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려움의 대상, 여우같은 군주 조조]
<양수와 순욱의 이야기>
삼국지에서 등장하는 많은 사람들중에
영웅이라고 불리울 수 있는 사람들은 참으로 많이 있다.
그런데 조조를 감히 '영웅'이라고 부를 수 있는가? 라는 의심이 든다.
영웅이라는 이미지는 '정말 나라와 민족을 위해서 자신의 목숨을 버릴 정도의 위인이며, 착하고 어진 성품으로 신하들을 거두고, 백성들에게 인자한 군주의 모습으로 서 있어야 한다' 라는 의식이 든다. 그렇다면 조조는 영웅이라고 부르기에는 몇 % 부족하지 않은가? 도리어 [간웅]이라는 표현으로 조조를 영웅의 아래에 두려고 한다.
이에 대해서 먼저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을 거론해 본다.
군주론은 여러 부분중에서 가장 돋보이는 부분을 먼저 논한다.
정치군사적 리더는 '사자의 용맹함과 여우의 간사함을 가져야 한다' 라고 말한다. 그러나 더 중요한 것은 여우의 간사함이라고 한다. 이 말을 보면 간웅이라고 불리운 조조의 이미지에 걸 맞는다.
다른 내용도 살펴본다.
15장에 보면 [덕을 지켜라. 그러나 권력을 잃을 정도로 지키지는 마라] 라고 한다.
19장에 보면 [잔인하라. 그러나 관대하다는 평판을 들으라] 라고 한다.
이런 표현을 보면 마키아벨리의 군주론에 등장하는 인물이 누굴까? 라는 생각이 든다. 당시 피렌체도 중국의 위촉오처럼 군웅들의 할거시대이기도 하고, 춘추전국시대처럼 비슷한 양상이라는 것을 유추해본다. 사자의 용맹함보다 여우의 간사함이 그 당시에 군주에게 필요한 처세라는 주장속에는 때로는 여우처럼 분장이나 위장을 할 줄 알아야 하고, 남을 속이기를 귀신같이 속여야 하고, 때로는 잔인한 면도 보여주어야 한다는 것이다. 서양에서 바라보는 여우나, 동양에서 바라보는 여우는 거의 대동소이한 면이 있다. 그만큼 '현실파악능력'이 뛰어난 군주가 되라는 것이다 .
또한 부하나 신하로부터 사랑을 받는 존재도 되어야 하고, 두려움의 대상이 되어야 한다. 그런데 마키아벨리는 [두려움의 대상] 경외의 대상이 되라고 말한다.
그렇다면 조조에 대한 인품이나 성품은 [두려움의 대상]으로 정해보는 것이 좋다.
조조는 인재를 모집하는데 있어서 거의 집착 이상의 [인재제일 모집광]이라고 할 수 있다. 자신보다 뛰어난 인재를 두는 것은 기쁨이요 자랑으로 여겼다. 그래서 어자신의 대권을 위해서 널리 인재를 등용하기를 아끼지 않았고, 장수면 장수, 모사면 모사등 뛰어난 사람들이 그의 곁으로 구름떼깥이 모여들었다. 그만큼 조조에 대한 인품이나 관용의 리더쉽에 매료되었다는 것이다. 한편으로 조조는 자신의 대권을 위해서 냉혹함도 보인다. 아마도 조조가 실권을 쥐고 재상으로서, 군주로서 나아갈 때 자신을 따르던 많은 신하들중에 처결된 인물들이 종종 있다.
삼국지는 상당 부분 조조의 냉혹하고 비정한 면을 보여준다.
여러 케릭터를 소화하는 만능 연극인과 같은 모습을 조조에게서 발견한다.
때로는 맹렬한 사자와 같은 기상이 있으면서, 때로는 여우같이 간교하고 간사한 기질도 있으면서, 상황에 따라서 다른 페르소나를 보여주는 조조에게서 우리는 긴장감을 느끼면서 삼국지를 읽게 된다.
오늘은 여러 장수와 모사중에서 그중에 [양수]라는 인물에 대해서 말해본다.
그리고 인간관계의 죽고 사는 것이 바로 [말과 입]에 있음도 말해본다.
그리고 [관용의 리더쉽과 더불어서 두렵고 떨리는 존재로서의 군주의 모습을 갖춘 조조]의 이면성도 같이 말해본다.
워낙 유명한 이야기에서 요약하여 기술해본다.
물론 조조의 곁에는 권모술수에 능한 가후, 그리고 요절한 비운의 책사 곽가, 그리고 진나라의 기초를 세운 사마의, 몸은 조조편에 있었지만 마음은 유비에 가 있었던 서서, 가장 오랫동안 보필을 했지만 결국 토사구팽된 순욱, 그렇지만 너무나 잘나서 화를 입은 양수가 있다.
양수의 이야기를 해본다.
양수는 매우 학식이 넓고 재주가 있어서 일찍이 조조의 총애를 받아 요직에 있었다. 그에 대한 몇 가지 일화가 있다. (삼국지에는 5가지 스토리가 존재하나, 여기서는 3가지만 논한다.)
어느날 조조 승상은 완성단계에 있는 새 화원을 둘러보고, 지필묵을 가져오라고 하더니 하원의 문에다 '活활'이라는 글자를 써 놓고는 돌아갔다.
현장의 사람들이 무슨 뜻인지 몰라서 어리둥절 하고 있을 때 천재모사인 양수가 지나다가 이를 보고 “문에다 活자를 쓰셨으니 넓을 闊자가 아니겠오? 승상께서는 이 문이 너무 넓으니 줄이라는 뜻이요” 문과 활이 같이 만나니 넓을 활자가 된 것이다. 그는 조조의 깊은 뜻을 금새 헤아릴 정도의 뛰어난 인물이었다.
또 한번은 조조가 누군가에게(지금의 몽골인으로서 추정) 사탕 한 상자를 선물로 받았다. 조조는 사탕 하나를 꺼내 맛을 보더니 상자 뚜껑에다가 ‘合합’자를 써 놓고 가버렸다. 사람들이 어리둥절하여 어떻게 처리할 지 몰라 고민하고 있는데, 이때도 양수가 지나가면서
“이 사탕을 모두 나누어 먹으시오” 라고 하였다.
며칠이 지난 뒤에 승상 조조가 그 사탕에 대하여 묻자, 대신들을 벌을 받을까봐 두려웠다. 이때 양수가 웃음 띤 얼굴로,
“승상께서 사탕 상자 뚜껑에 쓰신 합자는 人, 一, 口의 석자가 합쳐진 글자로, 이는 사람마다 한 입이라는 뜻이 됩니다. 승상의 뜻이 사람마다 입은 하나같으니 나누어 먹으라는 것인 줄로 알고 나누어 먹었습니다.”
조조는 겉으로는 웃었으나 속으로는 서서히 불쾌해지기 시작한 것이다.
오래전에 [리더쉽] 강좌를 들었던 기억이 난다.
리더쉽의 세계에서 신하가 자신보다 현명한 것을 용납하는 리더들은 거의 없다.
신하는 알아도 모르는 척을 해야 하고, 몰라도 아는 척을 해야 마땅하다.
군주가 부족하여도 군주는 군주이다. 군주의 머리 위에 있으려고 한다면 그는 곧 제거대상이 된다. 일정부분 쓸모가 있을 때는 쓰지만, 쓸모가 없을 경우에는 가차없이 제거하는 것이 군주의 잔혹함이다. 이런 면에서 조조만한 인물이 없던 것이다. 양수는 조조의 속마음을 들여다보는 것을 즐긴 모양이다.
자 이제 그 유명한 [鷄肋 계륵]의 이야기로 가본다.
그 후에 조조는 한중 땅 점령을 위해 촉나라 유비와 쟁탈전을 벌이는데,
원정군인 조조는 군량이 떨어져가 진퇴양난에 빠지게 된다. 고민하던 조조에게 저녁식사로 ‘닭국’나오게 되었다. 그 닭국을 바라보며 사색에 빠진 조조에게 저녁 암구호가 무엇인지 확인차 ‘하우돈’ 장군이 찾아왔다. 갑자기 조조는 전군에게 ‘계륵’이라는 암호를 내린다. 계륵은 다른 말로 하면 ‘닭갈비’ ‘닭갈비’가 된다.
그 말을 듣고 양수는 갑자기 철군준비를 한다.
이런 행동을 하는 양수를 보고 하후돈은 크게 놀라며 묻는다.
“어째서 짐을 챙기는 것이요?” 양수가 대답하기를,
“오늘 밤의 구호가 이미 정해지지 않았습니까? 주상의 속뜻은 군대를 철수하는 쪽으로 기울어진 것입니다. 왜냐하면 닭갈비란 먹자면 고기가 없고, 버리자면 아까운 것이지요. 지금 군대를 출동시키자니 이길 승산이 없고, 그렇다고 후퇴하자니 사람들의 비웃음 거리만 될 것 같아 두렵지만, 그래도 여기서 있느니 뾰족한 수가 없어서 차라리 일찍 돌아가는 것이 더 나은 것이지요. 때문에 미리 저는 짐을 챙기는 것입니다.”
하후돈은 주군 조조의 의중을 꿰뚫어본 양수의 직관에 탄복하여 자신도 짐을 꾸리게 된다. 그러자 진영안에 다른 장수들도 승산이 없는 전쟁에 돌아갈 준비를 한다.
그날 밤 조조는 마음이 심난하여 잠을 잘 수 없었다. 막사 밖으로 나가보니 모두들 어수선하게 짐을 꾸리고 있는 모습을 보며 하후돈에게 그 이유를 물었다.
그는 바로 ‘똑똑이’ 양수의 말을 듣고 그렇게 하였다고 대답하였다.
이에 조조는 노발대발하여 양수를 불러 호통을 쳤다.
“네 놈이 어찌 감히 말을 날조하여 군사들의 마음을 어지럽혔느냐?”
조조는 그러고도 성이 안풀렸는지 결국 양수의 목을 베어버리게 된다.
[조조는 賢者를 싫어한다]
리더는 자신보다 더 현명한 사람에 대한 불편함을 가지고 있다.
자신의 측근이 너무나 현명하고 똑똑한 것을 더 경계한다.
그래서 무엇인가를 빌미로 하여 제거하거나 처단할 구실을 찾는다.
신하의 목숨은 군주에게 달린 것이다.
군주는 [재능이 자신보다 뛰어난 현자를 시기한다]
삼국지에는 바로 조조의 시기심의 발동이라는 스토리도 보여준다.
이 스토리를 보면, 용이라는 짐승에 대해서 생각해 볼 수 있다.
조조는 자신을 마치 용처럼 여긴 것이 아닌지 모른다.
용의 목줄기에는 직경이 한 자 가량의 거꾸로 된 비늘이 있다.
이 비늘을 [역린] 이라고 부른다. 사람이 이 비늘을 건드리면, 반드시
그 건드린 사람은 죽인다고 한다. 조조에게도 이러한 비늘이 있었던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양수는 조조로부터 죽임을 당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이 역린에 대한 고사는 [한비자]의 책에 나온다.
조조는 이 한비자의 [법가사상]을 충실히 이행한 것이다.
이 양수에 대한 평가를 보자.
[붓을 놀리면 용이 날고 뱀이 기어가는 듯하고,
가슴속에 아름다운 시문이 가득하여
얘기를 할 때는 좌중을 놀라게 하고,
민첩하기로는 군영에서 으뜸이 간다] 라고 하여
당대의 으뜸가는 보기드문 인재였다.
그러나 바로 이런 그의 재능이 도리어 목숨을 잃는 재앙을 가져왔다.
사슴이 자신의 뿔을 자랑하다가 수풀에 걸려서 도리어 늑대의 먹이감에 걸리는 것과 같다.
이 대목에서 나는 조조가 양수를 제거하는 것이 마치 칼로 물베기하는 듯한 인상을 준다. 결국 조조는 자신의 군대를 철수시킴으로서 양수의 그 해석이 틀리지 않았음을 보여주었다. 결국 양수는 해서는 안될 말 한마디로 [군심교란죄]로 인생을 망쳐버린 격이 되었다. 양수에 대한 이 이야기는 [후한서 - 양수전]에 등장한다.
양수가 조조를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으로 보았다면, 그는 삼국을 통틀어서 제갈량 이상의 인물로 서 있었을지도 모른다. 반대로 제갈량은 주군인 유비를 평생 하늘같이 모셨다. 유비가 조조만큼 [두려움과 경외의 대상]이 아니었지만 유비를 자신의 머리아래 두려고 하지 않았다. 최종 의사결정과 인사권한은 모두 주군에게 있는 것이고, 자신의 목숨도 주군의 목숨에 들어가는 것임을 잘 알았다. 그래서 제갈공명을 충신으로 묘사하고 그의 지략과 성품을 흠모하는 이들이 허다한 것이다.
사람의 혀는 가장 좋기도 하지만, 가장 나쁘기도 하다.
옛말에 재주가 덕보다 앞선 자를 小人이라고 하고,
덕이 재주보다 앞선 자를 君子라고 한다.
양수는 재주가 덕보다 앞섰고, 너무 아는 체를 많이 하여 죽음을 자초하였다.
윗 사람을 모실 때는 겸손함과 진중함이 있어야 한다.
그것이 바로 올바른 처세이고 살아남는 전략이다.
[다재다병]이라는 말이 있다. 재주가 많으면 병이 많은 것이다.
지나친 재주를 믿고 덤비면 반드시 리더는 그를 버리거나 제거해 버린다는 것을 명심해야 한다. 인자덕후한 사람이라도 자신을 넘어서려는 사람들을 경계하고 자신의 마음의 의중을 읽어서 도리어 분란을 일으키는 사람은 가만두지 않는다.
추측이지만 마키아벨리가 쓴 [군주론]은 어찌보면 삼국지의 조조나 아니면 법가 사상의 [한비자]의 연구를 통해서 쓰지 않았나 하는 생각도 든다. 14세기 르네상스시대보다 훨씬 앞서서 조조나 한비자는 자신들만의 [군주론]을 펼친 사람들이다. 또한 군주는 관대해야 하지만, 한편으로 지나친 관대함이 전체적인 군기나 기강을 해칠 수 있음도 가르쳐준다.
삼국지에서 가장 마음이 안드는 대목이 또 하나 있다.
양수가 죽는 것은 지나치게 ‘까불어서 그렇다’ 라고 하겠지만
가장 친애하는 창업공신인 ‘순욱’을 제거하는 과정을 보면 섬뜩함이 절로 난다.
순욱은 원래 대장군 원소 밑에서 일했으나 조조의 측근중의 측근이 된다.
조조는 순욱을 도리어 버선발로 뛰어나가 맞을 정도로 아끼고 아낀 신복이다.
또한 순욱도 비상한 머리와 충성심으로 조저를 잘 받들어 창업의 최고 공신이 된다.
그런 두 사람은 이상과 목표가 같았으나 조조의 세력이 커지면서 한나라의 부흥이 아니라 자신의 왕국에 대한 이상을 꿈꾸었다. 순욱은 조조가 한왕실의 고관대작으로서 남아주기를 바라였으나 결국 둘 사이는 어느새 벌어지게 된다. 마침내 조조는 순욱에게 ‘빈밥공기’를 보낸다. 이 밥공기를 보면서 순욱은 “모든 것이 헛되고 헛되도다” 하면서 사약을 받는다.
이런 면을 보면서 말년에 조조에 대한 환상이 깨어진다. 권력에 대한 집념이 훌륭한 인재를 잃어버리는 결과를 낳은 것이다. 조조는 그런 와중에서도 순욱에 대해서 슬퍼하며 순욱의 아들을 자신의 사위로 삼고 순욱처럼 부리게 된다.
조조의 사람을 쓰는 용인술도 대단하지만, 사람을 버리는 비정함도 대단하다. 조조는 쓸모없이 말만 많은 사람은 제거하였다. 양수 이전이 공융이 그러하였다. 그리고 자신의 대권을 향한 일념에 방해되는 사람은 아무리 순욱이라도 제거하였다.
삼국지에는 조조의 [마키아벨리즘]도 잘 살펴보아야 한다.
조조가 학문이나 행정방식은 덕치를 주장한 유가의 사상을 따랐다면
그러나 그의 통치스타일은 지극히 법가의 사상을 따랐다고 할 수 있다.
법가사상과 마키아벨리즘은 서로 상응하는 것이다.
또한 삼국지에서 우리는 조조가 이렇게 된 것에 대한
[운명주의나 운명론]도 발견한다. 관대한 리더요. 그러면서 비정한 리더의 모습도 같이 공존하는 조조의 모습, 그리고 나중에는 위나라르 열고 위왕으로 등극하는 모습은 마치 [하늘이 정한 운명]이라는 운명론이 삼국지에 존재한다. (*기타 촉의 유비나 오의 손권도 그러하다)
마지막으로 허소의 말로 [운명론의 시각]으로 조조의 3편은 마친다.
그가 젊었을 때 허소라는 예언가는 사람을 잘 보았다.
“그대는 治世치세의 能臣능신이고, 亂世난세의 奸雄간웅이오”
확실히 조조는 난세의 영웅이지만
관대한 영웅인지 잔혹한 영웅인지
독자의 판단에 맡길 요량이다.
이 글을 마친후, 닭갈비가 갑자기 급 땡긴다.
오늘 저녁은 닭갈비를 먹으러 가야겠다.
그 가게 이름이 [계륵]이라고 지으면 장사가 잘 될 것 같은데,
이름이 [춘천 제일 닭갈비]이다.
인생과 삼국지 오딧세이를 논하고 싶은 분들은
충남 천안.아산으로 오시라. 기꺼이 대접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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