걸어다니는 사전 A Walking Dictionary
나의 예전 별명이 [걸어다니는 사전]이었다.
물론 지금도 그 별명이 아직 남아 있다.
중고등학교 학생시절부터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는 사람들이 많았다.
그런데 정말 고민이 되었던 것은 나도 모르는게 너무 많다는 것이었다.
그렇지만 사람들은 모르는 것이 있으면 나에게 물어보려고 수없이 달려 들었다.
그럴때 친절한? 나는 이것 저것 알려주기 바쁘다.
그런 별명이 붙은 것은 늘 내 옆구리에는 책이 있었다.
그리고 집에 있는 책과 교회의 도서관에 있는 책이란 책은 다 읽었기 때문이다.
나는 도서관에 가면 그 도서관의 책을 다 읽을 각오로 덤빈다.
물론 책과 제목만 읽기는 하지만...
그렇지만 여전히 무지하고 부족하다는 생각만 들뿐
파도 파도 지식의 세계는 넓기만 했다.
물론, 지성인이라면 많은 양의 책을 읽어야 한다.
그리고 지식인이 되려면 잘못된 것들은 부정하고
비판할 수 있는 능력도 있어야 한다.
늘 사람들이 물어보니, 내가 말하는 것이 마치 사실처럼 보일 수도 있었다.
그런데 시간이 지나면서 나도 틀리는 부분이 많아졌고,
그리고 나의 기억도 늘 맞는 것이 아닌 것도 많았다. 그
래서 서서히 나의 지적인 양심을 지켜야 하겠다는 생각을 하게 이르른다.
나중에는 사람들의 질문에 제대로 답변해 주지 않았다.
도리어 책보거나 컴퓨터로 검색하라고만 하였다.
솔직히 지식이나 상식은 컴퓨터가 정확하다.
그런데 문제는 지성이다.
지성intelligence 은지식이나 상식 또는 정보와 의견을 잘 요리한 음식과 같다.
지식은 그저 돈이나 잠깐의 재화로 살 수 있으나, 지성은 돈으로 사기는 정말 힘들다. 오랜동안의 수련과 노력이 필요하다.
때로는 사람들이 나를 지적으로 교만한 사람으로 여기기도 하지만,
사실상 나는 정반대이다.
나보다 더 많은 책을 읽고, 더 넓은 지성과 학문성을 가진 분들이 너무 많다.
다만 나는 지적인 것을 남보다 더 좋아하고, 지독히도 추구한다는 점에서 다를 뿐이다.
지금도 사람들은 나를 [걸어다니는 사전] [김박사] 라고 부른다.
실제 나는 박사과정을 수료한 사람이기도 하다.
하지만 늘 부족함을 느낀다.
그래서 계속해서 책을 사고, 자료를 모은다.
지적인 분야에 대한 갈급함을 늘 갖고 산다.
몇개의 학위를 받았어도 여전히 부족함을 느낀다.
이런 나의 삶을 와이프는 전혀 이해하지를 못한다.
나중에 나 죽으면 마당에 책들을 놓고 다 불태운다고 한다.
그래서 우스개소리로 와이프보다 더 오래 살아야 할 사명이 나에게 있다.
최근에는 온갖 신문의 사설과 칼럼을 모으는 작업을 하고 있다.
신문만큼 많은 양의 독서를 한꺼번에 해 줄 수 있는 좋은 매체가 없기 때문이다.
약 20개부수의 신문에 나오는 사설과 칼럼을 모으고, 그것을 일주일 단위로 하여 책자를 만드는 방식이다.
진보와 보수신문을 골고루 보면서, 국내와 국외 소식도 접하고,
소위 잘나가는 교수들과 지식인들의 글을 본다는 것은
나만의 소소한 즐거움을 준다.
정상아카데미 서재에는 일주일이면 10여권 이상의 책들이 늘어나고,
5부 이상의 자료집이 늘어난다.
나중에는 감당할 수 없을 정도이다.
책들이 자꾸 늘어나니, 읽어들이는 시간도 만만치 않다.
그래서 하루에 몇권의 책을 조금씩 읽어댄다.
어제는 남한산성을 다시 읽게 되었다.
어느 인문학포럼에서 김훈의 남한산성과 영화 남한산성을 발표해 달라는 부탁을 받았다.
난 서재에서 남한산성과 관련된 문헌을 10여편 준비를 하였고, 본격적으로 읽는다. 이미 반이상은 아는 내용이지만, 나머지 헷갈리거나 모르는 부분이 있기에 완벽을 기하여 읽고자 노력한다.
그렇게 준비하고 강연을 하면, 적어도 [남한산성]에 대해서는 3시간 이상은 떠들 수 있는 사람이 되는 것이다.
탈무드에서는 사람이 무엇을 안다고 하면, 적어도 그 분야에서 3시간을 사람들 앞에서 떠들 수 있어야 안다라고 말한다.
걸어다니는 사전은 아무나 하는 것이 아니다.
네이버 지식인과는 다르다.
기존의 것과 다른 것들을 융합하고 조합할 수 있는 능력을 갖추어야 한다.
그리고 삼척동자도 알아듣기 쉽게 설명하고 이해시킬 수 있어야 한다.
나는 늘 배우는 사람을 좋아한다. 자신을 사랑하면서 남도 사랑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주어진 일과 역할을 잘 감당하면서 다른 사람들도 챙길 줄 아는 도량이 있는 사람을 좋아한다.
내가 [걸어다니는 사전]이 되어서, 사람들에게 큰 도움을 줄 수 있다면
그것은 거룩한 부담감인 것이다. 그래서 여전히 공부하는 것이다.
난 글공부와 마음공부를 게을리 하지 않으려고 애쓰는 편이다.
긴장감을 가져야만 꾸준히 해 낼 수 있다.
밥이 나오든, 떡이 나오든, 아무것도 안나오든 여전히 그 자세를 유지해야 한다.
다른 사람들이 질문할 때, 심지어 어린아이라도 질문할 때 잘 가르쳐 줄 수 있다.
물론 아무에게나 가르쳐 주고 싶지는 않다.
거룩한 것을 개에게 주지 말며,
진주를 돼지에게 던져 주어서는 안된다.
[걸어다니는 사전]도 반드시 철학과 가치관이 있어야 한다.
머리는 차갑게, 가슴은 뜨겁게 살아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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