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의 국민 작가였던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1906년작]

2025. 9. 22. 21:38명작과 고전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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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의를 참지 못하는 천방지축 선생님… 시골 학교 부임 한 학기 만에 사표 냈죠

도련님

표정훈 출판평론가
입력 2025.09.22. 00:50
 
 
 
 

도련님

나쓰메 소세키 지음 l 김경원 옮김 l 출판사 민음사 l 가격 1만3000원

일본의 ‘국민 작가’로 불리는 나쓰메 소세키가 쓴 ‘도련님’(1906년 발표)은 일본에서 가장 유명한 소설 중 하나입니다. 주인공인 도련님은 시골 중학교에 수학 선생님으로 부임하지만, 한 학기도 안 돼서 그만두고 도쿄로 돌아오지요. 소설은 그 과정을 그렸습니다. 120년간 일본인들에게 사랑받고 있는 작품인데, 소세키 작품 중에서도 가장 경쾌하고 재치가 넘치는 작품이라 재미있기 때문이 아닐까 합니다.

소설에선 주인공 이름이 나오지 않아요. 단지 ‘도련님’이라는 호칭으로 불릴 뿐이죠. ‘세상물정 모르는 도련님’이라는 약간의 빈정거림도 담겨 있는 듯합니다. 실제로 소설 첫 부분에서 도련님은 스스로를 이렇게 소개하죠. “천성이 앞뒤 재지 않고 덤비고 보는 천방지축인지라 어릴 때부터 손해만 본다.” 이런 그가 어떤 일을 벌이고 무슨 일에 휘말릴지 처음부터 궁금해집니다. 아니나 다를까, 도련님은 기숙사 숙직실에서 자다가 깜짝 놀라는 일을 겪습니다. 학생들이 새로 온 선생님을 놀리려고 장난을 친 거예요.

 

“다리를 쭉 뻗으니 뭐가 양다리로 날아올랐다. 까칠까칠한 것이 벼룩도 아닌 것 같아 깜짝 놀라 담요 속에서 다리를 두 번 흔들어봤다. 그러자 까칠하게 닿았던 놈이 갑자기 늘어나 정강이 쪽에 대여섯 마리, 허벅지에 두어 마리, 엉덩이 밑에서 빠지직 뭉개진 것이 한 마리, 배꼽까지 뛰어오른 것이 한 마리… 정말이지 화들짝 놀라 자빠졌다. 얼른 일어나 담요를 확 뒤로 젖히니 메뚜기가 오륙십 마리 튀어나왔다."

독자 자신이 당한 것처럼 느껴질 정도로 묘사가 생생합니다. 소설은 인물과 이야기도 재미있지만 묘사도 흥미롭습니다. 화가 난 도련님은 학생들에게 공식적으로 사과하라고 요구하지만 학생들은 발뺌만 합니다. 학교도 문제를 크게 만들지 않으려 할 뿐 제대로 지도하지 않지요. 이때 도련님의 성격이 확 드러납니다.

“숙직실로 끌고 온 놈들을 추궁하기 시작했다. 돼지는 어떻게 해도 돼지다. 모르쇠로만 버틸 뿐, 결코 자백하지 않는다. 교장은 결국 학생들을 모두 풀어줬다. 미온적인 처사다. 나 같으면 당장 퇴학시켰을 텐데.”

이 사건은 시작에 불과합니다. ‘도련님’에게는 이런 장면이 계속 이어집니다. 정의감이 앞서는 고지식한 도련님은 교사들 사이에서 벌어지는 권모술수에도 휘말리고, 억울한 일을 당한 동료 선생님을 돕기 위해 나서기도 합니다. 하지만 학교를 근본적으론 바꾸진 못하고 결국 사표를 낸 뒤 도쿄로 돌아오지요. 도련님의 선택에 대한 다양한 설명과 해석이 있지만, 소설 작품에 정답은 없습니다. 직접 소설을 읽고 자신이 느끼는 대로 생각해보길 바랍니다.

소설에 線 덧대자… 名作이 된 만화

[알베르 카뮈 '이방인'·나쓰메 소세키 '도련님', 만화로 번역돼 출간]

佛 자크 페랑데즈의 '이방인' - 실존의 부조리, 고독·죽음에 비유
日세키가와·다니구치의 '도련님…' - 근대화 성찰한 지식인 고뇌 부각

박해현 기자
입력 2015.04.06. 03:00
 
 

 

 

문학과 만화의 행복한 만남이 일어났다. 일본 근대 문학의 아버지로 꼽히는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1906년)과 프랑스 현대 소설의 선구자 알베르 카뮈의 소설 '이방인'(1942년)을 만화로 형상화한 책이 나란히 우리말로 번역됐다.

프랑스 만화가 자크 페랑데즈의 만화 '이방인'은 이재룡 숭실대 불문과 교수 번역으로 문학동네에서 출간됐다. 2013년 카뮈 탄생 100주년을 맞아 프랑스의 갈리마르 출판사가 낸 만화책이다. '어머니 장례식을 치른 주인공 뫼르소가 해변에서 칼을 꺼내 든 아랍인을 향해 우발적으로 권총을 쏴서 살해한 뒤 법정에서 사형 선고를 받고 형집행을 기다리며 밤을 맞는다'는 게 원작의 골격이다. 만화가 페랑데즈는 "뫼르소는 이해하기 힘든 인물"이라면서도 원작의 주제를 제대로 살렸다.

알베르 카뮈.

뫼르소는 평소 과묵한 성격이었고 타인과 사회에 무관심한 '까칠남'이었다. 그는 심문 과정에서 살인 행위에 대해 '진정으로 후회하기보다는 성가시다는 느낌이 든다'고 진술했다. 범행 동기라곤 '햇빛에 눈이 부셨기 때문'이라며 엉뚱하게 답해 재판부와 배심원들의 반감을 샀다. '그가 어머니 장례식에서 눈물 한 방울 흘리지 않았다'는 주변의 증언도 불리하게 작용했다. 결국 그는 살인범이라기보다는 '반(反)사회적 패륜아'로 낙인 찍힌 탓에 사형 선고를 받았다. '고독과 죽음을 피할 수 없는 실존의 부조리를 비유한 것'으로 해석된다.

만화 ‘이방인’에서 주인공 뫼르소가 감옥에 갇힌 장면.

만화 '이방인'은 원작을 빛과 어둠으로 나눠 묘사했다. 한여름철의 어머니 장례식, 일사병에 걸릴 듯한 무더위, 해변에 쏟아지는 강렬한 햇빛이 만화의 전반부를 장식해 만화의 각 컷이 환한 색조를 띠도록 했다. 후반부는 빛이 들어오지 않는 취조실과 감옥, 법정을 공간으로 삼고 죽음을 앞둔 뫼르소의 내면을 어두운 색조로 표현했다. 원작의 전반부와 후반부에서 나타난 어조(語調)와 플롯의 변화를 만화로 그려내는 데 성공했다.

나쓰메 소세키(왼쪽)와 만화 ‘도련님의 시대’ 표지.

나쓰메 소세키의 삶과 문학을 다룬 일본 만화 '도련님의 시대'(전 5권·오주원 옮김)는 세미콜론 출판사에서 나왔다. 세키가와 나쓰오가 만화 시나리오를 쓰고, 다니구치 지로가 그림을 그려 완성하기까지 12년이나 걸렸다. 1993년 일본 만화가 협회상과 1998년 데즈카 오사무 문화상 대상 수상작이다. 근대 일본의 지성을 대표한 나쓰메 소세키가 소설 '도련님'을 쓰게 된 동기와 그를 둘러싼 시대 배경을 세밀하게 묘사했다. 만화 형식을 취한 작가 평전이나 문학연구서처럼 읽힌다.

소설 '도련님'은 무모하고 고지식한 교사가 사회의 축소판인 학교를 무대로 정의감을 불태우며 좌충우돌하는 이야기를 그렸다. 만화 '도련님의 시대'는 근대화의 격변기 속에서 가치관의 혼돈을 겪는 일본 사회를 비판적으로 보려고 한 원작의 창작 배경을 다양한 관점에서 재조명했다. 나쓰메 소세키뿐 아니라 그 시대 주요 지식인들을 대거 등장시켜 근대 일본 지성사를 만화로 재현하기도 했다. 서양으로부터 근대성을 배우면서도 비판적 거리를 두려고 한 나쓰메 소세키의 지적 고뇌를 부각시키려고 했다. 이 만화는 "서구 문명을 수용하면서도 의심하고, 의심하면서도 수용하여 근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힘겹게 싸워온 사람들이 메이지(明治) 시대인"이라고 규정했다. 오늘날 일본 지식인의 의식 구조를 받쳐주는 사상(思想)과 감정의 뿌리를 살펴본 만화책이기에 오락물이 아니라 인문 교양서로 꼽을 만하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이 추구하고자 했던 정의

  • 기자명 서울시정일보 
  •  입력 2022.09.07 06:03
  •  

정의가 항상 승리하지 않지만 꺾이지 않는다는 정신을 보여주다.

민병식 칼럼니스트

[서울시정일보] 나쓰메 소세키(1867-1916)은 일본 근대문학을 대표하는 국민적 소설가, 평론가이자 영문학자이다. 도쿄대학 영문과를 졸업하고 중·고등학교 교사생활을 했다. 1904년부터 하이쿠 잡지에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를 연재하며 인기를 끌었고, 뒤이어 '도련님', '산시' '그 후' 등 다양한 작품을 집필했다. 초기 풍자적, 공상적 작품에서 차츰 현실적이 되고, 후기에 자연주의적으로 접근한다. 작품 전반에서 강한 정의관을 토대로 인간성의 문제를 관철하는 등 다방면에서도 호평을 받았다.

 

부잣집 둘째 도련님, 어렸을 때부터 갖가지 말썽을 부리며 자란 주인공은 어머니가 돌아가시고 몇년 후 아버지가 돌아가시자 그의 집안은 급속도로 쇠락의 길을 걷는다. 형은 재산의 거의 모두를 가져가고 그에게 600엔을 쥐어주는데 형편이 안 되자 그를 어릴 때부터 애정 어린 마음으로 돌보아주고 늘 그의 편이 되어주던 하인 '기요 할멈'은 나중에 성공하면 불러달라고 말하고 자신의 조카 집으로 가고 고등학교를 졸업한 그는 도쿄에서 멀리 떨어진 섬마을의 수학 교사로 가게 된다. 월급 40엔에 수업은 일주일에 21시간, 도련님은 이곳에서 덴뿌라 메밀국수 네 그릇과 당고 두 접시를 먹은 것과 온천탕에서 수영을 한 것 때문에 학생들에게 놀림을 당한다. 숙직 첫날에는 기숙사 학생 들이 이불안에 메뚜기를 넣어놓아 놀라 이를 처벌해달라고 하나 교사들은 대충 넘어가려한다.

고고한 학이 흙탕물에 들어갔다고 느끼는 도련님은 더욱 자신의 상황에 반발하고, 그에 비례해서 배척당한다. 특히 가장 가까이 지내야 하는 학생들과 사사건건 부딪힌다. 골탕먹이려고 어려운 문제를 내미는 학생들에게, 도련님은 도련님답게 이렇게 퍼붓는다.

“이 바보들아, 선생님이라고 다 할 수 있는 것은 아니야. 못 하는 것을 못 한다고 하는데, 뭐가 이상하단 말이야? 그 정도 풀 수 있는 실력이라면 월급 40에 이곳에 올 리가 만무하지.”

그는 교장에게는 너구리, 교감에게는 빨간 셔츠, 교감에게 아부하는 미술 선생은 알랑쇠, 같은 수학선생은 거센 바람이라고 부른다. 얼굴이 파래서 늘 끝물에 나오는 음식만 먹는 낮 빛을 하고 있다고 하여 붙인 끝물 선생은 그 마을의 아름다운 아가씨 마돈나와 결혼을 약속한 사이다. 가세가 기운 마돈나에게 교감선생이 접근해 구애를 하고 마돈나도 교감선생의 넉넉한 형편에 마음을 뺏기고 끝물 선생만 닭 쫓던 개가 될 처지였다. 거센 바람은 교감 선생에게 이러한 사실 들을 따지고 교감선생은 끝물 선생과 마돈나가 파혼하지 않으면 자신은 개입하지 않겠다고 하였으나 앙심을 품고 자신의 지위를 이용해 끝물 선생을 전출시켜 버린다.

늘 빨간색 셔츠를 입고 다니는 교감선생의 아랫도리는 빨간 옷이 아니다. 즉, 겉과 속이 다르고, 위와 아래가 다른 인물을 상징한다. 빨강셔츠를 필두로 하는 일련의 권력 세력은 서서히 진면목을 드러낸다. 빨강셔츠는 학교의 실세일 뿐만 아니라 마을에서도 권력자로 통한다. 그는 선생님들 사이를 이간질시키며 자신의 편을 키우고, 자신을 따르지 않는 자들은 먼 곳으로 발령을 보내버린다.

이러한 내막을 알게 된 도련님은 거센 바람과 의기투합하고 교감은 갖가지 술책으로 도련님과 거센 바람을 궁지로 몰아넣는다. 둘은 교감의 화류계 생활을 폭로하기 위해 그를 감시하다가 결국 게이샤와 놀고 들어가는 빨간 셔츠와 그를 따라다니는 알랑쇠를 붙잡았으나 그들이 시치미를 떼자 하늘을 대신한다며 주먹으로 천벌을 내린다. 그 후 학교를 즉각 사직하고 도쿄로 돌아와 월급 25엔을 받는 노면 전차의 기수로 취직을 하고 기요 할멈을 불러 작은 집에서 함께 지낸다.

말썽쟁이로 성장했지만 불의를 보면 참지 못하는 도련님, 그는 세상을 살아가는 정의를 대변한다. 자신을 사랑해주었던 기요할멈을 불러 함께 지내는 것은 그리 넉넉지 않은 형편임에도 끝까지 함께하려는 의리와 공생을 표현한다. 하인 기요의 한자는 청(淸)이다. 그녀는 충성스러운 가신의 위치에서 순수하게 주인을 섬긴다. 도련님에게도 주종관계가 아닌 존경할 수 있는 이상적인 인간으로 받아들여진다. 이는 마을의 여성상으로 대변되는 ‘마돈나’와 대비되면서 그 존재가 부각된다. 마돈나는 마을의 제일가는 미인이지만 끝물 선생과 파혼하고 빨강셔츠에게로 가는, 자유롭고 이해타산적인 역할이다. 기요가 있어 도련님은 끝까지 자신의 캐릭터를 지킬 수 있었다. 도련님은 기요, 즉 맑고 깨끗한 청(淸)으로의 회귀를 지속적으로 꿈꾸며, 적(赤)군인 빨강셔츠와 그 일당들의 음모 속에서 자신만의 정의를 끝까지 지키면서 거리낌 없이 도쿄로 돌아올 수 있었던 것이다.

정의가 맥을 못 추고 현실의 논리를 앞세운 악의가 승리를 거두는 부조리한 시스템이 시코쿠의 작은 학교에서만 가동되는 것은 아니다. 시코쿠의 학교는 우리가 사는 현실 세계의 축소판이다. 그래서 도련님이 맞서기는 조금 많이 버거울 수밖에 없다. 그러나 소세키가 도련님을 통해 향하고자 했던 정의는 지금도 진행 중이기에 실망할 필요는 없다. 메이지유신 이후의 시대적·개인적 한계를 통감하면서도, 냉철한 시각으로 스스로를 비롯한 추하고 타락한 인간상에 비판을 가한 소세키 정의가 항상 승리하는 것은 아니지만 꺾이지는 않는다는 정신을 보여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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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한 매일, 생각하면 평범. 쓰면 문학 [브랜더쿠]

  • 인터비즈
  • 업데이트 2023년 10월 18일 10시 16분 

 
 
‘브랜더쿠’는 한 가지 분야에 몰입해 자신만의 세계를 만들어 가는 ‘덕후’들의 이야기를 전합니다. 자신이 가장 깊게 빠진 영역에서 나만의 브랜드를 만들어 내고, 커뮤니티를 형성해 자신과 비슷한 덕후들을 모으고, 돈 이상의 가치를 찾아 헤매는 이들의 이야기에 많은 관심 부탁합니다.


가을 바람이 불면서 독서의 계절이 돌아왔다. 책을 읽고 싶은 요즘, 나쓰메 소세키의 소설 <도련님>을 꺼내 들었다. 일본 최초의 근대 문학가로 불리는 그는 작가이기 전에 일본 에히메현 마쓰야마시의 중학교 영어 교사였다. 나쓰메 소세키는 이 작은 도시를 배경으로 <도련님>을 집필했는데 그러다보니 도시 곳곳에 책과 관련된 이야기가 살아 숨쉬고 있다. 소설 속 등장인물들의 조각상, 벤치, 그리고 그의 또 다른 작품인 <나는 고양이로소이다>라는 작품을 떠올리게 만드는 수많은 고양이들까지.

일본어판인 <도련님> 단행본을 들고 마쓰야마 여행을 떠났던 어느 날. 출처 : 이해원 작가

나는 몇 년 전 마쓰야마시를 찾은 적이 있다. 길을 가다 만난 프린트 광고 한 장을 통해 나쓰메 소세키가 일본 문학사에서 얼마나 큰 영향력을 갖고 있는지 실감했다. 나의 이목을 끈 것은 마쓰야마에서 매년 또는 격년으로 이뤄지는 신인 작가 발굴 행사 <도련님 문학상>의 포스터였다.


바른 말만 하는 저 사람은,

어떤 글을 쓰는 걸까?

나를 꺼내/제출해/드러내!

<제 15회 도련님 문학상>

나는 이 포스터의 카피를 읽자마자 여러 상념에 휩싸였다. 입바른 소리만 하는 이들은 문학의 가치를 알 길이 없다는 냉소인가. 아니면 정론만 말하는 사람이 쓰는 글은 어떤 풍인지 알고 싶다는 호기심을 나타낸 건가. 아마도 작품 모집을 권유하는 목적일 테니 후자에 가까울 것일 테다. 이처럼 카피는 항상 궁금증을 낳고 상상력을 자극한다.

인상적인 카피를 마음에 두고 도련님 문학상에 대해 검색했다. 마음에 와닿는 카피를 또 발견할 수 있을지 기대됐다. 검색하던 중 역시나 더욱 놀랄 만한 카피를 발견했다. 네 명의 인물이 나쓰메 소세키와 같은 포즈를 취한 채 생각에 잠겨 있는 사진 위의 딱 세 구절, 짧고도 탁월하다.







광고 콘셉트가 한 눈에 들어왔다. 마치 ‘생각을 문장으로 만들면, 누구나 나쓰메 소세키가 될 수 있다’고 말을 거는 듯한 느낌이 들었다. 여고생, 샐러리맨, 주부, 노인이 생각하는 배경의 하늘에 각각의 심상을 나타낸 문장이 이처럼 잘 표현될 수 있을까? 각 포스터 하단에는 ‘테마는 당신에게 있다’ 문구가 동일하게 인쇄돼 있다. 하나의 주제를 다양한 인물과 카피로 변주한 이 광고물 자체가 옴니버스 소설이 아닐지 모르겠다.

💬포스터에 대하여
덴츠라는 일본 내 유명한 광고 대행사가 마쓰야마시를 클라이언트로 두고, 기획한 이 광고는 사단법인 일본 어드버타이저스협회(JAA)에서 주관한 제 51회 <소비자를 위한 광고 콩쿨> 잡지 부문에서 은상을 탔고 K-ADC 어워드라는 다른 광고상에서도 2012년 포스터 부문 동상을 수상했다.


독자 여러분은 네 가지 광고 가운데 어떤 광고가 가장 기억에 남는가?

나는 네 장 가운데 평범한 매일을 글로 쓰라는 두 번째 카피가 와닿았다. 청춘이 지난 지도 오래고 에너지가 달리는 탓에 직장에 대한 불만이나 푸념도 입 밖에 잘 꺼내지 않게 된 지금. 맥이 빠진 얼굴로 바깥을 내려다보는 저 여성에게서 30대 후반의 내 모습이 겹쳐졌다. 그럼에도 ‘평범한 매일도 글로 쓰면 문학’이라는 마법 같은 문장을 보니 기운이 샘솟았다.

다음으로 나의 이목을 끈 건 노인이 등장하는 마지막 포스터였다. 율곡 이이는 격몽요결에서 “말이 간결한 자는 도에 가깝다”고 하지 않았던가. 다른 사람이 원하지 않는 조언, 충고, 비판, 설교를 하고 싶어지면 이 포스터를 떠올려야겠다고 다짐했다.

누구나 나쓰메 소세키가 될 수 있다. 결국 이 광고가 전달하고자 하는 메시지는 그 누구라도 도련님 문학상에 출품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문학은 특별한 누군가의 전유물이 아니기에 누구든지 문학가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그 시점은 제각각 다를 수 있다는 메시지도 함께 전한다. 여기에, 문학가가 되기 위한 첫 시도가 도련님 문학상이면 좋겠다는 바람까지 인쇄 광고에 꾹꾹 눌러 담았기에 더 큰 울림을 준다.

평범한 우리 인생도, 생각도 문학적이라는 믿음이 너무나도 낭만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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