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크리스찬 가수 소향의 [바람의 노래]를 듣다가 그만 눈물을 흘리고 말았다.
갱년기가 되면서 여성호르몬인 에스트로겐의 과다분비 탓인지 눈물이 자주 난다. 눈물을 자주 나는 것은 내가 연약해진 탓일까, 아니면 좋은 현상인가, 어쩌면 눈물은 약한 남자의 표상이다. 눈물은 H2O이지만 H2O와는 그 감성적 특성이 다르다.
한국 사회에서 남자는 다른 이들 앞에서 눈물을 보이면 안된다고 어려서부터 배웠다. 나는 아버지가 내 앞에서 우시는 모습을 본 적이 없다. 물론 아버지의 체면도 있었을 것이다.
그런 아버지가 돌아가시고 세월이 지나서 어머니에게 물어보았다. “아버지도 눈물이 많으셨어요?” 어머니는 “네 아버지는 울보였다” 라고 하신다. 슬픈 드라마나 슬픈 이야기만 들어도 철없이 눈물을 많이 흘렸던 아버지를 닮은 탓일까, 나도 눈물이 자주 난다. 아직 감정이 마르지 않았다고 말할지 모르지만 여러 실패와 고난이 나를 울리게 한 적도 많다.
사람이 나이가 든다는 것을 무슨 의미일까? 시간은 멈추지 않고, 사람도 이 절대군주 시간왕의 흐름에 따라야 한다. 요즘은 나보다 나이가 든 인생의 선배님들의 말한 것들이 자주 생각난다.
가수 김광석의 <<서른 즈음에>>를 애절한 느낌으로 듣고 부른지가 수백번인데, 벌써 이제는 더 나이가 든 사람이 되었다. 나도 <사십 즈음>을 넘어서, <오십 즈음>이 되었다. 그동안 무엇이 되어 다른 사람에게 남으리 하면서 고민하면서 분투하고 살아온 세월 같은데 벌써 세월은 야속하게 나이라는 선물을 주고 간다.
얼마전의 소향의 <바람의 노래>가 나의 심금을 울리고 어느새 가슴에 젖을 만큼 눈물이 났다. 예전 조용필을 너무 좋아하여 자주 그의 노래를 불렀는데 이제와 다시 들으니 이 노래가 주는 애절함과 그리움에 젖어들었다. 그래서 몇 번이고 듣고 들었다.
사람들은 살면서 여러 고난과 실패를 겪는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서 어느새 과거를 추억해본다. 빛바랜 사진들을 보면서 추억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보고 싶은 얼굴들도 많아진다. 만나고 싶은 사람들도 많아진다. 내 자신이 상처를 준 산 사람도 있고, 용서를 구할 사람도 있다. 너무나 많은 인생의 빚을 진 사람들이 있다. 나의 스승이 되시는 분들도 여럿이 있다. 이런 분들이 있어서 오늘날 내가 있는 것이다. 지금 만나는 사람들, 앞으로 만날 사람들을 생각하면서 나는 눈시울을 적시고 있다.
이제는 그리움의 힘으로 살아야 한다. 고독의 힘으로 살아야 한다. 그저 살아가는 방법에 따라서 살아가는 것이다. 그러면서 서서히 이 땅에 대한 소망보다는 천상에 대한 소망으로 살아야 한다. 맡겨주신 자녀들을 위해서 올곧이 달려가야 한다. 많은 고뇌의 시간이 나를 비켜갈 수 없다. 우리는 그런 것으로 50대의 사람들에게 이 노래의 가사는 다 자신의 노래이며 이야기가 된다.
나는 아직 바람의 노래를 듣지 못한다. ‘바람의 노래’는 무엇일까? 바람과 세월은 서로 가깝다. 바람속에 멜로디가 있고 노래가 있고 곡조가 있고 시가 있고 눈물이 있다. 언젠가는 그 바람의 노래를 들을 순간이 올 것이다. 바람은 눈에 보이지 않는다. 그러나 바람은 우리를 키워왔다.
어떤 시인은 “우리를 키운 8할은 바람이었다” 라고 고백하였다. 살아가는 동안 실패와 고뇌의 경험은 피할 수 없고 누구에게나 찾아오는 법인데 어떻게 노래하는 이는 그 해답을 사랑이라고 했는지 너무나 감탄하고 놀란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다면 모든 실패와 고뇌에 대해서도 그것을 풀어나갈 답을 찾은 것이다.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다”는 것은 눈물흘리는 처절한 고백이다. 우리가 실패하고 고뇌의 시간을 겪을 지라도 비켜갈 수 없음을 알지만 그러나 그 실패와 고뇌마져도 사랑한다면 이 세상을 살아갈 강한 힘을 가질 것이다. 나는 아직 작은 지혜만 있을 지라도... 더 살아보면 알 것 같은 기분이다.
살면서 우리는 듣게 될까? 바람의 노래를, 바람의 속삭임을, 왜 우리는 늦게 어른이 되고, 늦게 철드는 것일까? 꼭 모든 것이 지나간 다음에 알게 되는 ‘후회’와 ‘회한’의 감정, 그래서 인생이 신비한지도 모르겠다. 에밀 아자르의 말대로 각자의 신비함을 두고 사람들은 자신앞의 생을 살아가는 것이다.
인생의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 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
이 지면에 가왕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를 남긴다.
아울러 소향의 ‘영감있는’ 보이스도 들어본다.
조용필의 [바람의 노래]
살면서 듣게 될까 언젠가는 바람의 노래를
세월가면 그때는 알게 될까 꽃이 지는 이유를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 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나를 떠난 사람들과 만나게 될
또 다른 사람들 스쳐가는 인연과 그리움은 어느 곳으로 가는가
나의 작은 지혜로는 알 수가 없네
내가 아는 건 살아가는 방법 뿐이야
보다 많은 실패와 고뇌의 시간이
비켜갈 수 없다는 걸 우린 깨달았네
이제 그 해답이 사랑이라면
나는 이세상 모든 것들을 사랑하겠네
고백부부 OST
https://youtu.be/bMWqmn1CNvo?list=RDbMWqmn1CNvo
[M/V] Sohyang(소향) - Wind Song(바람의 노래)[M/V] Sohyang(소향) - Wind Song(바람의 노래) KBS2TV Drama Couple on the Backtrack(2017) Original Sound Track - Part.2 Now Available on : ▶Bugs : http://music.bugs.co.kr/album/677892 SUPER SOUND, BUGS! http://www.bugs.co.krwww.youtube.com
'시와 칼럼과 에세이' 카테고리의 다른 글
견리사의, 의리와 이익 (0) | 2022.09.29 |
---|---|
에세이, 가면(MASK)과 얼굴 그 사이에서 - 페르소나의 심리학 (2) | 2022.09.29 |
인생은 산책이다. (1) | 2022.09.29 |
자유기고가, ‘WWW’로 세상을 연결한 영국 과학자 팀 버너스리와 쩨다카(히, 자선) 정신(2022년 9월 29일) (1) | 2022.09.29 |
공감하는 당신이 아름답다. - 공감하는 인간 (1) | 2022.09.28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