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물인문학
감나무 - 까치밥
아침 조선일보를 보다가 최새미의 식물 칼럼니스트의 글을 보았습니다. 감나무에 대한 짧은 글인데 갑자기 감나무에 대한 나의 생각을 글로 표현해 보고 싶었습니다.
예로부터 우리 조상은 늦가을이 되면 동물들에게 빨갛게 익은 감을 나누어 주곤 했습니다. 어른들이나 아이들이 감나무에 걸린 수많은 감들을 따고 나면, 감나무 꼭대기에 남겨진 '까치밥' 문화에서 그러한 따스한 마음을 엿볼 수가 있습니다. 추어진 날씨에 먹이가 부족해진 새들에게 달콤한 감은 맛있는 밥이 됩니다. 어린 시절 까치가 감나무 꼭데기에서 감을 쪼아 먹는 장면이 지금도 아득합니다. 잘익은 홍시를 먹는 나와, 나무 꼭데기에 있는 홍시를 먹는 까치는 서로 즐겁게 먹습니다.
이처럼 감나무는 오랜 세월 나눔의 상징으로 우리와 함께 했습니다.
조상들은 감나무에 풍요를 기원했지요. 경남 의령군 백곡리에 있는 450살 먹은 감나무는 마을의 풍요를 기원하는 당산나무처럼 여깁니다. 사람들은 귀하게 모시는 고목인 당산나무 줄기에 금줄을 둘러서 성스러움을 더하기도 했습니다.
감나무는 중국과 일본, 한반도 남쪽 지역에서 널리 재배되었습니다.
서양에서는 보기 드문 식물입니다. 저도 유학시절에 감을 먹어보지를 못하였습니다. 얼마나 먹고 싶었으면 한국에 와서 감을 실컨 먹었습니다.
최근에는 외숙모님이 단감 한자루를 보내어 주었습니다. 무려 보름사이에 다 먹었습니다.
감나무 줄기는 거북이등 껍데기처럼 볼품없이 보이지만 사실 고급 가구를 만드는 재료로 쓰입니다. 속이 단단하고 무늬가 아름답기 때문에 골프채 머리 부분을 만드는 데도 쓰인다고 해요.
감나무속 나무중에는 고욤나무도 있습니다. 어린 시절 친구네 집에 있는 고욤나무 열매도 많이 먹어본 기억이 많습니다. 건강한 감나무를 만들려면 고욤나무 뿌리를 대목(접붙이는 나무)으로 접붙이기를 해야 한 답니다.
친구중에 상주가 고향인 친구가 있습니다. 매년 상주꽂감을 보내어 줍니다.
3상자를 보내어 주는데, 백화점에 납품하는 고급꽂감입니다. 그 꽂감을 먹는 시간이면 입에서 차가운 단맛이 샤르르 퍼집니다. 겨울이면 영양간식으로 제격입니다. 가족들과 도란도란 앉아서 먹고 있으면 소소한 즐거움이 느껴집니다.
문인수 시인의 [감나무]라는 시를 여기에 남겨봅니다.
감나무
- 문 인 수
올해도 고향집 감을 땄다.
복잡하게 우거진 가지들 중에 매년
내가 골라 딛는 순서가 있다.
지금은 진토가 되었을 아버지의 등뼈,
허리 휜 그 몸 냄새를 군데군데 묻혀둔 바이지만
타관 길엔 도통 어두운 이 말씀,
감나무를 오르내리는 내 구부정한 그림자도 어느덧
늙은 거미같이 더디다.
감나무를 내려와 땅을 디디니, 작년보다도 더 큰 안심이
덥석 날 받아 안는다.
이제 어쩔 수 없다는 말이
감나무를 한참 올려다본다. 속절없이 고목인
한 시절의 유적이 쓸쓸히
서쪽에 선다.
빈 감나무의 검은 골조가
저녁노을 깊이 음각으로 찍히면서
내 등덜미를 붉게 떠민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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