키로파에디아 - 크세노폰
<<키루스의 교육>>
이 글은 2016년도 인문학포럼에서 발제한 글을 중심으로 작성되었다.
필자는 기본적으로 공유주의자이다.
이 말은 지식을 공유하다는 것이 아니라 지성을 공유한다는 것이다. 평소 수많은 공유주의자들의 도움과 혜택을 많이 받았고, 고전주의자들과 과거의 현명했던 선진 지성인들의 도움도 크게 누리며 살았다. 늘 독서하면서 학문수련을 해온 나로서도 "거저 받았으니 거저 주라"는 하늘의 명령을 따를 뿐이다. 그래서 제대로 읽고, 제대로 깨우치기를 바라는 마음만 강하다.
이스라엘에 있을 때 그리스에 방문해보았다.
그리스는 철학의 본고장으로만 생각해서는 안된다. 그리스는 정치의 본고장이라고 보는 것이 더 유력하다. 아니면 정치와 철학을 융합한 [정치철학의 본고장]이라고 불러도 좋다. 그리스의 정치철학은 사실 플라톤과 크세노폰이라는 두명의 걸출한 소크라테스의 제자들의 영향력이 제일 크다고 할 수 있다. 오늘은 크세노폰이라는 다소 생소한 인물에 대해서 포괄적으로 다루어본다.
<<키로파에디아>>는 소크라테스의 여러 유력한 제자중에 하나인 크세노폰의 저작으로 유명한 작품이다.
이 저서의 특징은 바로 페르시아의 왕 [키루스] 라는 인물의 교육을 말하고 있다. 아울러 정의란 무엇이며, 리더란 누구인가?를 심사숙고하게 하는 명저라고 할 수 있다.
크세노폰(Xenophon, 430~354 기원전)은 "좋은 삶은 곧 좋은 정치에서 나온다"라고 주장을 했고, 가장 이상적인 모델로 페르시아의 키루스를 꼽았다.
그는 플라톤과 달리 장군(General)이면서 정치가였다. 군인정치가로서 크세노폰은 현실정치의 가장 이상적인 정치적 지혜인 Phronesis(포로네시스- 신중함의 원칙)을 가진 인물로 키루스 대왕을 뽑은 것이다.
실로, 2500년이나 지난 이 정치철학사가 지금도 시공을 넘어서 위대한 명저라고 불리우는 것은 그리 놀랍지 않다. 이 책을 읽어보면 여실히 이를 발견하고도 남음직하다.
한국에서는 최근에 연세대학교 신과대학 김상근 교수가 [군주의 거울, 키루스의 교육] 이라는 책으로 소개하였고, 직접 강의하면서 아포리아(혼돈) 시대의 인문학을 펼쳤다.
키루스 대왕은 헤로도투스의 [히스토리아, 역사]에서 제 1 첫장에 등장하는 인물이다. 헤로도투스도 그의 인물됨을 얼마나 숭상하고 높이 치하했는지 여실히 보여준다.
근대에 와서 헤겔과 니체의 정치사상과도 연결되어진 인물이 바로 키루스이다.
정치철학을 살펴보면, 헤겔은 관념론자로서 플라톤적인 전통을 따르고, 비교적 [철학적 현재화]를 강조한 니체는 크세노폰적인 전통을 일정 따랐다.
니체의 위버멘쉬 - 초인사상에 등장하는 인물인 짜라투스트라가 페르시아의 선지자이다. 서구정신사에서 키루스와 더불어서 짜라투스트라는 모두 [교육이 중심]이라는 생각과 더불어서 해방과 자유를 외친 인물이라는 점에서 공통점을 형성하고 있다.
발표자의 입장에서보면 "키루스라는 인물을 왜 한국에서는 그리 중시여기지 않는가?"에 대한 의문점이 생긴다. 일단 키루스라는 정복자가 과연 위대한 교육의 모델로서 적합하지 않을 것이라는 심리적인 거리두기가 강하다고 볼 수 있다.
키루스의 위상
그는 이란인들에게는 건국의 아버지로 불리운다. 아케메네스 왕조의 시조로
페르시아 제국을 건설하였다. 그런데 더 놀라운 것은 그가 성경인물중 하나라는 것이다. 성서 이사야서 에서는 키루스를 고레스(Kores) 대왕으로 부르면서, 바벨론의 이스라엘 포로들을 석방한 관후인자한 대왕으로 기록하였다.
또한 인류최초의 인권현장을 만든 인물이라는 것이다.
[군주론]을 저술한 저 유명한 마키아벨리의 책에 보면, "키루스는 자신의 실력만으로 위대한 군주가 된 전형적인 인물"이라고 평가한다.
여기서 나는 [한명의 위대한 인물이 나오려면 어떠한 교육이 필요한가를 고민]하게 한다.
크세노폰의 저작에서 보면,
"그는 매우 잘 생겼고, 아주 관대하고, 배우는데 매우 헌신적이었으며, 야망이 큰 사람이어서 칭찬받기 위해 온갖 힘든 일을 견뎌내고, 모든 위험을 극복하였다"(53p)
그는 궁중교육과 인생교육을 같이 받은 인물이다.
성서에서보면 출애굽기(Exodus)에 모세는 이집트 왕자였으나, 살인죄를 저지르고 광야로 도망간다. 거기서 40년을 유리 방황하며 고생하였지만 위대한 이스라엘의 목자요 지도자로 거듭나게 된다. 마찬가지로 키루스도 그런 과정을 거친 인물이다.
이 책은 총 8권으로 구성되어 있다.
키루스의 어린 시절부터 제국을 건설하기 까지의 험난한 여정과 그리고 그의 죽음으로 마친다. 한편으로 크세노폰이라는 그리스의 지도자가 페르시아의 키루스 왕을 위해 위대한 전기문을 작성했다는 것도 놀라운 일이다. 그만큼 키루스는 페르시아에서나 그리스에서나 숭경을 받았던 인물임에 틀림없다.
관후인자한 인물 키루스
성서 이사야서에 의하면 바벨론 유수기 이스라엘 포로들을 해방시키고 예루살렘으로 귀환시킨 인물이다. 그래서 이스라엘인들로부터도 숭상을 받는 인물이 된다. 그가 이스라엘 백성들을 70년 포로생활로부터 해방시키게 된 것을 [고레스의 칙령, 혹은 키루스 실린더]이라고 부른다. 참고로 키루스 실린더는 영국의 [대영 박물관]에 소장되어 있다.
"내 종 야곱과 나의 택한 이스라엘을 위하여 내가 너(키루스 대왕)를 지명하여 불렀나니, 너는 나를 알지 못하였을지라도 내가 네게 이름을 주었도다" (이사야 44장 24,25)
키루스는 자신을 따르는 자들에게 자신의 가진 것을 모두 나누어 주는 나눔의 리더쉽을 가진 사람이었다. 그는 제왕적 리더쉽의 대명사라고 불리운다.
유엔의 인권선언 제 1조에 보면 다음과 같은 키루스의 말이 나온다.
"모든 인류는 자유롭고
평등한 존엄성과 권리를 가지고 태어났다.
(이 대목이 키루스의 인권선언)
천부적 이성과 양심을 지니므로 형제애로
서로를 대해야 한다."
이상적인 군주 키루스
이사야 53장 1절
"여호와께서 머리에 기름을 부으신 하나님의 사자였다."
에스라 1장
"바사왕 고레스(페르시아왕 키루스)의 마음을 감동시키매 그가 온 나라에 공포도 하고"
코란에는 나오지 않지만 이슬람의 전승에 따르면, 다니엘이 그의 외삼촌으로 등장한다고 하는데, 별 학문적 근거는 없다. 신화를 만들기를 좋아하는 속성의 산물이다.
카르타고의 명장 한니발과의 전투에서 승리한 스키피오 아프리카누스(B.C. 236-183)는 전쟁시마다 [키루스의 교육]을 항상 지참하였다고 한다. 그래서 키루스는 스키피오에게 자신의 지혜와 용기를 성찰하게 하는 군주의 거울이면서 탁월한 리더라고 추앙을 받은 것이다.
키루스 대왕은 제왕이 되기 위해서는 제왕의 리더쉽을 배우고, 익히며, 수련해야 한다는 것을 몸소 모범을 보인 인물이다. 그에게 있어서 정의(디카이오스네), 절제(소피로시네), 전쟁의 기술, 그리고 영예의 평등(호이 이소토모이)이 중요한 삶의 덕목이었다.
정의, 절제, 전쟁이 기술은 어느 정도 이해가 가능하지만, 영예의 평등은 이해가 가지 않아서, 잠시 설명을 한다. 여기서 [영예의 평등]은 왕정시대에도 궁중의 귀족과 군대와 영광을 같이 나누어야 하나, 지금의 현대 민주주의 체제에서는 국가의 지도자는 국민들과 영광을 같이 해야 한다는 개념이다.
"최고의 인물에게는 최상의 보상을, 게으르고 사악한 자들은 잡초를 제거하듯이 제거해야 한다" 라고 키루스는 주장한다. (Cyropaedia,2.2) 그래서 능력주의에 기초한 인적자원관리를 통해서 제국의 영토를 확장해나간 것이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러한 리더쉽을 [배분적 정의 distributive justice] 라고 불렀다. 이를 쉽게 말하면, [평등주의 리더쉽]이다.
자발적 복종
좋은 팔로워십은 키루스 대왕의 리더쉽의 핵심이다. 리더쉽은 군주의 통치술이다. 이 통치술에서 제일 좋은 측면은 바로 자기를 따르는 사람의 자발적 복종 Willing Obedience 이다. 필자는 경영학박사까지 공부를 하면서, 전공을 [조직학과 인적자원관리]를 하였고, 역사상의 리더쉽과 관련하여 포괄적으로 연구해지만 모세 리더쉽과 더불어서 키루스의 리더쉽이 아주 탁월한 리더쉽의 형태를 보여주고 있다는 것을 발견하였다.
"공포와 인치, 두려움에 의해 통치되는 노예같은 추종자들보다는 법치와 친절, 자비로운 베품의 덕성을 가진 자유인들로부터 자발적인 복종을 이끌어 내었다."(키로파에디아의 한 대목)
리더쉽을 그리스어로 [비르투] 라고 부른다. 현대조직이나 현대국가에서 필요한 리더쉽의 상층부에는 바로 이러한 자발적인 복종이 중요한 위치를 차지한다. 그리스에서는 바로 "사람이 따르는 리더"를 비르투를 가진 리더로 불렀다.
키루스는 본성적으로 지배받길 싫어하는 인간을 자발적으로 복종하도록 하는데 성공한 인물이다. 그는 신과 같은 존재(a god-like king)였으며, 신이 인간을 완전히 지배하듯이 자신의 신민을 완전하게 지배하였다고 할 수 있다. 그리하여 그는 그것을 자신 스스로에 대한 교육과 추종자들의 교육을 통해 이룩한 것이다. 그는 모든 페르시아 사람들만 아니라 이방인들까지도 [친구]로 만들어 고대 세계 최대의 제국을 건설한 탁월한 제왕의 비르투를 가진 인물이었다.(이동수, 2005)
노자의 [도덕경]에 보면 4부류의 지도자가 나온다. (이는 도덕경을 살펴보면 잘 알 수 있다)
마키아벨리의 군주론 14장에 의하면 키루스의 리더쉽을 4가지로 나누어 말한다.
절제, 선의, 인간미, 관용 등의 덕목을 제대로 갖춘 리더중의 리더로 묘사한다.
정복왕 알렉산더 대왕은 동방원정을 하면서 크세노폰의 이 저작을 가지고 왔다고 전해진다. 그리고 페르시아를 정복하고 지금의 이란 파사르가다에 있는 [키루스의 무덤]에 자신의 망토를 걸었다. 그리고 키루스를 향하여 [필로쿨로스] 라는 말을 남긴다. 이 '필로쿨로스' 라는 말은 [위대한 친구]라는 뜻이다.
발표자는 Friend 라는 말을 다음과 같이 나누었다.
Friend
Free 자유로우며
Remember 언제나 기억에 남으며
Idea 항상 생각할 수 있고
Enjoy 같이 있으면 즐겁고
Need 필요할 때 옆에 있어주고
Depend 힘들 때 의지할 수 있는 급시우(제때에 내리는 비)같은 존재
*급시우는 수호지에 나오는 리더 [송강]의 다른 호칭이다.
또한 지도자가 될 사람은 늘 자기 성찰을 통해서
리더의 자질을 키우고 식견과 지혜를 만들고 다음어야 한다는 것이 크세노폰의 촉구였다. 그래서 군주는 늘 거울을 보아야 한다.
발표자의 촉구는 이것이다.
혼자 살 것인가? 아니면 함께 살 것인가?
과거에 살 것인가? 아니면 미래를 아우리는 현재를 살 것인가?
그 해답의 길을 잘 제시하는 책이 [키루스의 교육 - 키로파에디아] 라고 적극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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