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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칼럼과 에세이

에세이, 이니스프리 그리고 아일랜드 천재 시인 예이츠

by 코리안랍비 2022. 9.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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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니스프리 Innisfree
그리고 아일랜드 천재 시인 예이츠

 



이니스프리 Innisfree
그리고 아일랜드 천재 시인 예이츠


어느날 [이니스프리] 라는 가게 앞을 지나가게 되었다.
inn is free - 라는 3단어가 보였고, 그것이 마치 합성어처럼 결합되어 있었다.
그러다가 같이 동행하는 사람이 물어본다.

"이니스프리가 무슨 뜻이야?"

그래서, 그 뜻은 아마도 웃기게 해석하면 "여인숙은 무료다" 라고 해석을 하였다.
그러자 그 친구가 마구 웃었다. 평소 영어선생이라고 자부하던 내가 한순간에 망가진 것이다.

스스로 "왜 여인숙이 무료지?" 하면서,
왜 가게 이름을 [이니스프리]라고 지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름이 아주 앙징맞고 귀여워서 사업주가 그렇게 사용했다는 생각이 들었지만,
궁금한 것은 못참는 성격에 [이니스프리] 에 대한 자료를 찾아 보았다.
그런데 [이니스프리]는
바로 윌리엄 버틀러 예이츠의 시집에 나오는 명시였다.
고등학교 시절에 본 그의 시를 기억했지만 제대로 아는 것이 없었다.

아모레 화장품은 새천년 1월에, [이니스프리]를 출시하였는데,
이 화장품 가게가 대박이 났다. 웬만한 도시의 거리를 가보면, 몇개의 이니스프리 화장품점을 발견할 수 있다. 물론 중국인들이 여기에 들려서 많이 산다고 한다.
한국의 10대 ~20대 여자들도 이 가게를 즐겨 찾는다고 한다. 청년 남자들도 이곳에 들려서 소프트한 화장품을 구매한다고 한다.

예이츠는 아일랜드의 더블린 근처에서 태어났다.
이니스프리는 아일랜드의 Sligo주의 Lough Gill이라는 호수에 있는
작은 섬의 이름이다.



이곳은 그가 10대 시절을 아버지와 같이 보냈던 곳이다.
그래서 어려서부터 전원적인 삶에 대한 동경과 이상이 강하였다고 한다.
나중에 영국의 런던에서 생활을 할 때에도,
위에서 떨어지는 빗방울 소리, 그리고 쇼윈도우에 장식된 예쁜 물건들을 보면
언제든지 그곳 이니스프리에 가고 싶은 마음이 굴뚝같이 들었다고 한다.
그래서 이 시가 탄생한 것이다.

도시의 시끄러움과 번잡함을 벗어나서 전원에 살고 싶은 마음
시골은 도시의 뿌리이다. 이 뿌리를 찾아 가고자 하는 근원적인 마음이
늘 사로잡고 있었던 시인이 예이츠이다.

작고 볼품없는 이 섬이
천재 시인 예이츠로 인하여 유명해졌고
아일랜드를 이곳을 유명 관광지로 조성하였고,
세계에서 수많은 사람들이 이곳을 찾게 하였다.

풍문이지만 아모레 퍼시픽 회장도 이곳을 들려서,
아마도 이니스프리라는 화장품 체인점을 만들었다고 한다.

그런데 이 예이츠의 이야기를 읽다가 나는 다시 또한번 놀라운 사실을 보았다.

어린 시절 예이츠는 아버지와 함께 슬라이고라는 마을의 호수(러프 길 湖)에 있는 이니스프리섬에서 잠깐 지낸 적이 있었다.
그때 아버지는 소로(H.D.Thoreau)의 '월든'에 나오는 이런 구절들을 읽어줬다. "내가 숲에 간 것은 삶을 철두철미하게 살고 싶었고 인생의 근본적인 사실을 마주하고 싶었기 때문이다."

헨리 데이빗 소로는 미국을 넘어서, 아일랜드의 이 어린 예이츠에게 [전원의 삶이 주는 자연미를 발견] 하는데 일조한 것이다.
인생의 근본적인 사실을 자연속에서 발견한 것이다.



소년 예이츠는 그곳에서 삶의 골수를 흠뻑 빨아들였고, 나중에 아일랜드 독립을 위해 투쟁하는 시인이 된다. 지금도 슬라이고에는 예이츠협회가 있다.

잠시 여기에 예이츠의 명시를 남겨본다.

이니스프리의 호수섬[湖島] 예이츠

나 일어나 지금 가리, 이니스프리로 가리.
가지 얽고 진흙 발라 조그만 초가 지어
아홉 이랑 콩밭 일구어 꿀벌 치면서
벌들 잉잉 우는 숲에서 나 홀로 살리.

거기 평화 깃들어 고요히 날개 펴고
귀뚜라미 우는 아침 놀 타고 평화는 오리.
밤중에도 환하고 낮엔 보라빛 어리는 곳


저녁에는 방울새 날개짓 소리가 들리는 거기.

나 일어나 지금 가리, 밤에나 낮에나
호수 물결 찰랑이는 그윽한 소리 들리는 곳
맨길에서도 회색 포장길에 선 동안에도
가슴에 사무치는 물결 소리 들리나니


자연은 그 자체로 아름답고 수려한 살아있는 예술작품이다.
어린 시절 이러한 자연속에서의 경험이 나의 평생에도 영향을 미친다.
나의 살던 고향은 아직도 언제나 돌아가고 싶은 동경의 땅이다.

늙어지고 늙어지면 고향에 돌아가 살고 싶다.
낮에는 시와 음악을 듣고, 한가로이 낚시질하고, 사람들과 만나 대화를 나누고 싶다. 저녁이면 하루에 일어난 일들을 글로 써보고 싶다. 또한 읽었던 책들을 다시 읽고 또 읽고 싶다. 아직 도시에 살고 있지만, 언제나 돌아갈 고향이 있다는 것은
이니스프리의 작은 섬을 가슴에 두고 사는 것과 같다.
자연이 주는 소중함을 가슴에 두고 살아간다는 것은 얼마다 다행인지 모른다.
소로우와 예이츠가 누렸던 자연속에서의 경이로움을 나도 누려보고 싶다.

자연은 매시간, 매 계절마다
그 시기만의 아름다움을 준다. -(찰스 디킨스)

자연은 삶을 가치 있게 만드는
수많은 것들의 원천이다. - (데이비드 에든버러)

자연에서 안식처를 찾을 수 없다면,
그 어디에서도 찾을 수 없다. - (혜능 선사)

[이니스프리]라는 한 마디 단어에,
이렇게까지 풍성하게 글이 나오고, 사색이 나오니 감사하다.

오늘은 [근원어인 한 마디 단어]에 마음을 빼앗겨 보았다.
해, 달, 별, 꽃, 강, 바다, 섬, 나, 너, 우리, 나무, 책...

이런 하나의 단어속에 담긴 근원적이고 원초적인
풍부함과 아름다움이 얼마나 사람을 행복하게 하는지 모른다.

이니스프리 호수섬에 가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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