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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칼럼과 에세이

가을 날의 서정을 노래하며...

by 코리안랍비 2022. 10. 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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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을날의 서정

가을의 연못에 비친 노을 - 우리는 여전히 감성이 살아있을까? 가을은 여전한데...


봄, 여름, 가을, 겨울

세계의 많은 나라를 돌아다녀본 나로서는 우리나를 빼 놓고 사계절이 뚜렷한 나라도 별로 없다.
유럽의 몇개 국가에서 가을을 만끽할 수 있는 나라는
별로 없다. 스위스나 오스트리아에서 가을의 서정을 어느 정도 느끼지만 그 가을도 그리 길지 않다. 여름인가 싶으면 겨울이다.

우리나라의 봄과 가을은 여름과 겨울에 비하면 짧기는 하지만 분명한 것은 계절의 색깔이 남다르다.

봄은 봄의 색이 있다. 봄의 색깔은 그저 파릇하다.
가을은 가을의 색이 있다. 가을의 색깔이 전형적인 한국의 색깔이다.

가을에는 마치 한국의 색인 오방색을 다 볼 수 있는 계절이다. 오방색은 우리민족 전통의 색채로 청(靑), 적(赤), 황(黃), 백(白), 흑(黑)의 다섯 가지 색을 말한다. 물론 각 색마다 계절이 담겨 있다. 청색은 봄이요, 적색은 여름이다. 백색은 가을이요 흑색은 겨울이다. 물론 그 계절의 색깔이 봄, 여름, 겨울은 단조롭다. 하지만 가을은 다채롭다.

가을에는 봄처럼 따사라운 햇빛도 본다. 그리고 잠시간 뜨거운 여름도 며칠 경험한다. 그리고 만추가 되면 찬겨울의 맛도 어느 정도 느낀다. 가을은 가장 변화가 다양한 시기이다.


어느 계절이 좋으냐 따진다면 사람들의 계절취향에 따라 다르겠지만, 봄과 가을을 제일 선호한다. 지난 여름은 너무나 더워서 두번 다시 오지 않았으면 하는 마음만 든다. 지난 겨울도 마찬가지이다.


봄이나 가을을 소재로 하는 시나 노래는 수두룩한데 비하여 여름과 겨울의 시와 노래는 아무래도 적다는 생각도 든다. 사람들은 봄과 가을의 정서가 여름이나 겨울보다 더 예민해지고, 센서티브해지는 것 같다.


나는 가을이라는 계절의 정서를 즐기는 사람이다. 가을은 사색하는 계절이다. 꽃잎이 떨어져 열매를 맺히는 가을은 익어가는 계절이다.

이해인 시인은
<익어가는 계절> 이라는 시에서,

꽃이 진 자리마다
열매가 익어가네
......
가을엔
너도 나도
익어서
사랑이 되네.



우리의 가을은 적어도 입추에서 시작해서 입동 바로 전까지인데 보통 3개월 정도 된다. 그래서 일년의 4분의 1의 계절을 차지한다. 유럽의 가을은 보통 10월 중순에서 11월 중순이면 마친다. 겨우 1달의 가을이 주어진다.
그런데 10월 중순 이후를 [리틀 서머] 라고 하고, 11월 중순은 [성 마틴의 서머] 라고 해서 가을이라는 단어를 그리 사용하지 않는다. 가을이 너무 짧은 탓이다.


영국도 옛날에는 여름과 겨울로 일년을 두계절로 나누었다. 영국은 1년 365일동안 300일 이상이 비나 안개 때문에 햇빛을 비는 것이 별로 없다. 이런 영국의 기후는 봄과 가을이 차라리 없다고 보는 것이 당연하다.

미국에서는 [인디언 서머] 불리는 가을의 한 때가 있다. 잠시동안 더운 시기인데, 가을의 한복판에서 여름을 만나는 시기이다. 이들은 [인디언]이라는 단어를 넣어서 가을속의 여름을 표현한다.

시인 라이너 마리아 릴케도 유럽의 짧은 가을을 아쉬워하면서 다음과 같은
시를 남긴다.

주여! 때가 되었습니다.
지난 여름은 참으로 위대했습니다.
해시계 위에
당신의 그림자를 던져 주시고
들녂에는 바람을 놓아 주십시오.
마지막 남은 열매가
무르익도록 해주시고
남국의 날씨를
이틀만 더 베풀어 주소서
무르윽으라 이들을 재촉하여 주시고
마지막 남은 닷만이
포도주에 듬뿍 고이게 하소서 ......

가을 해를 이틀만 더 내리쪼이게 해 달라는 릴케의 기도는 너무나 짧고 짧은 목숨을 연명하는 가을을 못내 아쉬워하는 것이다.

한국의 가을, 난 이 가을을 많이 사색하는 시간으로 갖고 싶다. 여기 저기 산길과 오솔길을 오르면서 시를 읽고 쓰고 싶다. 한국의 전통음악을 들으면서 한국미의 아름다움에 젖고 싶다.

이 가을은 풍성한 열매, 상큼한 기후, 아름다운 자연경관은 신이 베풀어 주신
큰 혜택이며 은혜이다.

그런 자연의 아름다움을 만끽하고자
사진기를 안가지고 다니는 것도 좋다.
책을 사랑하는 사람도 책을 들고 오지 않아도 좋다.
그저 눈으로 가슴으로 가을을 누리라고 말하고 싶다.

시인 이은상은 이 가을이 너무나 아름다워서
다음과 같이 노래했다.

전쟁으로 할퀴고 발기고 해도
가을은 제자리에 두어 두십시오.
기름 한 방울 나지 않아도 되오니
가을만은 제자리에 두어 두십시오.


우리의 가을에는 산마다 불이 탄다.
산마다 단풍의 불이 탄다. 우리의 가슴에도 단풍의 불이 탄다. 외국 사람들도 한국미의 아름다움을 단연 [단풍]에서 찾는다.
설악산의 단풍, 내장산의 단풍, 지리산의 단풍, 가까운 동네 산의 단풍들은 모두다 아름답고 처절하다. 이 단풍을 그들은 부러워한다.

시인 김영랑은 감잎이 붉은 것을 보고 놀라워하는
누이의 표정에서 가을이 깊어감을 들려준다.

오매 단풍 들겄네
장광이 골붉은 감잎 날려 오니
누이는
놀란 듯이 치어다보며
오매 단풍 들것네

이번 가을 아무리 바쁘고 분주하여도
단 하루만이라도 단풍구경을 다녀와야 한다.
가을이 더 깊어지기 전에 하늘이 우리 강산에 내려 준
천혜의 은총을 체험해 봐야 한다.

  • 구글출처 이미지 - 가을엔 떠나요 !~

 



갑자기 생각난 가수가 있다. 가을 콘서트의 대명사, 가을의 남자,
그는 바로 [최백호]이다. 그는 가을을 노래하는 가수다.
가을은 남자의 계절이라고 만든 사람이 나는 최백호라고 하고 싶다.
이 글을 쓰는 오늘 밤은 그의 노래를 사정없이 듣고 싶다.

가을엔 떠나지 말아요.
내 마음 갈곳을 잃어
가을장미(Rose in fall)
가을바다 가을도시 등이 그의 곡들이다.
그의 곡들은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마시면서 들으면 감흥이 남다르다.
나도 가끔은 외로움을 선택하고 싶다. 혼자만의 고독을 누려보고 싶다.

또 다른 가수도 떠오른다. 바로 10월 마지막 날이면
가장 바쁜 가수 이용이다.

10월의 마지막 밤

그 날에는 하루종일 그의 노래를 듣고, 부르다 하루를 보내리라.

그리고 만추가 되면
어느새 오 헨리의 [마지막 잎새]가 떠오른다.
그렇게 가을은 자신의 운명을 마감하고, 내년을 기약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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