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흐의 그림을 잠시 보다가 인간에 대한 분류가 생각이 났습니다.
인간은 두 가지 유형으로 나눕니다.
하나는 밖에 나가서 무엇인가 발견하고 채집하고 수렵하는 사냥꾼 유형입니다.
이들을 영어로 hunter-gathers 라고 부릅니다.
또 다른 하나는 땅에 씨앗을 뿌리고 물을 주고 키워서 수확하는 농부형 유형입니다.
이 글을 읽는 분들은 어떤 유형의 사람을 더 선호합니까?
좋다 나쁘다는 것은 의미가 없습니다. 다만 가능하다면 농부의 유형을 택하는 것이 바람직합니다.
그 이유는 수렵하고 채집하는 사냥꾼 유형은 남의 직업에 기대어 살아가는 스타일입니다.
이들은 자립적으로 자신의 삶을 찾아가는 것이 아니라 다른 사람에게 상당히 기대고 심지어 기생하는 경우가 많습니다.
사냥꾼형은 겉보기에 멋있어보이고 모험가형으로 보이지만 실상은 그렇지 않습니다.
물론 필자는 두 유형을 다 존중합니다.
농부의 유형은 자신의 인생 속에서 씨앗을 뿌리고 키우고 수확하는 추수의 시기에 맞춰 자연과 순환하면서 생체리듬에 맞추어서 살아갑니다. 이들은 많은 운동을 하지 않아도 됩니다. 일 자체가 운동이 되고, 그리고 식욕이 좋아져 식사도 맛있게 합니다. 사냥꾼이나 농사꾼이나 둘다 힘듭니다. 하지만 자신이 피땀흘려 벌고 수확한 것이 정말 자신의 것입니다.
자신의 것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이 떳떳합니다. 남에게 기대기보다 하늘과 하나님께 의존하며
땅에서 겸손히 자신의 삶을 일구는 사람이 멋있습니다.
임진환 교수의 칼럼을 잠시 올립니다.
[임진환 교수’s 영업 이야기] 농사꾼과 사냥꾼
- 기자명 임진환 가천대학교 교수
- 입력 2017.06.05 18:26
농사꾼과 사냥꾼이 함께 어우러져 사는 마을이 있었다. 마을 전체 남자의 1/3은 사냥꾼이었고 2/3은 농사꾼이었다. 농사꾼은 새벽에 일찍 일어나 저녁까지 성실하게 밭 갈고 논 매어 매년 풍성한 수확을 거두었고 이 곡식으로 온 마을 사람들을 풍족하게 해주었다. 상대적으로 소수의 사냥꾼은 늦잠을 자고 일어나 고기, 술을 먹고 마시고 활 쏘기, 창던지기 놀이를 하며 시간을 소일했다. 그러다가 어느 날, 달 밝은 밤에 일주일씩 사냥을 나가 피곤한 모습으로 잔뜩 사냥한 동물들을 가지고 돌아와서 마을 사람들의 단백질 부족을 해결해주었다. 다수인 농사꾼은 근면성실하게 일하는 자신들과 달리, 마을에 단백질을 공급하기는 하지만 매일 놀고 먹기만 하는 듯 보이는 사냥꾼 집단이 마음에 들지 않았다. 특히 농사꾼 중에 리더인 젊은 농사꾼은 이에 대한 불만이 많아 가끔 현명한 나이 많은 촌장에게 불평을 하곤 했다. 현명한 촌장은 그때마다 온화한 웃음으로 그 농사꾼을 달래곤 했다.
그러던 어느 날 현명한 촌장이 생을 마치고 그 젊은 농사꾼 리더가 다수결로 촌장이 되었다. 새로 된 농사꾼 출신 촌장은 평소에 못마땅했던 사냥꾼을 개혁하기로 마음먹었다. 사냥꾼들을 불러 다음과 같이 지시했다. 첫째, “이 마을의 모든 주민은 근면성실이 원칙이니 사냥꾼도 농사꾼과 마찬가지로 일찍 일어나라.” 둘째, “일과 중에 사냥 연습(활 쏘기‧창 던지기)을 하고 더 자주 사냥을 나가라. 그리고 저녁에 사냥 나가지 말고 농사꾼처럼 일과 중에 사냥을 나가고 저녁에는 다음날을 위해 휴식하라.” 셋째, 어디선가 사냥 교본을 가지고 와서 “교본 방식대로 연습하고 사냥하라”였다. 물론 사냥 교본에는 사냥 현장에서만 배울 수 있는 현장의 노하우는 없었다. 넷째, 촌장은 “내가 교본을 보고, 겪어 보니 우리 마을의 사냥꾼들은 현재 원칙대로 사냥은 하고 있지 않고 공부도 안 하는 놀패이다. 내가 가르칠 테니 내가 하라는 대로 해라.” 사실 네 번째 지시가 제일 문제였다. 사냥꾼의 자존심을 건드리고 촌장이지만 전문가가 아닌 농사꾼이 사냥꾼을 자신의 스타일대로 바꾸려고 한 것이다.
이런 지시가 내려진 후 얼마 지나지 않아 변화가 일어나기 시작했다. 먼저 사냥꾼은 피곤했다. 달 밝은 밤에 일주일씩 사냥을 나가고 나머지는 먹고 놀기만 한 것은 사실 사냥은 그 일주일에 하고 나머지 기간에는 그 일주일을 위한 체력보강과 놀이를 통한 사냥 연습을 한 것이었다. 일주일씩 잠을 자지 않고 사냥을 하려면 체력보강과 놀이를 통한 연습이 필요했기 때문이었고 힘든 일주일을 위한 즐거운 시간이 필요했기 때문이다. 매일 일찍 일어나 생활하다가 사냥을 나가니 졸기 일쑤였고 결정적인 순간을 놓치는 경우도 허다했다. 대대로 내려온 현장에서 배운 사냥 방법을 써야 할 때도 많은데 새 촌장이 지시한 사냥 교본에 나오는 대로 해야만 하다 보니 사냥 성공률도 낮아지고 몰래 예전 방법을 쓰면 촌장에게 불려가 혼이 나니 그 조차 시도하지 않게 되었다. 사냥을 통해 잡은 고기는 줄고, 그러다 보니 쉴 시간도 줄고, 촌장은 “역시 잘 못하지 않느냐” 하며 혼내고, 악순환의 연속이었다. 젊은 사냥꾼의 일부는 농사꾼과 똑같이 일찍 일어나면서 목숨까지 내걸고 사냥은 사냥대로 해야 하고 옛날처럼 쉬지도 먹지도 못하니 이럴 바에는 농사꾼이 되겠다고 업을 바꾸기도 하고 중고참인 사냥꾼은 상대적으로 사냥꾼을 인정해주는 다른 마을로 이사를 갔다. 사냥꾼의 2/3이 농사꾼으로 전직을 하거나 마을을 떠났다. 이렇게 사냥꾼의 숫자가 줄다 보니 어느 날 촌장은 생각했다. “그래. 훌륭한 농사꾼을 사냥꾼으로 바꾸는 거야!” 사냥꾼의 2/3이 농사꾼으로 채워졌다. 그 뒤에 사냥꾼이 된 농사꾼 중고참은 경험 부족으로 인해 다리가 부러지거나 멧돼지에 받치거나 하는 등 사고가 발생했다. 이후 그 사냥꾼은 핑계를 대고 사냥을 안 나가기 시작하거나 사냥을 나가도 위험한 지역은 가지 않았다. 물론 사냥의 양은 급격히 줄어들었고 사기가 떨어진 사냥꾼은 더 이상 베테랑 사냥꾼이 되지 못했다.
이 이야기의 사냥꾼은 신뢰 기반의 장기적인 관계가 중요한 영업 직원이고 농사꾼은 이를 지원하는 타 부서 직원으로 볼 수 있다. 영업직원의 동기부여는 타 부서 직원과 달라야 한다. 현장 중심의 역량 개발과 결정적인 순간의 돈 냄새 맡는 능력, 영업의 맥 짚는 능력을 키우기 위해 근면 성실의 농사꾼의 동기부여와는 다르게 운영해야 한다. 결정적인 순간에 제안을 통해 계약을 성사시켜야 하는 사냥꾼(영업직원)이 조직에 필요하다면 경영진은 사냥꾼을 농사꾼처럼 다루어 피곤에 지쳐 사냥을 못 하게 해서는 안 된다. 경영진은 영업 조직의 동기부여와 타 조직의 동기부여를 조화롭게 관리하고 고객 현장에 기반한 역량 개발에 투자하고 역량에 기초해 인력을 적재적소에 배치하고 서로 다른 조직문화를 인정해주어야 한다. 촌장의 출신이 무엇이든 사냥꾼의 문화와 농사꾼의 문화 모두를 존중해야 하는 것이다.
어느 측면을 바라보든 다 중요합니다. 개인적으로는 농사꾼의 삶이 더 바람직하다고 보는 입장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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