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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서와 강연 이야기

전혜린의 책을 읽는 아내를 보면서... 2018년 찬란한 봄날에...

by 코리안랍비 2022. 10. 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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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혜린의 책을 읽는 아내를 보고서...

며칠전에 침대에 보니 와이프가 전혜린의 책을 읽고 있었다.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라는 책이다. 원래 이 책은 노벨상작가인 '하인리히 벨'의 작품제목이다. 그런데 이 제목을 다시 정한 사람은 전혜린이다. 전혜린은 이 제목으로 수필집을 쓴다.

나는 와이프에게 다가가서 물어본다.
"전혜린의 책을 읽어?"

"응, 나 고등학교때부터 읽었던 책인데... "
"그리고 당신 학원에 그 책이 있던데... 그래서 빼서 읽고 있는거야"

와이프는 한때 커리어 우먼을 꿈꾸었다. 지금은 케리어 우먼이지만...
일단 이름만 들으면 유명한 아동작가인 이모의 영향을 많이 받았다. 그 이모는 시집도 안가시고 아직 혼자 사신다. 그리고 전혜린 때문에 그렇게 되었다고 한다.
와이프가 공부는 조금 했다고 한다. 믿거나 말거나지만 고등학교에서 전체 수석으로 마쳤다고 한다. 그런데 결국은 나를 만나서 같이 산다.

와이프 때문에 전혜린에 대해서 잠시 알아보기로 하였다.

짧은 생애를 한줌의 불꽃으로 태우다 간 사람이 전혜린이다.
1934년 1월 1일 평안남도 순천에서
1남 7녀중 맏딸로 태어났다.
부유한 친일 관료였던 아버지는
그녀의 뛰어난 재능을 일찍부터 알고
그녀가 오로지 공부에만 전념하도록 물심양면으로
도와 주었다고 한다.

1953년 6.25 동란으로 피신해 있던
부산 영도의 경기여고를 졸업한
그녀는 아버지의 강한 소원으로 서울대 법대를 진학한다.

뛰어난 두뇌와 특유의 빼어난 감수성을 가졌던 그녀는
반항심리로 담배를 피우고, 기분에 따라서 입술의 반쪽만 립스틱을 바르는 등, 특이한 행동으로 주위 사람들의 눈길을 끌었다.

딱딱하고 지겨운 법률 공부에 전혀 적응하지 못한 전혜린은 대학교 3학년 때 한 친구의 도움으로 독일 뮌헨 대학으로 유학을 간다. 뮌헨대학은 라이너 마리아 릴케, 루 살로메를 비롯한 수많은 화가와 문필가들이 거쳐간 슈바벤에서의 유학생활을 자유로움과 강한 예술적 분위기로 그를 사로잡았다.

1956년 같은 유학생이었던 김철수와 결혼한 전혜린은 그의 도움으로 번역이 까다로운 도길 문학인 사강의 [어떤 미소]를 유려한 문장력으로 번역해 한국에 독일문학에 대한 관심을 불러 일으킨다.

그녀는 루이제 린저의 [생의 한가운데] 이미륵의 [압록강은 흐른다] 등을 번역한 공로로 경기여고 출신 중 뛰어난 업적을 이룬 사람들에게만 준다는 영매상을 수상한다.



또한 전혜린은 여자를 강단에 세우지 않는 서울대의 완고한 전통을 깨고 1960년대부터 출강하기도 한다. 그것은 [한국에서 1세기에 한 번쯤 나올까 말까한 희귀한 천재]라고 격찬한 당시 법대학장인 신태환 교수의 힘이 컸다고 한다.

그로부터 몇년간 여러 대학에서 강사생활을 거친 그녀는 1964년 성균관대학의 조교수로 발령받았으나, 동시에 남편과 이혼하는 아픔을 겪어야 했다.

전혜린은 평생을 조교수이자 번역가, 그리고 문필가로서 타오르는 활화산 같은 의욕적인 삶을 살았다.
"절대 평범해서는 안된다"라는 자신의 삶의 명제를 깨뜨리고 한 아이의 어머니와 조교수로서 살아가는 평범한 삶에 대한 회의로 인하여 수면제를 먹어야만 겨우 잠들정도로 고통스러웠다고 한다.

결국 현실을 비판하던 전혜린은 1965년 1월 9일 몇몇 문인들과 어울려 술을 마신 다음날 아침 의문의 죽음을 맞았다. 아마 자살이거나 심장마비로 간 것으로 추정한다.

전혜린은 우리 곁에 없지만 우리는 그녀가 남기고 간 번역 작품 10여편과 [그리고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 이 모든 괴로움을 또 다시] 등의 수필집과 몇편의 문학평론을 통해 그녀를 느낄 수 있다.



'광기'어린 치열하고 충일한 삶을 갈구하였던 자유자 전혜린, 권태로운 일상에 절망을 느끼면 느낄수록 지상의 모든 것을 온몸으로 껴안는 격정적인 삶을 살았던 그녀를... 우리는 오늘날도 느낄 수 있다.

그녀가 마직막을 선택할 순간
그녀의 딸 정화는 어디에 있었던건지...
그토록 사랑하던 딸까지 보이지 않게 만든 그녀 내면의 고통이... 얼마나 컸는지
그 때 7살때 이었던 정화는 지금 미국에서 교수로 있다.

와이프는 무던히도 고 전혜린처럼 되고 싶었던 것일까?
그래서 툭하고 한마디를 던졌다.

"지금도 늦지 않았어. 책을 써봐 "

"책 읽는데 방해하지마"

그리고 난 아무말도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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