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 세상에서 살아가려면
세 가지를 할 수 있어야만 하지.
유한한 생명을 사랑하기.
자신의 삶이 그것에 달려 있음을 알고 그걸 끌어안기.
그리고 놓아줄 때가 되면 놓아주기”
메리 올리버의 [블랙워터 숲에서] 중
‘메리 올리버’ 라는 시인을 아는 사람이 몇 명이나 될까요?
미국의 많은 대학생들이 자신의 서재에 붙이고 자주 읽는 시가 바로 ‘기러기’입니다. 그녀의 시를 읽다보면 여러 가지 생각들이 기러기처럼 날아드는 것을 경험합니다. 가끔 하늘의 기러기를 바라봅니다. 대열을 지어 브이자의 형태로 날아가는 기러기들을 보면 저런 새를 지으신 창조주의 오묘한 손길을 생각합니다. 비행기가 날아와도 기러기는 그 대형을 흩트리지 않고 자신들의 자존감을 유지합니다.
기러기를 통해서 어떤 경영학자는 ‘리더쉽의 법칙’을 발견하기도 합니다. 어떤 미술가는 ‘아름다운 비행’을 그립니다. 어떤 음악가는 ‘기러기의 울음소리’를 음악에 담기도 합니다. 그런데 시인은 기러기의 심장소리도 들을 만큼 예민한 감각으로 조심 조심 시어를 생산합니다.
시인은 생산자입니다. 바로 ‘언어생산자’입니다. 언어학자는 아니지만 아름다운 ‘조어(造語)’를 만들어냅니다. 마치 창조주의 솜씨를 물려받은 듯 무엇인가 ‘창조적인 터치’를 해 냅니다.
늘 내 서재에는 시집들이 넘쳐납니다.
약 350여권의 시집이 있습니다. 그 중에 매리 올리버의 시집도 있습니다. 그녀의 시집을 만난 것은 5년전 이었습니다. 한국에는 그리 알려져 있는 인물이 아니었는데, 광화문 교보빌딩에 걸린 그녀의 싯구에 끌렸습니다.
바로 ‘우주가 우리에게 준 두 가지 선물’입니다.
바로 질문하는 능력과 사랑하는 능력입니다.
"이 우주에서 우리에겐 두 가지 선물이 주어진다.
사랑하는 능력과 질문하는 능력.
그 두 가지 선물은 우리를 따뜻하게 해주는
불인 동시에 우리를 태우는 불이기도 하다"
그녀의 시집 ‘휘파람 부는 마음’에 나온 시입니다.
책을 사지 않는 사람들에게도 그녀의 시집만큼은 사라고 강요합니다. 그녀의 깊은 통찰력과 이해력에 놀라곤 합니다. 영감이 부족한 사람은 그녀의 시를 통해서 영감의 통로를 얻을 수 있습니다. 믿음의 부족한 사람은 그녀의 시를 통해서 믿음의 진정성을 발견할 수 있습니다.
메리 올리버는 83세를 일기로 세상을 떠났습니다. 그렇지만 그녀의 시는 우리 주변에서 여전히 날아다닙니다. 마치 기러기처럼 말이죠.
나는 사람들의 수준을 생각합니다. 지적 수준이 아니라, 교양의 수준을 말합니다. 시와 음악, 미술을 가까이 할 수 있는 그런 교양(liberal arts)의 수준을 생각합니다.
그런데 나이가 많아서 나는 그런 리버럴 아츠를 하기에는 무리라고 여기는 ‘헛된 편견’을 가진 사람들이 많습니다. 그러면 그런 데로 내버려 두어야 합니다. 결국 나 자신이 선택한 삶의 방식대로 우리는 살아가는 것입니다. 위에서 매리 올리버의 ‘블랙워터 숲에서’ 시에 나온 것을 보면, 결국 인생이 ‘나로부터 시작되고, 나로 마친다’라는 것을 발견합니다. 우리의 유한한 인생에 무한한 가치를 담으려는 ‘예술적 또는 종교적' 노력이 결코 헛되지 않습니다.
시를 보면 반드시 눈으로 읽는 악습을 버려야 합니다.
소리를 내서 읽어야 합니다. 그리고 좋은 시라고 판정을 내리면 그 시를 몇 번이고 읽고 읽어서 외우는 경지에 도달해야 하고, 그 시대로 살려는 생각이 어느새 득달같이 다가와야 합니다. 한번은 ‘시’처럼 살아가야 하지 않을까요?
‘기러기’ 라는 시를 소리를 내서 읇어봅니다.
잠시 그녀의 시를 소리를 내어서 읽어볼까요.
메리 올리버의 ‘기러기’가 전하는 말
착한 사람이 될 필요 없어요.
사막을 가로지르는 백 마일의 길을
무릎으로 기어가며 참회할 필요도 없어요.
그저 당신 몸의 부드러운 동물이 사랑하는 것을
계속 사랑하게 두어요.
절망에 대해 말해보세요,
당신의 절망을, 그러면 나의 절망을 말해줄게요.
그러는 동안 세상은 돌아가죠.
그러는 동안 태양과 맑은 빗방울들은
풍경을 가로질러 나아가요,
넓은 초원과 깊은 나무들을 넘고
산과 강을 넘어서.
그러는 동안 맑고 푸른 하늘 높은 곳에서
기러기들은 다시 집을 향해 날아갑니다.
당신이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
세상은 당신의 상상력에 자기를 내맡기고
기러기처럼 그대에게 소리쳐요, 격하고 또 뜨겁게 -
세상 만물이 이루는 가족 속에서
그대의 자리를 되풀이 알려주며.
*시집 <꿈 작업>(Dream Work, 1986), 신형철 옮김
그리고 이 시를 읽었다면 반드시
나의 글에 짧지만 자신의 생각이 담긴 댓글도 부탁합니다.
그냥 스쳐가는 것이지만 잠시 붙드는 시간이 의미가 있습니다. 쿠이노스의 물리적 시간 속에서 우리는 카이로스의 의미 있는 시간을 최대한 많이 붙들어 두어야 합니다. 이제 우리는 우리 스스로 나 자신의 생을 끌어안고, 언젠가 놓아줄 나의 생을 최대한 사랑하는 시간을 많이 갖기를 소망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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