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명작과 고전 이야기

명길묻 88, 안토니와 마차도와 노신의 이야기

by 코리안랍비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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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You must make the path as you walk! "


안토니오 마차도의 들

저녁은 죽음으로 들어가네
항복하면서 꺼져가는 화덕처럼
저기, 산들 위에,
몇몇의 잉걸만이 머물고 있네.
그리고 하얀 길 위에 깍여진 저 나무는
연민 앞에서 흐느끼네
상처난 둥지에 붙어 있는 두개의 가지, 그리고
가지에 달려있는 검고도 바래진 잎 하나,
그대여 우는가? 아득한 저 편 황금빛 포플라 나무 사이에는,
사랑의 그늘이 그대를 기다리고 있다오.
방랑자여, 그대의 흔적들만이
길이지, 그것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라오,
방랑자여, 길은 없다네.
길은 가면서 다만 생겨나는 거지,
가면서 생겨나는 길,
돌아보오, 좁은 길이 보일 터, 다시는
그대가 디딜 수 없는 그 길이,
방랑자여 길은 없다네,
다만 바다를 지나가는 포말일 뿐이라네.



안토니와 마차도(1875~1939) 라는 시인을 아는가?
그는 스페인이 낳은 세계적인 시인이다.
축구명문구단이 있는 세비아 출신이며,
마드리드 대학을 졸업한 후 프랑스로 건너갔다.
그의 처녀시집인 외로움 Soledades(1903)으로 인정받은 후
1907년 다시 귀국하였다.
각지의 고등학교에서 그는 프랑스어를 가르치면서 시작에 종사하였다.
친형 마누엘의 관능적인 시풍과는 달리 장엄하고 명상적인 시풍을 가졌다.
대표작이 바로 지금 소개된 [카스티야의 들 Campos de Castilla 1912 ] 는
황량한 카스티야의 자연에 동화된 시인이 그곳에 사는 사람의 운명을 간결한
말로 노래한 작품이다. 여기에는 사랑하는 아내와의 사별의 고뇌가 장중한 서정으로 노래되어 있다.

그는 나중에 에스파니아 내란에서 공화당을 지지하다가 공화당이 패하자 프랑스로 망명길에 오른다. 스페인에서 프랑스는 바로 가깝다.프랑스 국경을 몇 킬로 앞에 두고 그는 쇠진해서 죽었다고 한다. 그를 동행하던 어머니는 아들이 죽고 난 사흘되에 아들의 뒤를 이었다.

스페인에 가보면 시인 안토니오 마차도를 기념하기 위한 박물관이 있다. 그의 박물관은 스페인 카스티야이레온 자치지역인 세고비아의 데삼파라도스거리에 자리한다.
스페인에 가면 그의 박물관을 견학해 보는 것이 좋겠다.
하지만 오늘은 그의 시를 가지고 희망을 논하고 싶다.


나는 그의 시의 일부를 조금 더 강렬한 느낌의 말로 바꾸어 보았다.


‘그때그때 한 걸음씩 가라.
여행자여, 길은 없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길은 걸으면서 만들어진다.’

이 마차도의 시가 유명해진 이유가 있다.
바로 코카콜라의 고 고이주에타 회장때문이다.
그는 쿠바출신의 미국 이민자였다.
어린 시절 미국에 유학했던 그는 명문 예일대를 졸업하고
쿠바로 귀향했지만, 피델 카스트로가 정권을 장악하자
부모 손에 이끌려 다시 미국으로 망명한다.
코카콜라 재직 시절 최연소 임원을 포함해
아무도 예상치 못했던 회장으로 선출되기까지,
이민 2세 청년이 세계 최고 브랜드의 최고봉에 오르기까지 그가 만들어 낸 ‘길’은 과연 얼마나 넓고 대단한지 보여준다.그는 자신을 말하기를 " 내 혈관에는 코카콜라가 흐른다" 고 할 정도로 자신의 회사를 사랑하고 혼신의 힘을 다하여 세계적인 회사로 만들었다.

마차도 시인과 고이주에타의 삶의 궤적은 엄연히 다르다.
하지만 이들은 자신의 삶을 개척하려는 개척자들이었다.
한 사람은 스페인에서 프랑스로,
한 사람은 쿠바에서 미국으로,
방황과 방랑의 시간을 무수히 거쳐갔을 것이다.
이들은 길이 없는 길을 걸은 사람들이다.
그러면서 길을 만들어 가면서 걸어간 것이다.
옛날 북극점을 발견한 로버트 E. 피어리는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서 가라" 라는 말을 하였다.



이 시를 보면 중국 근대문학의 아버지 노신이 생각난다.

'희망이란 땅위의 길과 같은 것.
본래 땅위엔 길이 없다.
걸어가는 사람들이 많아지면
길이 되는 것이다' 노신의 ,<고향 중>

이 말도 원래는 장자의 [제물론]에 나오는 말이다.
길이란 원래 다니면서 생긴 것이다.
도란 행하면서 이루어진 것이다.

마차도든, 노신이든 100년전의 사람들은 한결같이 환란풍파를 많이 겪었다.
이들은 희망이 없어 보이는 시대에 희망의 등불이기를 자처했다.
그래서 이들은 희망이 거저 주어지는 것이 아니라 만들어 나가는 것임을 역설한 것이다. 수많은 사람들이 오늘도 걷는다.
어떤 이는 북한산 둘레길을 걷는다. 어떤 이는 한라산에 오른다. 어떤 이는 서울의 사대문을 지나는 둘레길를 걷는다. 혹시 북한산 둘레기를 걸으면서 마차도의 싯구를 본적이 없는가?

"여행자들이여! 길은 없다. 걷기가 길을 만든다"
"장자, 노신, 마차다가 길에서 만났다" !!

  • 다음 출처 이미지 - 길을 걸으면 길이 된다.



요즘 대한민국의 청년들이 앞으로 나아갈 길이 없어 보인다.
길이 없으니 앞으로 나아갈 생각조차 하지 못하고 있다.
희망을 잃고 낙담하는 젊은이들이 많다.
기성세대인 내가 보아도 젊은이들에게 많은 기회와 선택이 주어지지
않는 것도 많아 보인다. 아르바이트를 전전긍긍하면서 하루하루를 보내는
젊은이들을 도처에서 너무나도 많이 보고 있다.
이들은 [헬조선 Hell Chosen] 이라는 말로 대한민국의 자화상을 말한다.

희망이 없는 것이 아니다. 희망적인 생각과 행동이 없는 것이다.
길을 걷다보면 길이 없는 곳도 걸어가야 한다.
넓은 길로, 탄탄대로로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으랴...
하지만 그 전에도 이런 길은 별로 없었다.
남이 만들어놓은 탄탄대로를 따라가려고만 한다면
결국 자신의 길을 가지 못하게 된다.
나는 28살의 나이로 외국 유학길에 올랐다.
가진 돈이 2달치의 생활비가 전부였다.
부자들이나 가는 유학에 가난뱅이가 가니,
당시로는 수많은 사람들이 뜯어 말렸다.
하지만 나는 젊었고, 도전과 개척의 이름으로
믿음으로 갈바를 알지 못하고 가게 되었다.
IMF를 심하게 겪던 시절이었으니,
나의 유학생활은 말도 못하게 힘들었다.
그런데 난 단 한끼도 굶지 않고 그곳을 제대하였다.
그것은 남이 가보지 않은 길을 가는 것이었으며
그 길을 통과하자 나에게 넓은 바다가 펼쳐졌다.
크나큰 하늘이 내게로 다가왔다.

국립 경상대학교를 방문한 적이 있었다.
정문 앞에 세워진 큰 바위에 새겨진 교훈(인생만트라)이 있다.
그 구절로 오늘의 글을 마감하려고 한다.
마차도의 시, 노신의 명구, 그리고 나의 당부를 여기에 담고 싶다.

[짧게 살고도 오래 사는 이가 있다.
그의 이름이 개척자이다.
그의 눈은 앞으로 보는 눈이요.
그의 가슴에는 보람으로 가득 차 있다.
그대는 무슨 일을 남기려고 이 세상에 태어났느냐?
그대는 무슨 일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하느냐?

나는 언제나 이것을 묻기 위하여
이곳에 서 있습니다.

가자! 나만의 길로 나가자.
도전하자! 길이 없으면 길을 만들어 나가자.
개척하자 ! 반드시 길은 만들어진다.

I ask not for a lighter burden but for broader shoulders.
- 유태 탈무드

 

2019년 작성 글 

  • 안토니와 마차도의 글을 캘리그라피로 옮기다. -  다음출처 이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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