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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뭇잎 책갈피
대학시절로 거슬러 올라간다.
책을 읽다보면 책페이지의 모서리를 접곤 하였는데,
책갈피를 꽂아 넣으니 보기가 좋았다.
당시는 대학서점에서 주로 책을 구입하고
코팅한 줄이 있는 책갈피를 자주 꽂았다.
책갈피는 작고 아담해야 좋다.
그리고 색실을 위에 달아 놓아야 제격이다.
책 한권에 하나씩만 꽂아 놓지만, 두.세개를 꽂아 놓아도 좋다. 책을 순서대로 읽고, 읽고난 지점에 꽂고 다음을 기약한다.
책갈피도 여러가지 모양이다.
비닐로 만들기도 하지만,
금박이나 은박을 두르고 만든 책갈피도 있고
우드로 만든 책갈피도 있다.
나는 심지어 행운의 2달러를 책갈피로 넣기도 하였다.
그렇게 거의 모든 책들에 책갈피를 해두었다.
그런데 나는 어느 해 부턴가 나뭇잎 책갈피를 넣게 되었다. 나무중에서도 단풍잎으로 된 것도 좋고,
갈잎으로 된 것도 좋다. 큰 책은 플라타나스잎이나, 감나무잎으로 해도 좋다. 아니면 풀잎으로 해도 흥취가 난다.
책갈피도 마른 나뭇잎으로 하면 금새 건조해져서 부스러지기 일쑤다그래서 아직은 수분이 남아 있는 생잎으로 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모은 나뭇잎 책갈피가 2000여개는 되는 것 같다.
많은 책갈피들이 주로 여름과 가을에 난 잎들을 대상으로 한다. 가을은 낙엽이 되어가기 때문에 책갈피로 만들면 예쁘다. 낙엽이 밟히기 전에 아직은 생기가 남은 것들로 책속에 꽂는다.
다시 책을 보면 꽂아 놓았던 나뭇잎들이 보이기 시작한다.
그러면 그 책에 꽂았던 시기도 생각한다.
이 책은 작년 가을 11월, 저 책은 제작년 가을 10월 ...
첫째 딸이 요즘에 책을 읽기 시작한다.
독서가 취미인 아이라서 감사하기도 한데,
아빠가 집어 넣은 나뭇잎 책갈피가 예쁘게 보이나 보다.
그래서 그런지 자신의 책에도 아파트에서 난 나무의 잎사귀를 가져다가 꽂아두는 버릇이 생겼다.
며칠전에도 막내를 유치원에 데려다주고,
학교주변의 나무에 매달린 몇개의 잎새를 따다가 다시 여러 책들에 꽂아 놓았다.
나뭇잎으로 된 책갈피는 나무에서 나온 것이고, 종이도 나무에서 나온 것이기에 잘 어울린다.
최근에는 종이를 예쁘게 잘라서, 세로로 캘리그라피를 해서 책갈피를 넣기도 한다. 색깔있는 종이에 작은 소붓으로 글씨로 수를 넣는다.
주로 넣는 문구는, 추사 김정희 선생의 [책은 여행이다] 이나, [책속에 길이 있다]이다. 아니면 성경구절도 넣는다. 몽테뉴의 [수상록]의 구절도 넣는다. 소로의 [월든]도 넣는다.
책갈피를 나처럼 많이 가지고 있는 사람도 드물 것이다.
그만큼 책과 더불어 책갈피에도 애착이 많다.
책은 읽어야 하는 것이기도 하고 장식역할도 한다.
그 책에 머리핀 하나 더 꽂아 넣는 기분으로 책갈피를 넣는다. 책갈피에 담긴 소소한 애정이 나에게 있다.
오늘도 낙엽이 더 되기 전에 나무잎들을 따서 아끼는 책들에 꽂아 놓으려 한다.
책을 사랑한다면 이 정도 하는 일은 아무것도 아니다.
나무잎 책갈피는 책 읽은 표시도 하고, 그 책을 기억하게 하는 수단이 된다.
별 시시콜콜한 것으로 글을 쓴다고 할지 모르지만, 다양한 취미중에 하나로 보면 좋을 것 같다.
책갈피 하나를 예쁘게 꽂아 놓고, 빙그레 웃는다.
행운이 올 것 같은 기분이다.(2019년 가을에 작성한 글)
- 어느 호독자의 글 , 정상아카데미 서재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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