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중심에
너 홀로 서라 - 랄프 왈도 에머슨
3년전으로 기억된다. 교회생활에 대한 갈등, 인간관계에 대한 갈등, 부부사이의 갈등, 사업과 강의에 대한 갈등에 피곤에 젖은 적이 있었다. 이런 갈등은 누구나 겪음직한 것이지만 계속해서 내 안에 여러 싸움이 존재하고 있었다.
철학적으로나 심리학적으로나 사람을 괴롭히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먼저는 자아이다. 그리고 죄이다. 세번째는 불안이다. 나에게는 이러한 3가지 괴롭히는 것에 사로잡힌 순간이 온 것이다. 물론 문제가 있으면 해결도 있는 법이다. 그래서 나의 문제를 해결하려고 순간 순간 노력하게 된다. 시간이 지나면 해결되어지는 것도 있지만, 여전히 내 속에 여러가지 복잡하고 때로는 불안한 일련의 생각들이 이어지고 이어진다.
어느 시인이 밝혔듯이, "내 마리속은 생각의 전쟁터와 같다." 여러가지 잡다한 생각에 사로잡혀서 현실의 불안감을 더하고 있었다. 무엇인가 넘어가고 싶은데, 초월하고 싶은데, 극복하고 싶은데 그게 뜻대로 되지 않는다. 그만큼 내 삶에 만족감이나 행복감이 떨어진 것이다. 그것을 다시 끌어 올릴 무엇인가가 필요하고 갈급한 사람이 된 것이다. 시간이 지나면서 해결되어지는 것도 있고, 그렇지 않은 것도 여전히 있었다. 살면서 갈등하고 번민하는 것이 인간이다. 내 영혼이 안식을 얻기 까지는 나는 여전히 불안해 보이는 존재이다.
나는 인간이다. 이 험하고 환멸 가득한 세상에 인간으로 태어나서, 인간으로 살다가, 인간으로 죽을 그 인간이다. 그래서 인간적인 아주 인간적인 사람으로서 서야 하는 순간이 온 것이다. 그것을 [인문학적인 순간] 이라고 부른다. 3년전 그런 갈등은 반드시 누구나 부딪칠 갈등이다. 그런 갈등이 없다면 40대를 잘못 보낸 것이다.
결국 '나'라는 사람, '나' 라는 존재에 대면하게 된다.
세상의 중심에 '나'라는 존재는 홀로 서있는 존재이다.
세상의 나보다 더 귀한 존재는 없다.
그런데 살면서 다른 무엇인가에 의존하고 기대어 살다보면 어느새 '나' 라는 존재를 잃어버리고 만다. 독립적이고 자주적인 주체로서의 '나' 가 필요하다.
그런 와중에 누군가 나에게 책을 선물로 보냈다.
랄프 왈도 에머슨의 바로 이 에세이다.
오바마가 성경 다음으로 극찬했다고 하는 바로 그 책을 선물로 받았다.
나는 그 자리에서 한달음에 그 책을 다 읽었고, 이상하게도 정신적 고양을 경험하게 되었다. 에머슨은 그저 미국의 정신을 대변한 사람이고, 나에게는 그저 [명언 제조기]나 [한시대를 풍미한 초월주의자의 대부] 라고만 생각했던 인물이다.
잠시 광고회사에 있을 때, 랄프 왈도 에머슨의 명언들은 정말 훌륭한 광고 카피로서 손색이 없었다. 이런 책들을 읽어야 카피라이터가 될 수 있어서 그렇다.
에머슨은 또한 [월든]의 저자, 헨리 데이빗 소로의 스승이기도 하다. 그도 초월주의자로 살아갔던 인물이다. 둘다 하버드 대학의 동문이기도 하다.
나는 그 두 사람의 행적을 살펴보면서 [초월주의자] 들의 삶에 관심이 많이 생겼고, 그들의 글쓰기 스타일, 스피치 스타일들을 배우고 싶었다.
이 책은 스토아적 글쓰기를 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의 [명상록]보다 더 깊이 있고, 영성적 글쓰기를 한 발타자르 그라시안의 [신탁]보다 더 지혜로운 책이라고 정평하고 있다.
오바마는 에머슨을 통해서 자신의 문장력이나 수사학적인 표현을 한 단계 더 끌어 올렸다고 한다. 그리하여 그에게 비극적 역사의식과 인류 운명의 불확실성에 대한 의식을 심어주었다고 한다.
어제 모 일간지에서 나온 기사를 스크랩을 했는데, 그 기사중에 오바마는 하루에 [1만통 정도의 편지들]을 받는다고 한다. 그리고 이 편지에 응답해주는 직원이 10명정도 된다고 한다. 오바마는 미국의 정신과 전통을 아주 잘 따르는 사람이면서, 미국인들이 링컨 이후로 가장 존경받는 전 대통령이다. 그런데 오바마에게 가장 강렬한 인상과 영향력을 준 인물이, [랄프 왈도 에머슨]이다.
에머슨의 에세이 속으로 들어가보자.
무슨 말이 더 필요하랴. 그의 말들 자체가 초월적이고, 영감을 주고, 용기를 준다.
"내 안에서 모든 것을 구하라"
"당신 자신의 생각을 믿는 것, 당신 자신의 마음속에서 진실이라고 믿는 것은 곧 다른 모든 사람에게도 진실이다. 이것이 재능이다."
"내가 나의 재능을 내버려두는 한 우리 곁에는 그 어떤 영감도, 창조도, 희망도 없다."
"인간이고자 한다면 순응하지 않는 자가 되어야 한다."
"위대한 사람은 군중 속에서도 완벽한 온화함을 유지하며, 고독하게 홀로 서는 사람이 아니겠는가!"<34p>
"자신의 일을 하라!
그러면 나는 당신이 어떤 사람인지 알 수 있다.
자신의 일을 하라!
그러면 당신 자신을 더욱 강화하게 될 것이다."<37p>
"우리의 종교, 교육, 예술이 먼 곳만 내다보듯이 우리 사회의 정신도 마찬가지다. 모든 인간은 사회의 발전을 자랑하지만 정작 어떤 인간도 발전하지 않는다."
에머슨의 말들을 모두 추종하거나, 우러러볼 필요는 없다. 또한 에머슨을 우상화해서도 안된다. 살면서 어렵고 고통스러운 순간이나 일이 닥쳤을 때 에머슨의 말에서 용기와 위안을 얻고, 다시 삶을 추스릴 수 있다면 그의 책들은 큰 의미를 가져다 줄 것이다. 이 책에서 발견한 가장 멋진 구절로(번역자처럼) 마무리한다.
"당신에게 평화를 가져다 줄 수 있는 것은 오로지 당신 밖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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