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HE LAST GIRL
노벨 평화상 수상자 나디아 무라드의 전쟁, 폭력 그리고 여성 이야기
"나는 사람이 아니었다.
IS의 성노예였다."
예전에도 의문시 들었던 '한 생각'이 있다.
누군가가 서점이나 책방에 자주 붙이는 경구가 있다.
"책속에 길이 있다. 책이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
책속에 길이 있긴 한가?
물론 책은 사람이 만들지만, 책이 사람을 만들기는 한가?
노벨상을 받은 책을 읽어야 길이 생기는 것인가?
그게 아니다. 노벨상에서 길을 찾는 것은 바로 그 상을 받은
사람들이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만들었다는데 있다.
하얀 것은 종이요, 검은 것은 글씨라고 하지만,
그 길을 만든 사람들의 글에서 나는 무엇인가 하나라도 건지고 싶은 욕구에서 비롯된 것이다.
그런데 오랫만에 선정한 책이 바로 [이 책]이다.
특별히 대단한 글도 아닌데, 나에게는 그저 신성하게 다가온다.
이 세상에서 가장 대단한 상은 단연, '노벨상'이다.
원래 평화상만 있었는데, 나중에 학술상들이 더해져서 노벨상은 풍성해진다.
그러나 다이나마이트를 개발하여 세계전쟁에 기여한 노벨은
노벨평화상을 지정하여 세계평화에도 기여한다.
전쟁과 평화 이는 역사의 두 수레바퀴로 공존하였다.
남녀 사이에도 전쟁과 평화가 공존한다.
부부 사이에도 전쟁과 평화가 공존한다.
성서를 믿는 종교나 성서외의 종교도 전쟁과 평화가 공존한다.
나라와 나라, 민족과 민족이 서로 전쟁할 때가 있고, 서로 평화할 때가 있다.
<성서 전도서 3장 8절>
민주진영과 공산진영도 서로 전쟁과 평화로 서로 얼룩져 있다.
전쟁은 나쁘고 평화는 좋다라고 말할 수 없다.
전쟁중에도 평화가 있고,평화중에도 전쟁이 있다.
그런데 오늘 나는 2018년 노벨상을 받은 한 여인에게서 깊은 절망감을 가진다.
여기서 절망감은 노벨상을 받은 그녀의 얼굴이 무한히 슬퍼보이기 때문이었다.
그녀는 아직도 전쟁중이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전쟁은 언제 끝날지 모른다.
아마도 그녀가 죽어서도 여전히 계속될 것이다. 한편에서는 전쟁의 소문이 더해가고, 다른 한편에서는 평화의 기운이 돋아난다. 마치 추운 겨울이 있으면 따뜻한 봄이 오듯이 말이다.
책이 표지에 나온, [나디아 무라드]의 얼굴은
다빈치의 [모나리자]보다 한없이 아름다고 슬픈 얼굴이다.
그 여리고 여린 한 인권운동가 [나디아 무라드]
백합같이 청순하고 가여운 작은 평화주의자 [나디아 무라드]
나는 그녀의 얼굴을 감히 쳐다보지 못하는 사람이 되었다.
남자로서 부끄러운 면이 보여서이기도 하다.
노벨상에서 길을 묻는다라는 것은,
어찌보면 아름다운 인간의 모습과 형상을 회복하려는 의도가 담겨 있다.
노벨상은 그냥 주는 상이 아니다. 특히 평화상에서는 그렇다. 평화를 위해서 노력했다면 종교단체가 더 많은 상을 받아야 할 것 같지만, 전혀 그렇지 않다. 종교가 평화를 추구하기보다 더 광기인 전쟁을 추구하기에 더이상 상을 줄 수 없다. 빛과 소금이 되어야 할 종교가 어둠과 타락의 이면을 더 크게 가지고 있다.
전쟁은 상당히 남성적이다.
평화는 상당히 여성적이다.
전쟁은 상당히 강력의 논리이다.
평화는 상당히 무력의 논리이다.
그런데 여성의 무력함이 남성의 강력함을 이긴 것이다.
괴테는 말했다.
"여성적인 것이 세상을 구원한다"
장자의 책을 보면, [유능제강]이라는 말이 있다.
바로 '부드러움이 강함을 이긴다' 라는 것이다.
나디아의 부드러움이 진정한 강함이었다.
이 책을 읽는 내내 나는 눈물을 많이 흘렸다.
그녀의 부드러움속에 담긴 단호함을 보았기 때문이다.
슬프지만 그 슬픔을 이겨내고 당당하게 평화를 위해서 자신의 몸을 던진
한 여인의 모습에서 무한한 경외심이 들었다.
나디아의 흑역사
나디아는 오빠 여섯명과
어머니가 IS에 의해서 모두 죽임을 당했다.
나디아는 IS 대원들의 성 노예가 되었다.
그녀는 이라크의 기독교를 신봉하는 코초마을의 야지디 부족의 여성중 하나였다.
하지만 그녀는 수많은 강간과 폭력으로부터 온갖 고초를 당했고, 어렵게 어렵게 탈출하여 세상에 IS의 잔악성을 만천하에 고하였다. 페이스북이라는 문명의 이기를 통해서 그녀는 IS의 집단학살과 온갖 인신매매와 인권유린의 범죄를 폭로하였다. 이로 인해서 서방세계가 단결하여 IS의 퇴치전쟁을 치루었고, 결국 2018년 IS는 퇴치된다. 그리고 그 해에 나디아는 노벨 평화상을 받게 된다.
대한민국에 있으면서 가장 극악무도하고무자비한 IS에 대해서 얼마나 우리는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 거기서 고통받은 이라크, 시리아등의 중동인들에 대해서 얼마나 관심을 갖고 있었는가? 무엇보다도 무고한 여성들과 어린이들, 노인들과 약한 사람들에 대해서 우리는 얼마나 알고 있는가?
반대로 우리는 성노예(SEX-SLAVE)로 고통받았던 할머니들의 역사를 가지고 있는 나라이다. 일제의 만행이나 IS의 만행이나 다를바가 없다.
중동의 IS도 바로 이라크와 전쟁을 치루었던 미국이 떠나면서 생겨난 테러조직이다. 이슬람 테러조직중에서 가장 극악무도한 집단이었다. 그 집단을 응징하기 위해서 세계의 많은 국가들이 전쟁에 참여하였고, 결국 IS는 퇴치되기에 이른다.
우리는 테러나 전쟁에 대한 관심만 있지, 그 테러나 전쟁을 마치게 되면 아무도 거들떠보지 않는다. 잠시만 더 깊이 들어가보면 다른 것들을 발견할 수 있다.
아무래도 사람들은 어둡고 충격적인 것에 더 관심을 갖고 있는 죄인들이어서 그렇다. 밝고 건강한 것들에 대해서는 별 감흥이 없는 무지한 죄인들이어서 그렇다.
나디아 무라드의 이야기는
전쟁범죄에 대한 단죄를 이끌어 내었다.
가날픈 여성의 목소리가 평화를 위한 인간의 노력을 불러일으켰다.
책을 읽다가 그녀의 에필로그까지 왔다.
그녀는 높은 학력을 가진 여성도 아니요,
좋은 배경이나 재력을 갖춘 여성도 아니다.
그저 평범하고 연약한 야지디 부족의 여성일 뿐이었다.
그녀의 에필로그는 다음과 같다.
"자기 사연을 말하는 일은 여러번 해도 쉽지 않다.
매번 이야기할 때마다 기억이 되살아난다.
검문소에서 사내들에게 성폭행당한 일이나
하지 살만에게 담요 이로 채찍질당했던 일을 말할 때면,
다시 그 순간과 공포로 돌아가는 듯 하다.
도와줄 사람들을 찾아 어두워지는 모술 하늘 아래를
헤매던 이야기를 할 때도 마찬가지이다.
내 말을 듣는 다른 야지디도 이런 기억속에 잠긴다.
때로 내 이야기를 아주 여러번 들은 야즈다 회원들도 내가 말할 때
흐느끼곤 한다. 그래도 이제는 연설하는 요령이 생겼고, 수많은 청중에 주눅 들지 않게 되었다. 진솔하게 담담하게 전하는 사연은 내가 테러에 맞서는 최고의 무기다. 나는 테러범들을 법정에 세울 때까지 이 무기를 사용할 계획이다.
아직 해야 할 일이 정말 많다.
세계 지도자들과 특히 무슬림 종교 지도자들이 앞장서서
압제당하는 이들을 보호해야 한다.
(*아직도 기독교 세력권과 이슬람 세력권간의 문명충돌은 여전하다.)
나는 간단히 연설했다.
내 사연을 말한 다음 계속 이야기했다.
나는 연설을 잘하는 교육을 받지 않았다고 말했다.
모든 야지디는 IS가 집단 학살 죄로 기소되기를 바라고 있으며,
청중들은 세계의 약한 자들이 보호받도록 도울 만한 권력을 갖고 있다고 강조했다. 난 우리를 유린한 남자들의 눈을 똑바로 보고, 그들이 벌받는 것을 보고 싶다고 말했다. 무엇보다도 이 세상에서 나 같은 사연을 가진 마지막 여자(THE LAST GIRL)가 되고 싶다고 말했다.
노르웨이 노벨위원회는 말한다.
"전쟁 범죄와 싸우고, 그에 관한 주의를 환기하는데 결정적인 역할을 했다."
이코노미스트는 말한다.
"나디아 무라드의 용기있는 이야기는 끔찍하지만 반드시 읽어야 한다.
이른바 이슬람 국가를 이해하는데 중요한 발걸음이 되는 용기 있는 회고록이다."
피플지는 말한다.
"정신을 번쩍 들게 한다. 그리고 영감을 준다."
그녀의 스토리(STORY)는 이제 히스토리가 되었다.
아니 허스토리(HERSTORY)가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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