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전없는 과실은 빈껍데기 뿐이다.
시인 장석주의 '대추 한 알'이라는 명시가 있다.
그 시인이 잠시 중앙도서관에서 강연을 한 적이 있다.
그가 직접 들려주는 '대추 한 알'을 듣고서
정말 감탄사가 절로 나왔다.
그 시인의 눈이 정말로 탁월하다는 인상을 받았다.
시인의 눈을 - '시안'이라고 부르는데
시인은 이 세상을 보는 눈이다.
잠시 그의 '대추 한 알'을 소개하고,
며칠 전 보았던 마 데바 와우다 우화를
잠시 오버랩을 하는 시간을 갖는다.
저게 저절로 붉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태풍 몇 개
저 안에 천둥 몇 개
저 안에 벼락 몇 개
저 안에 번개 몇 개가 들어 있어서
붉게 익히는 것일 게다.
저게 저 혼자 둥글어질 리는 없다.
저 안에 무서리 내리는 몇 밤
저 안에 땡볕 두어 달
저 안에 초승달 몇 날이 들어서서
둥글게 만드는 것일 게다.
대추야
너는 세상과 통하였구나
대추 한 알에도 사랑이 있고 동시에 고통이 있다.
대추나무 한 그루에도 자연이 주는 시련이 있고
실패가 깃들여 있다.
심지어 벼락을 맞은 대추나무도 종종 있다.
벼락 맞은 대추나무로 도장을 파면 사람들이
길한 도장(길인)이라고 하여서 좋아들 한다.
고통을 겪은 대추는 붉게 익을 수 있다.
대추라는 열매는 과일로서는 정말 값이 싸다.
하지만 시인의 눈에는 대추가 정말 위대한 과실이다.
시인은 그 대추속을 특유의 관찰력을 가지고 보면서
감탄과 경외심을 쏟아서 대추를 극찬한다.
"너는 대단하다. 너는 세상을 정말 잘 살아내고 있구나"
우리 인생도 대추를 닮았다.
보잘것 없어 보이지만 이세상이 모든 존재는 존엄하다.
세상의 쓴 맛, 단 맛 그리고 산전 수전을 겪고 나서 자신안에
그러한 것들을 품고 사는 존재는 훌륭하다.
어린이는 금방 어른이 되지 않는다.
푸른 대추가 붉은 대추가 되는 데도 그 속에 천둥, 번개, 벼락을
같이 가지고 있어야 되듯이, 그냥 어른이 되지 않는다.
그래서 김난도 교수는 "천번은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고 하지 않는가,
나는 이 대추를 보면서,
시인의 눈에도 감탄하지만
반대로 나 자신의 눈에도 감탄한다.
내가 못보는 것을 그는 보았으니 감탄하는 것이고
내가 보아야 할 것을 내가 못보았으니
부끄러워서 스스로에게 감탄하는 것이다.
대추 한 알도 세상을 통달한 것 같은 철학을 담는데
나는 무엇인가? 내 속에 세상과 통하는 철학을 아직도
제대로 담아 내지 못하는 사람이구나...
이제는 마 데바 와우다 라는 우화는 장석주 시인의
'대추 한 알' 같은 농도 짙은 소중한 삶의 진리를 가르쳐 준다.
신이 이 세상에서 인간들과 함께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하루는 호두 과수원 주인이 신을 찾아와 간곡히 청하였다.
"신이시여, 저에게 1년 날씨만 맡겨 주십시오.
딱 1년간만 모든 게 저를 따를 수 있도록 해 주십시오."
처음에는 신도 거절하였지만, 하도 간곡히 조르는지라
신은 호두 과수원 주인에게 1년을 내주었다.
1년 동안 날씨난는 호두 과수원 주인의 마음대로 되었다.
햇볕을 원하면 햇볕이 비추이고,
비를 원하면 비가 내렸다.
과수원 인간의 뜻대로 적당히 비도 내리고
천둥도 번개도 치지 않게 하였다.
덜 여문 호두를 바닥에 떨어뜨리는 세찬 바람도 없었다.
천둥도 번개도 없으니 모든 것이 순조롭게 되어 갔다.
호두 과수원 주인은 그저 잠만 자고 게을리 과수원을
놔두면 되었다.
이윽고 추수의 계절 가을이 돌아왔다.
호두는 정말 상상할 수 없을 정도로 대풍년이었다.
산더미처럼 쌓인 호두 중에서 하나를 깨뜨려 본
호두 과수원 주인은 입이 딱 벌어졌다.
세상에 알맹이가 하나도 없지 않은가,
호두는 겉만 호두이지 전부가 빈껍데기 뿐이었다.
호두 과수원 주인은 신을 찾아가
어찌 된 일인가 하면서 항의하였다.
신은 빙그레 미소를 띠고 말하였다.
"도전이 없는 것에는 그렇게 알맹이가 들어 있지 않은 법이란다.
폭풍 같은 방해도 있고, 가뭄 같은 갈등도 있어야
껍데기 속의 영혼이 깨어나 여무는 것이다."
그제서야 호두 과수원 주인은 깊이 귀한
열매맺는 길의 진리를 발견하였다.
우리 인생도 그냥 열매가 맺히지 않는다.
한 송이 국화꽃도 그냥 피어나지 않는다.
한 알의 대추도 그냥 여물지 않는다.
우리 속에 충분한 고통과 아픔, 시련과 도전이 있어야
열매를 맺는다. 그냥 되는 법은 없다.
그리고 그리 쉬운 인생도 없다.
역사는 도전에 대한 응전의 역사이다.
인생도 도전에 대한 응답의 인생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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