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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동식물의 문학사 & 탐험사&세계사

동식물의 세계사4, 말(horse)의 세계사

by 코리안랍비 2022. 9. 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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말(Horse)의 세계사

“말 탄 자가 세상을 호령했다.
기마 군국주의는 여전히 진행형이다.
인류의 역사는 말과 함께했다.”
- [말의 세계사, 피타 켈레크나 중(中)]


사람이 살면서 '말 Language'을 하지 않고는 못산다.
그런데 말없이 우리 인간과 함께 한 동물이 있으니, 바로 '말 Horese'이다. 얼마전부터 [동식물의 세계사 시리즈]를 연재하면서 이상하게 동식물학 책들을 구비하는 일이 생겼다. 한달에 3-40여권의 책을 구입하는 [적독파 - 츤도구] 인데, 글의 소재를 찾기가 힘들어서 책을 사서 읽으면서 동식물의 세계사를 작성할 수 있어서 다행이기도 하고 감사하기도 하다.

오늘은 두번째 시간으로 [말의 세계사]를 다루어 보고자 한다. 그 주제에 맞추어서 구입한 책이 바로 피타 켈레크나의 [말의 세계사]이다. 이미 나보다 앞서서 말의 세계사를 다루었으니 그 저자도 무슨 마력(馬力)아니면 마력(魔力)에 끌린 것임에 틀림없다. 이해하시라. 언어의 유피미즘(유희)을 즐기는 사람중에 하나여서 그렇다.

인류역사는 말(馬)과 함께 했다. 인류의 문명은 말이 있느냐 없느냐에 따라서 명암이 갈렸다. 인간을 대신해 짐을 나르거나 수레를 끄는 짐승을 ‘역용동물’이라고 부르고, 사람이 타고 다니는 동물을 ‘승용동물’이라고 부른다. 말은 바로 역용과 승용이 둘다 가능한 거의 유일한 동물이라고 보면 된다. 하지만 결론부터 말하자면, 과학의 발달로 말도 이제 역사속으로 밀려 들어간 존재가 되고 있다.

  • 구글출처 이미지 - 해안가를 달리는 흑마의 위용



마력(馬力)의 출현
기원전 4000년경 유라시아 초원지대에서 처음으로 사육된 것으로 추정되는 말은 6000년간 종별로 확산과 멸종을 거듭하며 인간과 공존해왔다. 원래 말은 북아메리카에서 최초로 진화하여 전 지구적으로 확산과 멸종을 거듭하였는데, 다른 어느 지역보다 먹이가 풍족하지 못한 지역에서 그 해부학적으로 발달하였으며, 지구상에서 가장 빠른 속도로 먼거리를 누비는 네발짐승이 되었다. 따라서 말에 대해서 제대로 알려면 문명의 중심지가 아니라 초원지대나 사막지대로 눈을 돌려야 한다. 말은 광활한 대지를 달리도록 설계된 동물이다.


말의 진화
말은 5천만년전 존재했던 약 60센티 정도의 에오히푸스 (Eohippus)로 오늘날의 에쿠우스(Equus)에 이르기까지 진화를 거듭해 오는 동안 초원 위를 빨리 달리는 성질을 강화해왔다. 발가락이 사라지고 대신 발굽이 생겼으며,다리는 더 길어졌다. 사람들 가운데 다리가 발달한 사람을 ‘말벅지’라고 하는데 바로 다리근육이 가장 발달한 것이 단연 말이다. 말은 평지에서 시속 60KM로 달릴 수 있으며, 하루에 160KM의 거리를 달릴 수 있다.

어려서부터 서부영화를 좋아하였는데, 말의 기원이 북아메리카 대륙에서 기원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주는 장면이 자주 나온다. 말을 타고 달리는 카우보이를 보면서 나도 언젠가 초원위를 달리는 말탄 기수가 되어 보고 싶다는 상상도 자주 해 보았다. 말은 이상하게도 겁이 많은 동물이라고 한다. 그런데 이 동물은 잠자는 것도 낮에는 10분에서 15분 잠들기도 하고, 하루에 여러번 나누어서 자는데 보통 3-4시간 정도만 잠든다고 한다. 그런데 다른 포식동물들이나 맹수들은 하루 15시간은 잠드는 반면에 말은 늘 긴장상태를 유지하는 모양인지 2-3시간만 잔다.

아마도 초식동물이어서 육식동물을 경계하는 습성이 내재되어 있다고 보아야 한다. 말의 가축화는 다른 동물들보다 늦어져서 개보다 6,7000년, 소보다는 3,4000년 정도 늦은 시기에 우크라이나 남쪽의 드니에프로 강가에서 길들여지기 시작했다고 전한다. 이때에는 아마도 이동용보다는 식용(食用)으로 길러졌을 것이다. 사실 오랫동안 말고기는 쇠고기만큼이나 맛있고 값싼? 식량이었다고 한다. 외국에서 잠시 말고기를 먹은 기억이 나는데, 샤브샤브로 나오는 말고기의 맛은 일품이었다. 그 뒤고 먹은 기억은 없다. 유럽에서도 말고기의 소비량은 무척 줄어서 이제는 말들은 말의 [양로원]에서 늙어서 죽는다고 한다.<서울대 동양사학과 주경철의 책 참조>


말과 인간의 만남
사람과 말이 포식자와 먹히는 관계가 아닌 다른 방식으로 만나는 것은 한참 후이다. 이제는 잡아 먹는 일이 아니라 말의 힘을 이용하여 수송, 농사, 전투 등의 다양한 용도로 말을 부리게 되었다. 인간에게는 말을 재가축화하기 위하여 노력하였는데 바로 말의 힘을 이용하기 위해서 마구(馬具)들의 발달이 이루어진다. 말굽에 박는 징이나, 말안장, 말이 끄는 마차, 달리게 만드는 채찍, 마굿간등 유럽과 시베리아에서 마구들이 마구 발달하게 되었다. 말의 안장은 말을 타는 피로를 줄이고, 다양한 승마 스타일을 만들게 하였다.



말과 권력
말은 농사에도 많이 사용되었지만, 전투용으로 많이 사용되었다는데 역사적인 의미가 있다. 삼국지 경영학을 다루면서 여러 군웅할거의 시대에 가장 중요한 전투품목은 바로 [말]이라고 써놓았다. 특히 여포와 관우가 몰았다는 [적토마]의 이야기는 익히 아는 이야기이다. 관우가 죽자 [적토마]도 식음을 전폐하고 죽었다는 충성스러운 이야기가 전해온다. 그 적토마가 아마도 한혈마라는 설이 있다. 이 한혈마에 대한 글은 후반부에서 전개하기로 한다.

말을 타는 사람은 서양에서는 기사이고, 이들이 군대식으로 조직되면 기마병이라고 부른다. 십자군 전쟁을 보면 기치창검을 든 기사들이 연상이 된다. 서양은 또한 기사도의 국가이다.

말은 여러 문명권에서 무력의 핵심으로 등장한다. 오늘날의 탱크나 전투기에 버금가는 존재이다. 말은 스피드나 높이에서 사람을 압도하고 수십명이나 수백명의 군사들과도 싸울 수 있는 힘을 지녔다. 그래서 말을 기르고, 수입하고, 수출하고, 조련하는 것 그리고 말을 경주하고, 그리고 전투에 능한 말로 기르는 것은 중요한 과업중에 하나였다. 거기에 강력한 기마민족이 이웃 지역과 국가들을 공격하고 점령하는 일은 유라시아의 역사에서 거듭되는 스토리이다.

인류의 역사는 수메르에서 시작되는데, 수메르 시대에도 말과 전차는 등장한다. 기원전 16세기 힉소스 민족이 이집트를 향해 진격할 때 “전차가 마치 화살처럼 날아오고 말발굽은 천둥소리를 낸다”라는 표현이 있다. 알렉산더의 세계 제패나 몽골의 징기즈칸의 세계 제패도 말과 기마부대의 전면적인 압도력으로 가능했던 것이다.


[구약성서 출애굽기 Exodus]에는 이집트가 파라오가 탈출하는 200만명의 히브리인들을 추적하기 위하여 다량의 말병거(전차)를 이용했다는 기록이 나오고, 기원전 10세기에는 다윗왕국이 전차용말 4만과 기병 1만 2천명을 보유했다는 기록도 있고, 실제 이스라엘의 북부지역 므깃도(메깃도 Megiddo)에 가보면 마굿간 시설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나는 이 마굿간 자리를 직접 관찰한 1인중에 하나이다.


알렉산더가 탄 말의 이름을 아는가? 바로 부케팔루스다.
이 뜻은 ‘소대가리를 한 말’이라는 웃긴 닉네임이 붙는다.
이 말을 타고 페르시아를 넘어서 인도까지 갔으니 알렉산더와 부케팔루스는
한 몸처럼 움직인 것이다.



예전에 읽었던 기억이 난다. 20세기 대철학자인 야스퍼스는 인류가 역사를 가지는 존재로 성장할 수 있었던 요인을 5가지로 꼽았는데 [강의 치수(治水). 문자, 언어와 신화, 세계제국의 맹아(萌芽), 그리고 말(馬)의 등장]이라고 했다. 여기에 말이 등장한 것은 인간을 대지의 노동으로부터 상당부분 해방시켜주고, 뛰어난 전투기술을 가지고 있고, 인간의 장거리 이동을 가능하게 했기 때문이다. (말이 바꾼 세계사, 모토무라 료지의 책)


정착이냐, 이동이냐
많은 인류학자들은 신석기 시대 농업혁명은 이동하던 사람들을 정착하게 했다고 주장한다. 하지만 [말의 세계사]를 보면 농경중심설이 아니라 기마중심설로 하여 다시 써야 한다고 주장한다. 저자는 군마의 효율적인 증대로 인하여서 군사력이 증가하여 전쟁과 문명의 파괴 및 복합성을 다룸으로써,기마군군주의(Equestrain militarism)라는 이데올로기가 생겼다고 주장한다.

그래서 [사피엔스]를 지은 유발 하라리는 신석기 혁명은 농업혁명이었다라고 주장하는 것에 대해서 반기를 든다. 인류 최고의 거짓말이라고 하면서, 농업혁명과 더불어서 이주혁명도 같이 일어났음을 주장한다. 그 증거가 바로 말이다.


말의 상징성과 이용성
동양에서의 말은 십이지 간지중 7번째인 오(午)에 해당한다. 그래서 낮 12시를 정오라고 하는데, 이 정오(正午)도 말에서 유래한다. 우리 나라에서는 몽고 계통의 호마와 향마라는 두 계통의 말이 존재하였다. 삼국시대나 고려시대에 제주도는 대량으로 말을 공급하기 위해서 말을 키워왔다.제주도에 가면 말을 탈 수 있지만, 조선조에서는 교통수단으로 말을 이용했고, 역을 중심으로 한 파발(擺撥)을 운영하였다.

삼국지 위지동이전 한전(韓傳)에 보면
“不知乘牛馬牛馬晝於送死”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는 "삼한(마한, 진한, 변한)시대에 말과 소를 순전히 수장용으로 이용하였다" 라는 말이 나온다. 또한 과하마(果下馬)라고 하는 말이 있는데, 이는 과일나무 아래를 지나갈 수 있다는 뜻으로, 토마라고 부르며 제주마가 대표적인 것이다. 그 후한서에 의하면 “고구려에는 과하마라는 조랑말이 있어서 이것을 타고 달리고 산을 오르내리면서 보다 기동성있는 사냥을 했다”고 기록한다.


말에 대한 나의 기억 - 한혈마
20세기 최고의 불후의 영화는 단연 [벤허]를 꼽는다.
이 벤허의 <전차경주장면>은 영화역사상 최고의 압권으로 꼽는다. 유다 벤허(찰톤 헤스톤)와 메살라의 살벌하고 치가 떨리게 하는 경주장면은 몇 번이고 봐도 멋있는 장면이다. 이 전차경주에 여러명의 스턴트맨이 등장하여 부상을 입었으며, 카메라가 흔들려서 오히려 전차경주의 액션을 더 멋들어지게 연출해다고 한다. 그 유다 벤허가 탄 말의 종류가 아라비아산이었다고 한다. 그 말은 중국에서는 한혈마 [汗血馬]로 불렀다. 이 말의 이름이 특이하여 사전을 보니, ‘피땀을 흘릴 정도로 매우 빨리 달리는 말’이라는 뜻이다. 벤허와 함께 달리는 한혈마에 대한 기억이 아직도 선명하다. 투르크메니스탄에서는 한혈마를 아칼테케(Akhal Teke)라고 부른다. 아칼테케가 바로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요, 한혈마로 본다.


그 한혈마에 대한 글도 오늘 여기에 담아본다.

비단길, 즉 실크로드를 개척한 장건의 스토리에 등장하는 천마에 대한 이야기이다. 기원전 126년. 중국 한나라의 제7대 황제인 무제(武帝)는 장건을 특사로 임명해 대월지국에 보낸다. 무제의 숙원인 흉노 정벌을 위해서다. 장건은 대월지국과의 연합전선 구축을 위하여 노력하지만 뜻을 이루지 못하고 13년 만에 귀국한다. 하지만 그는 중앙아시아 여러 나라에 대한 정보를 많이 알게 된다. 그중에서도 무제가 최고의 관심을 가질 대완(大宛)국의 한혈마 이야기를 보고한다. 무제는 장건의 보고를 듣고 귀가 솔깃해진다. 하루에 천리를 달려 천리마로도 불리는 한혈마는 흉노를 제압할 수 있는 최신 병기가 틀림없기 때문이다.
말은 고대의 최신 병기나 다름없었다. 특히 한혈마는 전투에서 승리하는 데 없어서는 안 될 필수 군수품이었다. 한 무제는 곧바로 대완의 이사성(貳師城)에 있는 한혈마를 천금을 주고라도 사 오도록 한다.

대완이 사신을 죽이고 거부하자 이에 분노한 무제는 이광리를 이사장군에 임명, 대완국을 격파하고 3000여 마리의 말을 가져온다. 무제는 이 명마로 숙원이던 흉노를 제압한다.

이광리가 한혈마인 천마를 가져오자 한 무제는 〈서극천마가(西極天馬歌)〉를 지어 칭송했다.

천마가 오네 서극에서 오네
만 리를 넘어 중국으로 돌아오네
신령한 위엄을 이어받아 외국을 항복시키니
유사(流沙)를 건너 모든 오랑캐가 복종하네

무제가 천마를 얼마나 애지중지하였는지 위의 시 한 편으로 알 수 있다. 당시에 한혈마를 소유하는 것은 마치 하늘의 축복을 받은 증표나 다름없는 것이었다.

장건 ㅡ 실크로드의 개척자


말의 마지막 노래<울리히 라울프, 강영옥 역>

이 책에서 말이 인류에 미친 영향, 역사속의 유명인들의 말들이 등장한다. 그는 이상하게도 ‘말은 오랫동안 중요했음에도 서술되지 않은 존재’라고 말을 한다. 그러면서 말을 통해 유대인들의 억압의 역사를 살핀다. 그는 말의 마력과 견인력이 열기관과 자동차의 등장으로 끝을 향해 가고 있음도 말한다.
“말은 영웅의 동반자, 사상의 전달자, 생각의 조력자, 인간에게 아이디어를 제공했던 도주성 동물, 고뇌를 짊어진 동물”등으로 묘사했던 말의 역사가 20세기로 오면서 사라지고 뒤틀리기 시작했다고 그의 책에서 말한다.

말에 대한 글을 쓰다가 어느새 여러 권의 책을 구비하고 다양한 문헌을 살펴보는 일까지 벌어졌다. 그리스의 역사가 헤로도투스는 자신의 저서 [히스토리아, 역사]에서 말(馬)에 대하여 다음과 같이 언급한다.

“역사에는 수많은 행위자가 있는데, 인간만이 역사의 행위자가 아니다. 말도 그 많은 행위자 가운데 당당한 일원이다”라고 밝혔다.

이제 말은 경마장이나 영화의 세트장에 가야 볼 수 있는 존재가 되었다. 과천에 마사회가 운영하는 마사박물관이 있다. 물론 사람들은 경주하는 말들을 구경하지 마사박물관에는 그리 관심이 없다. 가족단위나 연인들이 찾을 뿐이다. 문명의 이기가 더 발달하고, 교통수단의 발달이 말을 밀어내고 있다. 박물관으로 밀려나고 있다. 전자.디지털로 말하는 과학은 이제 말 마져도 밀어내고 있다. 이제 우리가 아는 말은 비싼 경주마로 전락하였다. 하루에 천리를 달리는 천리마도 이제는 십리를 달리지 않는다. 말도 미래의 어느날 역사속으로 사라질 것 같은 이 기분은 무엇인가?

이 시를 보면 박제가 된 기분이 들 것이다.

마사 박물관에 가면 당신은
한때 뚝섬을 주름잡았던 명마의 박제를 만날 수 있다
경주마 이름은 포경선
생전에 그에겐 많은 돈이 걸렸다
물론 사람들이 원하는 건 바람 같은 질주가 아니었다
그는 시간이라는 조롱 속에 갇혀
끝없이 황금 고래에 대한 이야기를 해야만 했다
그는 알고 있었다
오직 죽음만이, 이 저주 받은 이야기꾼의 운명을
정지시켜줄 수 있다는 것을,
죽음은 그의 바람대로
그를, 말의 육신을 멈추게 해주었다
이윽고 그의 몸은 방부제로 가득 채워졌다
그리하여 황금 고래에 관한 이야기는
영원히 썩지 않는 박제가 되었다

―「 천일마화─명마 捕鯨船」 전문 <시인 유하 작>

다음에 다루어볼 동식물 세계사는 '고래'에 대한 것이다.

  • 구글출처 이미지 - 말탄 기사 코스프레
  • 구글출처 이미지 - 벤허의 명장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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