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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강연 이야기

공감하는 당신이 아름답다. - 일 포스티노 - 파블로 네루다

by 코리안랍비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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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감하는 당신이 아름답다. II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적인 영화를 본 적이 있는가?
바로 이태리 영화인 Il Postino (일 포스티노)이다.
그 영화의 부제에는 다음과 같은 형용사들이 적혀 있다.
- 지적인, 잔잔한, 로맨틱한, 따뜻한, 진지한
이 영화의 감독은 마이클 랫포드이며
주연은 필립 느와레, 마시모 트로이시이다.
이탈리아의 아름다운 풍경과 그 가운데서 유명 시인과
우편배달부와의 우정을 그린 영화가 <일 포스티노>이다.

이 영화를 나의 공감능력과 관련된 글에서 선정한 이유가 있다.
공감능력이라는 것은 다른 사람들을 나의 삶에 끌어 들이는 것이며, 나의 삶을 다른 사람들의 삶속으로 집어 넣는 것이다.

파블로 네루다는 칠레를 대표하는 세계적인 시인이며 정치가이다. 이런 네루다를 만난 사람은 그저 시골의 백수청년 마리오이다. 이 둘은 서로의 삶속에 자신들을 밀어 넣은 사람들이다. 서로 공감하는 부분을 만들어낸다. 한국에서 시인과 우체부는 서로 통할까? 공통분모는 있는 것일까? 시인과 우체부가 서로 친구가 될 수 있을 확률은 높지 않을 것이다. 우리 나라에서는 서로의 공통점을 찾고, 서로를 인정하는 공감능력의 결여나 부재를 많이 경험한다.

적어도 이 영화를 보면서 우리에게 부족한 공감능력을 끌어 올려야 한다. 아울러 네루다라는 시인의 시도 사랑하는 계기가 되었으면 한다. 또한 어느 누구를 상대하든지 대화하고 사귀는데 제약을 두어서는 안된다. 사람들은 공감능력을 갖춘 상대를 좋아한다. 그리고 자신의 삶까지도 걸 정도로 사랑한다.

공감능력이라는 것은 다른 말로 하면 공유가치를 경험하는 것이다.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나의 경험으로 만드는 것이다. 또한 나의 경험을 다른 사람들의 경험과 연결하는 능력이다. 세상을 살아가게 하는 큰 원동력은 바로 이러한 공감능력에 달려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공감능력은 내가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하여 다른 사람들의 경험을 마음으로부터 존중해주고, 그 사람을 통하여 자신을 변화시키는 능력이기도 하다.

이런 점에서 일 포스티노는 가장 훌륭한 공감능력을 도출하는 영화가 된다.

사람은 누구나 인생을 살면서 자신의 인생에 큰 영향을 주는 사람을 만나기 마련이다. 우리가 살면서 人福이 있다고 하는 것은 이러한 사람을 언제 어느 때 만나는가 하는 것이 아닐까? 우리는 과연 우리 삶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친 사람을 만난 적이 있는가?

  • 다음 출처 이미지 - 일 포스티노 영화포스터 중에서 - 시가 내게로 왔다.



칠레의 유명한 시인 파블로 네루다(필립 느와레)가 이탈리아의 한 작은 섬에 살게 되면서 엄청나게 늘어난 우편물량을 소화하지 못하고 고민하던 우체국장은 어부의 아들인 노총각 마리오(마시모 트로이시)를 고용한다.

마리오는 천재적인 로맨틱 시인 네루다와 가까이 지내면서 섬마을의 여자들의 관심을 끌려고 하는데, 시간이 흐르면서 네루다와의 사이에서 쌓여진 우정과 신뢰를 통해 아름답고 무한한 시의 셰계에 빠져들면서 지금까지 깨닫지 못했던 자신의 이성과 감성을 깨닫게 된다. 그리고 도저히 다가갈 수 없을 것만 같았던 아름다운 베아트리체와 사랑에 빠지기도 하는데...

“선생님, 어떡하면 좋지요? 저는 사랑에 빠졌어요.”

“거기엔 치료약이 있다네.”

“아니에요. 약은 필요 없어요. 저는 계속 아프고 싶어요.”

배달부는 여관집 아가씨 베아트리체 루소에게 반해 저 지경이 된다. 사랑은 누가 심장을 쥐기라도 한 듯 대책 없이 아프고 행복한 사태이다. 여자를 꾀려고 시를 외는 마리오와 그걸 알고도 ‘은유라는 백색무기’를 전수하는 시인과 또 그 유혹에 넘어가는 여주인공의 모습은 보는 이를 웃고 울게 만든다.

연애를 잘 하기 위해서 네루다와 친해지려했던 마리오는 이참에 시를 이해해보기로 한다. 하지만 메타포(은유)가 무엇인지도 이해를 하지 못하는 그런 사람이 또한 마리오였다.

하지만, 은유를 알고 직유라는 단어를 알아야지만, 시를 잘 쓰는 것일까? 그건 아니다. 맘 속에서 나오는 말이 감정을 정화시킬 때 그러한 것도 시라고 부를 수 있지 않을까?

시인 네루다는 마리오에게 많은 것을 가르쳐 주지 않는다. 그저 주위의 사물을 관찰하고, 그냥 스쳐 지나가는 것들에도 의미를 두게 한다. 서서히 마리오는 시인 네루다와 같은 시인의 눈을 가지게 된다.

시간이란 것은 참 마술적인 힘을 가진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 마리오가 죽은 후 네루다가 다시 그 섬을 방문했을 때의 네루다의 시선은 아련한 향수에 젖게 만든다. 이는 네루다가 떠난 뒤, 마리오가 네루다의 집에서 느꼈던 것과 동일한 감정이다.
아무런 의미도 없었던 의자와 노트, 베란다가 갑자기 텅 비어 버린다. 빈자리가 너무나 크게 느껴지는 것이다. 시간은 사물과 장소에 흔적과 체취를 남기고 마는 마술적인 힘을 가진 것이다.

세상을 살다보면 어떤 이의 자리가 크게 느껴질 때가 있다. 그러나 그 고통, 그 아픔이 견뎌내야할 몫이라면 받아 들여야한다. 그리고 기다려야 한다. 그 빈자리가 아무 일 없었다는 듯이 채워지는 날을...


마리오의 죽음은 다소 허망한 듯 하다. 자신의 시를 집회장소에서 발표할려 하다가 결국 시위군중에 깔려죽고 마는 마리오.... 인생은 그렇게 힘들다가도 희망을 찾고, 허망하기도 하고 어찌보면 허탈해서 웃음까지 나오는 것이기도 하다.

이 영화에 대한 줄거리를 굳이 여기서 다 밝힐 필요가 없다.
세상에서 가장 아름다운 시적 영화를 소개하는 것은 이 정도면 충분하다.
이 영화 마지막 부분에 나온 시로 마지막을 대신하려 한다.



파블로 네루다의 시다.

내가 그 나이였을 때 시가 날 찾아왔다
난 그것이 어디로부터 왔는지 알지 못한다
겨울인 것인지 혹은 강으로부터 인것인지
언제 어떻게 인것인지
누가 말해주었던 것도 아니고
책으로 읽었던 것도
침묵으로도 아니다
내가 헤매고 다니던 길거리에서
밤의 한자락에서
뜻하지 않은 타인에게서
활활 타오르는 불길 속에서
고독한 귀로에서
그곳에서 나의 마음이 움직였다

이 영화를 보고 난후, 저명한 시인 황지우는
이 영화제목으로 시를 한 편 짓는다.


일 포스티노 ―황지우(1952∼)

자전거 밀고 바깥 소식 가져와서는 이마를 닦는 너,
이런 허름한 헤르메스를 봤나
이 섬의 아름다움에 대해 말해보라니까는
저 사랑하는 사람의 이름으로 답한 너,
내가 그 섬을 떠나 너를 까마득하게 잊어먹었을 때
너는 밤하늘에 마이크를 대고
별을 녹음했지
태동(胎動)하는 너의 사랑을 별에게 전하고 싶었던가,
네가 그 섬을 아예 떠나버린 것은

그대가 번호 매긴 이 섬의 아름다운 것들, 맨 끝 번호에
그대 아버지의 슬픈 바다가 롱 숏, 롱 테이크되고;
캐스팅 크레디트가 다 올라갈 때까지
나는 머리를 박고 의자에 앉아 있었다

어떤 회한에 대해 나도 가해자가 아닌가 하는 생각 땜에
영화관을 나와서도 갈 데 없는 길을 한참 걸었다
세상에서 가장 쓸쓸한 휘파람 불며
신촌역(新村驛)을 떠난 기차는 문산으로 가고
나도 한 바닷가에 오래오래 서 있고 싶었다.

황지우는 자신이 마치 마리오와 같은 감정이입을 경험한다.
먼 이태리의 우체부가 은유를 깨닫고, 사랑에 빠지고, 진지해 지는 것과 같은 내적 경험을 시인 황지우도 하게 되는 것이다.



인간적인 지극히 인간적인 이 영화는
몇 번을 보아도 그 여운이 강하여서
말로는 표현할 수 없는 묵직한 가르침을 던져준다.
인간대 인간으로서의 교감이 이렇게도 아름답게 펼쳐지는 영화는
지금껏 보지를 못했다. 사람들로부터 많은 공감을 이끌어 낸 이 영화를
나는 정중히 마음으로부터 볼 것을 강권한다.


p.s 참으로 슬프고 아이러니하게도 화에서 마리오 역을 맡았던 마시모 트로이시는 이 영화가 완성되고 하루 뒤 임종하고 만다. 마치 이 영화를 위해 태어난 사람 같다는 느낌이 든다.

  • 구글출처 이미지 - 2018년 작성 글중에 하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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