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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칼럼과 에세이

인문산책, 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by 코리안랍비 2022. 9. 2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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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가 있는 하루>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가을입니다. 모든 것을 물들이는 고운 가을입니다.
정호승 시인의 [수선화에게]를 읽다가,
그만 고개가 절로 숙여졌습니다.

그런데 예전부터 공감백배를 일으키는 김재진 시인의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를 읽다가, 또 고개가 숙여졌습니다. 그리고 가슴에서 '맞습니다' '그렇습니다' 라고 대답하였습니다.

너무나 당연하고 맞는 말을
시의 언어로 옮겨 놓아서 그렇기도 하지만,
현대를 살아가는 동시대의 사람들에게
주어지는 위로의 메시지,

그런 메시지는 길지는 않습니다.
길면 위로감이 뚝 떨어지기 때문입니다.
되도록 짧고 강렬한 언어로 수를 놓아야 합니다.
그래서 금새 위로가 흘러 들어와야 합니다.

수많은 어두운 소식들,
마구 마구 쏟아지는 정보들,
믿어야 할지 믿지 말아야 할지,
선택하지 않으려고 하여도 선택당하는 인생들 ...
군중속에서도 고독을 느끼며, 함께 있으면서도
소외를 경험하며,
이럴바에야 혼자 있는 시간을 즐겨야 하는 것이
맞는 것 같습니다.

결국 누군가를 탓하고,
무엇인가를 탓해 보아도 결국 탓하느라
많은 에너지를 낭비하는 우리들 입니다.
저 멀리 떠 있는 하늘의 별들도
결국 혼자 빛나고 있습니다.
혼자 빛나면서 마음에는 찬바람을 안고 살아가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습니다.
고독이 그리 나쁘다면 이 말도 없어야 하지요.


사람을 오해하기는 왜이리 쉬운지요.
그런데 사람을 이해하기는 왜이리 어려운지요.
함께 하는 것이 좋지만, 때로는 혼자 있는 것도 좋습니다. 법정스님이 말한데로 텅빈 충만을 느끼게 해주니까요.
이렇게 혼자 있으면서 이렇게 나만의 글을 쓰고, 시를 살살 암송해 봅니다. 일주일에 한편의 시를 외우면 참 소소한 나만의 즐거움속으로 들어갑니다.

암송한 시는 고스란히 삶의 기쁨을 조금씩 쌓아가게
하고 고독의 깊은 의미와 사랑의 기적을 낳게 합니다.
여기 그의 시 한편 남겨놓고 물끄럼히 바라봅니다.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믿었던 사람의 등을 보거나
사랑하는 이의 무관심에 다친 마음 펴지지 않을 때
섭섭함 버리고 이 말을 생각해보라.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두 번이나 세 번, 아니 그 이상으로 몇 번쯤 더 그렇게
마음속으로 중얼거려보라.
실제로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지금 사랑에 빠져 있거나 설령
심지 굳은 누군가 함께 있다 해도 다 허상일 뿐
완전한 반려伴侶란 없다.
겨울을 뚫고 핀 개나리의 샛노랑이 우리 눈을 끌듯
한때의 초록이 들판을 물들이듯
그렇듯 순간일 뿐
청춘이 영원하지 않은 것처럼
그 무엇도 완전히 함께 있을 수 있는 것이란 없다.
함께 한다는 건 이해한다는 말
그러니 누가 나를 온전히 이해할 수 있는가.
얼마쯤 쓸쓸하거나 아니면 서러운 마음이
짠 소금물처럼 내밀한 가슴 속살을 저며놓는다 해도
수긍해야 할 일.
어차피 수궁할 수밖에 없는 일.
상투적으로 말해 삶이란 그런 것.
인생이란 다 그런 것.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런 혼자가 주는 텅 빔,
텅 빈 것이 그 가득한 여운,
그것을 사랑하라.
숭숭 구멍 뚫린 천장을 통해 바라뵈는 밤하늘 같은
투명한 슬픔 같은
혼자만의 시간에 길들라.
별들은
멀고 먼 거리, 시간이라 할 수 없는 수많은 세월 넘어
저 홀로 반짝이고 있지 않은가.
반짝이는 것은 그렇듯 혼자다.
가을날 길을 묻는 나그네처럼, 텅 빈 수숫대처럼
온몸에 바람소릴 챙겨넣고
떠나라.

김재진, 「누구나 혼자이지 않은 사람은 없다」, 그림같은 세상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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