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고에 대하여
오늘은 이 퇴고라는 부분에 대해서 말한다.
나는 20대 후반까지 무려 7편의 논문상을 받아 보았다. 신문에도 기사가 나고, 방송도 타 보았다. 논문을 잘써서, 삼성산하의 제일기획 카피라이터로 합격하고, 입사증을 받았다. 나도 삼성맨 출신이다.
인터뷰중에, 리포터가 말하기를 "논문을 쓰면서 제일 힘든 부분이 무엇입니까?" 라고 하였을 때, "퇴고입니다" 라고 답했던 기억이 난다.
퇴고는 100% 글쓰기를 위한 마지막 1%라고 할 수 있다.
컴퓨터상에서 어떤 자료나 정보를 다운로딩할 때 버퍼링이라는 기능이 있다. 99% 저장은 완전한 저장이 아니다. 100%만이 완전한 저장인 것이다.
마찬가지로, 퇴고는 완전한 문장이나 저작을 위한 마지막 피나는 노력?이라고 나는 말한다.
오늘은 그 퇴고에 대해서 말하고자 한다.
글을 잘 쓰고 싶다면, 가장 고민해야 하는 부분이 바로 ‘퇴고’다. 많은 이들이 퇴고에 소홀히 한다.
글을 잘 써서가 아니라 단지 귀찮아서 일 것이다. 그게 아니라면 영감을 쏟아낸 글을 빨리 누군가에게 보여주고 싶은 ‘욕구’ 때문이리라.
밴드에 글을 쓰면서도, 카페에 글을 올리면서도, 잡지사나 신문사에 기고를 하면서도, 제일 중요한 부분은 편집을 잘 해야 하는 것이다.
조급한 마음에 글을 마구잡이로 쓰고, 대충올리는 일은 정말로 삼가해야 한다. 완성도 높은 글은 잘 읽히는 글이다. 그래서 형편없는 글들은 과감히 버려야 한다.
나 역시도 영감을 쏟아낸 글을 1초라도 빨리 브런치로 발행하고 싶은 욕구를 참지 못하고 내지른 적이 있다. 그런데 그때마다 후회했다. 읽으면서 발견되는 오타에 얼굴이 빨갛게 달아올랐다. 부끄러움 때문이었다.
그렇다 보면 빨리 수정 버튼을 누르고 오·탈자를 확인하곤 한다.
왜 글을 이렇게 썼지?
시간이 지나 다시 글을 읽으면 꼭 이런 생각을 하게 된다. 고민 없이 쓴 글일수록 더 후회를 많이 하게 된다.
인간은 망각의 동물이라고 했던가… 나 역시도 늘 후회하면서도 자꾸 반복하는 것이 퇴고와의 사투다.
퇴고를 하면 제일 힘든 일이, 처음부터 다시보기를 몇번 하는지 모른다. 나는 모든 글에 몇번을 확인하고 올린다. 그래도 맘에 안들어 지우고 싶기도하다.
초고가 완벽할 수 없다
늘 상기하고 있다. 하지만 늘 간과하기 일쑤다.
글쓰기에 대해 열심히 공부하고 있다고 생각하는 나에게도 이렇게 어려운 일인데 초심자에게는 더욱 귀찮은 존재일 것이다. 초보자는 늘 괴롭다. 사고를 치기 마련이다. 자동차 운전초보시절이 바로 그렇다.
그런데 퇴고하면서 글쓰기 내공은 성장한다.
난 그렇게 믿는다. 자신의 글을 고쳐보다 보면 내공은 더욱 깊어진다. 남이 아무리 글을 많이 고쳐줘도 내가 그것을 고민하고 내 것으로 만들지 않는다면 공염불에 불과하다.
그렇다면 궁금해진다. 퇴고의 노하우에 대해서 말이다. 다듬는 방법에도 내 나름대로 방법을 정리해 놨다. (*참고로 이 글은 퇴고전문가들의 몇개의 글유 참고로 하여 나름대로 에디톨로지를 한 것이다. )
일정한 시간 간격을 두고 글을 고쳐라.
댓글이나 짧은 글은 그리 퇴고시간을 요구하지 않는다. 즉흥성이 강하기 때문이다. 즉흥성을 넘어서는 글은 바로 남의 평가와 판단을 받는다. 무엇보다 자기판단이 앞서야 한다. 그래서 시간을 두고 퇴고작업을 하여 글의 완성도를 높여야 한다.
퇴고를 많이 할수록 글은 확실히 좋아진다.
글에 들어간 근거와 사례도 더 적확해진다. 아무리 달필이라고 하더라도 단숨에 걸작이 나올 수는 없다.
세계적인 작가들도 초고는 끔찍하다고 했을 정도이니 일반인에게 초고는 더욱 보기 힘든 산물일 것이다. 이 때문에 뛰어난 작가일수록 퇴고에 심혈을 기울인다. 티브이에 나오는 작가들을 보면, 한결같이 "퇴고하다가 죽을 뻔 했다"고 한다. 그러나 퇴고가 되면, 그 후 자유와 기쁨을 만끽한다고 하니 그래서 글을 쓰나보다.
퇴고해보면 안다.
글의 순서만 바꿔도 글이 훨씬 좋아지기도 한다.
어휘의 적절성과 맞춤법과 띄어쓰기, 문장부호 등만 제대로 써도 전달력은 향상된다. 어려운 용어를 풀어쓰는 것도 능력이다. 퇴고시에는 반드시 사전의 도움도 필요하다.
물론, 벽에 부딪힐 때도 있다. 더는 고쳐지지 않을 정도로 머리가 아파올 때가 있다. 그럴 땐 제3자에게 도움을 구하는 것도 방법이다. 다만, 제3자가 글의 흐름과 구성이 아니라 맞춤법이나 띄어쓰기를 지적한다면 다른 이를 찾아라. 그는 당신보다 글쓰기를 못할 가능성이 크다.
퇴고에 대한 여러 원칙들은 각자마다 다르지만, 퇴고는 글쓰기의 심사숙고이다.
요즘 누구나 출판을 하는 자가출판시대이다. 그런데 글들을 보면 유치하거나 제멋대로인 것이 너무 많다. 그래서 대학을 나온 사람들도 엉터리라는 의식때문인지 책을 읽지 않는지도 모른다. 좋은 책은 아직도 사랑을 받는다. 좋은 글은 아직도 읽혀진다. 좋은 사람은 계속 만나고 싶은 것처럼 좋은 책과 글은 여전히 수많은 독자들을 확보한다.
글을 쓰면서, 처음부터 잘 쓸려는 생각보다는 갈수록 나아지는 사람이 되어야 한다. 우리는 여전히 예비작가이면서, 잠재적인 작가들이다. 고등학교만 나왔어도 얼마든지 작가로서의 길을 걸을 수 있다. 짧은 글이라도 퇴고를 잘 하라.
목수들이나 예술하는 장인들이 제일 힘들어 하는 부분도 피니싱 터치(finishing touch)라고 한다. 하지만 완성되고, 다른 사람들에게 상품으로서 머첸다이징 되었을 때는 참으로 만족스럽고 흡족해진다.
두서없이 작성한 퇴고에 대한 나의 소고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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