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늘 신문을 읽는다.
신문의 많고 많은 코너 중에서
나는 시 코너가 너무 좋다.
현대시나 고전시 등을 만나면
바로 가위를 가지고 오려서 스크랩을 해 둔다.
그 습관이 무려 30년이 넘었다.
앞으로 얼마나 더 할지 모르지만
이런 시를 소리내어 읽고 읽고
또 읽다 보면 어느새 시가 외워져
가슴속에 스며든다.
시는 마치 졸졸 시냇물처럼 다가온다.
하지만 그 시냇물이 큰 호수를 이루고, 강을 이루는 법이다.
조금씩 아주 조금씩
그러나 어느새 부쩍 커진 나의 심령이 된다.
[최영미의 어떤 시] [115]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
입력 2023.04.10. 03:0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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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 때 한 번
흩날릴 때 한 번
떨어져서 한 번
나뭇가지에서 한 번
허공에서 한 번
바닥에서 밑바닥에서도 한 번 더
봄 한 번에 나무들은 세 번씩 꽃 핀다
-김경미(1959~)
앙증맞고 순발력이 뛰어난 시. 꽃이 피어났다 흩날리다 떨어지는 찰나를 잡아서 언어의 꽃을 피웠다. 언어를 다루는 오랜 관록에서 우러난 군더더기 없이 깔끔한 솜씨가 돋보인다.
피는가 싶었는데 벌써 지려고 시들시들….어떤 꽃을 보고 이런 예쁜 시를 썼을까? 목련은 아닌 것 같고 개나리도 진달래도 아니고, 벚꽃이 눈앞에 하늘거린다. 비처럼 허공에 휘날리는 벚꽃이 절정으로 치닫는 요즘, 슬픔 없이 봄을 음미할 수 있으면 행복한 사람이다.
‘봄에 꽃들은 세 번씩 핀다’는 라디오 방송을 통해 처음 발표된 시다. 라디오 방송작가인 김경미 시인은 클래식 FM 라디오 프로그램인 ‘김미숙의 가정음악’에 원고를 쓰며 매일 한 편의 시를 지어 방송에 내보냈다. 생방송에 그가 건넨 원고는 ‘봄에 꽃들은 두 번 핀다/ 꽃 필 때 한 번/꽃 져서 한 번’이었는데, 방송 나간 다음 날에 길을 가다가 허공 가득 휘날리는 벚꽃을 보고는 아차 싶었고, 그래서 세 번으로 바꿨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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