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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와 칼럼과 에세이

외암리 민속마을의 하늘을 닮은 꽃, 능소화

by 코리안랍비 2022. 9. 1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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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늘을 닮은 꽃, 능소화
  • 외암리 - 민속마을 - 담장아래로 피어난 - 능소화의 흐드러짐
    구글출처 이미지 - 능소화 만발



예전 신문기사에 [능소화]와 관련된 글이 있었다.
그 글을 보면서 능소화에 대하여 정리해서 올리고자 하는 일말의 소원이 생겼다.

능소화는 한 여름에 피는 꽃이다. 지금은 필 준비를 하고 있다. 남도지역은 벌써 피기 시작한다.

어려서는 그냥 저런 꽃이 피었구나 생각했는데,
어른이 되어서 본 능소화의 화려하면서도 기품있는 모습이
진정 사대부 여인의 자태를 닮았다. 아니면 젊지만 기상이 넘치는 선비의 모습을 닮기도 하였다. 능소화라는 화려한 꽃이 저절로 피어날리가 없다.

작년도 8월, 교회로 올라가는 언덕길에 흐드러지게 능소화가 피어 있었다.

"어, 능소화가 아직도 피어 있네"
옆에 있는 아내는, "저게 능소화야, 몇번 보기는 했는데 무슨 꽃인지는 몰랐네?"

"응, 저 꽃이 정말 대단한 꽃이야, 저 꽃의 이름이 여러가지가 있어"

"뭔데?" "양반꽃이라고 부르기도 하고, 금등화로 부르기도 하고, 나팔화라고도 해"

아내는 당장 말한다. "와, 당신 그것도 알아? 똑똑한데"

"ㅋ 실은 내가 꽃들을 너무 몰라서, 꽃들과 관련된 화훼도감이나, 꽃식물백과를 보았지"

능소화는 땅에 뿌리를 내리고 줄기를 하늘로 뻗는 식물이다. 이 식물은 천지의 조화를 잘 아는 것 같다. 그러나 현대인들이나 도시인들은 천지의 조화를 잘 모르고 살아간다. 포장도로나 아스팔트도로 때문에 땅을 밟을 기회가 별로 없다. 또한 지하철 생활이나 아파트 생활을 하여서 하늘을 볼 기회도 별로 없다. 잠시 고개를 돌이면 볼 수 있는 땅과 하늘인데도 말이다. (계명대 강판권 교수의 글중에서)

능소화는 땅에서 자란다. 그리고 다른 나무나 식생들과 어울려서 자란다. 홀로 피거나 자라는 꽃이 아니다. 능소화는 원래 '하늘을 능가하는 꽃'이다.
이 이름을 보면 , 뜨겁고 더운 여름날을 조금도 두려움이 없이 도도하게 꽃을 피운다는 것이다. 보통 7,8월에 피는데, 백일홍과 더불어서 화련한 꽃의 레이스를 보여주는 것 같다.

서양에서는 중국원산의 능소화를 차이니즈 트럼펫 크리퍼라고 부른다.
조선에서 능소화는 양반들이 이 꽃나무를 좋아하여 '양반꽃'으로 불리운다.

아산의 민속촌인 외암마을에 가보면, 거의 대부분의 돌담길에 능소화가
담쟁이넝쿨과 더불어서 자라고 화려한 꽃을 치렁치렁 늘이면서
피어나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능소화와 돌담길의 풍경을 담아내려고 연방 사진을 찍어대는
여인들의 손길이 바쁘다.

감성이 풍부한 사람들은 이 꽃에 꽂힌다.
꽃망울이 맺히고 꽃이피면 줄기는 담장밑으로
늘어지면서 담장이든 울타리든 멋스럽게 장식해주는
능소화꽃의 자태에 넋을 잃고 쳐다보곤 한다.

나는 이 글을 쓰면서 더 궁금하여 전설이 있나 없나 살펴보았다.
다행히 전설이 내려온다. 전설을 머금은 꽃 - 능소화의 슬픈 전설을 살짝 적어본다.

능소화에는 슬프고 아름다운 전설이 있다고 한다.
옛날에 옛날에 복숭아빛 곱게 감도는 빰에 참으로 자태가
아름다운 소화 라는 이름을 가진 궁녀가 있었다
곧바로 임금의 눈에 들어 후궁이되었지만
어느날 부터인지 임금님은 더이상 소화를 찾지않았다.
그런 그녀는 처소의 담장을 서성이며 임금님을 오매불망
기다리다 몸이 상하고 기력이 상실하더니
그만 젊디젊은 나이에 생을 마감하게 되었다.

그 이듬해 여름 소화가 거처했던 처소에는 담장을 덮은
주홍빛 꽃이 넝쿨을 따라 주렁주렁 피어나게 되었다는 전설이 내려온다.
이름하여 능소화 라고 불리는 꽃이 되었다한다.

  • 돌담길에 피어난 능소화 - 어찌 그리 아름다운지요
    능소화 만발 구글출처 이미지

 



능소화는 꽃을 강조한 이름이지만 꽃에 독이 있어서 조심해야 한다는 얘기가 전해진다. 실제 이덕무(李德懋, 1741-1793)의 『청장관전서(靑莊館全書)·이목구심서 5(耳目口心書五)』에는 능소화의 꽃에 독이 있다는 사실을 언급하고 있다.

"능소화(凌霄花)ㆍ금전화(金錢花)ㆍ거나이화(渠那異花)는 모두 독이 있어 눈을 가까이해서는 안 된다. 어떤 사람이 능소화를 쳐다보다가 잎에서 떨어지는 이슬이 눈에 들어갔는데, 그 후 드디어 실명(失明)했다."

실학자 이덕무의 글을 보다가, 정말 실명까지 할 독성을 가지고 있는가 살펴 보았더니 그런 것은 아니었다. 국립수목원의 연구결과 아무런 독성은 없는 것으로 밝혀졌다. 그렇다고 안심하고 꽃을 꺽거나 따서는 안될 것이다. 꽃은 감상하라고 있는 것이지, 훼손하라고 있는 것이 아니다. 이덕무가 그렇게 이야기 한 것은 아마도 능소화가 가진 고결함을 드러내고 싶어하는 의도가 있었을 것이다.

난 능소화와 관련된 시나 그림을 살펴 보았다. 다행히 '풀꽃'이라는 시로 유명한 나태주 시인의 시가 있었다. 그 시를 마지막으로 [하늘을 닮은 꽃인 능소화 이야기]를 마친다.


능 소 화

누가 봐주거나 말거나
커다란 입술 벌리고 피었다가, 뚝

떨어지는 어여쁜
슬픔의 입술을 본다

그것도
비 오는 이른 아침

마디마디 또 일어서는
어리디 어린 슬픔의 누이들을 본다

- 나태주 시인


이제 돌담길을 걸어갈 때 능소화를 보면 나의 글을 기억하길 바란다.
남자들이 능소화를 볼 때, 부인들에게 능소화의 다른 이름이나 전설 그리고 시를 말해주면 후한 점수를 받을 것이다. 이를 제대로 아는 사람은 1% 도 안 될 것이다. 조금만 관심을 갖으면 우리의 정서가 아름답게 피어나는지 능소화를 통해서 배우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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