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의 쉰들러, 하풍산(何风山)
제2차 세계대전 당시 쉰들러라는 독일의 사업가 있었다.
그는 곤경에 처한 유대인들을 많이 구했는데, 그의 이야기는 유대인 영화감독 스티븐 스필버그에 의해서 1994년 영화 '쉰들러 리스트'로 만들어졌다. 중국에도 이런 '쉰들러'가 있었지만, 많은 사람들이 그에 대해 알지 못했다. 지난 세기 말에야 상하이 유대교연구센터의 노력으로 그에 대한 정보가 세상에 알려졌다. 주비엔나 중국총영사 하풍산(何风山)은 많은 유대인에게 생명 비자를 발급해 그들을 죽음에서 벗어날 수 있도록 도왔다.
하풍산의 회고록에서 유대인 청년을 구하는 이야기를 볼 수 있다. 청년은 비자 발급을 위해 40여 개의 영사관을 돌아다녔지만 단 한 곳에서도 비자를 받지 못하자 하풍산을 찾아갔다. 딱한 청년의 사정을 듣고 비자를 발급해준다고 하자, 청년은 11장의 비자가 필요하다고 말했다. 당시 비자 발급은 반드시 본인이 와서 발급해야 했는데 하풍산이 그에게 단번에 11장을 발급해줬다. 하풍산 덕분에 이 유대인 청년은 비자 11장을 가지고 그의 친한 친구 10명을 구해낼 수 있었다.
하풍산의 유대인 구조 소식이 전해지자 여러 나라 대사관에 모여 있던 유대인들이 위기에서 벗어날 희망을 갖고, 중국총영사관 문 앞까지 긴 행렬을 이루었다고 한다. 심지어 하풍산은 자신의 사비를 들여 작은 집을 얻어 유대인들에게 '생명비자'라 할 수 있는 비자를 계속 발급했다. 그가 얼마나 많은 유태인에게 비자를 발급해 주었는지는 정확히 밝혀진 것이 없으나, 1938년 6월부터 10월까지 찾은 비자 번호로만 어림잡아 보면 1900여 건이 발급됐고, 1938년 11월 대학살 이후에는 유대인들을 위해 비자를 더 발급했다.
그러나 그는 유대인들을 도와준 일들을 언급하지 않았고, 그의 딸도 이 일에 대해 아주 조금 알고 있었기 때문에, 그의 이름은 수십 년 동안 사람들에게 알려지지 않았다. 2001년 1월 23일, 하풍산은 유대인 대학살기념관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정부로부터 '국제의인' 이라는 칭호를 받았다.
1938년 8월 15일부터 오스트리아에서 최초의 유대인 난민이 이탈리아 배로 상하이에 도착했으며, 1939년 6월까지 이미 8200명이나 되는 유태인 난민이 도착했다. 그들은 주로 주산루(舟山路), 호산루(霍山路), 장양루(长阳路)에 살았다.
태평양 전쟁 이후 일본은 상하이로 망명한 대부분의 유대인들을 홍커우 지역에 몰아넣고 통행증을 만들어 이동의 자유를 막았다. 만약 통행증을 받지 못했다면 학교를 가지 못하거나 일을 할 기회가 없었다. 살기 위해서 유대인 난민들 중국인들에게 의지할 수 밖에 없었다. 비록 겉으로는 돕지 않는 척 했으나, 중국인들은 여전히 상해로 온 유대인 난민들에게 도움을 제공했다.
2만여 명의 유태인 난민과 홍커우에 살던 10만 명의 중국인은 1㎡도 안되는 좁은 공간에 모여 2차대전의 마지막 시간을 함께 보냈다. 유태인 혹은 중국인이든, 어떤 종교를 믿던지, 모두 어려움 속에서 평등하게 대우받았다. 600만 명에 가까운 유대인이 학살당했을 때, 3만 명에 가까운 유대인이 상하이에서 살아남아 새로운 생활의 길을 열었다. 장양루에 있던 모세회당은 주로 유대인 난민들의 모임과 장소가 자주 있었던 곳이다. 지금은 상하이 유태인난민기념관으로 돼있다.
이스라엘에 살 때 오스카 신들러의 무덤을 자주 방문하였다. 유대인들은 그의 무덤위에 돌을 올려 놓고 간다. 나도 그들과 같이 돌을 올려 놓았고 ‘신들러 리스트’의 영화에 나오는 마지막 랍비의 말을 잠시 되뇌이곤 하였다.
“한 사람의 생명을 구하는 것은 세계를 구하는 것입니다.”
개인적으로 중국의 상하이 유대인들에 대한 연구는 2018년부터 이루어지고 있다.
국내에 아직 알고 있는 사람들이 드물다. [상하이에 거주한 유대인들]에 대한 연구인데,이들의 상당수는 일본으로, 미국으로, 호주로 건너갔고, 극히 일부는 한국에도 왔다. 대표적인 상하이에서 미국으로 간 유대인이 누군가 하면, 헨리 키신저(닉슨 정부의 외교부 장관)나 마이클 블루멘탈(미국의 재무장관 출신)이다. 이들에 대한 글도 남길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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