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 코끼리의 세계사
"코끼리 아저씨는 코가 손이래
과자를 주면은 코로 받지요"
어린 시절에 자주 부르던 동요중에 하나이다.
동물원 코끼리를 구경할 일이 있었는데 과자를 던져주니 정말 신기하게도 코로 받는 모습을 보았다. 물론 과자를 작은 것을 던져주면 안되고 한 덩어리로 된 과자를 던져주어야 한다. 집에서 저 코끼리를 기르려면 아마 과자공장을 차려야 할 것이다.
이 코끼리는 메머드(맘모스)와 비슷하게 생겼고, 지구상에 저런 동물이 존재한다는 것 자체도 어려서는 신기하게 다가왔다. 지금도 여전히 덩치가 큰 점보 코끼리는 신기하다. 중학교 때 생텍쥐페리의 [어린왕자]에는 코끼리를 삼킨 보아뱀이 나온다. 그것을 보면 우리가 보는 것이 전부가 아니라는 것을 알려준다. 그 책에서 나는 코끼리보다 뱀에 시선이 더 갔었다. 세월이 지나보니 뱀이 아니라 코끼리를 볼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어린왕자]는 몇번이고 읽어야 할 어른들을 위한 동화이기도 하다.
영화 [옹박 시리즈]에는 코끼리가 자주 등장한다. 옹박과 코끼리는 혼연일체가 되어서 악을 무찌르고 선을 행한다. 불교국가 태국은 코끼리의 나라이다. 그 코끼리는 불교의 가장 중요한 토템이며 상징중에 하나이다. 이 코끼리는 동남 아시아 사람들에게는 가장 신성시 되는 동물이다. 그런 코끼리도 멸종위기종으로 전락하고 있다고 한다. 아프리카에는 90%이상 코끼리가 줄어들었다고 한다. 아시아에서도 많은 코끼리들이 밀렵을 당한다. 공룡이후로 가장 큰 지상동물인 코끼리는 수난을 당하고 있다.
우리가 앞으로 다른 동식물들도 보호해야 하지만 덩치 큰 슬픈 동물인 코끼리를 사랑하고 아끼는 [착한 인간]이 되어보기로 작정하면 어떨까...
<코끼리의 생태적 위치>
기다란 코와 나풀거리는 큰 귀, 그리고 옆으로 튀어나온 상아(아이보리)가 특징인 지상에서 가장 큰 동물이 바로 코끼리이다. 물론 사바나 초원, 열대우림, 사막에 서식하면서 기린, 하마, 심지어 코뿔소보다도 더 육중한 동물이다. 몸무게가 3톤에서 5톤 정도 나간다고 하니 어머어마한 존재이다.
코끼리는 3,40마리가 무리를 지어서 생활하며 연령이 높은 암컷(메이트리악)이 우두머리 역할을 한다. 코끼리는 별명이 [사바나의 청소부]라고 한다. 그래서 무엇이든 잘 먹는다고 한다. 그 몸을 유지하려면 아마도 아침과 저녁에 천천히 다니면서 엄청난 식사를 해야 한다. 물도 물론 7-80리터를 하루에 필요하다고 한다.
<인도.스리랑카 문화와 코끼리>
코끼리는 신들이 타고 다니는 영수(靈獸)이다. 불교국가인 네팔의 까삘라왓투라는 성의 숫도다나왕의 부인인 마야왕비는 어느 날 신비한 꿈을 꾸는데, 여섯 개의 이빨을 황금으로 치장한 하얀 코끼리가 내려오 코로 연꽃을 들고, 그녀 주위를 세바퀴를 돈 다음 연꽃송이를 건네주고 몸속으로 들어오는 태몽이었으니 연꽃이 불교를 상징하는 꽃이 되었고, 자연스럽게 흰코끼리도 불교를 상징하는 동물이 된 것이다.
혹시 석가모니의 어머니가 누구인지 아는가? 바로 마야부인이다. 그래서 인도와 스리랑카의 코끼리는 사랑받는 동물이 된 것이다. 하지만 수많은 인도와 스리랑카의 코끼리가 수난시대를 맞이하였다. 무분별한 개발로 인하여서 코끼리의 터전히 많이 잃어버린 것이다. 그리고 코끼리가 민간에 너무나 많이 나타나 농작물을 훼손하거나 과수를 훼손하는 일이 심하게 일어난다. 물론 그것이 농장을 만든다고 숲을 훼손하고 터전을 훼손한 인간의 잘못이 크기도 하다. 그래서 코끼리와 인간들의 싸움이 계속되어서 매년 100여 마리의 이상의 야생코끼리가 죽어 나간다고 한다.
최근에 '필라이트'라는 맥주 하나를 마시는데 거기에 흰코끼리 그림이 나온다. 아마도 불교인들을 위한 맥주인가 생각된다.
<코끼리의 상아>
코끼리의 길고 하얀 상아는 코끼리의 위엄을 보여주는 특징이 있다. 이 상아는 귀중한 공예품을 만드는 재료로 활용된다. 예전부터 이집트나 인도에서는 상아공예품을 제작했다. 그리고 여러 나라로 서로 수출하고 교역을 하였다. 상아는 도장이나 장식품, 컵, 당구공, 파이프, 심지어 피아노 건반 등 다양한 물건을 만드는데 쓰였다.
상아는 귀한 물건이기에 왕실이나 부유층만 사용할 수 있었다. 왕실에는 그곳에 부속된 전문 장인들이 직접 가공을 하여 상아조각들을 많이 볼 수 있다.
지독하고 악랄한 인간의 탐욕으로 인해 살해되고 멸종을 향하여 가고 있다. 현재에도 상아의 수요는 여전하다고 한다. 상아밀렵은 끝도 없이 이루어지고 있으며, 20세기 후반이나 되어서야 국제적으로 코끼리 사냥을 금지했다. 최대의 상아시장은 중국과 영국인데 이제는 거래를 전면적으로 금지한다.
코끼리가 안심하고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이 만들어져야 한다.
동식물의 세계사를 쓰면서 가장 안타까운 점이 바로 수많은 동식물들이 인간의 탐욕으로 인하여서 소멸되어간다는 것이다. 이 인간의 탐욕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 결국 소중한 동식물들이 사라지고 나서야 멈출 것이다.
<전투용 코끼리>
코끼리를 전투에 이용했다는 기록은 많이 있다.
고대 기원전 331년경 알렉산더가 이끌던 마케도니아 군대에 대항하던 페르시아군이 코끼리를 타고 싸웠다고 전해진다. 이 전투가 가우가멜라 전투인데 15마리의 코끼리를 처음 맞닥뜨렸다고 한다. 이때 <망치와 모루>라는 전술로 승리를 한다. 이 전술을 후대의 칭기즈칸도 사용하게 된다.
또 기원전 218년경에는 카르타고의 유명한 명장인 한니발이 프랑스에서 알프스를 건너 이탈리아를 공격할 때에 코끼리를 사용했다고 한다. 코끼리 부대는 창이나 화살로도 막을 수 없었을 것이다. 그런데 아마 전쟁에 진 것은 코끼리를 먹일 물자가 부족해서일 가능성이 높다. 또한 산을 오르다가 너무나 고생하고 탈진해서 결국 한 마리만 남고 몽땅 죽었다는 기록이 있다. 처음에는 이겼지만, 나중에는 로마의 스키피오라는 명장의 계략에 말려 자마 전투에서 80마리의 코끼리 부대가 전멸하고 한니발은 패배하게 된다.
무적으로 알려진 칭기즈칸의 몽골제국도 유라시아 세계를 정복하는 과정에서 많은 전투 코끼리 부대들과 전쟁을 치루기도 하였는데, 사마르칸트 공성전에서 벌어진 호라즘 왕조의 중장코끼리병과의 전쟁이었다. 결국 몽골군의 승리로 돌아갔다.
그리고 페르시아에서 태어난 몽골장군 나스룻딘의 1만 병력의 몽골군 기병대와 미얀마(버마)의 국왕 나라타하파티가 이끈 3천 마리의 전투코끼리 대군과 엔가송간에서 벌어진다. 이 전쟁에서 전투코끼리에게 [석유폭탄]을 퍼부어서 화상으로 전쟁을 승리하게 된다. 그 뒤 베트남과의 전쟁, 인도와의 전쟁이나 오스만 제국과의 전쟁에도 코끼리 부대가 참여한 기록이 있다. <중앙일보, 계동혁 칼럼니스트>
<한국에서의 코끼리>
코끼리는 한자로 상(象)이 표준어이다. 장기에 보면 상(象)이 있는데 바로 코끼리를 나타낸다. 중국에서는 이미 오래전부터 코끼리가 등장한다. 한국도 마찬가지이다. 중국과 한국에서는 코끼리를 다른 이름으로 가야, 둔공자나 나선이라고 불렀다.
한국어 이름의 유래는 단순하다. 코길이 → 코기리 그리고 →코끼리로 된 것으로 유래한다. 이 코끼리라는 거대한 동물을 전파한 것은 필경 불교의 경전에서이다. 한자에서는 이를 [고길(高吉)]이라고 불렀다. 세조때 [월인석보]에 처음 코끼리가 등장한다고 한다. 그런데 코끼리가 한반도에 없었던 것은 아니다 세종때까지 코끼리가 있었다. 이에 대한 글은 아래에서 본다. 그 후 구한말까지 한 마리도 서식한 적이 없다고 한다. 그런데 이전부터 코끼리에 대한 이름이 존재한 것은 불교가 전파되면서 알려진 것이다. 한국인에게는 그저 부처를 떠받드는 존재라는 신비감이 강했을 것이다.
[오주연문장전산고]라는 책에는 상변증설(象辯證設)이라는 대목이 나온다. 이것은 일종의 작은 백과사전인데 코끼리의 생김새, 습성이 적혀 있고 또 코끼리의 담은 계절에 따라 옮겨간다는 이야기도 있다. [동의보감]에도 상아는 독이 없고 쇠붙이나 대나무 또는 나무에 살에 찔려 들어간 것을 다스린다고 한다.<한국민족문화대백과사전>
<조선왕조신록의 한반도 최초의 코끼리>
"일본 국왕 원의지가 사자(使者)를 보내어 코끼리를 바쳤으니, 코끼리는 우리나라에 일찍이 없었던 것이다. 명하여 이것을 사복시(궁중의 우마를 관리하던 관아)에서 기르게 하니, 날마다 콩 4,5두씩 소비하였다."(1411년 태종 11년)
그 왜나라가 보낸 코끼리는 타이에서 태어나 일본을 거쳐서 한국으로 들어온 것이다. 사쿠라라고 하는 벚꽃도 들어왔지만 코끼리도 타이에서 들어왔다. 타이는 코끼리가 가장 많은 나라이기도 하다. 1411년부터 왕조실록에서 기록된 코끼리는 이방에서 무척 고생스러운 삶을 보냈다. 소위 [애물단지]가 된 것이다.
"식성이 좋아 나라에 유익한 것이 없고, 먹이는 꼴과 콩이 다른 짐승보다 열 갑절이나 되어 하루에 쌀 2말, 콩 1말 씩이온즉, 일년에 소비되는 쌀이 48섬이며, 콩이 24섬이라는 푸념이 있다."(세종 3년) 또한 "기이한 짐승리가 여겨 그 꼴이 추함을 비웃고 침을 밷은 벼슬아치를 밟아 죽여 외딴섬에 귀양을 보내기도 했다."(태종 12년)
섬에 간 그 코끼리는 수초를 먹지 않아 날마다 사람을 보면 눈물을 흘렸다고 전해진다. 불쌍히 여긴 임금이 다시 육지에 불러 충청도 공주에서 길렀지만 여기서도 다시 행패를 부려서 다시 섬지방으로 보내자고 하였다. (세종 3년) 그후 코끼리의 기록은 더 이상 존재하지 않는다. (시사IN)
<삼국지에도 코끼리가 나온다.>
소설 삼국지를 보면 남만(南蠻)의 맹획이 촉나라의 제갈량과 맞서려고 코끼리 부대를 전투에 동원하였다가 7번씩 잡히고 일곱 번씩 풀려나는 수모를 당한다. 이를 [칠종칠금]이라고한다. 당시 촉나라가 남만왕의 맹획 10만 대군이 국경에 쳐들어왔다는 보고를 받는다. 제갈량은 남만원정을 떠나는데 병력은 50만에 대장은 조운과 위연을 임명한다.이때 남만은 코끼리부대를 준비하여 제갈공명군과 대치를 하였다. 이 남만이라는 곳은 지금의 [윈난성]을 가르킨다. 이곳에는 야생코끼리가 아직도 많이 서식을 한다. 중국은 워낙 넓고 넓은 곳이라 이런 곳도 존재한다.
<맹인모상 盲人模像>
맹인모상이라는 말이 있다. 이는 우리 말로 '장님이 코끼리 만지기'이다. 이 속담은 불교 경전인 [열반경]에 나오는 우화에서 비롯되었다. 나의 동식물의 세계사를 읽으면 그냥 유식해진다.
옛날 인도의 어떤 왕이 장님 6명을 불러서 코끼리를 만져 보도록 하였고 각기 자기가 알고 있는 코끼리에 대해 말해보도록 하였다. 먼저 코끼리의 상아를 만진 장님이 말했다.
"폐하 코끼리는 무같이 생긴 동물입니다."
그러자 코끼리의 귀를 만졌던 장님이 말한다.
"폐하, 코끼리는 곡식을 까불 때 사용하는 키같이 생겼습니다." 옆에서 코끼리의 다리를 만진 장님이 큰소리로 말한다.
"둘다 틀렸습니다. 코끼리는 마치 커다란 절구공이같이 생긴 동물입니다." 그 뒤에도 코끼리 등을 만진 이는 평상같이 생겼다고 하고, 꼬리를 만진 이는 코끼리는 굵은 밧줄같이 생겼다고 외쳤다. 왕은 신하들에게 말했다. "보아라, 코끼리는 하나이거늘, 저 여섯 장님들은 제각기 자기가 알고 있는 것만을 코끼리로 알면서도 조금도 부끄러워하지 않는다. 진리를 아는 것도 이와 같다."
한국의 정치권에서는 이 [맹인모상]의 우화를 자주 격언으로 사용한다. 사람들은 자신이 알고 있는 것만큼만 이해하고 고집하려는 경향이 있다. 코끼리 다리를 만지는 격으로 세상을 이해하지 말아야 한다. 이런 사람은 깊이 보는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는 통찰력이 부족한 사람이다. 이런 사람을 '눈뜬 장님'이라고도 한다. 모르는 것은 알면 된다. 아는 만큼 보이기에 더 많이 알려고 배우고 연구하고 절차탁마하는 것이 필요하다.
<문학으로 만나는 코끼리>
<코끼리 - 김재영 작가>
이 단편소설은 고등학교 교과서에 실린 작품이다.
이 작품은 네팔 출신 외국인 노동자와 조선족 여자 사이에서 태어난 초등학생 서술자의 시각으로 외국인 노동자들의 꿈과 절망을 그려낸 소설이다. 한국 사회에는 약 100만이 넘는 이주노동자들이 있고, 이들은 한국 사회의 편견과 차별을 겪기도 하는데 이 소설은 13살의 어린 아이의 시선으로 그려져 있다.
"나는 구름보다 높은 히말라야에서 태어나 후미진 공장 지대에서 살아가는 아버지가 힌두교 신화에 나오는 코끼리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
작가는 이 작품을 통해 이주 노동자들의 힘든 현실을 담아내며 이 시대의 한국 사람들과 잘 공존의 길을 모색하려고 애쓴다. 창작과 비평에서 나온 것인데, 우리가 이주 노동자들을 생각하는 시간을 갖는데 좋은 소설이라고 믿는다.
나의 글을 읽는 사람들은 책도 반드시 구비하여 읽어보기를 바란다. 내가 권하는 책들은 하나도 실망스럽지 않다.
<시 읽는 시간 - 길 떠나는 시>
“바람이 분다. 떠나온 곳으로 가야만 한다”
중앙일보에 2008년 소개된 시가 있다. 그 시를 잠시 소개한다. 우리에게 친숙한 소재를 가지고 접근한 조명 시인의 시인데, 이름이 외자인 것은 아마도 자신의 필명이라고 보여진다. 국보급 시인 신경림이 추천한 시집 <여왕코끼리의 힘>을 잠시 살펴보자.
보아라, 나는 선출된 여왕이므로 곧 법이다
가장 강한 그대는 우리들의 길잡이, 나의 남편이 되어라
선두에 서서 몸바치는 백척간두의 생
최고의 건초와 여왕의 믿음을 받으라...
...생이 버거운 너무 커다란 몸뚱이를 뚜벅이며
종족보존, 그 운명적 목표를 위한 젖샘에 도달할 것이다
그날의 노을은 유독 붉은 핏빛이 아니겠느냐
공룡은 죽고 코끼리는 살아 남았느니라...
'여왕 코끼리의 힘' 중에서.
조명 시인이 다른 시도 살펴보자.
이 시도 저 시집에서 등장하는데 숙고할 가치가 있다.
바람의 페이지
헐렁한 가방 메고 교보문고 가는 길
초겨울 바람 속 광화문 거리
소음과 스모그가 뒤엉켜 구르는 곳
경복궁, 종합청사, 노점상들 그리고 서점들
그 이름과 꿈 들을 부정하는 거대한 폐허
바람에 허물어지지 않는 것은 없었다
먼 석양의 뒤편에서 무너져 내리는 빌딩들
후미가 뭉개진 채 달리는 자동차들
위대함 저속함 우스꽝스러움 들이
끝 모를 잿빛 속으로 실려 갔다
마른 이끼 뒤덮인 승강기를 타고 하강하며
그 밑에 웅크린 수백만 권의 침묵이
폐허의 중심은 아닐까, 생각해 보았다
뒷덜미가 반쯤 유실된 사람들 어슬렁거리는 지하 서점
한 노파가 두툼한 종이책을 넘기고 있었다
은가락지 속의 앙상한 약지
바람과 햇빛에 깎여 사라지는 것들을
떠나왔던 처음의 침묵에게로 다 보내 줘야지
등허리가 자꾸 허전하다, 이런!
-<바람의 페이지> 전문
시인인지 누군지 모를 화자는 교보문고를 찾아가는 길이다.
난 이 광화문 교보문고가 생각난다. 교보문고는 '지하서점'이다. 시인은 지상의 웅장한 건물들과 노점들을 '거대한 폐허'라고 묘사했다. 시인은 지상에서 거대한 폐허를 보고 그 시선을 아래로 하강시킨다. 거대한 서점, 교보문고 그리고 그 속의 수백만권의 책의 침묵... 책은 침묵의 물건이다.
교보문고는 책의 집이다. 그리고 [책은 사람을 만들고, 사람은 책을 만든다고 한다.] 인간의 지식과 노력, 역사와 꿈을 만드는 책들도 결코 바람을 이길 수 없다고 시인은 말한다. 이것이 바로 인간의 비극인 것이다. 책을 읽으면서도 비애감을 느끼는 것은 비단 나뿐만이 아니다. 시인의 눈은 예리하다.
발레리라는 시인은 "바람이 분다. 살도록 애써야 한다" 라고 했지만 이 시인에게는 허용되지 않나보다. 바람은 자신의 힘으로 자신만의 책을 만든다. 우리는 그 바람이 넘기는 한페이지이다. 우리는 그저 바람이 만드는 책에서 바람의 힘에 넘겨지는 페이지라는 것이다.
바람이 불면 광화문으로 가보라. 거기서 바람이 읽어주는 책을 만나라. 그리고 지상의 생활이 힘겹지만 그래도 열심히,아주 열심히 살겠노라고 더욱 다짐해보자.
나는 아직 지방에 살고 있다.
그래도 광화문은 눈에 선하다.
조만간 조바심을 내서 광화문을 찾아가 보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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