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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강연 이야기

신영복 선생님 특강, '스승이 없다고 말하는 이에게'

by 코리안랍비 2022. 10. 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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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승이 없다고 말하는 이에게

구글 출처 이미지 - 신영복 선생님 어록중에서



스승이란 흔히 선생(先生)이란 뜻으로 이해하여
먼저 태어나 경험이 많은 사람을 뜻하기도 합니다.
그러나 한유(韓愈)는그의 「사설(師說)」에서
나이(年之先後)나 신분(身之貴賤)을 묻지 않고 도(道)가 있는 곳에
사(師)가 있다고 했습니다.(道之所存 師之所存)

그러기에 성인(聖人)에게는“정해진 스승이 없으며(無常師)”
스승을 특정한 사람으로 규정하기보다는
전도(傳道), 수업(受業), 해혹(解惑)즉 도(道)를 가르치고,
실천적 모범을 보여주고,의혹을 풀어주는 사람은
누구나 스승이라고 하고 있습니다.

여기서 우리는 당연히 도(道)가 무엇인가 라는질문을 갖지 않을 수 없습니다.
도(道)가 있는 곳이 스승이 있는 곳이며,
도를 가르치는 것이 스승의 역할이기 때문입니다.

“스승은 없다”는 선언은
바로 도가 사라졌다는 의미로 읽을 수 있습니다.
도(道)란 무엇인가? 도란 글자 그대로 ‘길’입니다.
길을 가리키는 것이 사(師)이고 스승입니다.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가리키는’ 것이 스승의 도리입니다.

그러나 스승이 길을 가리키는 사람이란 뜻으로이해할 경우
어느 누구도‘길’을 묻는 사람이 없습니다.
모든 사람들이 다투어 그 곳으로 달려가려는 목표가
이미 있기 때문입니다.

묻는 것은 다만 그 곳으로 가는 방법에 관한 것일 뿐입니다.
그런 점에서 스승은 없습니다.
화폐가치가 유일한 패권적 권력으로군림하고 있는 사회에서
<더 이상의 길>은 없습니다.이것이 오늘의 현실입니다.

그러나 연암(燕巖) 박지원 선생은 <있는 것> 과 <있어야 할 것>의
거리를 들어 보이며 그곳에 이르는 길을 보여주는 인격적 모범이
바로 스승이라고 하였습니다.

모든 사람이 달려가고 있는 길이 아니라
우리가 <가야할 길>, 그것이 진정한 도가 아닐까라는 반성입니다.
그런 점에서스승은 반드시 있어야 할 존재이며
그럴수록 더욱 절실하게 요청되는 존재가 아닐 수 없을 것입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연암의 지적처럼
스승이 인격적 모범이라는 사실 때문에
스승의 실존은더욱 어려울 수밖에 없습니다.

왜냐하면 어느 시대에도 당대 사회에서 스승은 없었기 때문입니다.
다산(茶山)과 연암이 그 시대를 읽는 오늘날의 우리들에게는
한 줄기 자부심으로 다가 오는 스승들임에 틀림없지만
당대에 그들은 스승이 아니었습니다.

마르크스도 당대에는없었던 사람이라 해야 합니다.
당대 최고의 석학이었던J.S.밀(John Stuart Mill) 역시마르크스를
몰랐을 정도였습니다.
이것은 가까운 것의 가치를 저평가하는 사람들의 무심함이기도 하고,
죽은 호랑이의 가죽을 칭찬하는 세태의 야박함이기도 하지만
그것의 근본적인 이유는,
스승은 <오늘로부터의 독립> 이라는 스승 본연의 속성과도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합니다.

<길> 그 자체에 대한 반성이나 고민이 원천적으로 소멸되고
오로지 화폐권력을 향한 사활적인 경쟁만이 유일한 선택이 되어 있는
오늘의 현실에서 길을 가리키는 스승이 있을 수 없음은
다시 말할 필요가 없을 것입니다.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그것의 어려움은
바로 이것을 뜻한다고 할 수 있습니다.

스승을 찾는 일,스승이 되는 일은
곧 길을 찾는 일이며
길을 만드는 일에 다름 아닙니다.
교사로서의 삶을 고민하는 여러분에게
제시할 대안은 없습니다.
다만 몇 가지 고민을 공유하는 것으로 대신하려고 합니다.
교육문제가 그만큼 어렵고
중차대한 과제이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필요한 것은 결론이라기보다는
우리들의 반성적 자세라고생각하기 때문입니다.

무슨 일에서건 항상 최선의 결론을 얻으려 하는
안이한 자세를 반성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요체는 각자의 처지에서 부단히 고민하며
하나하나 쌓아가는 매일 매일의 노력입니다.
함께 고민하는 것 그 이상의 최선은 없습니다.

오늘은 다음과 같은 몇 가지 문제의식을 공유하는 것으로 그치려고 합니다.

첫째는 스승은 인간적 가치이며 동시에 사회적 가치라는 점입니다.
그리고 이러한 가치는<오늘로부터 독립> 되어야한다는 것입니다.

둘째,이러한 가치를 정립하기 위해서는
비판적 성찰성과 그것을 위한 환상의 청산이 선행되어야 한다는
사실에 대하여 이야기하고, 그리고 이러한 실천에 요구되는
인간적 작풍(作風)에 관한 몇 가지의 소견을 이야기하고자 합니다.
사람을 찾는 일이 눈을 들어 사방을 살피는 것이 아님은 물론입니다.
오히려 자기가 하는 일에 몰두하고 있을 때,
그 일에 가치를 인정하는 사람이다가 옴으로써
사람을 만나게 되는 것과 같습니다.

스승은 실천의 도정에서 동반자처럼 만나는 것입니다.
그러기 때문에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의 상한(上限)은,
부단한 성찰과 인간에 대한 애정을 키워가는 일에서
시종 성실함을 잃지 않는 도리밖에 없다고 생각합니다

- 2007년 강연 '교사로 살아간다는 것' 중

고 신영복 선생이 소천하기 몇해전에 특강한 내용입니다.
내용이 좋아서 다시 올립니다.

2019년 작성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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