기 시작했다. 그런데 히히덕거리며 장난이 심한 어린 아이들의 발길질에 꽃대궁이 부러지고 말았다. 머리를 들었던 여러 꽃대궁들이 무심한 아이들의 짖궂은 장난에 희생된 것이다.
그러나 민들레는 포기하지 않았다.
자신만의 영토를 만들려고 마침내 다른 꽃대궁을 밀어 올렸다. 마침내 민들레는 빛나는 노오란 꽃잎들을 환히 피웠다.
그리고30배, 60배, 100배의 꽃씨를 띄워 올리는 민들레에게
이웃의 강아지풀이 물어 보았다.
"어떻게 하면 그런 수확을 할 수 있는지요?"
민들레는, "꿈을 포기하지 않는 것이야 그리하여 어떤 역경이 닥치더라도 거듭 거듭 새로 시작하여야 하지"
브레드 스트리트는 말했다.
"만약 우리에게 겨울이 없다면 봄은 그토록 즐겁지 않을 것이다.우리가 이따금 역경을 맛보지 않는다면 성공은 그토록 환영받지 못할 것이다."
<민들레식품의 대표 박영훈님>
오늘은 ‘민들레차’를 한국에서 처음 개발한 사람을 소개하고 싶다. 박대표는 지금부터 30년전에 귀농한 사람인데 도시생활로 잃어버린 건강을 되찾기 위해 경상북도 의령군 칠곡면 내조리에 귀농을 했다. 그는 하루 한끼를 민들레를 가지고 먹었는데 나중에 건강이 좋아져서 민들레를 상품화하기로 결정했다. 그래서 민들레를 사업으로 발전시켜서 나중에는 ‘부자농부’의 반열에 오르게 되었다. 그리고 그 마을은 ‘민들레 마을’이 되었다고 한다. 그가 사업이 잘되자 다른 곳에서 여기 저기 민들레를 키우고 사업하는 사람들이 늘어나 매출이 많이 줄었다고 한다. 그래도 박영훈 대표는 ‘민들레차’의 원조이고 선구자이다. 그래서 여기 글에 실린 것이다. 이 분이 이 글을 읽어보기를 바란다.
문학속에 피어나는 민들레
<류시화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에 나오는 ‘민들레’>
민들레
민들레 풀씨처럼
높지도 않고 낮지도 않게
그렇게 세상의 강을 건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슬픔은 왜
저만치 떨어져서 바라보면
슬프지 않은 것일까
민들레 풀씨처럼
얼마만큼의 거리를 갖고
그렇게 세상 위로 떠다닐 수는 없을까?
민들레가 나에게 가르쳐 주었네
“슬프면 때로 슬피 울라고
그러면 민들레 풀씨처럼 가벼워진다”고
민초들은 그렇게 슬픔을 민들레 풀씨처럼 슬피울며 날린다.
<‘밥데기 죽데기’ 동화작가 권정생의 ‘민들레꽃’
빌뱅이 언덕 아래
낮은 집 마당에서
그 꽃을 만났어요
낮은 지붕이 만드는
그늘속에
피어난 그 꽃을 보았어요
그늘 속에서도
환하게 핀 꽃
추위를 견디어 이겨낸 꽃
그늘 속에서도
그 꽃은 어쩜 저리도
환하게 웃을 수 있을까요
상처투성이 몸으로
어쩜 그리고
환한 꽃을 피울 수 있었을까요
궁금해 자꾸 말 걸어도
아무 말없이
그냥 환하게 웃기만 하는 꽃
제 이름과
제 향기를 잃지 않고
당당하게 핀 민들레꽃이
빌뱅이 언덕 아래
낮은 집 마당 가득
웃는 봄을 풀어 놓았어요.
어린이 날이 다가와 생각난다.
민들레 꽃처럼 소박하고 환한 권정생 작가,
그분의 삶과 문학이 오직 어린이를 위한 것이어서
온 세상 가득 웃는 봄을 풀어 놓고서 2007년 5월 그는 떠났다.
<민들레를 사랑하기>
어느 정원사의 이야기이다. 잔디를 잘 가꾸는 프로 정원사는 잔디밭에 민들레가 수북하게 자라자 민들레를 없애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해보았다.그래서 그는 마지막 수단으로 원예전문박사에게 편지를 보냈다.
“선생님, 어떤 방법으로도 민들레는 없앨 수가 없습니다. 좋은 방법을 알려 주십시오. ”
며칠뒤에 편지의 답장이 왔다.
“민들레를 사랑하는 법을 배우십시오. 다른 방법은 없습니다.”
민들레를 사랑하라.
보라 민들레꽃이 듬성 듬성 핀 잔디밭은
얼마나 아름다고 사랑스러운가!
오늘은 서재에서 이해인의 ‘민들레 영토’
류시화의 ‘그대가 곁에 있어도 나는 그대가 그립다’
권정생의 ‘밥데기 죽데기’를 다시 읽어보련다.
내일은 민들레처럼 노란꽃, 병아리처럼 노란털을 가진 어린이날이다.
일년 특별한 단 하루, 동심으로 돌아가는 아빠가 되기로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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