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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서양 동식물의 문학사 & 탐험사&세계사

동식물의세계사17, 산중호걸 호랑이의 세계사

by 코리안랍비 2022. 10. 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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산중호걸 호랑이의 세계사

(2020년 작성글)

얼마전 영국 BBC 뉴스에 나온 기사다.
미국의 동물원 호랑이가 코로나바이러스에 양성 판정을 받았다라는 기사다.

“세상에나, 호랑이도 코로나19에 걸리다니...”

아마 그 호랑이들은 사육사를 통해서 감염되었을 것이라고 한다. 호랑이까지 걸릴 정도면 코로나19의 위력이 얼마나 대단한지를 보여준다.경각심이나 경계심을 늦추지 말아야한다. 다행히 호랑이나 표범등의 고양이과 동물들은 인간보다 강한 면역력을 갖고 있다고 한다. 우리도 호랑이만한 면역력을 키우는 것이 중요하지 않을까...


<호랑이에 대한 기억>

어린 시절 [해님달님]이라는 전래동화가 생각난다. “떡하나 주면 안잡아먹지” 하는 전래동화속의 호랑이의 이야기는 지금도 기억이 생생하다. 또한 [호랑이와 곶감]의 이야기도 재미가 있다. 이야기 보따리를 풀면 한도 끝도 없이 나오는 아버지가 자주 해주던 이야기이다. 또한 아버지는 “하룻강아지 범 무서운 줄 모른다” 라든가 “호랑이는 죽어서 가죽을 남기고 사람은 죽어서 이름을 남긴다(호사유피, 인사유명)”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는 말씀도 하셨다.

지금도 누군가가 나에게 그런 이야기를 해주기를 바라는데 주변에는 그런 사람들이 없다. 동화를 들려주고, 비전을 들려주고, 희망과 꿈을 심어주는 그런 사람이 주변에는 없다. 그 이유는 내가 그런 사람이 되었으니까... 호랑이의 꿈을 우리는 자녀들과 어린 아이들에게 들려주어야 한다. 그런 동화를 먹고 자란 세대는 반드시 호랑이처럼 산천을 호령하는 사람으로 거듭날 수 있다. 동화의 힘은 고전보다 더 강할 수 있다. 나이가 들었어도 이렇게 고전은 생각이 안나는데, 동화는 자주 기억된다. 스토리의 힘은 강하다.


이런 전래동화를 나의 딸들에게 자주 들려 주었다. 동화는 사람들을 키우는 힘이 있다. ‘옛날 이야기’는 호랑이가 담배 피던 시절이라고 하면서 시작된다. 호랑이는 언제나 가장 대단한 영물이고, 고양이과 동물들중에서 가장 큰 산중호걸이다. 들에는 사자가 백수의 왕으로서 존재한다면 산에는 호랑이가 백수의 왕으로 존재한다.

  • 구글출처 이미지 - 산중호걸 호랑이는 정말 멋진 동물이다.


<호랑이의 종류와 시베리아호랑이>

지구상에는 5가지 종류의 호랑이가 존재한다. 벵골호랑이,인도차이나호랑이, 수마트라호랑이, 남중국호랑이, 그리고 시베리아호랑이이다. 이 가운데 시베리아호랑이를 제외하면 모두 열대지방에 서식한다. 시베리아호랑이는 만주와 연해주지방에 서식한다. 이 호랑이들은 과거 백두산을 타고 만주와 두만강을 넘어서 다녔던 호랑이들이다. 열대지방은 기후조건도 좋고 먹잇감이 풍부하여 많은 호랑이들이 서식이 가능하지만 시베리아호랑이의 서식조건은 갈수록 나빠지고 그 돌아다니는 영토나 영역이 좁아지고 있다. 시베리아호랑이는 약 2000킬로미터 정도의 영역이 필요하다고 한다. 열대지방이 호랑이가 자신을 잘 노출하는 반면, 시베리아호랑이는 자신을 인간에게 잘 노출하지 않는다. 그 희소성과 은밀함으로 인해 시베리아호랑이는 세계의 많은 자연 다큐멘터리스트들에게는 하나의 로망이 된다.

어떤 다큐가는 시베리아호랑이를 찍는데 무려 6개월을 추운데서 기다렸다고 한다. 그만큼 난이도가 높은 도전의 대상이 시베리아호랑이이다. 그 호랑이가 아마도 선조들이 영물이라고 했듯이 그 다큐가에게도 영물로 작용했을 것이다.<호랑이를 촬영한 박수용 피디의 이야기>


<삼국유사의 기억>

“한민족은 곰과 호랑이, 그리고 하늘에서 내려온 환웅에서 시작되었다”

일연(1206~1289)의 삼국유사에는 곰과 더불어 호랑이를 한민족의 뿌리 중 하나라고 기술하였다. 한반도는 전국토의 3분의 2가 산악으로 이루어져 있어서 호랑이가 많이 살아 ‘호랑이의 나라’ 로 불리울 정도였다. 그만큼 호랑이가 많았으니 호랑이와 관련된 미술작품과 구전들이 많았다. 지금 한반도에는 호랑이는 찾아볼 수 없다.

삼국유사 권5 효선편(孝善編) 김현감호조에는 김 현이라는 사람과 부부 인연을 맺은뒤 그를 위해 죽음을 택하였다는 설화가 나온다. 이를 ‘호원설화’라고 부른다.
일연은 삼국유사에 - 김현설화와 신도징설화를 실었다. 하나는 한국 설화이고 다른 하나는 중국설화이다. 김현설화에는 좋은 구실을 하는 호랑이를 보여준다면, 신도징설화는 나쁜 구실을 하는 호랑이의 모습을 보여준다. 둘다 호랑이가 부부의 인연을 맺고 자식을 낳지만 하나는 남편과 자식을 위하여 죽음을 택하고, 다른 하나는 남편과 자식을 버리고 다시 호랑이로 돌아가는 설화이다. 기타 호랑이 설화는 무수하게 나온다. 고려사부터 시작하여, 심지어 조선왕조신록에도 호랑이들이 등장한다. 육당 최남선은 우리나라를 [호담국 虎談國] 이라고 불렀다. 한반도에 호랑이들이 얼마나 많이 존재했는지를 보여주는 귀중한 자료들이다.


<중국의 역경易經의 기억>
중국의 역경에는 “구름은 용을 따르고, 바람은 호랑이를 따른다” 라는 말이 있다.
호랑이와 바람과의 관계를 암시한 것이다. 바람의 여신은 호랑이를 타고 다닌다는 속설이 중국 도가사상에 있다. 이 말에서 유래하여 매우 빠른 동작을 의미하는 [비호飛虎]라는 말이 생겼다. 비호처럼 빠른 사람하면 육상의 우사인 볼트가 떠오를 것이다.

실제로 호랑이는 80~100킬로를 달리며, 한번의 도약으로 4미터 이상을 뛰고, 다른 동물을 쫓아갈때는 7-8미터를 도약한다고 한다.


<호축삼재 虎逐三災, 용수오복 龍壽五福>
호랑이는 3개의 재앙을 쫓아내고 용은 다섯 개의 복을 불러온다는 뜻으로 조선후기에 대문에 걸거나 붙이는 이른바 [門排 문배] 라고 하여 새해를 축복하는 뜻으로 그린 그림의 의미이다. 이를 [용호문배도]라고 부른다. <동국세시기> 한국 민속촌에 가면 정문에 이런 그림을 볼 수 있다. 우리도 새해가 되면 가족들끼리 호랑이나 용그림을 그려보면 어떨까...

우리 민족은 예로부터 호랑이를 하나의 평범한 맹수가 아니라 인격화하고 신격화하여 신앙의 대상으로 여겼다는 것이다. 한편으로는 공포의 대상이기도 하고 보은이 영물로로 받아들였다. 호랑이는 그리하여 많은 이름을 갖게 된다. 범, 산령, 산신, 산군자, 영수, 대충, 산정, 백수지왕(百獸之王) 그리고 산중호걸(山中豪傑)이라고 불리웠다. 고구려 벽화에 사신도가 나오는데, 그중에 백호(白虎)가 등장한다.

  • 다음 출처 이미지 민화속의 호랑이의 모습



<시베리아 호랑이를 백두산호랑이라고 부르자>
시베리아 호랑이는 호랑이의 아종으로서, 한국호랑이, 백두산호랑이, 아무르호랑이, 조선범으로 불리운다. 영어로 시베리아 호랑이라고 불리우지만 정작 이 호랑이는 시베리아에 살지 않는다. 백두산호랑이는 학명으로 [판테라 티그리스 알타이카 Panthera Tigris Altaica] 라고 불리운다. 외국의 학자들이 그렇게 이름을 붙인 것인데 아무래도 시베리아라는 말보다 코리아로 바꾸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우리에게는 ‘백두산호랑이’라는 이름이 있다. 여기서는 백두산호랑이로 칭하겠다. 이 호랑이는 호랑이중에서 가장 크며, 한반도를 비롯해서 만주와 몽골, 러시아의 극동지방에 널리 분포하였다. 몸무게도 300킬로까지 나가며 인도의 뱅골 호랑이보다 더 크고 무겁다. 호랑이의 특징은 무리생활보다 단독생활을 한다는 점이 특징이다.

남한에서는 일제강점기에 무분별하고 무차별한 포획으로 1920년대 이후 호랑이가 확인되지 않았다. 일제에 의해서 포획된 호랑이가 수가 97마리 정도였다는 기록이 있다. 최민식 배우가 출연한 [대호]라는 영화에 보면 한반도를 호령하던 마지막 백두산호랑이를 만날 수 있다. 지금은 호랑이가 멸종위기종으로서 300마리도 남아 있지 않다고 한다.

중국에 잠시 여행을 할때 호랑이에 대한 이야기를 들은적 있다.
가끔 동북지방에 호랑이가 나와서 소나 염소 말등의 가축이 사냥당하는 일이 종종 있다고 한다. 조선족 자치구인 중국 훈춘시에는 자연보호구가 있다. 호랑이들이 발굽동물들을 잡아 먹게 하는 일이 있다고 한다. 이런 호랑이들은 이제 동물원 신세가 되었다. 다행히 동물원들이 존재하기에 호랑이의 멸종은 막을 수 있지만 여전히 호랑이의 개체수는 줄어드는 모양이다. 그래서 남과 북이 호랑이를 한반도에 유입하자는 주장도 있는 것 같다. 하지만 호랑이가 무서워서 감히 하지 못하는 것으로 알고 있다. 한국정부가 하지 못하는 것을 중국정부는 호랑이 보호를 표방하며 하얼빈에 국영 호랑이 사육시설인 [동북호림원]을 설립하여 운영한다고 한다. 동북호림원에는 약 1000여마리의 호랑이들이 수용되어 있다고 한다.

한국에서 호랑이에 대한 최고의 전문가라면 임순남이라는 분을 만나야 한다. 그는 자타공인 우리나라에서 ‘호랑이 전문가’이다. 네셔널 지오그래픽 팀과 함께 [한반도의 호랑이]를 찍은 사람이다. 한국호랑이보호협회장으로 있으며, 사진기자로서 오랫동안 호랑이를 추적한 인물이다. 그는 아직 한국에 호랑이가 있다고 주장한다. 남한에 약 10마리의 호랑이가 존재한다고 하는데 믿거나 말거나지만 흥미롭기는 하다. 그는 지금까지 호랑이에 매달려 쓴 돈만 15억이라고 한다. 한마디로 호생호사이다. 호랑이에 살고 호랑이게 죽는 사람이다. 멋있는 분이다. 이분은 호랑이 가죽도 남기고, 이름도 남길 분이다.



<호랑이에 관련된 속담들>

호랑이를 사랑하고 존중했던 우리 민족은 호랑이와 관련된 속담도 많다.
호랑이 담배 피울 적 - 이 말을 들으면 호랑이가 정말 담배도 피울 것 같은 착각이 들게 한다. 호랑이가 담배를 피운다는 것은 아주 까마득한 먼 옛날을 비유하는 말이다.

하룻강아지 호랑이 무서운 줄 모른다. - 이 세상에서 제일 강한 동물은 무엇일까? 넌센스 퀴즈를 내어본다. 바로 강아지이다. “내가 가장 강하지 ~” 이 말은 무식한 사람은 무서운 것도 모른다는 뜻이다. 뵈는게 없는 사람이 무섭다. 그래서 나는 무식한 사람을 무조건 피한다.

호랑이도 제 말하면 온다. - 내가 수시로 쓰는 말중에 하나이다. 자리에 없는 사람을 흉보거나 비방하지 말라는 말이다. 험담하는 것은 결코 좋지 않다. 자리에 없는 사람에 대해서 이야기하면 마침 그 사람을 꼭 만나는 경우가 있다. 항시 입조심을 할 일이다.

호랑이 없는 굴에 토끼가 왕노릇 한다. - 우두머리나 또는 뛰어난 사람이 없는 곳에서 졸병이나 또는 같잖은 사람이 큰소리치며 제멋대로 구는 것을 견주어 하는 말이다. 어디가나 이런 사람은 있다.

그림의 호랑이(지호) - 보기에는 무서워 보이지만 실제로는 무서울 것이 없다. 호랑이를 직접 만나보면 정말 무시무시하게 무섭다. 이빨 빠진 늙은 사자를 연상하게 하는 속담인데, 이빨 빠진 사자도 알고 보면 잇몸이 강하여 여전히 사냥이 가능하다고 한다. 종이 호랑이는 겉으로는 실력이 있어보이는데 별 실력이 없는 존재를 가르킬 때 쓰이는 말이다.

범과 용의 싸움 - 용호상박 龍虎相搏 강한 사람들끼리 서로 싸움이라 결과를 예측하기 어렵다는 것. 미국과 중국의 싸움이 그렇다.

범도 뛰어야 토끼를 잡는다. - 이 속담은 추사 김정희 선생이 자주 했던 말중에 하나이다. 곧 작고 사소한 일이라도 노력하지 않으면 이룰 수 없다는 것이다. 호랑이나 사자가 큰 것을 사냥할 때도 최선을 다하지만 토끼를 잡을 때도 최선을 다한다고 한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작은 일에 충성된 사람이 큰 일에도 충성된다.
이런 속담도 있다.

여자는 젊어서는 여우가 되고, 늙어서는 호랑이가 된다. - 젊어서는 여자는 남편의 비유를 잘 맞추고 따르지만, 늙어서는 남편을 다스리려 한다는 것이다. 맞는지 틀리는지 모르지만 속담을 일단 믿어보기로 한다. 필자도 결혼한지 20년이 넘은 사람인데 저 속담대로 되어가는 것 같은 씁쓸함?이 있다.

호랑이를 잡으려면 호랑이 굴에 들어가야 한다.- 사람이 원하는 바가 있다면 위험에 두려워 하지 말고 용기를 내서 실행해야 이룰 수 있다는 것이다. 목표가 호랑이처럼 크다고 해도 고양이라고 생각하고 도전해보자.

호랑이에게 물려가도 정신만 차리면 산다. - 아무리 어려운 일을 당하더라도 침착하게 대처하면 잘 해결할 수 있다. 요즈음 코로나 바이러스로 인해 고통받는 사람들이 많아졌다. 호환마마를 겪는 시대에 왔다. 그래도 정신을 차리고 살자. 이 또한 지나가리라.

우리나라의 지도를 보면 토끼처럼 생긴 것이 아니라 호랑이처럼 생겼다. 우리 민족은 호랑이같은 기상을 가진 민족이다. 호랑이 기운과 기상으로 코로나 위기를 극복해보자.


<세계 호랑이의 날>
개체 수가 줄어가는 호랑이의 보호를 경각시키기 위해서 제정된 날로, 2010년 러시아에서 열린 호랑이 정상회담에서 결정되었다고 한다. 그 날이 바로 7월 29일이다. 호랑이도 언젠가는 없어질 수 있는 멸종위기종이라고 한다. 그래서 여러 나라들이 개체수를 늘리려고 노력하고 있는데 아직 갈길이 멀어보인다. [조선왕조신록]에는 635번이나 등장하는 호랑이지만 이제는 찾아보기 힘드니 이런 날을 만들어야 하는 것도 안타깝기는 하다.

88올림픽때 마스코트가 기억나는가? 바로 호돌이다. 멀게는 우리나라의 단군신화에서 등장하는 최초의 호랑이, 가깝게는 영화 [대호]에 등장하는 최후의 호랑이, 그리고 평창 동계 올림픽에 다시 등장한 호랑이(수호랑)이 있다. 한반도에서 마지막 호랑이가 잡힌 것은 1921년 경주의 대덕산이었다고 한다.

“이제 호랑이의 돌아올 곳은 남한은 아니고 북한은 가능할 것으로 보입니다.” (한국범보전기금 대표교수 이향)


<문학속의 조선호랑이 이야기>
한국에서 호랑이와 관련된 이야기는 이가원 선생과 연민 선생이 제일가는 연구자들로 알려져있다. (연세대 논문에서) 그런데 이들의 연구는 연암 박지원 선생의 [호질]이라는 책을 연구하려고 하던 동기에서 시작되었다고 한다. 연암의 [호질]을 평상시 읽어보지는 못한 나로서는 이 글을 준비하면서 [호질]을 잠시 살펴보았다. 그만큼 호랑이에 대한 연구가 별로 없었다는 것이다. 전래동화나 설화로 그리고 그림이나 부적으로 호랑이를 다루다보니 조선호랑이에 대한 연구가 없었던 것이다.

잠시 박지원의 호질(虎叱)을 설명하면, 숲속에서 먹이를 구하는 호랑이와 그에 답하는 창귀와의 대화 장면, 북곽과 동리자의 밀회와 그것을 목격한 동리자의 다섯 아들에게 쫓겨나는 장면, 도망나온 북곽이 호랑이를 만나 혼이나는 장면으로 구성된 작품이다. 위선적인 유하자(儒學者)인 북곽을 꾸짖을 때 全인간의 비행을 폭로함으로써 모든 인간의 악폐가 드러남과 동시에 북곽의 행위 자체가 강하게 풍자되어지는 이중의 효과를 나타냈다.(홍성남의 글 인용)

일본인 작가인 나카지마 아쓰시의 [호랑이 사냥]이라는 책이 있다.
이는 소년기를 6년간 조선에서 보낸 인물로 서른 셋 나이로 요절한다.
그는 조선의 호랑이를 배경으로하여 소설을 썼다.
그는 아마도 일본 제국주의의 우월감을 보여주기 위해서 이 책을 썻다고 보아야 한다. 조선의 호랑이를 사냥하면서, 조선인들을 사냥한 일본인들의 야만성을 보여준 소설이라고 보여진다.


작가 윤후명(72)이 있다. 그가 최근에 [강릉]이라는 신작 소설집을 내 놓았다. 역사소설가 답게 그는 호랑이를 그 책에서 소설화하였다.

“호랑이가 인간과 함께 살아간다는 내용의 강릉단오제 정신을 내 문학 속에서 살리겠다는 생각으로 소설을 썼어요. 강릉의 자연과 역사를 통해 우리 민족이 북방의 야성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참고로 강릉단오제는 2005년 세계무형유산으로 등재되었다. 언제 기회가 되면 강릉에 가서 신사임당과 율곡 이이, 그리고 허난설헌의 정신도 배우고, 강릉단오제를 구경하면 좋을 것 같다. 인문기행을 해보라는 말이다.

  • 호랑이 그림을 수시로 들여다보면 힘이 난다. - 구글 출처 이미지


그렇다면 개인적으로 성서학을 연구한 사람으로서
성서속에도 범이나 호랑이 같은 동물이 나오는가 궁금하였다.

<성서속에 나온 범의 형상>
구약 아가서 4장 8절에는 다음과 같은 구절이 나온다.
“레바논에서 오너라. 신부야 레바논에서 오너라. 어서 오너라. 아마나 꼭대기에서 스닐과 헤르몬 꼭대기에서 사자들이 사는 굴에서 표범들이 사는 언덕에서 내려오너라” 이 구절은 신랑 솔로몬이 신부 술람미 여인을 맞이하며 노래하는 대목이다. 신부가 사는 지역이 아마 사자와 표범이 사는 동굴과 산의 언덕이라고 언급한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백두산만큼 높은 헤르몬(헐몬)산이다. 이 헤르몬산은 이스라엘과 레바논 접경에 있는 높은 산이다. 이 산에는 사자와 표범들이 서식을 했던 것 같다. 높은 산에는 반드시 맹수가 주인 노릇을 한다.

예레미야 5장 6절에 보면, “그러므로 사자가 숲 속에서 뛰쳐 나와서 그들을 물어 뜯을 것이다. 사막의 늑대가 그들을 찢어 죽일 것이다. 표범이 성읍마다 엿보고 있으니 성 바깥으로 나오는 자마다 모두 찢겨 죽을 것이다. 그들의 죄가 아주 크고 하나님을 배반한 행위가 매우 크구나” 의 구절을 보면 사자와 늑대 그리고 표범의 무서운 징벌을 예언한다.

또한 예레미야 13장 23절에도, “에티오피아 사람이 자기의 피부 색깔을 바꿀 수 있느냐?표범이 자기의 반점들을 다르게 바꿀 수 있느냐? 만약 그렇게 할 수만 있다면 죄악에 익숙해진 너희도 선을 행할 수가 있을 것이다” 이 대목에서 표범이 무늬를 갖춘 것은 주변환경과의 위장술이다. 이 대목에서 흑인이 피부색을 바꾸는 것과 표범이 가죽색을 바꾸는 것은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주듯이 인간이 죄악을 개선한다는 것이 불가능하다는 것을 보여준다.


<호랑이를 지극히 사랑한 시인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J.L. Borges)>
이태리의 최고 지성 움베르토 에코가 극찬한 인물이 바로 보르헤스다.
그는 "인류가 1000년을 먹고 살 양식을 남겼는데 그중에 하나가 인터넷(www월드와이드웹)이고, 다른 하나는 보르헤스"라고 하였다.

오늘 그의 시를 올려본다. 보르헤스와 호랑이의 만남을 이루어본다.

  • 보르헤스의 책을 보면 정말 경이롭기만 하다. 언어의 미로, 언어의 연금술 구글출처


또 다른 호랑이

-호르헤 루이스 보르헤스

한 마리 호랑이를 사유한다.
어스름은 분주하고 광대무변한 도서관을 예찬하고
서가(書架)를 아득하게 하는 듯 하네
힘차게, 천진스럽게, 피범벅이면서도 새롭게
호랑이가 그의 밀림과 아침을 어슬렁거리고 있으리
이름 모를 강가 진흙벌에 자욱을 남기고
(그의 세계는 이름도, 과거도, 미래도 없고
다만 어떤 찰나만이 있을 뿐이네)
야만적 거리(距離)를 도약하리
난마 같은 냄새의 미로에서
여명의 내음과 열락의 사슴 내음을 찾아 다니리
나는 대나무 무늬사이로 그의 줄무늬를 해독하고
전율이 감도는 휘황찬란한 호피속에
감싸인 골격을 짐작하네
지표면의 둥근 바다와 사막은
헛되이 가로막고 있을 뿐이지
머언 남아메리카 하구(河口)의 집에서부터
내가 너를 쫓고 꿈꾸거늘
아! 갠지스 강변의 호랑이여,
영혼에 오류가 흩뿌려지고
나는 성찰한다
내 시가 떠올리는 호랑이는
상징과 허상, 일련의 문학적 비유,
백과사전의 기억일 뿐,
수마트라와 뱅골에서
태양과 유전(流轉)하는 달아래
사랑, 한가함, 죽음의 일상을 수행하는 섬뜩한 호랑이, 불길한 보석이 아니라고,
나는 상징들의 호랑이에
뜨거운 피가 흐르는 진정한 호랑이를
버팔고 떼로 몰살하고
1959년 8월 3일 오늘
초원에 호젓한 그림자를 늘어뜨리는 호랑이를 대비시켜 본다
허나 그 녀석을 거명하고 그 주위를 상상한다는 것이
이미 그를
대지를 떠나는 살아 숨 쉬는 피조물이 아닌
예술의 가공물로 만들고 마네
세 번째 호랑이를 찾을 것이다
신화에서 벗어나 대지를 내딛는 참 호랑이가 아니라,
다른 호랑이들 역시
내 꿈의 한 형태,
인간의 한 언어 체계가 되고 말 것이지만,
나는 이를 잘 알고 있네
허나 불확실하고 무분별한 이 해묵은 모험을
무엇인가가 내게 강요하네
그리하여 오후 내 나는 시 속에서만 살지 않을
또 다른 호랑이 모색에 집착한다.


호랑이에 대한 글을 쓰면서 참으로 많은 것을 배운다.
교회에서는 이를 ‘은혜를 받았다’ 라고 표현한다.
나는‘은혜를 입었다’라고 표현하고 싶다.
우리 모두는 일종의 그레이스, 은혜를 입고 사는 존재이다.
은혜가 신의 은혜가 있고, 부모의 은혜, 스승의 은혜가 있지만
보르헤스처럼 자연과 사물이 주는 은혜에 빠지는 환상적 리얼리즘도 좋다.
우리 인생은 선물처럼 주어진 인생이다.
선물처럼 주어진 인생이기에 우리는 은혜 또는 호의를 입고 사는 것이다.

 

  • 다음 출처 이미지 - 호랑이가 사라지는 숲


장문의 글을 읽어주셔서 그저 고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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