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연스런 인생의 흐름
중국의 [린위탕]이라는 작가의 글을 읽다가,
인생의 흐름이 자연과 닮았다는 것을 배웁니다.
이제 계절은 가을로 달리고 있습니다.
여름의 끝자락이 그 손을 놓고,
이제는 초가을의 서늘한 바람이 불어옵니다.
린위탕 선생은 [가을]을 무척 좋아한다고 하였습니다.
그가 가을을 좋아하는 것은 생명의 한계를 깨닫고
겸허해지며, 만족스러운 인생의 길로 들어섰다는 기운을 느끼기 때문이라고 합니다.
사람에게는 모두 황금기가 있습니다.
인생의 [화양연화]의 시기에는 가을의 정취가 물씬 풍깁니다.
녹색의 활기와 황금색의 여유가 어우러지며,
슬픔과 기쁨을 동시에 맛보는
시기가 바로 가을입니다.
가을은 영어로 fall 이라고 부릅니다.
바로 낙엽이 떨어지는 계절이라는 것입니다.
알베르 카뮈는 "가을은 제 2의 봄이다" 라고 하였습니다.
가을로 물들어가는 낙엽이 마치 봄에 핀 봄산의 꽃들과 같이
울긋불긋하게 보여서 그렇게 미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가을은 인생의 황금기입니다.
이 시기에는 미래에 대한 희망과 과거에 대한 회상이 공존합니다.
봄날의 기억과 여름날의 메아리도 아련하게 들려옵니다.
인생의 황금기를 맞이하고 나서야 인생이 조금 보이기 시작합니다.
누가 가르쳐 주지 않았는데도,
무엇이 중요한지? 지금 어떻게 생활해야 하는지?
인생의 인문학적인 질문들과
실용주의적인 질문들이 자연스럽게
삶의 중심에 자리를 잡습니다.
앞으로 어떻게 노력하느냐보다
지금 자신에게 주어진 고귀한 시간과 순간을
어떻게 즐기느냐가 더욱 중요합니다.
지금 남아도는 힘과 에너지를 어떻게 써버릴까가 아니라,
다가오는 추운 겨울을 대비하여 어떻게 힘과 에너지를 비축해둘 것인지가 더 중요합니다.
가을은 현명해지고 지혜로와지는 계절입니다.
나무들이 하나 둘씩 자신의 분신인 잎사귀를 떨어뜨리는 것은
겨울을 대비하여 수분을 뿌리에 저장하려는 자연의 법칙에 순응하는 것입니다.
우리도 마찬가지입니다. 가을에는 우리가 마음속으로 진정으로 바라는 것들을 찾을 수 있습니다. 인생의 황금기에 접어들면 자신이 이미 많은 것을 가졌다는 것을 깨닫게 됩니다.
화려했던 지난날과 비교해서 보면 지금이
쥐고 있는 것이 결코 많지 않더라도
지금의 것이 더 값지고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됩니다.
그러므로 스스로 노력하여 얻은 것은 아무리 작아보여도 그것을 쉽게 놓아 버리지 않게 됩니다. 작은 것이 정말 소중하다는 것... 큰 것만을 구하던 젊은 시절의 망상들이 시들해지고, 도리어 작은 것에서 소박한 행복과 여유를 느끼게 됩니다.
가을 숲은 여름 숲같은 무성함이 없는 대신 차분합니다.
아울러 우리의 인생도 여름같은 뜨거운 젊음과 가을 같은 차분한 중년이 공존합니다. 꽃중년의 시기에 들어서보니, 가을이 너무나 좋습니다.
가을에 태어난 사람이라서 그런지 봄보다 가을이 좋습니다.
봄은 너무 짧고, 여름은 너무 덮고, 가을은 단풍이 가득합니다.
단풍을 보면 우울함과 죽음의 그림자가 서서히 스며드는 듯 해 보이지만,
가을의 단풍은 봄의 어리숙함과 여름의 사나움도 아닌 영민한 지혜가 담겨져 있습니다.
가을로 접어든 인생은 생명의 한계를 깨닫고 그 순간 스스로 만족을 누리며
행복에 대한 욕심을 내려 놓습니다. 생명의 한계를 아는 순간 풍부한 경험을 바탕으로 다른 사물과 환경과 자연스러운 조화와 하모니를 이룹니다.
그래서 가을색중에서 녹색은 생명의 힘을, 황금색은 만족을, 그리고 보라색은 운명에 순응한다는 표시입니다.
달빛이 가을 숲을 비추면 마음이 활짝 열리고 얼굴에 환한 웃음꽃이 피어납니다.
웃음꽃은 꽃중에 꽃입니다. 가을 숲에 새벽바람이 불면 흔들리던 나뭇잎이 조용히 땅으로 향합니다.
우리는 지금 초가을을 보내고 있습니다.
우리 영혼의 노래에는 삶의 지혜와 현명함이 녹아 있으며
근심 걱정을 떨쳐버릴 미소도 담겨있습니다.
인생은 봄, 여름, 가을, 겨울 그리고 순간 순간의 변화무쌍함의 사계절을 겪습니다. 때론 흔들리고 갈등합니다. 때론 힘들어하고 아파합니다. 때론 행복하고 명랑합니다. 때론 지치고 상합니다. 때론 감격과 환희를 누립니다.
나는 가을이 좋습니다.
약간은 우울하지만 고독감과 행복함을 동시에
누리는 가을이 좋습니다.
아침 저녁으로는 봄처럼 따스한 정취를 만납니다.
한낮에는 아직 여름처럼 뜨거운 정취도 만납니다.
인생의 사계절에는 저마다 서로 다른 스토리가 들어 있습니다.
우리는 스토리입니다.
그러면서 스토리를 만드는 스토리 메이커입니다.
우리는 삶의 노트에 저마다 주어진 연필로 스토리를 적어나갑니다.
이 가을에 우리가 쓸 스토리는
자연과 순응하는 스토리여야 합니다.
세상과 조화를 이루며,
여러 사람들과 잘 공존하는 스토리여야 합니다.
사랑하는 가족들과도 화목하며,
이웃들과도 친절하게 지내고,
새로이 만나는 사람들에게도 웃음과 관대함으로
다가가는 스토리여야 합니다.
우리는 풍부한 인생의 경험을 바탕으로
자연스럽과 주위 환경과 조화를 이루며
생명의 한계를 직시하고 스스로 만족을 구해야 합니다.
우리는 계속해서 스토리를 이러한 스토리를 만들어나갑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내 안에서 깊어지는 자아가 만들어집니다.
그리하여 우리가 살아온 기적에 감사하고
앞으로 살아갈 기적에도 미리 감사하면서
아무리 사소한 것이라도 모두 기적의 결과이며
신기한 마술이라는 것을
이 가을에 더욱 깨닫는 시간이 되기를 소망합니다.
가을은 참 예쁩니다.
저도 여러분들도 예쁩니다.
이 가을에, 더욱 어여쁘고 어여쁘소서 ~~
윤동주님의 시를 떨구고
가을 바람과 함께 사라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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