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에서 온 건강, 참치의 세계사
진짜 새의 이름은 무엇인지 아는가? 바로 참새이다.
그렇다면 진짜 물고기의 이름은 무엇인가? 바로 참치이다.
참치가 물고기중에 물고기라고 여긴 것은 어려서부터 참치캔을 먹어와서 그렇다. 참치캔을 먹으면서 자란 세대가 베이비 부머이다. 거의 2,3일에 한 개 꼴로 참치캔을 먹는다. 그리고 가끔은 친한 동기들이나 사회의 지인들과 참치를 즐기는 편이다.
몇해전 일본에 방문하여 참치양식장을 가본적이 있다. 참치는 양식으로 하기에 쉽지 않은데 세계 최초로 ‘참치양식’에 성공한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인들의 참치사랑은 정말 세계적이다. 그들은 참치에 대한 기본적인 지식들도 높다. 그래서 참치의 부위들을 제대로 알고 있고, 늘 수시로 참치를 먹는 사람들이다. 우리 나라는 아직도 참치 캔?만을 소비하는 경우가 많은데 이들은 마트에 가도 참치, 횟집에 가도 참치, 집에서도 참치, 어디가나 참치 구경을 할 수 있다. 한국도 몇해전에 ‘참치양식’이 성공했다고 한다. 그래도 아직 비싸서 쉽게 먹지 못하는데 그래도 참치는 가끔씩 섭취해 주는 것이 ‘자아격상’에도 좋다.
나는 가끔 사람들에게 강의하면서 말한다.
“참치 같은 좋은 음식도 먹어보고, 루이비통 같은 좋은 옷도 입어보고, 스페인이나 프랑스등 유럽 여행지도 가보라”
다른 말로 하면 인생은 짧은데 아끼고 나면 후회만 남더라는 것이다. 나의 몇몇 선배들이 돈을 과도히 아끼다가 결국 써보지도 못하고 저 세상으로 ‘영원한 여행’을 갔던 것을 보면서 생각이 바뀐 것이다. 그래서 사치나 낭비가 아닌, 적당히 제대로 돈을 쓰야 하고, 제대로 자신의 자아를 격상시킬 수 있는 순간도 있어야 우울해지지지 않는다. 오늘은 이 참치의 바닷속으로 풍덩해보자.
<“너희가 참치(TUNA) 맛을 알아?”>
배우 신구 선생님이 자주 하는 말이
"너희가 게 맛을 알아?"가 있다.
나는 여기서 "너희가 참치 맛을 알아?" 라고 패러디하고 싶다.
우리가 보통 참치라는 것을 말할때는 ‘참다랑어’라고 이해하는 것이 좋다.
일본인들이 참다랑어를 - 마구로라고 부른다. 그런데 이러한 참다랑어도 북방참다랑어가 있고, 남방참다랑어가 있다. 일본인들은 저자를 ‘혼마구로’라고 부르고, 후자를 ‘미나미마구로’라고 부른다.
보통 우리가 참치라고 부르는 것은 원래 다랑어이다. 다랑어는 고등어과에 해당하며, [바다의 닭고기]라는 별명을 갖고 있다. ‘참치’라는 명칭은 해방 후 해무청 어획 담당관이 당시 ‘참치’가 동해 연해안의 사투리라는 사실을 모르고 기록함으로써 시작되었다.
참치가 최대 자라면 몸길이 3미터 몸무게는 680킬로미터나 나간다. 몸은 유선형이고 살이 탱탱하고, 머리는 원뿔모양이며, 꼬리자루는 가늘다. 몸빛깔은 등쪽이 청색을 띤 검은색이며 배쪽은 흰색이다. 몸 옆구리에는 연한 노란색 띠가 가로로 그려져 있다.
참치잡이는 주로 여름철이 성수기다. 보통 한해동안 엄청난 양의 참치가 잡힌다. 참치는 만들 수 있는 요리는 상당히 많다. 필리핀에 갔더니 참치요리만 100가지 이상이라고 한다.
<고래와 더불어 바다의 로또, 참치>
참치가게를 들려서 식사를 하면 여러 가지 이야기들이 있다.
“최고급 참치는 일본인들이 먹고, 중저급은 한국인이 처리한다” 틀린 말은 아닐 것이다. 식도락가는 물론 일반인들도 참치를 먹는데 참다랑어 한 마리에 수천만원씩 거래되면서 고래와 함께 ‘바다의 로또’ 라고 불리운다. 전체 참치 생산량중 겨우 1%도 되지 않는 희소성이 높은 생선이다.
원래 일본에서도 “고양이도 건너뛰는 생선”이라는 별명이 붙었지만 냉동냉장기술이 발달하며 먹을 만한 최고의 횟감이 된 것이다. 일본인들의 식탁에서는 참치요리가 빠지지 않고 나올 정도로 인기가 많다. 그러다보니 참치의 가격이 천정부지로 오르는 것이다.
2020년 1월 일본 도요스 시장에서 참치 한 마리가 경매로 올라왔는데 몸무게 278킬로의 ‘거대참치’를 일본의 20년 경력의 어부가 혼슈 바다에서 잡았다고 한다. 무려 가격이 34억원이다. 세계 제 1의 참치소비국인 일본에서도 무게가 150킬로 이상 나가는 참치는 채 1%도 되지 않는다. 그런데 278킬로의 참치가 잡혔으니 이는 ‘바다의 다이아몬드’라고 불러도 좋겠다. 하여간 일본인들은 ‘참치에 대한 광적인 민족’이다.
그래서 고가에 거래되는 참다랑어는 과도한 어획으로 자원이 고갈돼 세계적으로 어획량을 제한하는 등 규제도 강화되고 있다. 그런데도 일본인들의 참치사랑이 대단하다. 이들의 국민성은 겉으로는 착실해보이나 이면에는 추해보인다.
그런데 우리가 먹는 참치들은 ‘무한리필’로 시식이 가능하다. 그것은 바로 일본인들이 먹지 않는 참치를 우리나라 사람들이 먹기 때문이다. 다랑어는 회로 먹을 수 있는 부위가 몸 전체의 60%이다. 머릿살과 아가미 바로 뒤쪽의 가마살은 쫄깃한 식감을 자랑한다. 뱃살과 등살은 고소하고 기름진게 특징이다. 일본인들은 기름기가 넘쳐나는 참치 뱃살을 최고의 횟감으로 생각한다.
우리가 이렇게 먹는 좋은 부위도 일본인들에게는 도리어 찬밥신세이다. 예전에 동원참치에서 참치를 한배 일본에 갖다 주면 일본은 ‘동원리믹스’라고 하는 카메라를 작은 소형 트럭만큼 가져왔다고 한다. 지금은 상당히 역전된 모양이다.
우리가 최근에 일본제품 불매하면서도 여전히 자존심이 상하는 부분은 바로 이러한 부분이다.
<다랑어의 역사>
다랑어잡이 세계 1위는 한국이다. 한국의 농수산물 가운데 수출 1위이다. 그만큼 원양어업 분야에서 일본보다 앞서가고 있다. 다랑어의 역사를 알아보자.
선사시대 한반도 조개무지에서도 다랑어의 뼈가 발견된 것을 보면 다랑어가 우리 바다에서 잡힌 것도 오래전이다. 그러나 대양에서 쉬지도 않고 빠른 속도로 움직이는 참다랑어를 잡는 일은 극히 어려웠고, 참다랑어의 회유 한계선도 한반도 남쪽이서 쉽게 만날 수 없었다. 한국인들이 다랑어를 실질적으로 먹기 시작한 것은 아마 참치통조림이 소개된 1980년대 이후로 봐야 한다.
한국에서는 이승만 대통령이 “이게 진짜 생선중의 생선이다”라고 하여 ‘참치’라고 붙였다고 하는데 그리 신빙성이 없다. 우리나라에서 과거에 부르는 참치는 원래 ‘이면수’라는 물고기라고 한다. (북한의 조선말대사전)
원래 참치의 이름 tuna는 고대 그리스어 thunnus 투누스에서 파생한 것이다. 동티모르에서 4만 2000년전의 참치뼈가 고대 유적에서 출토되었는데 물고기뼈 유몰로는 가장 오래된 것이기에 선사시대부터 인류가 참치를 사냥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큰 몸집에 영양까지 풍부하니 맛과 함께 생존에도 아주 중요한 식재료였을 것이다.
참치를 가장 즐긴 민족은 고대 로마인이다. 로마 어부들은 지중해로 배를 타고가 참치를 작살로 잡았으며, 그 기술이 발전에 인류 최초의 고래잡이도 가능했다. 그 당시 로마는 참치를 잡아서 대부분 염장을 하여 로마 전역에 택배?로 보내었다. 화산 폭발로 폼페이 유적지에서는 참치로 소스를 만들어 먹은 흔적도 있다. 이를 한마디로 하면 ‘로마는 참치의 제국’이었다. 그래서 나도 평소 로마에 관련된 연구는 흥미롭게 공부하는 편이다.
미식의 나라 프랑스에서도 참치는 최고급 생선요리로 대접받았다. 19세기 파리의 미식가들은 참치 오믈렛으로 아침을 열고 참치 스테이크로 하루를 마감했다고 한다. 이런 글을 쓰면서 귀족이나 돈많은 인간들의 탐식을 많이 느낀다. 인간의 역사는 사실 ‘탐식의 역사’이다.
1970년대 수산업이 발달한 노르웨이에서 최초로 참치캔을 선보였다. 캔이 등장하기전에는 유리병에 담아서 유통을 했다. 현재 통조림 참치의 최대 소비국은 미국으로 52%를 샌드위치에 사용한다.
<2차 대전 진주만폭격과 참치>
아니 2차 대전의 진주만 폭격과 참치가 무슨 상관인지 모를 것이다. 인류의 역사는 전쟁의 역사이다. 이 전쟁의 역사에서 중요한 것은 잘 먹어야 이긴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 전쟁에서 이기면 얻는 것이 바로 ‘더 많은 식량과 더불어서 자원의 획득이다’ 그 획득방법이 잔악하고 비열해서 그렇지 이 전쟁은 여러 가지 과학기술만 아니라 음식과 요리 분야에서도 새로운 생존수단을 발전시켰다.
참치는 원래 동서양이 외면받던 생선이었다. 보관방법이 수월하지 않아서 그런 것이다. 그러나 1차 대전 이후에 참치에 대한 보관이 수월해졌다. 염장만 아니라 통조림으로 하여 신선하게 보관할 수 있었다. 그 통조림의 발명도 실은 나폴레옹의 아이디어에서 나왔다. 그는 ‘전투식량’의 중요상을 발견하고 오랫동안 음식을 보관하는 기술을 찾았는데 처음에는 병통조림이 되었고, 나중에는 캔 통조림으로 발전하였다.
그런데 ‘진주만’하고 무슨 상관이 있는가? 라고 의문이 들지만 일본은 진주만을 폭격하고 도리어 참치라는 귀한 생선을 본격적으로 맛보게 된다. 미국인들의 전투식량인 참치를 보면서 그들 나름의 날것문화(스시문화)에 참치를 적용하였다.
일본의 패전후 하와이에서 물러난 일본이 미국으로부터 얻어 간 것이 있다면 바로 ‘참치’였다. 비록 전쟁은 졌지만 그들은 참치라는 거대한 식문화를 가져간 것이다. 결국 참치의 식문화는 미국에서 일본으로 이향되었다.
최근에는 일본이 참치양식에 성공하여 대량으로 일본인들에게 참치공급이 가능
해졌다. 인류는 사실 전쟁의 연속이지만 알고보면 물전쟁, 식량전쟁, 자원전쟁의 성격으로 진행되고 있다. 이제 ‘참치전쟁’은 제 2라운드로 들어섰다.
<극한직업 참치 하역사>
참치 하역작업이 최고의 극한 직업중에 하나라는 것을 아는가? 영하 60도 정도의 냉동 운반선에 얼린 참치를 창고로 옮기는 직업을 말한다. 냉동참치는 하역작업에서 떨어뜨리기라도 하면 자칫 대형사고로 이어진다. 부산에서 영하의 날씨와 싸우는 참치 하역사들의 일상을 영상으로 본 적이 있다.
보통 참치 1마리의 무게는 40킬로가 넘는다. 꽁꽁 얼어붙은 참치의 무게는 그 두배에 달한다. 그 과정에서 참치 더미가 우르르 무너져 깔리는 사고가 가끔 발생한다. 이들은 단 한순가도 긴장을 늦추면 안된다. 이러한 하역사가 있기 때문에 우리는 참치요리를 편안하게 먹고 있는 것이다.
<생선의 종말 - EBS 다큐프라임>
예전에 제작기간 2년의 빅 피시를 찾아서 대장정을 하는 다큐를 본 적이 있다. 제목이 [생선의 종말]이다.
여기를 보면 참치가 제일 먼저 등장한다. 무엇이든 덩치큰 동물들은 언제나 멸종의 위기를 제일 먼저 맞는다. 고래나 상어가 대표적인 동물이다. 그 다음으로 참치를 꼽는다.
이 [생선의 종말]에 등장한 ‘빅 피쉬’는 참치, 대구, 연어이다. 인간과 친밀한 물고기이지만 남획과 환경오염으로 인하여 사라질 위기를 조명한 프로그램이다.
그 1부가 바로 ‘신의 물고기, 참치’이다. 사실 바다속에서 최상위 포식자에서 이제는 전설의 물고기로 등장한다. 일본에서는 이 참치를 잡으려고 온갖 어부들이 도전을 한다. 그러나 참치를 잡는 다는 것은 하늘의 별따기보다 어려운 하늘의 별달기이다. ‘황금물고기’ 라고 불리우는 참치, 이제는 무분별한 남획으로 서서히 우리 곁에서 사라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에 중국인들이 참치 맛을 들이더니, 이제 중국도 ‘참치소비’가 급증하고 있다고 한다. 조만간 일본을 제치고 세계 최대의 참치소비국이 될 것이다. 그러면 더욱 참치의 남획이 늘어나게 될 것이고, 언젠가는 우리 곁에서 참치를 못볼날도 멀지 않았다. 결국 인간의 역사는 ‘탐식의 역사’다.
<월드 참치왕 김재철 회장>
참치의 세계사는 참치를 찾아서 세계를 누비며 참치로 대성(大成)을 거둔 참치왕 김재철 회장을 소개하려고 한다.
나는 20대 시절에 MBA를 하면서 김재철 회장에 대한 이야기를 몇 번 케이스 스터디로 해본 사람이다. 동원참치 회사를 동원그룹으로 키운 인물이며, 한국에서 가장 존경받는 경영자중에 하나이다.
그는 ‘어선 한 척으로 창업하여 미국과 아프리카에 이어 세계시장을 석권한 인물’이다.
1935년 전남 강진 출생자이며, 그는 서른다섯까지 마도로스의 삶을 살았다. 국립 수산대학교를 졸업하고 원양어선을 타고 전 세계를 누볐다. 1969년 일본에서 작은 원양어선 한 척으로 사업을 시작했다. 처음부터 거창하게 기업가적 성공을 꿈꾼 건 아니다.
그는 원양어업에 대한 지식을 물론이고 참치가 어떻게 생긴지도 모르고 선원들을 데리고 업을 개척했다. 그렇게 꾸역꾸역 자본을 키워서 1982년 참치 통조림을 만들어냈다. 그게 지금의 동원 참치캔이다.
그의 경험대로 하면 참치 통조림은 국민 일인당 소득이 3000달러를 넘어가면 시장이 조성된다. 동원은 한국인의 경제적 성장과 더불어서 커왔다. 마도로스 김재철 회장은 원양어업을 개척하고 참치 어획을 시작해 이를 통조림으로 가공하는 사업적 가치사슬(Value Chain)을 완성한 인물이다.
동원은 사업을 수산과 식음료에 국한하지 않고 나중에는 금융과 제조업 등으로 확장했다. 그는 나중에는 여생을 사회에 환원하겠다면서 무역협회 회장을 연임하는 등 대외활동에도 전념했다.
김회장은 최근에 국내가 아닌 해외를 바라보면서 세계 최대 참치캔업체인 ‘스타키스트’를 3억 6300만 달러에 인수하는데 성공했다.(4천억). 적자에 빠져 미국 최대 식품기업인 델몬트도 어쩌지 못하던 회사였다. 그가 1963년 처음으로 배를 빌려 23일을 항해해 도착한 곳이 남태평양 사모아였고, 그곳의 세계 최대 스타키스트 공장에 참치를 납품해 돈을 번 것이다. 그는 그 당시에 너무나 부러운 눈으로 바라본 회사였는데, 그 꿈의 회사를 그는 45년만에 자신의 휘하에 둔 것이다.
김회장은 동원참치의 가공 노하우를 이전해 원가를 절감하고 인수 1년만에 스타키스트를 스타회사로 변모시켰고, 2019년 400억이 넘는 순이익을 낸 것이다. 그리하여 그는 전 세계에서 가장 저명한 ‘참치왕’으로 등극하게 되었다. 이제는 참치 캔을 제작하는 세계 1위 캔업체인 ‘칼보’를 인수할 준비를 하고 있다. 최근에는 그의 평전이 나왔다.<공병호 작가, 21세기북스>
“한 사람의 일생을 책으로 엮는다면 그 두께는 과연 얼마나 될까?”
“1000페이지의 책이라면 그 양이 적당한가?”
그런데 <<김재철 평전>> 동원그룹 창업주 김재철 회장의 일대기는 1000페이지가 다 되는 책이다. 이 책을 읽어볼 기회가 있다면 좋겠다. 그는 최선을 다하여 살았고, 최선을 다하여 산 결과는 최고였다. 우리도 마찬가지이다.
“나는 지금 무엇을 하고 있는 건가?”
“나는 지금 이렇게 살아서는 안 될 것 같다.”
“지금 당장 결심하고, 무엇이든 실행에 옮기지 않으면 안돼!”
“이 책은 자양 김재철 이라는 인물의 평전(評傳)이지만
우리가 어둡고 가난했던 시절, 그 고단했던 시절을
힘껏 살아냈던 아버지 세대에게 바치는 헌사(獻詞)이기도 합니다.“ 라고 서문에 쓰여 있다.
‘참치왕’ 김재철 회장
그는 전세계 5대양 6대주에서 가장 빛나는 이름을 가진 사람이다.
참치의 세계사를 작성하면서, 이번주는 참치집에 가서 참치가게 주인과 대화하면서 시식을 하련다. 그리고 김재철 회장의 평전도 구비하여 읽어보련다. 감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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