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단전재 절대금지
대나무(Bamboo)의 세계사
“고기 없는 식사는 할 수 있지만 대나무 없는 생활은 할 수 없으며, 고기를 안 먹으면 몸이 수척해지지만 대나무가 없으면 사람이 저속(低俗)해진다.”
- 중국의 시인 소동파(蘇東坡)
<프롤로그>
어린 시절에 부모님이 바쁘셔서 홍성 외가댁에서 1년 이상을 지낸 적이 있었다.
외할아버지와 외할머니는 외손자가 넓은 집에 있으니 얼마나 좋아하셨는지 모른다. 그 집 뒷편에는 대나무숲이 우거져 있었고, 외조부는 대나무를 이용하여 소쿠리며, 통발이며, 대나무 지주대며, 대나무 침상등 다양한 물건들을 만드셨다. 할머니는 죽순을 뽑아서, 죽순주를 담기도 하시고, 죽순무침을 만드시기도 하였다. 그런 장면을 보면서, 외할아버지 몰래 대나무를 베어다가 이것 저것을 만든다고 수작을 부렸다가, 크게 혼이 난 적이 있다.
외할아버지는 대나무는 소중한 것이며, 조상 대대로 많은 도움을 준 나무라고 하셨다. 홍성은 충과 예의 고장이다. 그래서 대나무를 즐겨 심었고, 사군자중의 하나인 대나무를 중시여긴 것 같다. 당시 증조께서 살아계셨는데 마을의 훈장님이셨다. 옛날 양반집이라 집뒤에는 병풍처럼 대나무가 있었고, 집안에는 조릿대(산죽山竹)라고 하는 작은 대나무도 있던 기억이 난다.
<대나무와 죽순>
대나무는 사람보다 몇 배나 크고, 줄기가 미끈하게 뻗어 있으며, 사계절 늘 푸름을 한 껏 자랑한다. 대나무 숲은 마치 푸르른 막대기들이 줄지어 서 있는 것처럼 보인다. 시원한 찬바람이 불면, 대나무는 곧 휘청하고 넘어질 것 같다. 하지만 대나무는 곧고 단단해 잘 꺽이지 않는다. 이런 까닭에 예로부터 우리 조상들은 뜻이 곧고 반듯한 사람을 ‘대쪽같은 사람’이라고 하여 대나무에 비유한다.
지금도 외가에는 대나무숲이 그대로 있다. 작년 봄에 외가에 가서 죽순(竹筍)을 뽑아서 죽순주를 담근적이 있다. 봄비가 촉촉히 내리고 연보랏빛 들꽃들이 활짝 핀 날이면, 대밭에는 검은 갈색 껍질로 겹겹이 싸여져서 자라나는 죽순을 볼 수 있다.
죽숙은 땅 속의 대나무의 땅속줄기에서 생겨난다. 보통 4-5월에 돋아나는데, '우후죽순(雨後竹筍)'이라는 말처럼 비가 온 뒤에 더 많이 나온다. 대나무는 대부분 한 그루씩 떨어져서 자라지 않는다. 수백 그루가 모여 숲을 이룬다. 땅속줄기가 계속 상하좌우로 뻗으면서 죽순을 촘촘하게 낸다. 그래서 대나무도 소나무처럼 빽빽한 숲을 이루는 것이다.
전부 자란 대나무는 보통 20미터 정도이지만, 어떤 대나무는 40미터까지 자란다고 하니 경이롭기만 하다. 죽순은 처음에는 작더니, 한달만 지나면 언제 죽순이었는지 모르게 자란다. 심지어 하루에 1미터도 자란다고 한다. 우리 나라 속담을 보니, "대나무 밭에서 쉬더라도 죽순에는 갓을 벗어 걸지 말라" 과장이지만 이는 쉬는 동안에 죽순이 성큼성큼 자라버려, 내릴 수 없게 된다는 것이다. 심지어 예전에 형벌을 줄 때 대나무밭에 누이는 형벌도 있었다고 한다. 그러면 대나무 죽순이 나와서 그 죄수를 찔러서 죽였다는 이야기도 있다. 아마 죽순이 성장속도가 빨라서 그런 괴담도 생겨난 듯 하다.
<대나무의 고장 담양>
대나무는 햇빛을 좋아하는 나무이다. 멀리서 대나무 숲을 보면 재미있는 모습을 볼 수 있다. 가운데에는 키큰 대나무들이 서 있고, 가장자리에는 작은 대나무들이 자란다. 그래서 마치 초가집을 보는 듯한 연상을 하게 된다.
대나무는 거기에 나이테가 없다고 한다. 나이를 알 수가 없지만, 대나무에 나와 있
는 잎사귀를 보면서 나이를 판단한다고 한다. 거기에 신기하게도 대나무는 맨처럼 죽순에서 자랄 때와 다 자랄 때가 굵기가 같다고 한다. 해가 달라져도 대나무는 전혀 굵어지거나 나이테가 생기지 않는다고 한다.
예전에 담양에 가 본적이 있다. 거기에 가면 대나무 숲에 많은 동물들이 찾아오는 것을 볼 수 있다. 숲에는 닭이나 참새가 작은 곤충들을 잡아 먹으러 오기도 한다. 족제비나 올빼미도 서식한다고 한다. 경남 거창에는 백로가 둥지를 튼다고 한다.
서울이나 경기도 일원, 혹은 충청도 윗지방에는 대나무 숲을 거의 볼 수 없다. 하지만 차를 몰고, 남도를 여행하다보면 울창한 대나무 숲을 구경할 수 있다. 섬진강과 영산강, 남강 기슭에는 아름다운 대무나 숲이 형성되어 있다. 담양, 구례, 하동, 진주가 집산지이다. 대나무 숲은 따뜻하고 습기가 많은 강가나, 바닷가, 논자락에 많이 자란다. 바닷가에 있는 대나무 숲은 바닷바람을 막아주는 방풍림의 역할도 한다.
우리는 큰대나무만 생각하기 쉽다. 하지만 키작은 대나무의 일종인, [조릿대]가 있다. 어느 숲이든 조릿대가 서식하는 곳을 볼 수 있다. 조릿대는 키가 1-2미터밖에 자라지 않는다. 산에서 많이 볼 수 있다고 하여서 [산숙]이라고 부르기도 한다.
거기에 외국에서 들어온 대나무들도 있다고 한다. 조릿대나 이대, 해장죽들을 우리나라의 토종이고, 죽순대나, 왕대, 그리고 솜대들은 외국에서 들여온 종들이다.
<세한삼우중 하나인 대나무, 그리고 삼국지의 관우>
강원도 강릉의 율곡 이이의 생가인 [오죽헌]을 가보면, '오죽'을 볼 수 있다. 솜대와 비슷하지만 줄기가 까마귀처럼 보인다고 해서 오죽이라고 한다. ‘오죽’하면 ‘오죽’이라고 했는가?
다른 식물들이나 나무들이 앙상한 가지를 남기는 한겨울에도, 대나무는 변하지 않는 푸르름과 강인함으로 휘몰아치는 눈보라른 이겨낸다. 선비의 단아하고, 올곧은 성품을 닮았다라고 하여 대나무에게 '군자'라는 칭호를 붙인다.
재미있게도, 삼국지를 좋아하는 나는 관우라는 인물에 푹 빠진 적이 있다. 의리하면 관우이고, 관우하면 의리를 숭상하는데, 그것은 그가 늘 공자의 춘추를 몸에 지고서 다니며 읽었다고 한다. 그의 대사중에 "옥은 부서져도 그 빛을 잃지 않고, 대나무는 불에 탈 지언정 그 마디가 휘어지지 않는다." 관우의 의기충절을 볼 수 있는 대목이다.
옛선비들은 대나무의 곧고 변함없는 성질을 좋아해서 대나무를 즐겨 그렸다. 더구나 개인의 욕심을 나쁘게 여기던 우리 조상들은 줄기 속이 텅빈 대나무를 고고하고 기품이 있는 나무라고 여겼다.
그래서 대나무를 매화, 난초, 국화와 더불어서 '사군자'라고 부르며 무척 귀하게 여긴 것이다. 또한 대나무, 소나무, 매화를 겨울에 가까이 하는 세벗이라고 하여, [세한삼우] 라고 한다. 재미있게도, [죽마고우]라는 말도 있다. 대나무밭에서 말을 타고 노는 친구라는 말인데, 어려서부터 친하게 지낸 친구를 빗대서 하는 말인데, 생각해보면 재미가 있다.
이 죽마고우(죽때리고 마주앉아 고스톱을 치는 친구들)들과 같이 대게를 가끔씩 먹는 경우가 있다. 친구들은 그 대게가 ‘큰 게’인 줄 아는데, 사실은 게의 다리가 대나무 마디처럼 생겼다고 해서 ‘대게’가 되었다. 걱정마시라. 이런 상식은 몰라도 대게는 먹을 수 있다.
<영관급 계급장과 신라장수 죽죽(竹竹)>
대한민국 군대에서 영관급 계급장을 자세히 관찰해보면 흥미로운 사실이 있다.
위관급 계급장에서는 다이아몬드를 달지만, 영관급은 그 다이아몬드에 9개의 대나무잎을 붙인다. 많고 많은 입중에서 대나무잎을 다는 것은 바로 대나무처럼 곧고 올바른 장교가 되라는 뜻이 있다고 한다. 이런 대나무 같은 인물이 있는가 하여 고서를 뒤져보면 놀랍게도 신라장수 죽죽(竹竹)이라는 인물이 나온다.
이 글을 읽고 웃음보가 터질지 모르지만, 죽죽이라는 신라장수는 정말 대나무 같은 기상을 가진 장수였다.
삼국사기 제 47권 제 7편에는 죽죽(竹竹)이 나온다.
그는 대야성전투(642년)에서 당시 정세가 매우 불리하여 주변에서 항복을 권하였지만 다음과 같은 명언을 남기고 끝까지 결사항전을 하였다고 한다.
“그대의 말이 마땅하다. 그러나 나의 아버지가 나를 죽죽(竹竹)이라고 이름을 지은 것은, 차가운 날씨에도 시들지 말며 꺽일지언정 굽히지 말라는 뜻이다. 어찌 죽음이 두려워 살아 항복하겠는가?”
<해강 김규진 선생의 대나무 사랑>
해강 김규진 선생은 구한말에 대신을 지낸 인물로, 일찍이 중국에서 8년을 수학하고 일본에도 수학하여 언어에도 뛰어난 인물이었다. 무엇보다 당대 최고로 서예에 출중한 인물중에 하나였다. 그는 사군자중 대나무를 제일 가까이 한 인물이며, 일정치하에 조선사람들이 배우기를 게을리 하지 말기를 강조하였다. 그리하여 그는 독립자강의 기틀이 바로 책을 읽고 공부를 게을리하지 않음에 있음을 강조하였다. 그러면서 늙어갈수록 대나무를 심어서 여유를 보여주도록 하였다. 그의 시를 잠시 소개한다.
貧不賣書劉子讀 빈불매서유자독
집이 아무리 가난해도 자손이 읽을 책을 팔아서는 안 되고
老猶載竹與人看 노유재죽여인간
늙을수록 오히려 대나무를 심어 남이 볼 수 있게 해주는 여유를 가져라.
<대나무의 마디>
대나무의 마디는 성장을 멈춘 결과라고 한다.
성장을 멈추고 기다리면서 힘을 모은다.
이때 생기는 울퉁불퉁한 마디는 보기에 좋지 않지만
대나무가 휘지 않고 곧게 성장하도록 해준다고 한다.
이 대나무의 마디를 이용하여 만든 것이 있다. 재미있게도 드럼통이다.
처음에 만든 드럼통은 매끈한 통이였기 때문에 약간의 충격이나 굴릴 때의 충격에도 쉽게 부서졌다고 한다. 그래서 대나무 마디의 원리를 적용한 것이 드럼통이다.
누군가가 대나무 마디에 착안하여 드럼통에 마디를 넣어 만들었던 것이다.
이 결과 드럼통의 강도는 4배나 강해졌다고 한다.
사람은 살면서 겪어 내기 힘든 어려움과 괴로움이 찾아올 때가 있다.
겪어 내기 힘든 어려움과 괴로움을 견디려면
야무진 인내를 활용하며 현실에서 잠시 멈출 필요가 있다.
왜냐하면 우리들의 풍요로운 삶의 성장이 이때 새로 시작될 마디가 생겨나기 때문이다.
이 마디는 하나로 그치지 않고 자꾸 생겨나는데 멈춤과 성장을 계속 해야 하는 삶의 과정임을 유념할 때 우리의 삶의 강도는 대나무처럼 몇 곱절 강해질 것이다.
<대나무로 만든 붓>
개인적으로 서예를 즐겨하는 나로서는 대나무로 만든 붓을 사용한다. 가벼우면서도 촉감이 좋아서 대무로 만든 붓을 들고 있으면 마냥 즐겁게 작업을 한다. 플라스틱이나 다른 금속으로 만든 펜보다도, 대나무로 만든 붓이 주는 자연스러움이 더 좋다. 그동안 대나무를 잘 그리지 않았는데, 아름다운 한국화의 미학에 빠져들어 대나무 붓으로, 대나무를 잘 그려보리라. 한문선생님이셨던 아버지로부터 서예를 배웠지만, 그림은 배우지 못했다. 그나마 대나무 그림이 그리기 쉽다고 하는데 아직도 제대로 못그리고 있다.
<파죽지세 破竹之勢>
대나무에 얽힌 사자성어중에 파죽지세(破竹之勢)가 있다.
운동 경기에서 어느 팀이 승리를 거듭할 경우 애용되는 말중에 하나가 파죽이다. 이를 테면 한 팀이 연 4승을 하면 ‘파죽의 4연승’이라는 말을 쓴다. 이 말은 ‘대나무를 쪼개다’ 라는 말에서 나왔는데, ‘왕성하고 맹렬하여 도저히 누르기 힘든 상황’을 말한다.
파죽지세(破竹之勢)는 대나무가 물론 지조와 절개를 가진 것이지만, 또한 최대의 결점을 빗대서 말하는 것이다. 일단 대나무를 자르고 세로방향으로 칼집을 내어 조금캄 힘을 주면 단숨에 쪼개지고 만다. 그렇게 단숨에 쪼개져 내려가는 것은 어떻게 막아볼 도리가 없다. 예전에 임진왜란에 일본 왜군이 몰려오는 것이 마치 [파죽지세]로 몰려온다는 표현을 사용하였다. 반대로 이순신 장군이 연전연승을 하자 일본 왜군이 연전연패를 거듭하였다. 그래서 일본 측도 이순신 장군의 위세를 [파죽지세]라고 불렀다.
<문인들이 사랑한 대나무>
남도의 천재문인 윤선도의 [오우가]가 있다.
나무도 아닌 것이
풀도 아닌 것이
곧기는 누가 시켰으며
속은 어찌 비었는가
저렇게 사시(四時)에 푸르니
그를 좋아하노라
대나무는 나무인가, 풀인가? 하고 질문을 받는 경우가 있는데,
대나무 전문가가 말하기를 나무도 되고, 풀도 되는 거의 유일한 식물이라고 한다.
그 이유가 바로 대나무에는 ‘나이테’가 없어서라고 한다.
삼봉 정도전(1342~1398)이 이언창(李彦暢)과 나눈 대화가 유명하다.
“대나무는 그 속이 비고 그 마디가 곧으며 그 빛이 차가우며 겨울을 지나도 변하지 아니하여 군자들이 그를 숭상하여 자신을 가다듬는다고 하였습니다. 옛사람들이 대나무에서 얻은 바가 많다고 보는데 선생은 무엇을 택하셨습니까?” 하고 물었다. 많은 선비가 대나무의 올곧음을 선비가 따라야 할 이념적·인격적 기표로 삼은 것에 대해 물은 것이다.
이언창은 다음과 같이 답했다. “대나무가 봄에는 새들에게 알맞아 그 울음소리가 드높고, 여름에는 바람 부는 데 알맞아 그 기운이 맑고 상쾌하며, 가을이나 겨울에는 눈과 달에 알맞아 그 기운이 쇄락합니다. 그리하여 아침이슬, 저녁연기, 낮 그림자, 밤소리에 이르기까지 무릇 이목에 접하게 되는 것치고는 한 점도 진속(塵俗)의 누(累)가 되는 것이 없습니다. 그래서 나는 일찍 일어나서 세수하고 죽창에 앉아 서탁을 정돈하고 향을 피운 다음 글을 읽기도 하고 거문고를 타기도 합니다. 때로는 온갖 잡념을 떨쳐 버리고 묵묵히 꿇어앉아 있으면 자신이 죽창에 기대고 있는 것조차 잊게 됩니다.” 이언창의 호가 죽창이었다.<장석주의 독서일기 ‘대나무에 대하여’에서>
<영화와 드라마속의 대나무>
대나무 숲을 배경으로 하여 찍은 영화들이 참으로 많다.
아마 최고의 압권은 주윤발과 장쯔이가 주연한 [와호장룡]을 꼽고 싶다.거기의 무대가 바로 [목객죽해]라는 곳이다. 거기에는 명청시대 건물이 있고 하늘이 빚은 정원이라는 이름을 가진 곳이다.
한국에서의 대표적인 작품이 ‘봄날은 간다.’ 그리고 하정우가 나온 ‘군도’가 있다.
‘봄날은 간다’는 삼척의 대나무 숲인데 이곳은 신흥사라는 절에서 가까운데, 사랑을 믿지 않는 여자 은수와 사랑이 모든 것이라던 남자 상우가 서로 운명처럼 서로의 신호를 감지한 멋진 곳이다. “어떻게 사랑이 변하니?” 라는 대사가 생각이 난다. 대숲에서 사랑이 열린 것이다. 하정우가 나오는 ‘군도’의 배경이 바로 부산 기장의 아홈산 대나무 숲이다. 강동원과 하정우의 대나무 숲에서의 진검승부가 압권이다. 또한 최민식이 열연한 ‘대호’에서도 대숲이 등장한다. 드라마 <다모>나 <흑수선>도 담양의 대숲에서 촬영되었다. 담양은 바로 [죽녹원]이 유명하다. 담양은 대나무의 고장이고 우리 나라 가사 문학의 산실이다.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 라는 삼국유사 [경문왕편]에 나오는 이야기가 있다.
삼국유사에 의하염 왕위에 올라선 경문왕은 귀가 갑자기 당나귀처럼 커졌는데, 그 사실을 아는 사람은 왕 자신과 두건 만드는 기술자 한사람만 알았다. 그 사실을 철저히 비밀에 붙였고 그 기술자 또한 그랬다. 하지만 세상 아무도 모르는 비밀을 자신만 알고 있다는 사실을 참을 수 없었던 두건 기술자는 도림사의 대나무 숲 가운데 들어가 대나무를 바라보면 외쳤다.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 그후 바람이 불면 대나무에서 “우리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결국 경문왕이 이를 싫어하여 대나무들을 다 베어버리고 그 자리에 산수유를 심었다. 그랬더니 바람이 불면 “우리 임금님 귀는 길다”라는 소리가 들렸다.
이 비밀을 외쳤던 대나무 숲을 인터넷 공간에 옮겨 놓은 것이 바로
[대나무숲 페이지]이다. 또한 전대협이 있다.(*전국대나무숲협의회)
서울대를 시작으로 여러 대학들이 대숲을 만들었다. 그래서 나온 문학이 [대숲문학]이기도 하다.
<김삿갓의 대나무시 竹時>
방랑시인 김삿갓이 흔들리는 대나무를 보면서 지었다는 시이다.
此竹彼竹化去竹 이대로 저대로, 되어가는 대로
風打之竹浪打竹 바람부는 대로, 물결치는 대로
飯飯粥粥生此竹 밥이면 밥, 죽이면 죽, 나오는 대로
是是非非付彼竹 옳고그름은 따지지 말고, 그저 그런대로
賓客接待家勢竹 손님접대는 집안 형편대로
市井賣買歲月竹 물건 사고파는 것은 市勢대로
萬事不如吾心竹 만사는 다 내 마음대로 못하니
然然然世過然竹 그렇고 그런 세상 그런대로 살아가세.
시인 이규보도 이에 대한 시를 남긴다.
너에게 소중한 것은 곧은 절개뿐이다.
흔들리어 몸을 가누지 못하는 것은 바람이 시킨 것일세.
이도 또한 본래 빈 것인데 누가 이것을 흔들까
대나무가 흔들리는 것은 바로 바람이 지나가는 것이다.
누가 바람을 볼 수 없지만 바람은 지나가고 있다.
바람에 대나무가 흔들릴 때 바람은 지나가고 있다.
흔들리지 않고 바람을 맞지 않는 나무는 없다.
흔들리지 않고 피는 꽃도 없다.
대나무는 속을 비우고 그 흔들림으로
바람(도전과 시련)이라는 남을 받아들이는 법(응전과 인내)을 배운 것이다.
바람은 사실 우리를 키운 8할이다.
'동서양 동식물의 문학사 & 탐험사&세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식물의 세계사 10, 세계 3대 주식 옥수수의 세계사 (1) | 2022.09.29 |
---|---|
동식물의 세계사9, 오월의 여왕, 장미의 세계사 (2) | 2022.09.29 |
동식물의 세계사7, 사랑스런 고양이의 세계사 (1) | 2022.09.24 |
동식물의세계사 6, 인류의 4대 식품, 감자와 고구마의 세계사 (1) | 2022.09.24 |
동식물의 세계사4, 말(horse)의 세계사 (1) | 2022.09.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