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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랜드 퀘스트 - 숙제자에서 출제자가 되라 - 혁신가 이정동 교수

by 코리안랍비 2023. 12. 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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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벤치마킹할 선진국 없어진 한국, 이젠 문제 출제자가 돼야”

세계적 혁신 전문가 이정동 교수, 미래 바꿀 10개 그랜드 퀘스트 제시

입력 2023.11.23. 03:00업데이트 2023.11.23. 10: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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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최근 출간한 ‘그랜드 퀘스트 2024’에서 반도체, 인공지능(AI), 양자 기술 등 첨단 분야 혁신을 위한 10가지 질문을 제시했다. 이 교수는 “남이 낸 문제를 푸는 게 아니라 비전을 제시하는 ‘문제 출제자’가 돼야 한다”고 말했다. /고운호 기자

작년 말 일본 니혼게이자이신문이 공개한 주요 상품·서비스 점유율 조사에 따르면 한국은 전체 56개 분야 중 5개에서 1위에 올랐다. 미국(18개), 중국(15개), 일본(7개)에 이어 넷째로 높은 수준이다. 하지만 1위 품목 개수는 해마다 줄고 있다. 2021년 조사에선 7개로 일본과 공동 3위였지만, 작년엔 대형 액정패널과 조선(造船)에서 중국에 1위 자리를 내주며 순위가 한 단계 내려갔다. AI·자율주행차 등 미래 첨단 분야에서 선진국과 격차는 커지는 반면, 기존 기술 분야에서는 중국에 빠르게 추격당하는 샌드위치 신세가 고착화되고 있는 것이다.

기로에 선 한국 경제는 어떤 길을 가야 할까. 2015년 저서 ‘축적의 시간’을 통해 한국 제조업 혁신의 필요성을 주장한 이정동 서울대 공학전문대학원 교수는 22일 본지 인터뷰에서 “더 이상 벤치마크할 선진국이 없어진 상황에서 한국은 이제 남들이 낸 문제를 해결하는 입장에서, 문제 출제자로의 전환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이 교수는 동료 교수들과 함께 최근 이 같은 문제의식을 담은 신간 ‘그랜드 퀘스트 2024′(서울대 국가미래전략원 저)를 통해 한국 경제의 도전 과제를 제시했다. 서울대 공대·자연대· 교수 20명과 치열한 토의 끝에 반도체·배터리·인공지능(AI) 등 10개 분야에서 총 10개의 도전적 질문을 도출했다. 이 교수는 “챗GPT뿐 아니라 스티브 잡스의 아이폰(스마트폰), 일론 머스크가 상용화한 재사용 로켓 등 혁신 기술도 어느 날 하늘에서 뚝 떨어진 게 아니라 10년 전부터 선진국에서 던져온 도전적인 질문들이 시행착오를 거쳐 현재 결실을 거둔 것”이라며 “한국도 더 늦기 전에 10년 이상 앞을 내다보는 관점으로 미래 기술을 키울 씨앗을 뿌려야 한다”고 말했다.

-반도체 등 10개 기술 분야에서 향후 도전 과제를 ‘대한민국의 미래를 열 질문’이라고 제시했다.

“한국은 반도체·휴대전화 등 주력산업 성과뿐 아니라 수학·생물학 등 기초과학에서도 세계 최고 수준 연구 성과를 내고 있다. 그런데 지금 성과에 만족할 수 없다. 다음 단계로 빨리 전환해야 한다. 정해진 로드맵을 따라가는 것이 아니라 아직 그 누구도 해답을 찾지 못한 문제에 도전하는 것을 의미한다.”

-상대적으로 한국 기업이 혁신에 약한 이유는 무엇일까.

“자동차·반도체·스마트폰 등 현재 한국의 주력산업들은 선진국을 따라 하는 벤치마킹 전략으로 성장했다. 그다음 단계로 못 가는 이유는 이런 성장 루틴의 그림자 때문이다. 패스트 팔로어 전략이 성공했기 때문에 굳이 리스크를 안고 새로운 질문을 하지 않는 것이다.”

-남들이 못한 질문을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새 기술·제품을 개발해서 사회를 어떻게 바꾸고 싶은지에 대한 비전이 필요하다. 그 전제로 ‘기술 고도화의 함정’에 빠지지 말아야 한다. 한때 수심 수백 미터에도 작동하는 손목시계가 유행했는데 그 정도 수심은 사람이 가지 못하는 깊이다. 성능만 좋다고 세상이 바뀌는게 아니다. 진정한 선도기업은 차별적인 세계관을 만든다. 이 세계관을 보여주는 질문을 던져야 한다. 기업이 무엇을 잘 만들 수 있는지보다 이미 있는 기술로 어떤 변화를 창출할 수 있는지를 보여줘야 한다. 스티브 잡스의 애플이 이 지점을 잘 살렸다.”

 
 

-어떤 점이 그런가.

“잡스가 스마트폰의 개념을 처음 떠올린 게 아니다. 1997년 퀄컴의 최고경영자(CEO)가 휴대폰과 개인정보단말기(PDA)를 테이프로 묶은 뒤 임원회의에서 ‘이런 걸 만들 수 있을까?’라고 첫 질문을 던졌다. 노키아에서도 내부적으로 스마트폰 기술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애플은 이전에 없던 사용자 경험을 창출할 수 있을까라는 질문을 던졌고 그런 관점에서 사람들이 어디서나 정보에 편하게 접근할 수 있는 스마트폰이라는 방식을 내놓은 것이다.”

-한국 기업에서 도전적인 질문을 한 사례는 없나.

“삼성전자 폴더블폰이 좋은 사례다. 스마트폰이 ‘왜 바(bar) 형태여야 하지’ ‘접어서 작게 들고 다닐 수 없을까’라는 질문이 지금의 폴더블폰 혁신으로 이어졌다. 이후 많은 기업이 폴더블폰을 따라 내놓고 있다. 기술의 우수성을 따지기 전에 혁신을 통해 어떤 변화를 이끌지에 대한 비전의 중요성을 보여주는 사례다.”

-생성형 AI에 대한 관심이 뜨겁다. 앞으로 어떤 혁신이 일어날까.

“앞으로는 AI의 ‘생각’을 아는 게 중요하다. 챗GPT를 비롯한 AI 서비스는 사람이 만든 데이터를 학습한 딥러닝(심층학습)의 결과물인데 어떤 과정을 통해 결과를 도출하는지는 AI 개발자도 알기 어렵다. 생성형 AI에 질문하고 나온 답이 정확한 내용인지 알려면 AI가 사람처럼 인과관계를 따지는 추론 능력이 필요하고, 이 과정을 투명하게 검증할 수 있어야 한다.”

–도전적 혁신을 위한 정부의 역할은 무엇인가

“정부는 기업, 연구자들이 도전적인 질문을 던지면 마음껏 실현할 수 있는 공간을 조성해야 한다. 가장 중요한 건 공무원들의 전문성이다. 한국에선 기업들이 기존에 없던 기술을 내놔도 선례가 없다는 이유로 정부 당국의 허가를 받기 어렵다. 반면 세계 최고 인증기관인 미국 FDA(식품의약국)는 세상에 없던 mRNA(메신저 리보핵산) 백신을 개발할 때 먼저 나서서 제약사에 개발 가이드라인을 제시했다. 이런 환경에서 혁신 기술이 나온다.”

-앞으로 계획은 어떻게 되나.

“매년 한국 사회에 필요한 ‘그랜드 퀘스트’를 제시할 계획이다. 내년에는 서울대뿐 아니라 국내 여러 전문가와 해외 대학 교수들과도 힘을 합쳐 한국형 그랜드 퀘스트를 만들어가고 싶다. 테크 분야를 중심으로 기업뿐 아니라 사회 전반적으로 모든 구성원이 각자의 ‘그랜드 퀘스트’를 설정해 끊임없이 혁신을 만들어가는 사회 분위기를 만드는 게 목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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