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 청년의 해외 여행기
한국의 코페르니쿠스 담헌 홍대용 이야기
담헌 홍대용에 대해서 아는 이들은 교과서를 통해서 일 것이다. 그저 실학자들 중에 하나이거나, 중상학파의 한 사람으로 기억할 것이다. 담헌 홍대용은 충청도 천안 사람이다. 그는 그 유명한 추사 김정희 선생의 고모부가 되기도 한다. 충청권에 살면서 담헌 선생에 대한 글과 그의 업적에 대하여 접할 기회가 있었는데 참으로 놀라운 실학자요 사상가라는 것을 발견하게 되었다. ‘한국의 코페르니쿠스’라는 별호를 가질 정도로 뛰어난 과학자였다.
그는 조선조 주류학문인 주자학을 익히기도 하였지만, 다방면에 관심이 많았다. 그래서 그는 주자학, 양명학, 실학, 경세학, 음악, 과학, 예술 등 ‘팔방미인’이었다.(#박지원의 글에 의하면, ‘담헌은 조선 거문고의 명수’라고 극찬하는 대목이 나온다.) 그에 대한 자세한 글은 여러 논문과 자료에 실려 있는 바, 필자가 기술할 것은 조선 청년의 해외 여행기를 담고자 하는 것이다.
이백여 년 전 조선 영조 때, 호기심이 많은 청년 홍대용은 북경(연경) 여행을 꿈꾸었다. 당시 북경은 청나라의 수도로서 전 세계의 많은 사람들이 오가는 세계적인 명소였다. 청나라 사절단인 작은 아버지 홍 억의 도움으로 그는 절호의 기회를 얻게 된다. 당시의 여행은 준비부터 시작하여 대단히 오랫동안 가야 하는 길이었다. 연행길에 많은 난관과 어려움들이 존재하였다. 그는 이 여행을 그저 청나라 구경가는 단순한 관광이 아니라 진정한 견문과 지평을 넓히는 일이라고 마음을 먹고 치밀하게 준비를 하였다. 그래서 앞서 여행한 사람들의 여행기를 모두 찾아 읽었고, 중국어에 능통한 역관에게 중국어를 익혔다. 그러고는 중국 땅에 들어가자마자 일부러 중국어만 구사하였을 정도로 열정이 가득 찼다.
필자는 홍대용에 대한 여러 저술들을 보면서 그의 ‘청년정신’에 대해서 깊이 감명받은 적이 있다. 무엇인가 미지의 땅에 가는 것은 설레이고 가슴 부푸른 감격이 있다. 하지만 그러한 단순한 설레임의 감정만 가지고서는 안된다. 열정이 필요한 것이다. 청년 담헌의 열정은 반드시 무엇인가 저 땅에 가서 많은 것을 배우고 익혀 다른 사람과 조국에 좋은 밑거름이 되게 하는 것이었다. ‘젊은 그대’ 청년 담헌의 의기와 열정은 곧 북경에서 발견된다.
1765년 서울 한양에서 출발하여 두 달이 넘는 기간에 북경에 도달한 홍대용은 그곳에서 다시 두 달을 머물렀다. 그는 가장 먼저 서양 문물을 접할 수 있는 천주당(성당)으로 향했다. 아마도 예수회의 마테오리치가 세운 ‘천주당’ 이었을 것이다.
그는 그곳에서 서양화, 파이프 오르간, 망원경, 자명종 등을 보고서 놀랐다. 조선에 없는 것들이어서 신기하게 생각하기도 했지만 그는 서양과학의 힘을 보면서 놀랐다. 망원경으로 태양을 관측하였는데 흐린 날씨에 해를 보는 것처럼 눈을 깜빡거릴 필요 없이 자세히 볼 수 있음에 놀랐다. 그는 천체가 움직이는 원리를 망원경으로 살피면서 태양계에 속한 지구라는 행성이 태양을 중심으로 돌아간다는 것을 재채 확인하게 되었다. 나중에는 자신의 저서 [의산문답]에서 지구 자전설을 주장하게 된다.
또한 파이프 오르간의 구조와 조음원리를 한눈에 파악한 뒤에 조선 곡을 연주하여 카톨릭 신분들을 놀라게 한다. 파이프 오르간 연주자가 아닌데도 원리를 파악하여 조선 음악을 알렸으니 놀랄법도 하다. 이를 계기로 훗날 홍대용은 서양에서 들어온 양금 연주법을 개발하고 보급하기도 하였다. 그는 배운 것을 실행하는 -실사구시를 펼친 사람이다.
여행에서 가장 큰 소득은 단연 사람들이었다. 한 중국인이 안경을 구입하려고 애쓰던 조선의 사신단에게 자신의 안경을 벗어 주었다. 이 소식을 들은 홍대용은 감사의 뜻을 전하고자 수소문해서 그를 찾아간다. 그리고 여러 번 자리를 마련해 필담으로 깊은 대화를 나누면서 친구가 되었다. 이 필담은 서로 말이 통하지 않지만 붓으로 한자를 적어서 서로 글로 나누는 대담이나 대화를 말한다. 특히 ‘엄성’이라는 중국 관리랑 친분이 깊었는데 귀국 후에도 학술적인 교류와 우정을 이어 갔다. 홍대용과 엄성은 서로 ‘천애지기’ 로 불리웠다.
그에 대한 엄성과의 이야기를 이어간다.
조선의 홍대용(1731∼1783)과 중국 항저우 출신 한족 선비 엄성(嚴誠·1732∼1767)의 우정은 천애지기(天涯知己)라 불리며 한중 지식인 교류사의 모범 사례로 꼽힌다. 천애지기는 멀리 떨어져 있지만 서로를 알아주는 각별한 친구라는 뜻이다.
두 사람은 한 달 동안 일곱 번 만나고 평생 국경을 뛰어넘는 우정을 나눴다. 병에 걸린 엄성이 홍대용이 선물해 준 묵향을 맡으며 숨을 거뒀다는 얘기나 엄성의 임종을 전해들은 홍대용이 보낸 제문이 엄성의 2주기 제삿날에 맞춰 도착했다는 얘기는 유명하다.
이 둘 이 서로 나눈 필담과 편지가 모여져서 <<일하제금합집>>이라는 책으로 편찬되었는데 현재 북경대학교 도서관에 보관되어 있다고 한다.
그후 여행 후 방정식, 삼각함수 등 서양 수학을 깊이 이해하고 쓴 <<주해수용>>과 지구가 둥글다는 지전설을 피력한 <<의산문답>>을 통해 조선 후기 과학발전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 이를 알려면 천안의 <<홍대용 과학관>>을 가보기를 권한다.
아는 만큼 보인다고 한다. 보는 만큼 이해한다고 한다. 예나 지금이나 여행은 여행자의 인생에 한 획을 긋는다. 수많은 여행기가 있다. 하지만 내가 좋아하는 여행기는 몇 편이 있는데, 그 중에 하나가 담헌 홍대용의 <<을병연행록>>이다. 또한 박지원의 <<열하일기>>이다. 그 후 이 여행기들이 나오면서 나중에는 유길준의 <<서유견문>>으로 이어진다. 마르코 폴로의 <<동방 견문록>>이나 이분 바투타의 <여행기>에 비할바는 아니지만 조선 청년들의 의지와 비전을 다룬 여행기들을 읽어보면 얼마나 여행이 인생에 미치는 영향이 대단한지를 보여준다. 잘 쓴 여행기는 나중 수많은 사람들에게 흥분과 도전의식을 가져다준다.
담헌은 나중 박지원, 유득공, 박제가, 이서구 등에게 깊은 영향을 주었다.
나의 경우 ‘지리상의 발견’ 이라는 해양탐험사를 어려서부터 읽고 ‘책읽는 여행자’로서의 길로 들어섰다. 조선 청년이 여행길에서 마주한 설렘과 감격, 새로운 사람들과의 만남과 인연, 그리고 자신의 조국과 민족을 위한 실사구시의 노력은 지금도 어딘가에서 청년들의 가슴에서 가슴으로 이어질 것이다.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쓴 한비야 씨는 말한다.
“여행은 다른 문화, 다른 사람을 만나고 결국에는 자기 자신을 만나는 것이다”
어떤 제자 녀석중에 내 서재에 있는 <<지도밖으로 행군하라>>를 읽고서 지금은 여행사 대표가 된 녀석도 있다. 아직 30살이 되지 않았는데 50개국 이상을 다녀 온 것으로 알고 있다. 그리고 여행한 것을 반드시 여행기로 남겨서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열정을 지피고 있다. 다른 사람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사람이 된 것이다.
탈무드에 보면 최고의 선생은 [다른 사람들의 가슴에 불을 지피는 선생] 이라고 한다. 가슴 뛰는 삶을 살게 해주는 선생은 무척 적을 것이다.하지만 담헌 홍대용은 본인 스스로 가슴을 불을 부치고 멋진 여행기를 후대에게 남겼다.
그의 여행기를 읽는 청년은 또 다른 제 2, 제 3의 홍대용이 나오는 것이다.
자녀들이 있으면 여행하게 하라. 한 달이든 두 달이든 어느 한 나라에 가서 그 나라의 진면목을 다 보게 하라. 그리고 그 나라 사람들의 문화와 역사를 충분히 보게 하라. 그러면 사람이 달라져서 올 것이다. 아프리카에도 보내라. 나중에 인류를 위한 봉사자가 되어 있으리라. 아니면 어려서 <여행기>나 <탐험사>들도 많이 읽게 하라. 반드시 언젠가는 비전과 그 뜻대로 움직이리라. 내 아버지께서 초등학교 5학년 때 강제로 읽게 했던 여행기나 탐험사가 오늘날 나를 달라지게 하였던 하나의 동기가 되었다.
놀랍게도 국제천문연맹 소행성센터는 2005년 화성과 목성 사이에 새로 발견된 소행성 이름을 ‘홍대용’이라고 지었다. 연암 박지원은 나중 홍대용이 사망하자 청주에서 그의 비문을 지어주고, 그를 “시대와 불화한 위대한 인물”로 평가하였다.
마지막으로 내가 찾은 담헌 홍대용 선생의 명구중에 명구를 남긴다.
“큰 의심이 없는 자는 깨달음도 없다”
더 설명이 필요없는 지성인의 자세를 보여준 명언이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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