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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월의 여왕, 장미의 세계사
예전에 역도선수중에 장미란 선수가 있었다. 지금은 코치가 되어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그 장미란 선수를 보면서 “장미란에게 장미란?” 라는 개그를 한 적이 있다. 그녀는 역도선수중에 가장 아름다운 선수다.
어제는 길을 걷다가 밤에 피는 장미 두 송이를 꺽어서 나의 사무실 유리병에 꽂아 놓았다. 붉은 장미가 매혹적이기도 하고, 부드럽고 온화한 향기를 코로 맡으면서 잠시 낭만?에 빠져 보았다. 장미는 물론 5월의 여왕이다.
5월은 또한 계절의 여왕이다. 그래서 ‘메인 퀸’이라는 말이 있다. 예전 대학 다닐 때 ‘5월의 여왕’을 뽑을 때가 있었다. 지금은 그러한 행사들이 페미니즘의 영향으로 거의 없어졌는데, 그 당시에만 해도 아주 예쁜 여대생을 만나면 ‘장미를 닮았어요’ 라는 대사도 썼던 기억이 난다. 지금이 와이프랑 잠시 연애를 할 때, 들장미를 가끔씩 꺽어주던 생각이 난다.
참고로 5월 14일은 ‘로즈데이’이다. 연인끼리 키스와 함께 장미 꽃다발을 주고 받는 날이다. 이 글을 읽은 분들은 그런 시간을 가졌는지 의문이다.
장미에 대해서라면 아일랜드의 시인이자 작곡가인 토마스 무어의 시가 유명하다.(1805년에 지은 ‘한 떨기 장미꽃’이다.) 그가 본 장미는 중국의 장미품종으로 ‘Old Blush 월계화' 이다.
여기 홀로 피어있는 건
여름의 마지막 장미
다정한 친구들은 모두
시들어 사라졌네
얼굴의 홍주를 비춰주거나
탄식을 나눌
동족의 꽃이 보이지 않고
가까이에 장미봉오리도 없네
장미는 전세계인이 가장 사랑하는 꽃이고, 수많은 시와 문학과 예술에 등장하는 꽃이다. 이 장미는 동서양이 서로 만난 ‘하이브리드 플라워’이다.
그래서 장미에 대해서는 정말 할 말이 많고 쓸 것이 많다. 장미는 그 자체로 하나의 큰 세계이다. 5월의 여왕, 장미의 매력속으로 들어가보자.
<장미의 역사>
세계의 장미 재배의 역사는 매우 오래되었다. 고고학적으로 3천만년전의 장미화석이 발견되기도 하였다. 고대 이집트나 바벨론, 페르시아, 중국에서도 여러 종류의 장미가 재배가 되었다.
B.C 2000년경의 메소포타미아의 서시시 ‘길가메쉬 Gilgamesh)에 장미가 최초로 등장한다. 고대 그리스 시인인 호메로스의 서사시 <<일리아드와 오딧세이>>에도 장미에 대한 이야기가 등장하기도 한다.
고대 페르시아에서는 장미차를 마시면 좋아하는 사람과 절대 헤어지지 않는다고 믿었다. 그래서 병사들이 전쟁에 출정하기 전이나 긴 여행지로 떠나기전에 이들은 사랑하는 사람, 연인 사이, 혹은 아내와 함께 장미 음료를 마셨고 그리하면 반드시 돌아온다고 믿었다. 장미를 ‘사랑이 약속’을 의미하였다.
장미에 대한 역사는 영국의 장미전쟁이 특히 유명한데 이 전쟁의 이름은 왕위를 다투던 요크 가와 랭커스터 가가 제가기 흰 장미와 붉은 장미를 달고 30년간 전쟁을 지속했고 결국 양가가 흰 장미와 붉은 장미를 섞은 통일문장을 만들면서 해결되었다는데서 유래하였다.
<이집트의 마지막 파라오, 클레오파트라>
클레오파트라는 장미향수, 장미목욕 등 생활속에서 많은 장미를 사용하였다. 그녀는 안토니우스가 자신을 만날 때 본 수많은 장미잎으로 인해 자신을 오랫동안 기억하고, 장미 냄새를 맡을 때마다 자기 생각을 하도록 하기 위하여 자신의 거처를 장미 잎으로 가득 채우곤 하였다. 특히 안토니우스가 참석하는 연회 시에는 당시 돈으로 1타랑(1만 3000달라)를 들여서 바닥에 1미터 높이의 장미를 깔았다고 한다. 훗날 클레오파트라에 빠진 안토니우스는 옥타비아누스에게 패하여 죽을 때, 자신의 무덤에 장미를 뿌려 달라고 유언할 정도였다. 그래서 로마에서는 죽으면 그 관에 장미를 놓는 관습이 생겨났다.
<네로의 미친 장미사랑>
네로는 축하연 때에는 장미로 목을 장식하고 장미관을 썼으며, 장미 꽃잎으로 채운 베개서 잠을 자던 이상한 황제였다. 네로는 마루에도 장미를 뿌려놓고 생활하였고, 분수에서는 장미향수가 뿜어져 나오도록 하였다. 네로의 연회에 사용되는 술에는 장미향이 들어 있었으며, 디지트로는 장미 푸딩이 나왔다고 한다. 네로는 ‘환락의 황제’였던 것이다. 기독교에서는 네로는 ‘사탄의 대리인’ 같은 존재이다. 네로는 손님들에게 장미향이 가득한 수영장을 사용하도록 하였는데 하루에 15만 달러 상당의 장미를 소비하였다고 한다.
<장미의 이름으로>
장미의 한자가 나름 특이하고 재미가 있다. 장미(薔薇)는 장미 장자에 장미 미자를 쓴다. 역사적으로 볼 때 서양에서는 고대 그리스.로마 시대부터 서아시아에서 유럽 지역의 야생종과 이들의 자연교잡에 의한 변종이 많다. 르네상스 시대에는 유럽 남부에서 장미재배가 이루어졌고 청나라의 월계화(Rosa Chinensis)의 품종들을 도입하여 기존 유럽의 품종들과 교잡하여서 지금까지 25000종이 넘는 장미들이 탄생하였다.
찔레꽃이나 월계화나 해당화도 장미의 종류로 들어간다.
이러한 것들이 장미의 원조격들인데 동양에서는 산중과 해안가에 자생하는 식물들이다. 한국에서 흔하게 보이는 홍장미 품종은 ‘폴스 스칼렛 클라이머’ 라는 것으로 무리지어 자라고 병충해에 강하며 내한성이 있고 꽃은 예쁘게 피어난다. 정작 향기는 약하다. 한국의 장미들의 경우 자생하던 찔레꽃에 접목을 하여 자라나는 경우가 많다.
<장미의 꽃말>
장미도 각 색마다 꽃말이 다른다. 보통 다른 식물들의 꽃말은 한정되어 있지만 장미는 워낙 다양한 색깔과 향기를 가지고 있어서 ‘꽃의 여왕’ 답게 꽃말도 다양하다.
붉은 장미 - 사랑, 아름다움, 용기, 열정
붉은 장미 한송이는 “나는 당신을 사랑합니다” 라는 의미가 있어서 자주 남자들이 여자들에게 붉은 장미 한송이를 주는 경우를 볼 수 있다.
하얀 장미 - 순수, 결백, 영성, 새로운 시작
하얀 장미의 꽃봉오리는 “소녀시절, 나는 당신에게 어울리는 사람입니다” 라는 의미를 갖고 있다.
분홍색 장미 - 감탄, 감사, 우아함
옅은 분홍색 장미는 존경과 온화함을 상징하고, 짙은 분홍색 장미는 감탄과 감사를 나타낸다.
노란 장미 - 기쁨, 우정, 집착, 이별
끝이 붉은 노란 장미는 - 우정과 사랑에 빠진 것을 상징한다.
파란 장미 - 얻을 수 없는 것, 불가능한 것
그러면서 기적이나 포기하지 않는 사랑을 나타낸다.
가끔 장미 100송이를 선물로 주기도 하는데, 이는 100% 사랑을 나타낸다. 11송이는 무엇인가? “누구(10)보다도 당신(1)을 사랑합니다.” 라고 한다. 999송이는 “어느 생이든 죽어도 당신을 사랑합니다. ” 라고 한다.
그런데 나는 365송이를 하나 더 남겨본다. 이는 “매일 같이 사랑스러운 당신에게” 라고 할 수 있다. 오늘부터 매일 1송이씩 주면 365송이가 된다. 매일 매일 사랑해도 부족한 당신이다. 사랑하며 살기에도 짦은 인생이다. 그래서 싸움도 그치고, 성냄도 그치고 그저 사랑하다가 사랑하다가 가버리는 것이 가장 행복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다.
라틴어에 ‘Carpe Rosas' 카르페 로자스가 있다. 이 말은 ’장미를 잡아라‘ 이다. 이는 Carpe Diem과 같은 의미로 현재를잘 즐기라는 것이며, 쾌락주의를 상징하는 라틴어의 시적 표현이다.
<서양에서의 장미의 이름>
장미는 꽃들의 여왕이다. 고대 로마시대에는 도금향과 함께 비너스(아프로디테 - 미의 여신 - 비너스의 탄생이라는 그림)를 상징하는 꽃이었다. 그리스도교 이후에는 성모 마리아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다. 묵주도 원래 Rosarion 로사리오 라고 하여 항상 여성을 의미하는 꽃도 아니었다. ‘장미십자회’라는 거대한 비밀결사도 있었다. 여담으로 동양권에서는 ‘모란’이 꽃중에 꽃이었다.
<한국에서의 장미의 역사>
한국의 역사속에서 장미를 찾아보자.
<<삼국사기, 제46권 열전 6>>에 의하면 원효의 아들 설총이 나온다. <신이 들으니 예전에 화왕(花王) 모란이 처음 들어왔을 때 향기로운 꽃동산에 심고 푸른 장막으로 보호하였는데, 봄이 되어 곱게 피어나 온갖 꽃들을 능가하여 홀로 뛰어났습니다. 이에 가까운 곳에서 먼 곳에 이르기까지 곱고 어여쁜 꽃들이 빠짐없이 달려와서 혹시 시간이 늦지나 않을까 그것만 걱장하며 배알하려고 하였습니다.
홀연히 한 가인이 붉은 얼굴, 옥 같은 이에 곱게 화장하고, 멋진 옷을 차려 입고 간들간들 걸어와서 얌전하게 앞으로 나와서 말했습니다. “첩은 눈 같이 흰 모래밭을 밟고, 거울 같이 맑은 바다를 마주 보며, 봄비로 목욕하여 때를 씻고, 맑은 바람을 상쾌하게 쐬면서 유유자적하는데, 이름은 장미라고 합니다. 왕의 훌륭하신 덕망을 듣고 향기로운 휘장 속에서 잠자리를 모시고자 하는데 왕께서는 저를 받아주시겠습니까?> 라는 대목이 나온다.
설총은 아마도 모란과 더불어서 장미를 대비하여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보여주고자 하였다. 신라시대에도 장미는 ‘아름다운 여인’의 모습을 나타냈던 것이다.
기타 다른 역사문헌들을 소개하자면 지면이 너무나 좁다.
<샤론의 장미 - 무궁화>
영어판 성경에는 샤론의 장미(ROSE OF SHARON)이라는 꽃이 존재한다. 구약성서 아가서에는 “나는 샤론의 장미요, 골짜기의 백합화로다” 라는 구절이 있다. 여기서 샤론은 평화를 의미하는 팔레스타인 지역의 들판이다.
그래서 이 샤론의 장미는 예수 그리스도를 의미한다고 해석한다. 다 갖다가 붙이면 되는 식으로 과장된 상징주의가 기독교권이나 유대교권에서는 강한다. 이 샤론의 장미는 우리나라에서는 ‘무궁화’라고 불리운다. 그 학명이 ‘히비스쿠스 시라아쿠스’ 인데 이는 우리 나라의 무궁화랑 이름이 같다.
이 학명은 18세기 린네라는 식물학자가 붙였다. 흔히 이집트의 아름다운 여신 히비스와 닮았다고 해서 히비스쿠스라는 이름이 붙여졌다는데 아무런 근거가 없고, 히브시쿠스는 1세기 그리스의 식물학자이자 약학자였던 베다니우스
디오스코리데스가 오늘날 ‘마시켈로우’라 불리우는 서양아욱에 붙인 이름이다. 린네는 이 서양아욱에 붙은 히비스쿠스라는 이름을 자신이 시리아에서 발견한 무궁화에 붙였다. 서양아욱 마시멜로우는 그리스어로 ‘알데아 로사’ 라고도 하는데, 이는 ‘치유력있는 장미’ 라는 뜻이다.
영국에서는 이 무궁화종을 홀리혹 Hollyhock 이라고 불렀다. 이는 우리가 알고 있는 ‘접시꽃’이다. 실제로 접시꽃의 어떤 종들은 무궁화와 아주 비슷하게 생겼다.
나는 히브리어 선생이라서 성경에 등장하는 ‘샤론의 장미’를 구약성서에서 찾아 보았다. 히브리어로는 Habasselet하바셀렛 이라고 하는데, 이는 치유의 꽃인 알데아(Althaea)로 그리스어는 번역했다. ‘알데아 로자’ 라는 무궁화종이 15세기 홀리훅이라고 하는 유럽의 십자군이 시리아에서 가져 온 ‘성지의 꽃’이라 불리면서 영국에서는 히브리어서의 ‘하바셀렛’을 ‘샤론의 장미’라고 인식했다는 추정이 가능하다.
한국에서도 딸의 이름을 ‘샤론’이라고 짓는 사람들도 많다. 그것이 무궁화랑 이름이 같으니 매우 좋은 이름이다. 예쁜 히브리식 이름을 짓고 싶으면 부탁하시라.
<시인을 죽음으로 이끈 장미의 치명적 매력 - 팜므 파탈>
장미를 사랑하여 다수의 시를 남긴 라이너 마리아 릴케는 연인에게 줄 장미를 꺽다가 가시에 찔리게 된다. 그 가시로 인하여 파상풍이 도져서 사망하게 된다.
릴케의 묘비에는 그가 장미에 관해 지은 시가 새겨져있다.
“장미, 오오 순수한 모순이여, 기쁨이여,
그 많은 눈꺼풀 아래서의 누누의 잠도 아닌, 장미여”
릴케는 평소에 '장미'에대한 많은 시를 남겼다.
체코 출신의 이 시인은 결국 '장미'를 사랑하다 '장미'에 죽은 비운의 시인이다.
죽어야 자신의 향기를 남기는 것이 시인인가보다. ...
<비오는 수요일엔 빨간 장미를>
카이스트의 정재승 교수가 쓴 글을 잠시 살펴보았다.
왜 사람들은 사랑을 고백할 때, 일생에 도움 안되는 꽃다발 선물 공세를 취하는 걸까? 어떤 글을 읽다가 이런 생각이 들었다.
그리스 로마 신화를 보면 신이 처음 장미를 만들었을 때 ‘사랑의 사자, 큐피드는 이 아름다운 꽃을 보자마자 반한 나머지 자신도 모르게 입맞춤을 하려고 입술을 살포시 꽃에 가져갔다. 그러자 꽃 속에 있는 벌이 깜짝 놀라서 자신의 침으로 큐피드의 입술을 쏘고 말았다. 이것을 지켜보던 비너스는 벌에 쏘여 아파하는 큐피드가 안쓰러워서 벌을 잡아 침을 뺀뒤에 장미 줄기에 침을 꽂아 두었다. 이것이 장미 가시의 신화적 유래이다. 장미의 가시는 매력적인 아름다움을 상징한다.
연인들은 언제부터 장미꽃을 주고받으며 사랑을 속삭였을까? 이 장미는 아마도 ‘구애의 선물’로 주고 받은 것이 분명하다. 장미는 다른 꽃보다도 향기가 무척 강한 것은 아니다. 그래서 장미를 다발로 주면 그 향기가 맹맹한 코에 자극적이다. 그래서 장미향기가 그 장미꽃의 아름다움과 앙상블을 이루면 구애(프로포즈)가 잘 이루어진다고 한다. 장미 향기의 주성분인 게리니올과 모노테드벤은 사람의 감성을 자극하는 화학물질이다. 상대방에 대한 호감을 느끼게 하는 페로몬과 비슷한 작용을 하는 것으로 보고된다.
그런데 수요일에는 왜 빨간 장미를 줄까? 아마도 과학적인 근거는 없지만 비가 오면 감성적인 모드에 젖어 있을 때 사랑하는 연인에게 빨간 장미꽃을 선사하면, 맑고 깨끗한 대기에 장미꽃 향기가 그윽하게 퍼져서 행복한 감정이 유발되면서 성적 과시 행동에 사로잡히게 될 것이다.
그런데 왜 수요일인가하면, 가장 우울한 날이 월요일이 아니라 이상하게도 수요일이라고 한다. 그래서 가장 우울한 날 사랑하는 연인에게 빨간 장미 한 다발을 선사하는 것, 그것이 다음 세대가 역사속에서 계속 이어지는 원동력인 셈이다.
장미가 만들어내는 사랑의 역사가
인류역사를 지탱하는 원동력이 된다.
꽃을 장사하는 분들에게 꽃가게 이름을 [수요일에는 빨간 장미를] 이라고 하면 아마 장사가 잘 될 것이다. 연인들이 대거 장미를 사러 수요일에 몰려 올 것이기 때문에....
나는 MBA를 전공한 사람이라 이런 장미 마케팅도 좋은 사업적 발상이라고 본다.
<백만송이 장미 - 심수봉>
백만송이 장미는 러시아 라트비아의 가요이다. 소비에트 연방의 가수 알라 푸가초바가 불러 대중에게 알려졌다. 일본에서는 가토 도키코의 곡으로 알려져 있으며, 대한민국에서는 심수봉의 곡으로 알려져 있다.
러시아어 버전을 보자.
화가가 살고 있었네.
그에겐 집과 캔버스가 전부였다네.
화가는 꽃을 사랑하는 어느 여배우를 사랑했다네.
그래서 그는 자신의 집과 그림들을 팔았고,
그 돈으로 바다만큼의 꽃을 샀다네..
(후렴)
백만송이, 백만송이, 백만송이 붉은 장미를
창 가에서, 창 가에서, 창 가에서 그대가 보고있는지.
사랑에 빠진, 사랑에 빠진,
진정으로 사랑에 빠진 한 사람이
그대를 위하여 자신의 삶을 꽃과 바꾸어 버렸다네.
아침에 일어나 창가에 서면,
그대는 아마도 정신이 혼미해지겠지.
꿈의 연속인 듯 광장은 꽃으로 가득 찼다네.
'백만송이 장미'는 가수 우리 동네 음악대장 '하현우'가 불러서
더욱 알려진 노래이다.
<움베르토 에코의 ‘장미의 이름’>
숀 코네리 주연의 [장미의 이름, 1986] 이라는 영화를 기억하는가? 이 원작을 만든 사람은 천재 기호학자 움베르토 에코이다. 어느 인문학 모임에서 그의 아주 길고 긴 작품 ‘장미의 이름’를 발표하였는데 많은 사람들로부터 좋은 반응을 얻지 못했다. 그 이유는 우리 나라의 인문학적 수준이 안되기 때문이다. 그래서 인문학 강좌가 살려면 독자들의 인문학적인 수준이 높아야 한다.
장미의 이름은 전 세계 40여개 국가에서 약 5000만부 이상 판매단 초베스트셀러다. 이토록 사랑받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는 중세 수도원과 그에 부속된 도서관에서 발생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일단 장미가 상징하는 것을 밝힌다. 백장미는 성모 마리아를 가르키고, 붉은 장미는 십자가에 달린 그리스도를 상징한다.> 그런데 유실되었다고 알려져 있는 아리스토텔레스의 시학 제 2권(희극론)을 둘러싸고 벌어지는 연쇄살인사건을 추리소설의 형태로 전개한다. 추리소설이지만 기호학자로서 에코 특유의 언어의 유희와 그리고 해박한 박물학적 중세 지식의 나열 때문에 정말 정리하면서 읽지 않으면 도저히 해독?이 안되는 책이다.
그러면서도 이 소설은 재미가 있다. 이 책을 보면 중세의 어두운 역사도 살펴볼 수 있고, 종교재판이나 마녀사냥에 대한 사실적인 이해와 역사적인 이해를 같이 제공하고 있다. 우리가 자주 ‘마녀사냥’이라는 말을 사용하는데, 에코의 저작을 읽어보면 여실히 잘 알 수 있다.
에코는 12세기초 시인인 버나드의 시 ‘고대 로마는 이름으로서 아직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로마의 헛된 이름뿐’ 이라는 ‘세상에 대한 경멸’이라는 싯구를 인용한다. 그런데 에코는 소설의 마지막에서 이를 기호학적으로 바꾼다.
‘태초의 장미는 이름으로서는 아직도 존재한다. 그러나 그것은 헛된 이름뿐’ 그는 여기서 로마 ROMA라는 단어를 ROSA라는 장미로 바꾼다.
오늘 작심을 하고 ‘장미의 이름’을 읽어보는 것도 참 좋다.
그의 소설의 가장 결론과 같은 부분인 윌리엄 신부의 말을 남겨본다.
“아마도 인류를 사랑하는 사람의 사명은
사람들의 진리를 향해 웃도록,
진리가 웃도록 만드는 데 있을 것이다.
유일한 진리는 진리에 대한 광적인 정열에서
우리가 해방되는 길을 배우는 데 있기 때문이야”
움베르토 에코는 “현대는 새로운 중세”라고 하였다. 그는 거대한 장서에 갇힌 진리의 지식이 세상 밖으로 흐르지 않는 것을 개탄하였다. 사람들에게 진리라는 것은 어느 특정한 개인들이나 진리의 지식에 도달할 자격이나 권위를 가진 사람들의 전유물처럼 여기는 경향이 강하다. 진리의 지식이라는 것으 세상으로 흐르려면 스토리와 같이 만나야 한다. 진리와 스토리가 서로 만나서 이루어지는 일이 ‘역사 - 히스토리’가 되는 것이다.
아마 에코는 탈무드의 예화를 알고 있었던 것 같다.
진리는 인기가 없다. 하지만 스토리는 인기가 있다. 진리와 스토리가 만나면 사람들이 듣는다. 그리고 사람들이 변화가 되고 웃게 된다. 나는 그래서 진리와 스토리가 아우러지는 강연을 자주 하는 것이다. [장미의 이름으로]가 바로 그런 책이어서 나는 가끔씩 지금도 살펴보는 것이다.
현대인들은 합리적으로 사고하지만 합리적인 자기 생각에 오류가 없을 것이라는 함정에 빠져 산다고 지적한다. 그래서 자기 편견을 진리라 여기고 타인에게 강요한다고 한다. 그래서 진리라는 이름으로 폭력을 휘두르지 않게 조심해야 한다.우리가 가지고 있는 지식이나 진리는 반은 허상이다.
그래서 찰프 퍼니후의 [기억의 과학]이라는 책도 권하는 책이다. “당신 기억의 반은 허구다” 먼저 [장미의 이름]을 읽어보고서 읽으면 많은 책의 도움을 얻을 것이다.
<장미에 관한 두편의 시>
아내는 장미꽃
아내는 장미화다
가끔 화(花)를 낸다
곱지만
잘못 건드려 가시에 찔린다
아내여,
자꾸 피지 마라
릴케도 장미가시에 찔려
눈꺼풀 완전히 닫았대
(양전형·시인, 제주도 출생)
장미와 가시 ― 김승희(1952∼)
눈먼 손으로
나는 삶을 만져 보았네.
그건 가시투성이였어.
가시투성이 삶의 온몸을 만지며
나는 미소 지었지.
이토록 가시가 많으니
곧 장미꽃이 피겠구나 하고.
(…)
그의 몸에는 많은 가시가
돋아 있었지만, 그러나,
나는 한 송이의 장미꽃도 보지 못하였네.
그러니, 그대, 이제 말해주오,
삶은 가시장미인가 장미가시인가
아니면 장미의 가시인가, 또는
장미와 가시인가를.
이 시는 장미에 대한 시가 아니라 삶에 대한 시다.
삶이란 무엇이길래? 이토록 아프고 쓰라린 것까...
인생의 중반을 넘어선 시인은 삶이 가시밭길을 가듯 ‘만신창이’된 느낌을 가진 것일까?
군가는 ‘사노라면 언젠가는 좋은 날도 오겠지’
누군가는 ‘고진감래 - 고생 끝에 낙이 올 거야’ 라고 하고
누군가는 ‘장미빛 같은 인생의 꽃이 필 날이 올거야’ 라고 자기 위로를 하지만 시인은 아예 그런 삶조차도 ‘희망고문’으로 ‘가시에 찔린 채로’ 남게 될지도 모른다고 아파하고 있는 것이다.
'눈먼 손' 이라, 그런 손으로 삶을 만지라니, 만져보니 삶은 가시투성이라니. 장미와 가시의 오랜 모순으로 한송이 장미를 갈망한다.(고은의 시해석 중(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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