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가지가 길어 슬픈 짐슴, 사슴의 세계사
혹시 시력이 좋은 사슴을 영어로 하면 어떻게 되는지 아는가?
맞추는 사람은 소정의 선물을 안드리고자 한다. 사슴은 영어로 디어 ‘deer’다. 그렇다면 ‘시력이 좋은 사슴’은 말 그대로 하면 된다. 굿 아이디어! Good Eye Deer다. 어이없는 개그지만 웃어주셔서 감사하다.
사슴하면 일단 노천명 시인(1913~1957)이 제일 먼저 떠오른다.
모가지가 길어서 슬픈 짐슴이여
언제나 점잖은 편 말이 없구나
관(冠)이 향기로운 너는
무척 높은 족속이었나 보다
물속의 제 그림자를 들여다보곤
잃어던 전설을 생각해 내곤
어찌할 수 없는 향수에
슬픈 모가지를 하곤 먼 데 산을 쳐다본다
고등시절 꼭 외웠던 시이다. 시인 노천명은 자신의 시에서 자주 ‘사슴’을 등장시킨다. 그 시인의 절제된 언어의 품격을 여실히 볼 수 있는 ‘사슴’이라는 시를 보면서 , 사람들은 그 시인을 ‘사슴의 시인’이라고 불부른다. 사슴의 세계사를 논하면서 나는 철저히 사슴의 생물학적인 특성을 배제한다. ‘사슴’은 내가 다루려고 했던 이유도 노천명 시인 때문이다. 사슴을 쓰려니 그분이 떠오르고, 사슴을 말하자니 그분의 시가 너무 좋아서다. 물론 노천명은 ‘친일논쟁’도 있고, 여러 가지 논란의 중심에 선 여성해방운동가였다. ‘신여성’ 노천명의 [사슴], 그분의 일대기가 어지럽지만 그분의 시는 정말 한 마리 사슴의 일생을 보듯 처량하다.
서두부터 사슴에 대한 이미지가 왜이리 처량하게 느껴지는지 모른다. 사슴에 대한 생물학적인 특성보다는 역사적으로나 문학적으로 접근하는 인문학이니 그럴지도 모른다. 동식물에 대한 것이기에 인문학이라기보다는 ‘동식물인문학’이라고 부르는 것이 좋겠다. 오늘은 사슴이라는 눈이 시린 주제로 만난다.
사슴의 개요
사슴은 중대형의 초식동물로서 사향노루, 꽃사슴, 고라니, 노루, 순록, 엘크 등의 종류가 있다. 사슴하면 수사슴의 크고 아름다운 뿔이 특징이다. 큰 가지뿔은 고라니를 제외한 모든 사슴들이 가지고 있다. 물론 암수가 뿔을 가진 사슴이 있는데 바로 순록이다. 우리와 친숙한 크리스마스 때 반드시 등장하는 빨간코 루돌프 사슴이 바로 순록(Rein Deer)이다.
사슴에 대한 기본적인 이미지는 일단 숲에 살며, 겁이 많은 동물로 묘사된다. 다리가 길며 체형이 가늘고 여리여리한 느낌이 강하다. 눈망울이 일단 매우 맑은 특징 때문에 연약하다는 이미지가 강하다. 그런데 종에 따라 체격이 큰 사슴들은 말처럼 사람들이 타고 다닐 수 있다.
고대부터 사슴은 미려한 외관과 더불어 온순한 성격을 가진 탓에 신성한 존재로 여겨져 왔다. 사슴의 상징성에 대해서는 동서양 어디서나 광범위한 범위에서 등장한다.
사슴의 세계사
사슴은 동양에서는 불로장생을 상징하는 십장생에 속하며 예로부터 여러 장식이나 무늬로 많이 사용되었다. 몽골 사람들은 자신들을 늑대와 사슴의 후손이라고 여긴다. 중국인들은 사슴을 성공과 부의 상징으로 여기며, 천하에 비유해 천하를 잡는다는 표현으로 “사슴을 쏴서 잡는다” 라고 한다. 예를 들어 초한지를 보면 항우와 유방이 서로 싸운 전쟁을 사슴을 쫓는 전쟁이라고 부르고 ‘축록전(逐鹿戰)’ 이라고 불렀다. 한국에서는 임금을 상징하는 동물이었으며 그 예로 신라의 금관은 사슴 뿔을 형상화하여서 만든 것이다. 사슴뿔 장식으로 왕관을 삼았으니 사슴은 아주 고귀한 동물이었다.
유럽으로 가보자. 유럽은 숫사슴이 뿔을 생명의 나무와 같이 여겨 초자연적인 존재로 삼았고 여러 신화와 문학에서는 영적인 이미지로 묘사하였다. 유럽의 도시를 가보면 명문가를 상징하는 문장에는 사슴이 그려진 경우가 많다. 또한 사슴의 머리를 박제로 하는 가문도 있다. 이솝 우화에서는 자신의 뿔을 자랑스럽게 여기다가 나무에 뿔이 걸려 사자밥이 되었다는 우화가 있는데, 마치 겉치레만 훌륭한 사람을 의인화한 것이다.
사냥과 식용
옛날부터 사람들은 사슴을 잡아 고기는 먹고, 털가죽으로 옷을 해 입었다. 한국의 경우 뿔이 약재로 사영되고, 녹용(鹿茸)을 잘라내면서 나오는 피를 마신다. 외국의 경우 목을 잘라 박제로 만들면 멋지다는 이유로 사냥꾼들의 좋은 타겟이 되기도 한다. 미국의 경우 어느 지역은 사슴을 잡아 먹는 회색 늑대의 개체수가 줄면서 사슴의 개체수가 상대적으로 늘어나 사냥을 오히려 권장하기도 한다. 거기다가 로드킬을 당하는 사슴들이 많은데 미국에서는 주로 자주 보는 장면이라고 한다. 보통 암사슴이 자신의 새끼들을 줄지어 데리고 다니기 때문에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한국에서도 종종 고라니가 로드킬을 당하는 경우가 많다. 이 글의 필자의 동생도 고라니를 피하다가 버스랑 추돌하여 몇 달을 병원에 입원하였다.
사슴고기는 영어로 베니스(Venison)이라고 하는데, 특유의 냄새가 있어서 호불호가 갈린다. 양고기와 마찬가지로 사슴고기 요리도 누린내가 강렬한 편이다. 사슴의 내장으로 만든 파이를 [험블 파이]라고 하는데 이는 “험블 파이를 먹는다” 라는 말은 굴욕을 참는다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나무꾼과 선녀
혹시 ‘금강산 선녀’라는 설화를 알고 있는가? 나무꾼이 사냥꾼에 쫓기는 사슴을 구해 주었더니 그 사슴이 보은의 뜻으로 하늘에서 선녀들이 내려와 목욕하는 금강산 연못을 알려주었다. 지금 생각하면 무슨 19금 ‘관음증’을 유발하는 이야기로 들린다.
아마 나무꾼과 사슴이 둘이 짜고친 고스톱같은 이야기로 들리기도한다. 나무꾼은 거기서 목욕을 하는 선녀들을 보았고, 선녀의 날개옷을 감춘다. 나중에는 그 선녀옷이 없는 선녀를 아내로 맞이하여 세 자녀를 낳는다. 이 전래 동화가 바로 ‘나무꾼과 선녀’, ‘선녀와 나무꾼’이다. 이 설화는 한국에만 있는 것이 아니라 몽골이나 일본에도 존재한다. 몽골의 [호리 투메트] 설화가 그것이다. 그러고 보면 사슴은 예로부터 우리 아시아인들과 친한 동물이었다.
많이 비켜간 이야기인데, 오늘날 우리 사회에서 이런 일이 벌어진다면 어떻게 될까? 나무꾼은 선녀옷을 훔친 절도죄와 더불어서 선녀를 천상에 못가게 했으니 ‘감금죄’도 성립이 되어 엄청난 처벌을 받았을 것이다. 거기다가 사슴과 같이 공모를 했으니, 사슴도 공범이 되는 것이다. 나무꾼과 사슴을 둘다 교도소에 갇히게 할 수도 있다. 그렇지만 둘이 알콩달콩 부부의 인연을 맺고 아이들까지 낳고 살았으니 용서하는 마음이 든다. 그리고 나무꾼도 나중에 불행해진다. 와이프가 아이들을 데리고 하늘로 줄행랑을 쳤고 결국 나무꾼은 혼자 남게 된다. 참으로 슬픈 이야기이다. 웃어야 하나, 울어야 하나, 그냥 웃픈 이야기이다.
한라산 백록담(白鹿潭)
사슴을 말하다가 갑자기 백록담이 왜 나오는가 의아해 할 수 있지만 한라산은 한때 사슴들의 고향이었다. 백록담의 뜻은 ‘하얀 사슴이 물 마스러 드나들던 못’이다. 실제로 한라산에서는 하얀 사슴이 많이 서식했던 기록이 나온다. 그러나 조선시대에 무리하게 임금 사는 구중궁궐에 진상을 하다가 1921년 이후 멸종을 하였다. 지금 한라산에 있는 것은 노루나 엘크, 고라니 등이 서식을 한다. 하여간 조선시대 임금에게 잘 보이려고 진상을 편 조선인들의 무분별함을 보여주는 백록담의 고사이다.
현재 우리 나라에서 사육되는 사슴은 전부다 일본과 대만에서 수입된 사슴으로 한반도산 사슴은 한 마리도 없다.
녹용(鹿茸)
사슴의 뿔은 녹용이라 하여 귀한 한약재로 취급된다.
[동의보감]에서는 “성질이 온화하고 맛이 감산하고 무독하니 허하고 피로한데, 사지와 등이 저리고 아픈 데, 남자의 콩팥과 동시에 성욕이나 생식기능의 허랭, 무릎의 무력감, 여인의 봉루혈, 적벽대하증 등을 다스리고 태를 편히 한다”라고 기록했다. (쓰면서도 무슨 소리인지는 정확히 모르겠다. 나는 한의사가 아니다. 한의원하는 친구에게 물어보겠다.)
이런 녹용을 얻기 위해 백두산 일대부터 멀리 남방까지 녹용을 찾는 사냥꾼이 발걸음이 끊이지 않았다. 좋다면 다 먹고 보는 근성이 문제라면 문제다. 녹용의 품질은 상.중.하로 나누며 뿔에서 머리에 가까운 것이 하품, 제일 끝 부분이 상품이다. 중간부분은 중품이 된다. (한국동식물도감, 원병휘 참조)
그런데 이 녹(廘)이라는 말이 중국에서는 ‘관리의 봉급’을 뜻하는 녹(祿)자와 발음이 같다. 그래서 사슴이 높은 관직에 오르는 것을 상징하는 동물로 인식되었다. 그래서 사슴의 뿔인 녹용이 고가에 거래되는 것도 어찌보면 이런 상징성이 크다고 할 수 있다.
성서속의 사슴
성서에서 사슴은 양과 같이 좋은 동물로 소개되어진다. 이미 토라의 5번째 책 신명기(12장, 14장, 15장)에는 먹어도 좋은 짐승으로 나온다. 시편 42편 1절을 보면 “하나님이여 사슴이 시냇물을 찾기에 갈급함 같이 내 영혼이 주를 찾기에 갈급하나이다.”라는 대목이 가장 인기가 많은 구절이다. 솔로몬의 아가서에도 사슴이 여러번 등장하는데 자유분방하게 뛰어노는 동물로서 장차 그리스도안에서 자유롭게 될 성도를 상징한다고 한다. (이사야 35장 6절에도 언급)
구약시대에 팔레스타인에는 적어도 세종류의 사슴이 서식하고 있었다. 히브리어로는 ‘아라라’ 라고 하는데 고라니, 노란 사슴, 노루등의 사슴이 서식했다고 한다.
루돌프 사슴코의 비밀
크리스마스가 되면 들려오는 수많은 캐롤들 중에서 가장 많은 사람들에게 사랑받는 곡이 바로 루돌프 빨간코라고 할 수 있다.
[루돌프 사슴코]라는 캐럴은 1939년 미국의 몽고메리워드 백화점의 직원이었던 로버트 메이가 쓴 글이 바탕이 되었다. 루돌프 사슴코는 순록이라고 알려져 있다.
1905년 뉴욕의 부유한 유대인 가정에서 태어난 로버트 메이는 나중에 경제대공황으로 인해 경제난에 빠지면서 나중에 시카고에 가서 몽고메리워드 백화점의 하금 점원으로 일하게 된다. 극심한 생활고에 시달리던 그가 1939년 초 고객들에게 나누어줄 색칠 공부를 할 수 있는 그림책을 만드는 것을 계기로 하여 그림을 그리게 되었다. 그는 어린딸 바바라가 시카고의 파크 동물원에서 스삼을 좋아하던 모습을 생각하며 ‘루돌프 사슴코’를 그리게 되었는데 이 그림이 대박이 나게 되었다. 그 사이에 아내는 암으로 세상을 떠났지만 그의 책은 크리스마스의 기적을 가져온 책이 되었다.
그가 쓴 책에서 연유하여 조니 마크스라는 음악가가 ‘루돌프 사슴코’라는 케럴을 작곡하였다. 이 캐럴은 1949년도에 이미 1500만장이 판매되고 차트의 1위를 기록하였다고 한다. 사슴 한 마리가 인생 역전을 시켜준 것이다. 이 글을 쓰면서 동물을 사랑하고 동물관련 노래를 작사.작곡한면 대박 날 수 있다는 것을 발견한다.
이 글을 읽고 자극을 받아 동물 노래를 작사.작곡하는데 도전하면 어떤가.... ‘곰 세 마리’도 대박이 났고, ‘개울가의 올챙이 한 마리’도 대박이 났고, ‘상어 가족’도 대박이 났다.
일본의 나라 사슴공원
일본에 가면 오사카에서 전철을 타고 약 40분이면 도착하는 나라공원이 있다. 교토보다 오래된 도시로 수많은 문화유적을 가지고 있다. 세계문화유산이 많은 곳이 나라현이다. 잠시 나라공원에 방문한 적이 있는데, 이 곳에는 약 1200마리의 사슴들을 만날 수 있는 거대한 사슴공원이다. 연중무휴이고 언제든지 사슴을 만날 수 있는 관광명소이다.
여기서 사슴들이 좋아하는 센베이 과자를 사서 사슴들에게 다가가면 사슴들이 간식을 달라고 투정부리고 애교부리는 모습을 보면 정말 흐믓하다.
지록위마(指鹿爲馬) -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 하다.
기원전 2세기쯤에 천하를 통일하여 황제가 된 진시황은 지방 순시 도중 세상을 떠났다. 진시황의 뜻에 따라 첫아들 ‘부소’가 자리를 얻게 된다. 부소는 매우 영특한 사람이었고, 그래서 부소가 황제가 되면 자기 멋대로 정치를 못한다고 여긴 간악한 환관 조고와 승상 이사가 서로 짜고서 진시황의 조서(詔書)를 위조하여 둘째 아들 멍청한 ‘호해’를 왕으로 세운다. 그리고 얼마후 간악한 환관 조고가 최고 실권자 승상 이사를 모함하여 전 가족이 사형에 처해진다. 천하가 조고의 손안에 들어온 것이다. 조고는 마음으로 ‘언젠가는 황제가 될 야심’에 사로잡혀 하나 하나 일을 추진한다.
하루는 사람을 시켜 황제 앞에 사슴 한 마리를 끌고 오게 한다. “폐하, 신이 천하를 두루 다니다 좋은 말을 한 마리 얻었기에 ㅂ바치는 것입니다. ”라고 했다. 황제가 보니 조고가바친 것은 말이 아니라 사슴이었다. 그는 웃으면서 “경은 분명히 이것이 사슴인데, 왜 말이라고 우기시오?” 하자 조고는 정색을 하고, “폐하, 이것은 좋은 말입니다.폐하께서 잘못 보셨습니다. ” 또 그러자 황제는 “경은 농담이 지나치시오. 어찌 사슴을 가리켜 말이라고 하시오.내가 그것도 모르는 줄 아시고?” 라고 기분 나쁘게 말하였다.
그러자 조고는 “아닙니다. 틀림없이 말입니다. 폐하가 잘못보셨습니다. 만일 폐하가 신의 말을 믿지 못하겠거든 다른 조정의 대신들을 불러서 물어보십시오.”
그러자 황제는 “그렇게 하지요. 대신들이 눈이 있는데, 누가 사슴을 말이라고 하겠소?” 그러자 대신들은 실권자 조고앞에서 자신들의 목숨을 지키려고 ‘사슴을 말이라고 하는 해프닝’이 벌어졌다. 개중에 양심있는 신하들만 침묵을 지켰다. 환관정치놀음에 놀아난 진나라였다. 진나라를 중국 역사상 가장 형편없는 나라였다.
그래서 고려시대의 목은 이색 선생은 사슴이 ‘십장생’에 들어가는 것을 무척 싫어하였다고 한다. 그저 사슴은 싸가지없는 권력자의 발호라고 보았다.
<시인들의 시인인 백석(白石)의 ‘사슴’>
백석 시인의 시집을 내가 대학교 1학년때부터 읽었으니 나도 백석의 추종자였다. 백석은 ‘분단으로 잃어버린 시인’이라고 부른다. 이 백석은 조선 최고의 모던보이였고 본명은 백기행이다. 백석은 평소에 가장 닮고 싶은 시인이 김소월이었다 한다.
백석 시인은 시인들이 뽑은 시인이다.
백석이 쓴 시집중에 하나가 한정판 100권으로 만든 ‘사슴’이 있다.
백석보다 5살 어린 윤동주도 그의 ‘사슴’을 구입하지 못해 발을 동동 구르고, 간신히 빌려서 밤새워 식사도 하지 않고 필사하고 필사하였다고 한다. 그가 겨우 25살에 백석은 <사슴>이라는 시집을 썼다.
신경림 시인은, “나는 아직도 사슴을 처음 읽던 흥분을 잊지 못하고 있다. 나는 읽고 또 읽었다. 저녁밥도 반사발 밥에 먹지 못했으며 밤도 꼬박 새었다.”
안도현 시인은, “백석 시를 베끼기 위해 시를 써왔다.” 라고 하였다.
백석의 ‘나와 나타샤와 당나귀’라는 시는 정말 압권이다. 거기에 ‘힌 바람벽이 있어’도 압권이다. 백석의 시집은 모조리 갖고 있어야 한다.
‘1000억원이 그 사람 시 한줄만 못해요’ - 백석의 애인이었던 김영한(자야)의 말이다.
오늘은 이미 노천명 시인의 [사슴]을 밝혔고
백석의 시집 [사슴]도 소개하였다.
그가 남긴 시의 일부를 남긴다.
“이 흰 바람벽엔
내 쓸쓸한 얼골을 쳐다보며
이러한 글자들이 지나간다.
나는 이 세상에서 가난하고 외롭고 높고
쓸하니 살아가도록 태어났다.
그리고 이 세상을 살아가는데
내 가슴은 너무도 많이 뜨거운 것으로 호젓한 것으로
사랑으로 슬픔으로 가득 찬다.”
- 흰 바람벽이 있어 중(中), 백석
나도 물론 캘리그라피스트여서 그의 시를 돌판에 써 놓았다. 정말 멋지다.
백석은 말한다.
“시인은 진실로 슬프고 근심스럽고 괴로운 탓에
이 가운데서 즐거움이 그 마음을 왕래하는 것입니다.”
- 백석의 [사슴] 시집에서
백석 시인도 노천명 시인이 쓴 시(詩)대로
‘모가지가 너무 길어 슬픈 사람’이다
백석시집을 가지고 있어서 좋다.
'동서양 동식물의 문학사 & 탐험사&세계사' 카테고리의 다른 글
동식물의 세계사 32, 찬란한 슬픔의 봄, 모란꽃의 세계사 (0) | 2022.10.26 |
---|---|
동식물의 세계사 30, 바다의 최상위 포식자 상어의 세계사 (1) | 2022.10.19 |
동식물의 세계사 28, 거대 동물 코끼리의 세계사 (0) | 2022.10.14 |
동식물의 세계사 27, 문학으로 만나는 토끼와 거북이의 세계사 (4) | 2022.10.14 |
동식물의 세계사 26, 백조(고니)의 세계사 (3) | 2022.10.1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