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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김재훈의 북칼럼
서점에서 책을 산다는 것
그리고 서재에서 책을 읽는다는 것의 의미
이집트 알렉산드리아의 명의 히포크라테스는
"인생은 짧고 의술(예술)은 길다" 라고 하였다.
하지만 [성산포 시인] 이생진 시인은
"인생이 길어져야 예술도 길어지는 것"이라고 말했다.
인생이 길어지면 길어질수록 예술도 더 깊어지고
길어지는 것을 나이가 들어가시는 문학인들과 예술인들에게서 종종 듣는다.
그런데 그 말처럼 독서도 마찬가지가 아닐까싶다.
10대에 읽는 것과, 2-30대 읽는 것,
그리고 4,50대에 읽는 독서도 차이가 난다.
독서의 기간, 사색의 기간이 길어질수록
책을 대하는 태도가 달라진다.
인생은 태도로 결정된다.
나의 독서경험에 비추어보면 그렇다고 할 수 있다.
10년이면 강산이 변한다고 한다. 독서도 10년이 지나면 그 지형과 강산이 변한다. 일종의 내속에 [독서의 지도]가 그려진다. 인생이 길어지면서 나의 독서세계도 [예술화]가 되는 것 같다.
테크닉적인 독서인에서 아티적인 독서인으로 진화하고 있다.
이제는 습관처럼 서점에서 책을 구입한다.
물론 인터넷으로나 온라인으로 구입하기도 한다.
전자북을 이용하여 읽어보기도 한다.
전자북으로 책을 읽으면 이상하게 독서의 맛이 나지 않는다.
너무나 익숙해진 종이책과의 인연, 손가락으로 한장 한장 넘길 때의 그 미묘한 뉘앙스, 커피와 함께 읽는 감미로운 책의 스멀스멀한 손가락의 기억이 너무 좋다.
책은 원래 그리스어로 [종이]라는 뜻이다.
그래서 종이를 벗어나는 것은 상상할 수 없는 일이었지만,
이제는 종이가 아니라 디지털이 서서히 도서시장을 잠식한다. 아마 다음세대는 종이책이 사라지지 않을지 모른다. 종이책이 사라지고 있는 것을 걱정하는 세대가 되었다.
책에 관한 한 나는 여전히 '옛날 사람'인 것 같다.
아직도 오프라인 서점이 더 좋다. 온라인 구매는 외국서적이나 원서를 구할 때만 이용한다.
나는 책을 쌓아 놓기만 하는 [적독파] 라고 여기면서도
책을 또 쌓아 놓고 읽는 [다독파] 이기도 하다.
나이가 들면들수록 책을 구입하는 빈도가 더 많아졌다.
그리고 이전보다 더 책을 읽게 된다. 그만큼 나의 직업이 좋다는 것이다.
입시와 어학을 가르치는 학원이며, 교육과 문화를 다루는 연구를 여전히 하는 환경에 있어서 그럴 것이다. 그래서 나의 서재에는 늘 책이 넘쳐난다. 그리고 넘쳐나는 책들로 인하여서 그만큼 책을 읽어야 하는 부담도 넘쳐난다.
나는 이러한 [읽기의 부담감]을 즐기는 사람이다.
아니 부담감이라기보다는 책임감이 드는 사람이다.
거의 매주 서점에 가서 서점주인에게 여러 책들을 주문한다.
서점주인에게도 고맙다. 구하기 힘든 책을 구해서 주니말이다.
거기에 커미션이나 수수료도 없다. 거기다 학원장이라고 10~15%를
인하해서 구입해준다.서점주인도 무척 나를 좋아한다.
"동네서점을 살리는 사람"이라고 칭찬도 해준다.
미국 뉴욕의 노벨상을 받은
폴 크루그만이라는 경제학자는 서점예찬을 하였다.
"온라인에서 필요한 모든 책을 찾을 수 있지만
서점에서는 필요한 줄 몰랐던 책을 찾는다"
주문한 책들을 받아서 오는 날에는 신이 난다.
그리고 다시 나의 서재에 와서 밑줄을 치면서 읽기 시작한다.
물론 5권을 주문하면 그중에 2권정도만 간신히 읽는 수준이다.
그렇게해서 쌓여서 안읽힌 책이 아마 3-4000권은 된다.
제목과 저자는 확실하게 외워둔다.
서점에서 책을 사는 일,
서재에서 책을 읽는 일,
이것도 소확행이다. 굳이 의미를 달지 않아도
아날로그가 아직은 디지털보다 더 행복하고 만족스럽다.
자꾸만 잃어버리는 것이 많아지는 세대에 살고 있다.
새롭게 만들어지는 것을 따라가기에 벅찬 시대에 살고 있다.
그래도 여전히 중요한 것은 "인생은 짧다" 라는 인식을 하고,
이 짧은 인생에서 나는 예술을 추구한다는 것이다.
나는 테크닉적인 독서는 이제 지양하고, 아트적인 독서를 지향하겠다.
오늘은 며칠전에 주문한 책을 찾으러 다시 동네서점에 방문한다.
그저 하늘에 연을 날리는 어린아이처럼 신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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